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107)
107화
-천마다! 확실해! 전 재산 걸 자신 있다.
-뭐? 진짜로? 걔 아직 2차 전직도 못 했잖아? 그런 놈이 여기에 왜 있어?
-그건 모르겠고…… 아무튼 확실하다니까. 내가 천마 영입하려고 동영상을 수천 번 돌려봤다고!
로브를 뒤집어쓰고 있어서 정확하지는 않았지만, 전체적인 체형이나 전투 스타일이 몹시 흡사했다.
-봐! 쟤도 건틀릿 꼈잖아. 마권사가 어디 흔한 직업이냐고.
-어…… 진짠가?
-듣고 보니 비슷한 거 같기도 하고…… 아니, 근데 진짜라고 치면 무슨 깡이지?
천마가 아무리 역대급 신인이라고 하더라도 아직은 저레벨의 유저일 뿐.
사람들이 천마를 대단하다고 평가하는 건 끝을 짐작하기 힘든 포테셜 때문이었지, 현재의 천마가 넘사벽으로 강하기 때문이 아니었다.
-와, 진짜 간도 크네. 10대 길드 행사에 대놓고 깽판을 쳐?
-역시 천마다. 그는 전설이다. 가슴이 웅장해진다.
-아니 지가 좀 잘났다고 이렇게 막 행동해도 되는 거야? 라세 최초의 국가급 퀘스트인데 훼방질이라니. 낄끼빠빠해야지.
-천마 실망이다. 그냥 어그로에 미친 종자였구나.
-뭔 상관임? 은사자가 라세 전세 냈냐? 자기 발로 자기가 가겠다는데. 쟤도 퀘스트 수행 중일 수도 있잖아?
-응. 재미만 있으면 돼~ 천마 응원한다! 불편충 컷!
-천마 펀치! 천마 펀치!
천마를 응원하는 자, 시기하는 자, 그리고 아무렴 재미만 있으면 되는 자들이 한데 섞여 채팅창이 터져 가고 있었다.
각기 하는 말은 달랐으나, 그래도 한 가지 사실에는 모두가 동의했다.
-뭐가 됐든 간에 오늘 레전드 영상 하나 나오겠네.
-방금 치킨 시킴. 본인 치킨 올 때까지 숨 참음.
-와, 이걸 실시간으로 보는구나. 오늘 이거 보려고 연차 낸 내가 레전드다.
천마가 개입한 이상 단순한 흐름이 되지는 않을 거라는 것!
오늘의 주인공이 되어야 할 은사자로서는 거품을 물 만한 일이었다.
“갑자기 어디서 이런 놈이 튀어나온 거야?!”
“라마르크 쪽 NPC인가?”
그리고 아직 카르페의 정체를 짐작하지 못한 은사자의 길드원들만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그들과 대치하고 있던 카르페의 눈앞으로 알림창이 떠올랐다.
[라마르크 왕국과 길리안트 제국 사이에 국지전이 발생했습니다!] [플레이어의 임시 소속(라마르크)과 대상의 소속(길리안트)이 현재 전쟁 중입니다.] [전쟁 중에는 지역 페널티와 PK 페널티가 발생하지 않습니다.]콰앙-!
“크억?!”
카르페가 쏘아낸 파이어 볼이 다시 한번 은사자 길드원에게 적중했다.
적중당한 유저는 짧은 외마디 비명과 함께 그대로 회색빛으로 물들어 사라지고 말았다.
“후우. 또 한 놈.”
-어떠냐? 내 말이 맞지?
“그러게요. 설마 설마 했는데 진짜로 나타났네. 이놈들.”
진영의 제일 후미에서 일어난 갑작스러운 습격.
은사자의 계획에는 전혀 없던 일이었다.
“뭐야, 플레이어?!”
“PK 패널티 미적용 알림 떴어! 젠장, 이 자식 라마르크 소속이다!”
“미친, 도대체 어떻게 알고 숨어 있었던 거지? 정보가 샜나?”
“말도 안 돼! 우리도 직접 도착하기 전까지는 목적지를 몰랐잖아!”
은사자의 보안은 아주 철저했다.
같은 길드원조차 제대로 된 목적을 알게 된 건 불과 30분 전이었으니까.
카르페 역시 은사자 길드가 요새를 습격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제 커뮤니티에 올라온 그 글이 없었다면 말이다.
[서버 최초 국가급 퀘스트 수행!]은사자 길드가 라세 커뮤니티 곳곳에 홍보한 그 문구 때문에 눈치챌 수 있었다.
물론, 그 홍보 글은 UTC(협정세계시) 11:00~16:00 사이에 퀘스트가 진행될 것이라는 대략적인 시간 정보 외에는 아무런 정보도 없는 글이라서 카르페 역시 ‘아, 그런가 보다’ 하고 그냥 넘겼었지만.
-국가급 퀘스트라고? 내가 아는 한 이 시기에 그런 걸 수행하는 길드는 없는데?
천마는 달랐다.
라세에서 일어나는 굵직한 사건들을 전부 꿰고 있는 그가 이번 사건에 의문을 표시한 것이다.
“엥? 뭐예요? 그럼 은사자가 그냥 거짓말로 어그로 끈 거예요?”
-아니. 그런 뻔히 들킬 거짓말을 왜 하겠냐? 걔들이 미치지 않고서야 그런 자충수를 둘 리 없지. 이건 정말로 퀘스트를 수행하고 있는 거야.
하지만 천마가 아는 한 이 시기에 국가급 퀘스트는 없었다.
즉, 미래가 변했다는 뜻이 된다.
-그렇다면 가능성은 하나뿐이군.
천마가 카르페와 함께하며 지금까지 겪어 본바, 자신이 아는 미래와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경우는 오직 하나뿐이었다.
-마도왕과 관련된 무언가 때문에 국가급 퀘스트가 발동했다고 봐야지. 너도 참 대단하다. 어째 가는 곳마다 대규모 사건을 만드냐?
“……아니, 억울하네. 그냥 퀘스트만 따라갔을 뿐인데요.”
-원래 그런 거야. 처음 만났을 때도 말했었지? 에픽이나 신화급과 관련된 퀘스트나 물건은 가끔 세계관 시나리오를 바꾸기도 한다고 말이야.
신화 클래스의 직업 퀘스트를 수행하다 보니 이곳저곳에 여파가 미치고 있었던 것이다.
-생각해 볼 만한 가능성은 두 가지겠군.
카르페로 인해 발생한 대규모 사건은 크게 두 개다.
일단 첫 번째로 ‘엘프 숲.’
카르페가 두 번째 유물을 얻기 위해 퀘스트를 수행한 여파로 라세의 세계관에 ‘엘프’가 조기등장하게 된 사건이었다.
카르페는 알테어가 건네준 엘프의 숲 귀환 스크롤을 사용해서 즉시 엘프의 마을로 이동했다.
“네? 아뇨. 인간들과 조금 교류를 시작하고 있긴 하지만 그뿐이랍니다.”
“그런가요? 혹시 인간 쪽과의 분쟁에 휘말리는 일 같은 것도 전혀 없나요?”
“네? 전혀요. 카르페 님 덕분에 평화로운 나날만 계속되고 있습니다.”
엘프의 여왕 알테어는 카르페를 제외한 인간과는 깊게 엮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엘프 쪽이 아니라면 가능성은 하나뿐이지. 라마르크다.
카르페로 인해 발생한 ‘혁명’ 이벤트.
은사자는 그것에 엮이게 된 것이 틀림없었다.
-마침 은사자 놈들 거점이 길리안트 제국 내부에 있으니까, 거의 확실하겠군. 흠. 시간으로 보면 대충 혁명군 진격 시간과 비슷하겠네. 맞춰서 계획을 짜야겠어.
여기까지가 어제 있었던 일.
천마는 ‘서버 최초 국가급 퀘스트 수행’이라는 단 한 줄의 글귀만으로 은사자의 동선을 정확하게 예측했던 것이다!
천마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은사자의 진격 루트까지 예상해서 카르페에게 매복할 만한 포인트를 짚어 줬다.
그 결과, 카르페는 정확하게 은사자 길드의 배후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미래 정보라도 읽는 거야?! 어떻게 알고 매복해 있었지?”
“젠장, 무슨 귀신이라도 들렸나?”
은사자 길드원들은 아주 정확하게 정답을 맞혔다.
물론, 그들은 자신들이 한 말이 정답인지 꿈에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저놈부터 죽이자. 감히 누구더러 귀신이래!
“알겠으니까 좀 조용히…… 엇차.”
“죽어라!”
카르페는 자신의 머리를 노리고 날아드는 칼을 보고 고개를 가볍게 숙이며 피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마법.
“윈드 커터!”
윈드 커터는 천마가 가리킨 유저를 그대로 관통했고, 상대는 제대로 된 반항조차 하지 못한 채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또, 또 원킬? 우연이 아니었어?”
“방금 죽은 놈 2차 전직 마치지 않았어? 미친, 무슨 그런데 윈드 커터 한 방에 원킬이 나!”
“랭커다! 랭커가 틀림없어!”
그것도 레벨 120이 넘는 하이 랭커가 아니면 쉬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습격자의 정체가 랭커임이 드러나자 채팅창은 다시 난리가 났다.
-야, 이 미친 새끼야! 천마 아니잖아! 레벨 50도 안 된 놈이 2차 전직을 어떻게 원킬을 내! 라세가 버그 겜이냐?
-어쩐지 이상하더라니. 갑자기 천마라길래 좀 뜬금없다고 생각했거든요. 저도 천마 영상 연구 좀 했는데 무빙이 다릅니다. 방금 더킹(Ducking) 동작 보셨죠? 천마는 조금 더 섬세…….
-야, 아까 전 재산 걸었던 놈 어디 갔냐? 빨리 돈 내놔!
-걔 아까 원킬 나는 순간 빤스런하고 없더라. 하여간 관종들이 늘 문제라니까.
-그런데 랭커 중에 저런 유저가 있었나?
카르페의 레벨을 초월하는 데미지가 선량한(?) 피해자를 낳는 순간이었다.
‘확실히 형 말대로 배후 쪽이 약하네요.’
-당연하지. 은사자가 아무리 10대 길드라고 해도 길드원 전원이 랭커일 리는 없잖아?
고작해야 루아나에서 여포짓을 하고 있던 KD 길드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거대 길드였지만, 그렇다고 길드원 전원이 강력한 건 아니었다.
덩치가 큰 만큼 길드원 간의 전력 차이도 컸고, 전방에는 고레벨의 유저가 후방에는 저레벨 유저나 서포터 계열의 유저가 배치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 역시 모두 천마의 예상대로였다.
-흐흐. 늘 말하던 몰살 신 찍을 기회가 왔구만. 그래도 조심해라. 네가 좀 많이 세긴 해도 100레벨 넘어가는 랭커 놈들이 여럿 달려들면 죽을 수도 있으니까.
‘음. 확실히 다구리에는 장사 없는 법이죠. 주의하겠습니다.’
히트 앤 런.
소수가 다수를 상대할 때는 언제나 치고 빠지는 게릴라 전법을 사용해야 하는 법이다.
카르페가 후방을 한 차례 습격하고 잠시 빠지려는 그 순간이었다.
스윽.
카르페의 뒤쪽으로 어쎄신 복장의 유저가 소리 없이 접근했다.
유저의 닉네임은 ‘핫산 에 사바흐’
레벨 104. 랭킹 971위에 해당하는 은사자의 주요 전력 중 한 명이었다.
은사자도 바보가 아니었기에 후방을 저레벨 유저로만 배치한 건 아니었다.
혹시라도 기습당할 것을 대비하여 띄엄띄엄 강력한 전력을 배치해 놓았다.
핫산도 그런 전력 중 한 명이었고, 인근에서 소란이 일어나자 곧바로 달려왔던 것이다.
‘완벽하게 뒤를 잡았다.’
핫산은 온갖 재능러들이 모인 은사자 내부에서도 아주 특수한 직업이었다.
쉐도우 마스터.
유니크 등급의 히든 클래스로 단 일격에 모든 힘을 실어 적을 일격사 시키는 ‘폭딜 어쎄신.’
직업 컨셉이 오로지 딜에만 집중되어 있기에 레벨 업하면서 얻은 스텟은 체력과 마력에 투자할 수 없도록 설정된 물리 공격 계열의 직업이었다.
또한 방어력이 증가하는 방어구 역시 장착할 수 없었다.
말도 안 되는 페널티였지만 반대로 그 데미지는 사기적이었다.
핫산은 제대로 맞추기만 한다면 랭킹 1위인 군터조차 한 방에 죽일 수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후후.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운이 없었군. 하필 상대가 나여서야.’
8성 스킬 – ‘쉐도우 워커’를 사용해서 기척을 완벽하게 숨겼다.
뒤통수에 눈이라도 달리지 않았다면 절대로 피할 수 없는 사각지대!
‘죽어라!’
핫산의 단검이 빠른 속도로 카르페의 뒤통수를 향해 쏘아졌다.
200에 가까운 민첩으로 쏘아내는 손짓은 그야말로 빛살과도 같았다.
허나.
핫산은 한 가지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슥.
“아니?!”
카르페는 고개를 슬쩍 꺾는 것만으로 단검을 피해냈다. 핫산의 공격은 너무나도 허무하게 허공을 가르고 말았다.
“말도 안 돼!”
쉐도우 워커는 그야말로 ‘완벽’하게 기척을 지워 준다.
뒤에서 습격하는 자신을 알아내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
‘직감으로 피해냈다고?’
그건 인간의 영역이 아니었다.
현실에서도 권투 코치로 종사하고 있는 핫산으로서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그야말로 이제껏 만나 본 적 없는 압도적인 재능!
핫산의 머릿속에서 과거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난 꼭 세계 챔피언이 될 거야!’
어려서부터 남달랐던 재능은 그를 복싱의 길로 이끌었다.
그러나 세계는 넓었다.
챔피언에 닿기에는 자신의 재능이 부족했고, 결국 웰터급 랭킹 3위로 선수 생활을 끝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복싱을 향한 미련을 완전히 버리지 못하고 코치를 하며 인생을 보내고 있었는데…….
설마하니 게임에서 이런 재목을 만날 줄이야!
이건 확실하다.
세계를 쥘 수 있는 재능이다!
“자, 자네. 나와 함께 세계를 제패…… 컥”
퍼억!
카르페의 공격을 허용한 핫산은 그대로 절명하고 말았다.
방어력이 없는 그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아, 깜짝 놀랐네. 형이 말 안 해 줬으면 당했겠네요.’
-그치? 아, 저기 또 온다.
핫산으로서는 조금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카르페가 공격을 피해낸 것은 직감 같은 게 아니었다.
그저 뒤통수에도 ‘천마’라는 눈이 달려 있었을 뿐.
그저 그뿐인 이야기였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