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0th Regression of the Max-Level Player RAW novel - Chapter 18
만렙 플레이어의 100번째 회귀 18화
18. 전직
미행자를 본 류민의 눈에 이채가 스쳐 갔다.
아는 얼굴이었던 탓이다.
‘저 사람은…… 서아린?’
서아린은 젊은 층 사이에서 한창 인기 있는 신인 여배우다.
동생인 류원이 흥분하면서 얘기할 만큼 미모도 뛰어나다.
청순한 외모만큼이나 성격도 좋고 성실한 이미지라고 동생에게 들었다.
‘그런 여자가 날 미행했다?’
다른 사람으로 착각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
‘틀림없이 위층 펜트하우스에 사는 그 여자다.’
외모는 물론이거니와 닉네임마저 [서아린]이었으니까.
“따, 따라와서 죄송해요.”
서아린이 고개를 숙이자 류민이 싸늘한 시선으로 쳐다봤다.
이유를 물으려는 그때, 나무 뒤에서 남자 한 명이 추가로 나왔다.
미행자는 서아린만이 아니었던 모양.
“이거 죄송하게 됐습니다. 저희가 나쁜 의도로 미행한 건 아니니 부디 화를 가라앉히시길.”
[안상철]이라는 닉네임의 남자가 화해하고 싶은지 웃으며 말했다.하지만 류민의 입꼬리는 움직일 생각을 안 했다.
다름 아니라 눈에 익은 닉네임과 얼굴이었으니까.
‘안상철? 마경록의 오른팔이잖아?’
마경록.
국내 원탑에 드는 대기업의 장남.
[천마]라는 닉네임으로 류민이 노리고 있는 인물 중 하나였다.‘마경록을 내 편으로 만들어야 여러모로 성장하기 수월해.’
특히 마경록과 연줄이 있는 인물 중 탑 클래스의 프리스트가 있다.
그녀를 20라운드에 데리고 가려면 마경록의 눈에 띌 필요가 있었다.
‘그런 마경록의 오른팔을 벌써 만나게 될 줄이야.’
류민은 내심 놀라면서도 차가운 시선을 유지했다.
마경록은 가까이해야 할 인물이지만 그렇다고 선역은 아니었다.
‘따지고 보면 악역이라고 볼 수 있지.’
겉으로는 젠틀한 모습을 연기하지만, 뒤에선 사이코패스적인 취미가 있다.
그런 마경록의 오른팔이라면 좋게 볼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안상철 저 녀석이 왜 서아린과 함께 있는 거지?’
류민은 순간 위층에 찾아갔을 때 봤던 남자를 떠올렸다.
서아린의 옆에서 떡 같은 건 필요 없다며 동생을 무안하게 만들던 남자였다.
‘설마 서아린과 같이 있던 남자가 안상철이라고?’
커스터마이징으로 바꿨는지 현실의 얼굴과 달랐다.
그렇기에 동일 인물이라고 확신할 순 없었지만…….
‘마경록이 사업의 일환으로 연예인을 스폰해 준다는 소리가 있었지.’
심증으로는 어제 본 남자가 안상철이 맞는 것 같았다.
“너희들. 어디서부터 따라온 거지?”
“처음 시작 지점에서부터요. 숲에 들어가시는 걸 보고 따라왔는데……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해요.”
재차 사과했지만 류민의 표정은 풀릴 줄을 몰랐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지난 회차에서는 미행이 붙은 적이 없었다.
당연히 서아린이 달가울 리 없다.
‘미래가 달라졌어. 그렇다는 건 이전과 다른 행동을 했기 때문인데…… 설마?’
안 그래도 지난 회차와 다른 행동을 하긴 했다.
‘동생과 이웃집에 떡을 돌렸기 때문인가?’
고작 떡을 돌리다 서아린과 마주쳤을 뿐이지만 그것이 심정에 변화를 일으켰고 미행으로 이어진 모양이다.
“무슨 일로 날 미행한 거냐?”
류민의 서릿발 같은 물음에 서아린이 긴장하며 대답했다.
“나쁜 의도로 따라다닌 건 아니고요…… 제안하고 싶은 게 있어서요.”
“제안?”
“1라운드에서 1위 하셨잖아요? 그래서 같이 협력하면 어떨까 싶어서…….”
“협력?”
류민의 입꼬리가 비웃듯 한쪽으로 올라갔다.
“협력이란 말은 서로의 도움이 필요할 때 쓰는 말이 아닌가?”
“그, 그렇죠.”
“난 너희가 필요 없는데? 혼자서도 잘 싸우고 있거든. 너희도 미행하면서 다 보지 않았나?”
서아린은 끄덕이며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30분 동안 미행하면서 류민이 만들어 놓은 몬스터의 시체를 봤다.
동맹이 필요 없을 만큼 압도적인 광경이었다.
“쓸데없는 일로 시간 뺏지 말고 그만 돌아가라. 팀을 맺고 싶은 생각은 조금도 없으니까.”
더는 볼일 없다는 듯 류민이 등을 돌렸다.
그대로 숲으로 들어가 사라지자 안상철이 불만을 토했다.
“저 새끼 뭐야? 아주 기고만장이 하늘을 찌르는구만?”
반면 서아린은 긴장이 풀렸는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하아…… 괜히 1라운드 1위가 아닌가 봐요. 위압감이 장난 아니네요.”
“위압감은요, 무슨. 칼 들고 노려보면 누구나 긴장할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그래도 1위라 그런지 뭔가 범접하기 힘든 분위기였어요. 눈빛도 무섭고…….”
“커스터마이징을 잘해서 그런 거겠죠. 저게 현실의 얼굴이라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하긴. 경호원님도 얼굴을 다르게 만드셨으니…….”
검은 낫이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던 서아린이 한숨을 푹 쉬었다.
“랭킹 1위와 손잡았으면 하는 바람이었는데 마음대로 안 됐네요.”
“그거 보세요. 제가 뭐라고 했습니까? 저런 사람은 자존심이 세서 동료 같은 건 안 만든다 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네요……. 그래도 같이 뭉치는 게 생존율이 높으니까 손잡을 줄 알았는데…….”
공터에서부터 검은 낫을 주시하고 있던 서아린은 기어코 그를 미행했다.
협력을 제안하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
“이제 어쩌죠?”
“어쩌긴요. 저희끼리 해야죠.”
“다른 사람이라도 찾아서 협력할 건지 물어볼까요?”
“그게 좋겠네요. 아무래도 뭉치는 편이 생존하기 좋을 테니까요.”
“검은 낫님을 끌어들였으면 더 좋았을 텐데…….”
“됐습니다. 저런 인간은 자기 혼자 잘 먹고 잘살라고 하세요. 분명 팀에 넣어줘봤자 방해만 될 겁니다.”
“그래도 아쉽네요.”
“아쉽긴요. 괜히 따라다닌다고 시간만 날렸죠, 뭐.”
거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힘을 합치고자 했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숲에 몬스터가 있을 줄은 몰랐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검은 낫님은 투표에는 관심이 없나 봐요. 다들 시작 지점에서 누굴 대표로 세울지 논의하고 있을 텐데…….”
“아마 대표로 선정되기 힘들다고 생각해서 일찌감치 포기한 거겠죠.”
안상철의 말에 서아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5천 명 중 한 명을 뽑는 자리이니만큼 경쟁률이 치열할 거다.
“저희도 이만 돌아가죠. 어쩌면 연예인이라고 표를 많이 받을지도 모르잖아요?”
안상철이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돌렸지만 서아린은 움직일 생각을 안 했다.
“아린 씨?”
“저희도 남는 시간 동안 사냥이나 하고 있을까요?”
“예? 사냥이요?”
“네. 검은 낫님도 투표를 포기할 정돈데 저희라고 될 리가 없잖아요?”
일리 있는 말에 안상철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뭐, 그것도 나쁘지는 않죠.”
“그럼 가요, 경호원님.”
두 사람이 무기를 쥔 채로 숲속으로 들어갔다.
검은 낫의 미행은 포기한 상태였다.
설득할 자신도 없거니와 한 번 더 따라갔다간 칼침이라도 맞을까 걱정됐기 때문.
하지만 그들은 몰랐다.
바스락-
정작 자신들을 미행하는 자가 있을 줄은.
* * *
푸욱-!
서아린의 제안을 뿌리친 류민이 홉고블린이나 잡았다.
‘가뜩이나 바쁜데 협력이라니. 고민할 것도 없지.’
어차피 혼자서도 충분히 잡는 몬스터들.
굳이 손잡을 이유란 없었다.
‘그래도 마경록의 오른팔이 내 위층에 살고 있다니.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미래가 바뀌긴 했지만 신경 쓸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곁가지 미래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가장 중요한 큰 줄기 미래만 바뀌지 않으면 된다.
‘현실로 돌아가면 서아린의 곁에 있던 그 남자가 마경록의 오른팔이 맞는지부터 확인해 봐야겠어.’
확인 방법은 어렵지 않다.
매니저인지 뭔지 모를 남자의 이름이 안상철인지만 알아내면 된다.
‘만약 안상철이 맞는다면 마경록에게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겠지.’
그렇다고 당장 뭔가를 하진 않을 거다.
아직은 마경록과 접촉할 때가 아니기에.
제안을 거절한 것도 그래서다.
‘지금 중요한 건 사냥으로 레벨을 올리는 것뿐.’
류민이 다시금 숲을 헤쳐나갔다.
“키아악-!”
“키이잇-!”
홉고블린들이 달려들었지만 류민의 몸을 건들 수조차 없었다.
날렵한 몸놀림에 시체가 되어버릴 뿐.
그럴 수밖에 없었다.
[현재 킬 수 : 60/100] [학살의 룬 효과로 모든 스탯이 60% 증가합니다.]스탯이 1.6배로 증가해 있었으니까.
‘모든 스탯을 올려주다니. 스택만 쌓으면 학살의 룬이 확실히 효자야.’
눈에 띄게 증가한 스탯들을 보며 미소 짓고 있는 그때.
“캬오올!”
“크르릉!”
가끔 보인다는 놀이 다섯 마리나 등장했다.
그래봤자 류민에게 있어서 좋은 경험치 원에 불과했지만.
[놀을 처치하였습니다!] [경험치 3배 버프가 적용 중입니다.] [경험치+7.2%] [골드+20] [현재 킬 수 : 65/100] [학살의 룬 효과로 모든 스탯이 65% 증가합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10이 되셨습니다.] [이제부터 상점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전직 조건이 충족되셨습니다.] [숨겨진 서브 퀘스트가 있습니다!]10레벨이 되며 전직 조건에 도달했다.
류민이 즉시 떠오른 서브 퀘스트를 확인했다.
└투표 시간 전까지 전직하기
└전직 아이템을 구하고 직업을 얻으세요!
└성공 시 ▶ 오늘의 아이템 50% 할인권 지급!
메시지를 보는 사람 대부분이 생각할 것이다.
전직 아이템을 구하라고?
어떻게 구하는 거지?
직업을 구하면 뭐가 좋지?
상태창에 직업란이 있었기에 다들 직업의 존재는 알고 있을 터.
‘둔한 사람은 직업이 있는 것도 처음 알겠지만.’
어쨌거나 바보가 아닌 이상 직업을 구해야 좋다는 건 누구나 알 것이다.
‘15세에서 29세면 한창 게임에 익숙한 나이이니.’
문제는 어떻게 전직 아이템을 구하는지 모른다는 거겠지만.
‘나도 처음엔 몰라서 헤맸지. 그냥 몬스터를 잡으면 랜덤으로 나오는 줄 알았어.’
물론 그냥 몬스터를 잡아도 희박한 확률로 전직 아이템이 나오긴 한다.
하지만 전직 아이템은 기본적으로 특정 조건에 달성해야 얻기 쉽다.
‘예를 들어 전사는 힘 스탯을 10 이상 올린 상태에서 1시간 이내에 30마리를 잡아야 전직 아이템이 나오지.’
광전사는 피를 흘린 채로 일정 시간 사냥해야 나오고, 암살자는 몬스터의 뒤에서 기습을 여러 번 성공시켜야 나온다.
즉, 직업에 관련된 행동을 해야 전직 아이템이 나오는 법.
‘때문에 직업이 그 사람의 성향을 어느 정도 반영하기도 하지.’
류민도 처음엔 사냥꾼이란 직업을 얻었었다.
숲에서 몬스터를 추적하거나 도망치는 일을 반복하다가 얻게 된 직업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사냥꾼으로 전직할 필요가 없지.’
전직 아이템을 구할 필요도 없다.
이미 전 라운드에 얻었으니까.
인벤토리에서 천사의 피를 꺼내 든 류민이 시동어를 외웠다.
‘사용.’
천사의 피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메시지가 떠올랐다.
고민할 필요도 없는 질문에 류민이 즉답했다.
‘예스.’
그 순간 류민의 몸이 금빛으로 발광했다.
눈이 멀어버릴 정도로 강렬한 빛이 터져 나왔지만 그것도 잠시.
언제 그랬냐는 듯 갈무리되며 메시지가 눈에 들어왔다.
[클래스 사신(Grim Reaper)으로 전직하셨습니다. 축하합니다!] [전직 기념 보상으로 ‘사신의 낫’을 획득하였습니다.] [전직 기념 보상으로 ‘사신의 룬’이 나왔습니다.] [획득한 룬이 플레이어의 신체에 자동으로 각인됩니다!] [사신 전용 스킬 ‘죽음의 인장’을 배웠습니다!] [다음 스킬은 20레벨이 되면 자동으로 배울 수 있습니다.]전직 기념으로 무기와 룬, 스킬 등이 들어왔다.
기꺼운 소식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등급이 ‘초보’에서 ‘견습’으로 상승하였습니다.] [서브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오늘의 아이템 50% 할인권이 지급됩니다!]등급에는 초보(Lv1), 견습(Lv10), 레귤러(Lv20), 익스퍼트(Lv40), 마스터(Lv60), 그랜드 마스터(Lv99)가 있다.
류민은 전직을 함으로써 초보에서 견습으로 등급이 올랐다.
등급이 오르면 좋은 점은 여러 가지가 있다.
새로운 직업 스킬이 생기고 기존에 배웠던 스킬도 강화된다.
잠금 기능이 해제되기도 하고 지금보다 상위의 아이템을 착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전직하지 않으면 평생 초보 등급에 머물게 되지.’
때문에 성장에 있어서 전직은 필수 불가결 요소였다.
여러 보상이 들어왔지만, 아직 메시지는 끝나지 않았다.
최초 전직 보상이 남아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