Testing to Fight Bulk RAW novel - chapter 60
“차 옆으로 대시고 면허증 제시하세요!”
“죄송합니다…….”
“아무리 바쁘셔도 그렇지. 그러다가 사람들 다치면 어떡하려고 그러십니까.”
출근 길 모아졌던 시선은 다시 분산되고 사람들은 각자 제 갈 길을 찾아 하루를 시작하러 떠났다.
“태호 삼촌 말대로 첫 출근부터 스팩타클 허네 진짜…”
나 역시 마찬가지이고.
다만, 내 눈빛 속에서는 첫 출근의 긴장과 설렘이 뿜어져 나오는 것만이 달랐다.
“신분증 보여 주십시오, 검사님.”
“좋은 아침입니다! 특수 1부 한치우 검사입니다.”
또 목소리에 묻어 나오는 의지까지.
“네, 들어가십시오!”
암행어사가 마패를 보여주듯 신분증을 들이밀며 힘차게 말하자, 덩달아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는 청원경찰이었다.
“고생하십시오!”
로비를 지나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부장검사실이었다.
“소문으로만 듣던 한 검사를 직접 보네.”
새로운 특수 1부 부장.
검찰 시보 생활 때 본 민재홍과 이천웅은 더 이상 중앙 지검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소명 그룹의 스폰을 받은 사실이 나로 인하여 까발려진 탓이다.
스스로 옷을 벗으려 했지만 국민들은 용납하지 않았고, 법무부는 두 사람을 즉각 해임시켰다.
검찰청법 제37조.
검사는 탄핵이나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파면되지 않는다.
기소권을 가진 단독관청인 검사의 신분을 보장해 주는 법이다.
소명 그룹이라는 대기업의 스캔들인 만큼 재판은 길어지고 형이 확정되지 않아 민재홍, 이천웅을 파면시킬 수는 없었지만, 결국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참지 못한 법무부였다.
“안녕하십니까! 한치우라고 합니다.”
“허허, 씩씩하네.”
검찰의 핵심부서 중앙 지검 특수부.
그리고 특수부의 검사들을 이끌어 가는 부장검사.
내 앞에 있는 부장검사는 아마 비리와는 거리가 먼 사람일 것이다.
국민들과 국가기관 모두가 새로운 부장검사를 주시했을 테고 신중에 신중을 가해 발령을 했을 터였다.
“그래. 박현주 부장이야. 앞으로 잘 부탁해.”
박현주 부장의 첫 인상?
운동을 열심히 했는지 당장 헬스장을 차려도 될 만큼 우락부락했고, 키도 상당히 컸다.
얼굴 또한 남성미가 넘쳐흐르는데…….
“이름이 여자 같지? 웃어도 되네. 하하.”
외모에 비해 성격은 조금 가벼운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여자 이름 때문인지는 몰라도 조금 여성스러운 것 같기도 했다.
“아닙니다! 앞으로 특수 1부 검사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국민을 위해…….”
“워워∼ 재미없는 얘기는 그만하고 얼른 가서 방 식구들이랑 인사나 해. 특수부 식구들이랑은 이따 회식 때 정식으로 인사 나누고.”
“네, 알겠습니다.”
[특수 1부 검사 한치우]내 방.
작지만 선명하게 적혀 있는 내 이름.
입구에 도착했지만 10분 이상 멈추어 있던 것 같다.
‘멀리 돌아왔지만 그래도 무사히 도착했네.’
방문을 열기 전 왠지 모르게 손에 땀이 나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이 방이 만들어지기까지 그리고 이곳에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던가.
모든 걸 이겨 냈다.
그리고 나는 이 방의 주인이며 문을 열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바로 그때 문 너머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나저나, 수사관님.”
“응?”
“새로 오시는 우리 영감님 대단한 사람이라면서요?”
“그렇지. 사법고시, 연수원 전부 수석에 시보 때 소명 그룹을 기소했으니… 이미 언론에도 몇 번 나왔잖아.”
“휴… 피곤한 스타일은 아니겠죠?”
그 목소리에 문고리를 돌리려는 손을 잠시 멈추었다.
“아직 젊으니까 뭐… 꼰데 스타일은 아니겠지. 그리고 능력 있는 검사 모시면 우리도 좋잖아?”
“하긴… 영감님들 실적 잘 쌓아야지 우리도 승진하니까.”
“나는 FM만 아니면 좋을 것 같은데… 몸 피곤한 건 참아도 재미까지 없으면 지옥이야.”
“에이∼ 아직 젊은데.”
그래.
당신들한테 나의 유머러스함을 마음껏 보여 주지.
“생각해 봐, 한 실무관. 얼마나 FM이면 사법고시 수석도 모자라 연수원 수석까지 하겠냐고. 검사들이 기본적으로 공부 벌레에 유머라고는 일도 없는데. 우리 영감이 그런 사람들 다 재끼고 1등한 양반이라고…….”
“그래도 얼굴은 엄청 잘생기셨던데. 처음에 검사 나오는 영화 보는 줄 알았어요. 비주얼이 아주 그냥. 호호호.”
“하여튼 여자들이란… 그리고 한 실무관 다음 달에 결혼하는 거 아니었어?”
“네… 아쉽네요.”
“아쉽다니 뭐가? 이 여자가 큰일 날 소리하네.”
“하하! 농담이에요.”
빨리 얘기 좀 끝냈으면 좋겠는데.
이제 다리가 아프다고.
‘도저히 못 참겠다.’
스르륵.
“그건 그렇고 아무리 FM이여도 설마 첫날부터 법복 입고 출근…….”
조금만… 조금만 더 버틸 걸.
마지막 말을 들었다면 내가 지금 법복을 입고 있다는 걸 깨달았을 텐데…….
어라?
생각해 보니 박현주 부장도 봤을 텐데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까.
아… 어쩐지 키득키득 웃고 있더라…….
“거, 검사님?”
인사를 건네자 검사실을 정리하고 있던 두 사람의 입이 벌어진다.
자신들이 농담 삼아 얘기한 FM에 더럽게 재미없는 검사의 모습이 현실로 나타났으니까 말이다.
‘오해입니다…….’
그러나 두 사람의 표정을 보면 쉽게 풀리지 않을 것 같았다.
“안녕하세요, 한치우라고 합니다.”
뭐, 천천히 풀어나가 보자.
앞으로 시간은 많으니까 말이다.
“안녕하세요, 수사관 정대필입니다.”
“안녕하세요, 검사님! 실무관 한미래예요.”
“네. 모두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검사실은 보통 검사, 수사관, 실무관으로 이루어져 있다.
앞으로 2년간 지낼 한 가족.
검사와 수사관이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각종 보조 업무를 처리하는 엄마 같은 실무관.
또 범인을 조사하거나 현장으로 나가 체포하는 아빠 같은 수사관.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려 범법자들을 기소하고 재판장에서 싸우는 아들 같은 검사.
물론 경력이 쌓이면 아들보다는 가장이 될 수도 있지만, 초임 검사에게 있어 수사관과 실무관은 업무 보조뿐만 아니라 꽤 많은 배움을 주기도 한다.
직급을 떠나 경력이라는 것은 무시할 수 없으니까.
갓 임관한 소위가 행보관을 무시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었다.
“검사님 복장이…….”
“아… 이게 어떻게 된 거냐면요…….”
서둘러 법복을 벗어 옷걸이에 걸었다.
“총장님을 뵙고 오는 길이라…….”
“총장님을 뵙느라고 법복을 입으셨다고요? 굳이 그렇게까지… 그리고 총장님을 왜?”
“아닙니다…….”
변명을 해 봤자 더 나아질 게 없다는 생각에 머리를 긁적거리며 말끝을 흐렸다.
“자, 알아가는 것은 천천히 하고 정리부터 도와드리겠습니다.”
이사 온 지 얼마 안 된 새집을 보듯 어지럽혀져 있는 검사실 안.
두 사람이 낑낑거리며 무거운 서류들을 책상에 꽂아 넣고 있지만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닙니다. 저희가 하겠습니다. 검사님은 응접실부터 가시죠.”
“아니요! 저도 같은 식구인데 도와야죠.”
“그게 아니라… 응접실 안에 서 검사님이…….”
검사실 안에 마련되어 있는 응접실.
피고인이나 참고인과 대화를 위해 마련된 공간이지만, 검사가 머리가 복잡할 때 휴식을 취하는 공간이기도 했다.
“서 검사요?”
“네 서윤호 검사님이요.”
고개를 돌려 응접실 안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보다 더 낑낑거리며 응접실을 정리하고 있는 서윤호.
“그게… 저희가 한다고 해도 굳이 직접하신다고 해서요.”
“저 양반 저기서 뭐하는 거야.”
혼잣말을 하며 응접실 문 앞으로 향했다.
“천천히 하고 계세요.”
“네∼”
“아! 그리고…….”
“하실 말씀 있으세요, 검사님?”
응접실 문을 반쯤 열고 뒤돌아 두 사람을 응시했다.
이 말을 꼭 해 주고 싶어서 말이다.
“오해가 있으신 것 같은데 저 되게 재미있는 사람입니다.”
“아… 네…….”
말을 한 걸 금세 후회했지만…….
“형, 여기서 뭐 해?”
“어∼ 왔어? 몸은 괜찮아?”
“내 몸은 괜찮은데 형은 여기서 뭐 하냐니까.”
“뭘 뭐 해. 네 방 치우고 있지.”
나보다 빠른 서윤호의 시간.
5개월가량 앞서 간 그의 검사 생활은 꽤 많은 것을 변화시켰다.
“그러니까 형이 왜 내 방을 치우고 계시냐고요.”
얼굴이 많이 수척해졌고 눈 밑에 다크서클은 얼굴을 어둡게 가렸다.
거기에 턱선이 예리해질 만큼 빠진 살과 듬성듬성 보이는 흰머리.
검사의 살인적인 업무량에 대해 알고 있는가?
드라마와 현실은 조금 다르다.
대다수의 검사들은 순환 근무로 가족들과 떨어져 있어야 하며, 한 달에 약 300건 가량의 사건을 처리한다.
그것뿐인가?
정시 퇴근을 한 횟수가 열손가락도 채워지지 않으며, 주말에 출근해 사건 기록을 봐야 하는 일도 태반이다.
한 사건의 피고인과 참고인 조사만 해도 하루가 훌쩍 가 버리는 판이었다.
그런 모든 것들이 서윤호를 변화시킨 것이다.
“이렇게라도 해야 내 마음이 편하니까.”
또… 가장 친하던 동기에 대한 죄책감까지.
“형이 그러면 내 마음이 불편해져. 봐봐, 나 이렇게 멀쩡히 살아서 돌아왔잖아.”
몸을 돌려가며 장난을 쳐 보지만 아직 서윤호의 마음을 풀기에는 모자를 것이다.
누워 있는 5개월 동안 나는 편했을지 몰라도 서윤호는 지옥 속에서 살아야 했으니까 말이다.
“하하. 그나저나 내가 한 5년을 누워 있었나? 형 얼굴이 왜 그래?”
“까불지 마라. 너도 앞으로 이렇게 될 걸?”
웃자.
서윤호 앞에서 만큼은 말이다.
그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니까.
한편으로는 서윤호가 내 방에 있어 다행이라 생각했다.
검사실 정리가 끝나고 서윤호를 가장 먼저 찾으려고 한 수고를 덜어 주었으니까.
“그거 그만 치우고 형한테 할 얘기 있어.”
이미 자신의 방을 치운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서윤호는 꽤 빠른 손놀림으로 응접실을 정리해 갔고, 내 물음에도 그의 행동은 멈추지 않았다.
“알아. 네가 무슨 얘기할지. 그 얘기에 대한 결과물도 많이 모아 놨고.”
이미 머릿속에서 내 질문을 알고 있었기에 그런 것이다.
“내가 무슨 얘기를 할지 알고?”
서윤호는 죄책감만 가진 채 5개월을 보낸 것이 아니었다.
나보다 더 녀석을 잡고 싶었을 테니까.
“총장님한테 들었어. 대포차 딜러들 모아 놨다면서.”
“맞아.”
“잘됐네. 그렇지 않아도 일일이 만나보러 가려 했는데.”
바쁜 일상 속에서도 한시도 녀석을 머릿속에서 떠나보낸 적이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매일 내 병실을 찾아 누워 있는 나를 보며 다짐도 했을 것이다.
녀석을 반드시 자신의 손으로 잡을 거라고.
‘그래서… 강철호 총장이 서윤호에게 맡기라 한 거구나.’
그런 생각을 하며 돌아본 서윤호는 눈빛이 변해 있었다.
“안내해. 그놈들 있는 곳으로.”
* * *
“나는 첫날이라 괜찮지만 형은?”
“나? 포상 휴가 받았지”
“무슨 포상 휴가. 형이 군인이야?”
“금영호 의원이 엘시티 차명 주식 받은 걸 누가 알아냈더라. 흠······.”
SY 숙소로 향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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