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371)
371화
“자, 잠깐만! 내 말 좀 들어줘! 인간! 대화하고 싶다면서!”
“할 만큼 했거든?”
“으힝…… 미안해! 지난번에 장난친 것도 사과할게!”
“그건 뭐…….”
사실 거기에 대해선 별로 악감정이 없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그 덕분에 40층을 빠르게 클리어할 수 있었으니까.
게다가 드렛슈가 강제로 픽시들을 납치하고 감금한 상황인데 겨우 그 정도 장난도 못 받아 줄까.
어쩌겠나. 마도왕의 후예란 직업이 드렛슈가 싸질러 놓은 똥을 치우는 직업인 것을.
그렇게 생각하면 강제 워프 따위는 애교 수준도 못 됐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였다.
“장난질하다가 걸리면 손모가지 날아간다는 것도 모르나 보지?”
“히익?!”
픽시 퀸은 깜짝 놀라며 자신의 손을 등 뒤로 감췄다.
“지, 진짜?”
“……그렇게까지 하진 않겠지만, 반성의 의미로 45층까지는 참아 봐. 그럼 간다. 쫓아오면 진짜로 안 줄 거야.”
“너무해!”
픽시 퀸이 뭐라 뭐라 쫑알거렸지만, 카르페는 무시한 채 등을 돌렸다.
퀘스트 창에 45층이라고 확실히 표시된 이상, 더는 상대할 필요가 없었다.
“그럼 지금부터가 문제인데 흐음.”
현재 층수는 25층. 그리고 1차적인 목적지는 방금 막 45층으로 변했다.
“이대로 30층까지 한번 쭉 깨 볼까, 아니면 나갔다가 바로 41층으로 갈까.”
마도탑은 특수한 던전이라, 해당 층의 몬스터를 처음 쓰러뜨렸을 때만 경험치와 아이템을 드랍한다.
카르페는 아직 26층을 방문한 적이 없었으니 26층부터는 계속 경험치와 아이템을 얻을 수 있었다.
-굳이 그럴 이유가 있냐? 어차피 네 레벨에서 20층대는 경험치가 거의 들어오지도 않을 텐데.
“경험치로만 보면 그렇긴 하죠. 그래도 20층대에만 존재하는 히든 피스 같은 게 있을 거 아니에요.”
-있기야 하다만…… 지금 너한테 크게 매력적인 건 없는데? 템을 좀 좋게 둘렀어야지. 이 템빨러놈아.
“흐음. 그럼 장비류는 패스하고. 엘릭서 같은 영약이나 스킬팩 같은 건?”
-20층대엔 없다. 적어도 내가 알기론 그래. 건너뛰고 바로 40층대로 가면 된다니까?
“그렇군요.”
확실히 천마의 말한 바와 같이 굳이 수고를 들여 20층대를 클리어할 이유는 없어 보였다. 득템도 경험치도 그저 그랬으니까.
하지만.
“쓰읍. 그런데 찜찜하단 말이지.”
-아니, 도대체 뭐가?
“100% 채워야 하는 걸 채우지 못하고 넘어가는 느낌이잖아요.”
이른바 100% 증후군.
게이머에게서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는 질병(?)으로 그 분야도 아주 넓었다.
이번 맵에서 등장하는 몬스터들 도감 100% 채우기.
이번 맵에서 수집할 수 있는 광물들 100% 수집하기 등등!
“마치, 이번 맵을 78% 정도만 밝혔는데 다음 맵으로 넘어가는 그 기분! 지금 제 기분이 바로 그 찜찜한 기분이에요.”
남은 22%의 맵을 전부 돌아 봤자 쓸모 있는 무언가가 등장하지 않을 거란 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허나, 100%를 채우고 싶다!
20층대를 다 돌고 39층까지 올라서 모든 층을 깨고 싶다!
-아하. 맞는 말이네.
“그죠? 형도 제 기분 이해하죠?”
-처맞는 말이라고. 그걸 도대체 왜 다 채워야 하는데? 그냥 목적만 달성하면 되지.
“낭만이라곤 쥐뿔도 없는 인간 같으니라구. 후우.”
카르페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이게 비효율적인 짓이란 건 카르페 역시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고민을 하는 것이고.
“……끄응. 어쩔 수 없죠. 일단 급한 것부터 처리하는 게 맞겠지.”
-그래. 잘 생각했다.
카르페는 찜찜함을 뒤로하고 41층으로 향하기로 마음먹었다.
100%작은 나중에 여유가 더 많을 때 하는 거로!
카르페는 일단 인형들을 전부 미니 사이즈로 변신시켜서 로브 주머니에 숨겼다.
“……으엑 너무 많아! 좁잖아!”
“티나 님! 아아! 티나 님과 이렇게 가까이 밀착하게 되다니! 분에 넘치는 영광이에요.”
“주군. 로브에 주머니를 조금 더 달 것을 건의드립니다.”
“그래. 그게 낫겠다. 자, 그럼 여기서 나가려면…….”
그 순간 카르페의 눈앞에 알림창이 등장했다.
[해당 층의 진행을 포기하시겠습니까? 진행을 포기할 경우 다시 21층부터 시작하게 됩니다.]“포기한다.”
파앗!
카르페가 공략을 포기한다고 선언하자, 순식간에 마도탑의 입구로 추방당했다.
“아오, 아깝다! 이번에는 깰 수 있었는데!”
“왜 공략을 보고 해도 못 깨는 거지? 난 안 되는 놈인가?”
“자자! 각종 소모템 팝니다! 괜히 안쪽에서 포터에게 바가지 쓰지 마시고 미리 미리 사 가세요. 쌉니다!”
마도탑 입구 근처는 여전히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오늘도 마도탑을 오르기 위해 필사적으로 달려드는 플레이어들.
그 광경을 본 카르페의 입가에 자동으로 미소가 걸렸다.
“그래. 게이머라면 응당 저런 도전 정신이 있어야지!”
-그냥 쟤들이 다 네 돈줄이라서 좋아하는 거잖아.
“크흠.”
잠시 마도탑 밖의 광경을 살피는데 카르페의 귓가에 플레이어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그거 들었냐? 어제 에덴 길드에서 50층 클리어했대!”
“진짜? 아니, 40층 깬 지 얼마 안 되지 않았나? 그런데 벌써 50층을 클리어했다고?”
“그러게. 30층대 깰 때보다 훨씬 짧게 걸렸네. 무슨 기연이라도 얻었나?”
“시렌이 조만간 공략 영상 올릴 거래. 기대된다.”
“에덴 길드 요즘 진짜 잘 나가네. 인원만 좀 많았어도 10대 길드는 당연한 건데…….”
바로 에덴 길드가 마도탑 50층을 클리어했다는 소식이었다.
카르페로서도 조금 의외인 소식이었다.
“허. 같이 악마들 잡을 때만 해도 못 깨고 있었는데. 결국 깼나 보네요. 아직 3차 전직도 안 했을 텐데 50층이 그렇게 쉽게 깨지나?”
-어렵다면 어렵고 쉽다면 쉽지. 에덴 길드가 운이 좋았나 보군.
“응? 무슨 뜻이에요?”
-말 그대로야. 40층대는 마도탑 내부에서도 좀 특수해서, 공략자의 운과 판단에 따라서 난이도가 천차만별로 바뀐다. 흠. 그러고 보니 네가 좋아할 만한 요소가 많은 층이네.
“제가 좋아하는 요소가 뭔데요?”
-너 뽑기 좋아하잖아.
“……어?”
천마는 그렇게 말하며 씨익 웃었다.
-로그라이크 게임 좋아하지?
* * *
카르페는 마도탑 재입장 대기 시간 20분이 지난 다음에야 다시 마도탑에 입장할 수 있었다.
이번에도 21층과 41층 두 층 중에 어느 곳으로 입장하겠냐는 알림이 떴었고, 카르페는 이번에야말로 41층을 선택했다.
[41층에 진입하셨습니다.]그리고 41층으로 진입하는 그 순간, 카르페는 천마가 어떤 의미로 그런 말을 했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해당 탑의 40층은 ‘선택의 시련’이 부여되어 있습니다.] [공략자는 매 층마다 ‘선택’을 해야 합니다. 그 선택은 행운이 될 수도 있고 불행이 될 수도 있습니다.]카르페의 눈앞으로 그런 알림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리 멀지 않은 허공에 세 권의 마법서가 둥둥 떠 있었다.
띠링.
[강제 이벤트가 발동합니다.] [마법서를 선택해 주십시오. 마법서를 선택하지 않을 시 진행이 불가능합니다.]“어, 이거…….”
-딱 보니까 감이 오지? 일단 선택은 보류하고 터치만 해 봐.
“알겠습니다.”
카르페는 마법서 앞까지 걸어간 다음 제일 왼쪽에 떠 있는 마법서를 건드렸다. 피처럼 붉은 기운이 넘실거리는 마법서였다.
띠링.
아이템 드랍률과 경험치가 50% 증가합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가운데 쪽에 있는 마법서를 터치했다. 어김없이 정보가 떠올랐다.
[고독의 시련] [고독의 시련을 선택할 시, 해당 층에서 ‘권속’의 소환이 불가능해집니다.공략자의 최대 HP가 15% 증가합니다.]
이번에는 오른쪽의 마법서.
띠링.
[축복의 시련] [축복의 시련을 선택할 시, 암흑 계열 내성이 20% 증가합니다.]-흠. 디메리트가 없는 선택지도 나왔군. 이 정도면 괜찮게 떴어.
“와, 이거. 진짜 로그라이크류네.”
카르페가 저도 모르게 감탄을 터뜨렸다.
로그라이크 게임.
게임을 진행하는 동안 세이브와 로드가 먹히지 않으며 극한의 랜덤성에 기대서 시나리오를 진행하는 게임류다. 대부분 한 번 죽으면 모든 게 다 날아가 버리는 경우가 많아서 게이머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아주 많이 갈리는 장르였다.
-뭐, 정확한 정의는 그런 게 아니지만 대충 비슷한 의미이긴 하지.
마도탑의 41~50층 구간은 층마다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41층에 선택한 시련이 50층까지 중첩으로 유지된다.
때문에 각 층마다 어떤 선택을 골라야 할지 아주 신중해야 했다.
-선택 종류는 진짜 많아. 좋은 것도 있고 나쁜 것도 있고. 하지만 대부분은 지금 눈앞에 있는 것처럼 메리트와 디메리트가 함께 있는 식이지.
“이제 알겠네요. 이래서 에덴 길드가 쉽게 깰 수 있었던 거구나.”
-그래. 이번 에어리어는 운만 좋다면 낮은 레벨에도 쉽게 층을 돌파하는 게 가능해.
선택 중에는 당연히 몬스터를 약화시키는 선택지도 존재했고 플레이어를 강화시키는 선택지도 존재했다.
그런 게 몇 번씩 중첩으로 쌓이다 보면 클리어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뭐, 보통 그런 선택을 할 경우 드랍률이 0이 된다거나 하는 디메리트가 따라오지만 말이지.
“오, 그럼 다시 나갔다 올까요? 좋은 선택지 뜰 때까지 무한 반복 노가다하면 적어도 첫 층은 날먹…….”
띠링.
[41층 에어리어는 한 번 퇴장 시, 재입장 대기 시간이 3시간으로 증가합니다.]“……쓰읍.”
-하여간 잔머리는. 마! 여기 너처럼 생각한 놈이 한둘인 줄 알아!
“뭐, 그럴 것 같긴 했지.”
카르페는 잠시 고민한 후, 붉은색 마법서를 집었다.
[‘피의 시련’을 선택하셨습니다.] [해당 층의 몬스터가 강화되며, 플레이어에게 이로운 효과가 적용됩니다.]“경험치, 드랍 버프. 이건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그거 고를 줄 알았다.
“근데 이거 잘 걸리면 경험치 버프로만 둘둘하고 폭렙 하는 것도 가능하겠네요?”
-그야 가능하지. 그만큼의 디메리트를 떠안겠지만.
“그렇단 말이지…….”
카르페가 만족스럽다는 듯 웃었다.
천마가 말했던 것처럼 아주 재밌는 시스템이었으니까.
“이왕 온 김에 폭렙 루트로 간다!”
물론, 경험치 증가 선택만 족족 골라서 진행할 경우 어마어마한 디버프가 쌓여 가겠지만, 카르페에게는 해금이 있었다.
어지간한 것들은 죄다 무효화될 게 뻔했으니 거리낄 것이 없었다.
목표 레벨 150. 어쩌면 카르페의 예상보다도 훨씬 더 빨리 도달하게 될지도 몰랐다.
덜그럭. 덜그럭.
그리고 선택이 완료되자, 어디선가 덜그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몬스터들이 눈앞에 등장했다.
“스켈레톤들이네.”
각종 무기를 들고 나타난 스켈레톤 무리.
녀석들은 산 자에 대한 증오에 사로잡혀 카르페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