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0th Regression of the Max-Level Player RAW novel - Chapter 26
만렙 플레이어의 100번째 회귀 26화
26. GS24 연희점
편의점 사장 민도훈이 덜덜 떨리는 눈으로 인터넷 기사를 훑어봤다.
[지난달 4연속 1등 당첨자, 이번에도 1등 당첨!] [오직 같은 번호로만 10만 원어치 구매. 당첨금만 120억 원.] [5연속 1등 당첨금 685억. 단숨에 벼락부자 탄생.] [5연속 1등 당첨 비결은? 물어보니 꿈에서 점지해 줬다고…….]‘꿈에서 점지해 줘?’
울컥해서 댓글을 보니 가관이었다.
└와, ㅈㄹ 부럽다. 나도 번호 한 번만 받아봤으면…….
└여자한테도 못 받는 번호를 로또 신이 점지해 줄 리가…….
└X발아.
└운이 억수로 좋은 분이신가 보네요. 그런 의미에서 저한테 1억만…….
└윗댓은 멍청하게 계좌도 안 적고 달라고 하냐? 참고로 제 계좌는 논협은행 291-2894-9311-110입니다.
└당첨자님. 이 글 보신다면 저도 한 푼만 주세요. 기협은행 281-293099-39-001입니다.
└ㅁㅊ놈들. 구차하게 구걸하는 거 보소. 논협 291-2919-3999-912 박봉철.
└나도 빠질 수야 없지. 우협은행…….
└여긴 거지들만 있음?
└다들 생각 없네. 당첨자가 여기 와서 할 일 없이 댓글이나 보겠냐? 돈 펑펑 쓰면서 크루즈 여행이나 다니고 있겠지.
└이 시국에?
└돈 많으면 뭐 하냐? 만 15세부터 29세까지 목숨이 저당 잡혀 있는 마당에.
└만 30세가 넘으면 상관없는데?
└혹시 플레이어라서 능력 쓴 거 아님? 미래를 예지한다던가…….
└그런 능력 있으면 진짜 개사기겠네. 앞으로 로또 번호 수십 번도 더 맞힐 듯.
└윗댓아, 그럴 일 없다. 방금 올라온 속보 못 봤냐? 형평성 때문에 이번 회차를 끝으로 로또 판매 중단한다더라.
└헐…… 진짜?
“에휴.”
댓글에선 놀라고 있었지만 민도훈에겐 한숨만 나오는 정보였다.
안 그래도 조금 전에 가맹점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로또 판매가 중단됐으니 어제오늘 구매한 손님이 오면 절차대로 환급해 주라고.
떨리는 심정으로 기사를 훑어본 것도 이 때문이었다.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었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속보! 2월 1일 화요일 기준으로 로또 판매 전면 중단.]-정부가 오늘부터 로또를 비롯한 각종 복권들의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9억 명의 사망자 발생으로 전 세계의 경제가 흔들리고 추모 물결이 이어지는 시국에 복권 판매는 적절치 않다는 이유다.
하지만 이는 표면적인 이유일 뿐, 실제론 플레이어의 등장으로 형평성에 문제를 제기한 일반인의 반발 때문으로 파악된다.
플레이어는 저마다 룬이라는 힘으로 특수한 능력을 발휘하는데, 문제는 이러한 능력이 사회에 큰 혼란을 초래한다는 데에 있다.
실례로 지난 한 달간 700억에 가까운 당첨금을 독차지한 당첨자가 20대의 플레이어라는 추측이 있다.
이러한 형평성 논란은 해당 당첨자가 연속 1등에 당첨되면서부터 야기되고 있던 문제다.
참고로 만 15세부터 29세의 국민은 모두 플레이어다.
전 세계엔 약 8억 7천만 명, 우리나라엔 약 400만 명이 있다.
일요일, 월요일 구매자는 로또 용지를 들고 구입처로 향하면 즉시 환불받을 수 있다.
로또 판매 중단 기사가 포털 사이트 메인에 올라와 있었다.
민도훈의 인상이 찌푸려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하아…… 이거 어쩌냐. 매출 반 토막 나게 생겼네.”
GS24 연희점은 로또 판매를 겸하고 있는 편의점이었다.
주변에 로또 판매점이 없어서 특히나 장사가 잘되는 편이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100게임 당첨자가 다녀간 곳이라고 홍보 효과도 톡톡히 봤지.’
그런데 이제는 그 당첨자 때문에 로또를 못 팔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이르렀다.
“후우…… 안 그래도 인건비며 뭐며 이것저것 감당하느라 팍팍한데…….”
특히 민도훈에겐 이제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딸이 하나 있다.
사업 실패로 아내와 이혼하고 빚에 허덕이고 있을 때 힘이 되어준 유일한 보물이었다.
‘우리 주리 대학도 보내려면 지금보다 몇 배는 더 벌어야 하는데…….’
하필이면 돈이 궁한 시기에 로또도 못 팔게 되다니.
“후우우…….”
푹푹 한숨만 내쉬고 있는 그때.
딸랑- 문이 열리며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딸이 들어왔다.
“어, 주리 왔니?”
“아빠, 뭔 한숨을 그렇게 쉬어?”
“후우…… 그게 말이다, 아니. 별일 아니다.”
“별일 아니긴. 얼굴에 힘들다고 쓰여 있구만. 그러지 말고 얘기해 봐.”
민주리의 설득에 민도훈이 어쩔 수 없다는 듯 넋두리를 늘어놓았다.
딸에겐 미안하지만 이렇게라도 하소연하지 않으면 답답해 미칠 것 같다.
“로또 판매가 중단됐다고?”
“그래…… 돈 나갈 데도 많은데 이래 가지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후우…….”
아버지의 한숨에 민주리의 얼굴에도 근심이 어렸다.
방학 때마다 편의점 일을 도왔기에 잘 안다.
편의점 매출에 로또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
민주리가 애써 해사하게 웃었다.
“걱정 마, 아빠. 나 이제 졸업하니까 방학 때만이 아니라 앞으로도 쭉 도울 수 있잖아. 그럼 인건비라도 아낄 수 있…….”
“그런 소리 마라. 안 그래도 우리 딸 일 시켜서 미안할 지경인데.”
“아빠가 시켰나? 내가 좋아서 돕는 거지.”
“그래도 안 된다. 전에 약속했지? 졸업하면 편의점 일은 손 떼기로?”
“그럼 따로 알바 구해서 생활비에 보태면…….”
“쓰읍. 학생이 학교에 다녀야지 알바는 무슨. 넌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대학에 보낼 테니까 이쪽 일은 신경 쓸 것 없다.”
“하지만 생활비가…….”
“어헛. 돈은 아빠가 알아서 할 테니 넌 공부에만 신경 쓰래도? 성적도 좋은 애가 대학 안 갈 거야? 의사 되는 게 네 꿈이잖아.”
“아빠…… 그게 언제 적 꿈인데. 나 그 꿈 접었어.”
“뭐?”
“게다가 지금 시국에 학교가 웬 말이야. 당장 다음 라운드에서 생존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데…….”
“아.”
민도훈은 순간 뒤통수를 맞은 듯한 충격을 느꼈다.
돈 버는 데에만 급급하다 보니 정작 딸이 처한 현실을 잊고 말았다.
“아아…… 그렇지. 지금 돈이 중요한 게 아닌데……. 요새 아빠가 이렇게 정신이 없다. 미안하다. 주리야. 아빠가 도움이 되지 못해서…….”
“아빠가 미안할 게 뭐 있어. 자연재해처럼 어쩔 수 없는 상황이잖아.”
“그래도…….”
“나 진짜 괜찮아. 1라운드도 2라운드도 살아남았잖아. 다음 라운드도 버틸 수 있을 거야. 이번에 직업도 가졌는걸?”
“직업?”
민주리는 대답 대신 손을 들어 보였다.
환한 빛무리가 떠오르더니 민도훈의 머리에 스며든다.
“이, 이게 뭐냐?”
“이번에 버퍼라는 직업을 가지면서 얻은 블레스라는 스킬이야. 전체적인 스탯을 올려주는데 일반인에겐 활력을 불어넣는 효과가 있대.”
“허허, 참 신기한 능력이구나. 정말로 전신에 활력이 돋는 느낌이야.”
민도훈이 그렇게 말하며 양어깨를 돌렸다.
항상 결렸던 어깨가 지금은 멀쩡했다.
“내 딸이 이런 능력자가 되다니. 새삼 놀랍구나.”
“내가 종종 스킬 걸어줄게. 그러니까 힘내, 아빠.”
“그래, 고맙다. 아빠도 힘낼게.”
말은 그렇게 했지만 민도훈의 얼굴은 펴질 줄 몰랐다.
‘에이, X신 같은 놈! 내 딸이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인데 그깟 로또가 뭐라고!’
민도훈이 고개를 저으며 자책했다.
이제는 편의점의 매출보다 딸의 생사가 더 걱정됐다.
“아빠, 왜 그래?”
“아, 아니다.”
“이제 교대하자. 지금부터 내가 맡을게.”
“아니야, 됐어.”
“됐긴. 밤새도록 편의점 지키고 있었으면서.”
“좀 더 있어도 돼. 네가 준 버프 덕분에 3시간은 거뜬할 거 같다.”
“그래도 집에 들어가 쉬어. 아, 얼른.”
민주리가 아빠를 밀어내는 사이.
편의점 문이 열리며 손님이 들어왔다.
“어서 오세…….”
반사적으로 인사하던 민주리가 순간 놀란 토끼 눈이 됐다.
놀란 건 민도훈도 마찬가지였다.
“어? 저 손님은…….”
“왜? 아빠? 아는 손님이야?”
“저 사람이 그 사람이야. 우리 편의점에서 같은 번호로 100게임 찍은 1등 당첨자.”
수동으로 10만 원어치를 사는 사람은 드물다.
어려 보여서 신분증 검사까지 했었기에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
손님, 류민이 부녀가 있는 쪽을 보더니 걸어왔다.
그 와중에 민주리가 뚫어지게 쳐다봤지만 류민은 본 척도 안 했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저 기억하세요? 한 달 전에 여기서 로또 10만 원어치 사 갔었는데.”
“…….”
민도훈은 대답 대신 상대를 쳐다봤다.
가까이서 보니 그때 그 손님이 분명했다.
‘무슨 일로 찾아온 거지? 설마 고맙다는 말이라도 하려고 찾아온 건가?’
가끔 2, 3등에 당첨된 손님이 명당이라며 고맙다고 찾아오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 손님의 경우는 달랐다.
‘수동으로 찍었으니 나한테 고마워할 필요도 없을 텐데?’
의중을 파악하듯 쳐다보던 민도훈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답했다.
매출 하락의 원인이다 보니 좋게 보일 수가 없었다.
“예…… 기억합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우선 죄송하다는 말부터 드리겠습니다.”
류민이 갑작스럽게 머리를 숙이자 민도훈이 놀란 눈으로 쳐다봤다.
“뭐, 뭡니까? 갑자기?”
“기사 봤습니다. 제가 연속으로 1등에 당첨된 바람에 로또 판매가 중단되었다고요. 의도치 않게 가게에 피해를 준 점 사과드립니다.”
“아…….”
깍듯한 인사에 당황하는 것도 잠시.
“괜찮아요, 괜찮아. 그게 뭐 손님 잘못이라고. 로또 못 판다고 굶어 죽는 것도 아닌데요, 뭘.”
민도훈이 쿨하게 받아넘겼다.
생각지도 못한 사과에 마음속의 앙금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
“그리고 따지고 보면 손님 잘못도 아니잖아요? 꿈에서 번호를 점지해 줬다는데 뭘 어떡해? 나라도 로또에 올인하고 말지.”
“그래도 저 때문에 피해를 보신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네요. 그런 의미에서…….”
류민이 준비한 흰색 봉투를 내밀었다.
“약소하게나마 보상해드리고 싶습니다.”
“이, 이게 뭡니까?”
“천만 원입니다.”
“예에?”
놀란 민도훈이 황급히 손사래를 쳤다.
“이, 이럴 것 없어요. 도로 가져가…….”
“그래도 받아주셨으면 합니다. 어쨌거나 사장님에게 피해를 준 건 사실이니까요. 그럼 이만.”
그 말만 남긴 채 류민이 가게 밖으로 나갔다.
“어, 어이! 이봐요! 손님!”
붙잡을 새도 없이 가버리자 민도훈이 당황했다.
“나 참, 이렇게 큰돈을 무슨 염치로 받으라고…….”
“아빠, 그럼 내가 지금 뛰어가서 도로 갖다주고 올게!”
“어? 그, 그래라!”
봉투를 집어 든 민주리가 매장 밖으로 나갔다.
다행히 손님은 멀리 가지 않았다.
“저기, 잠깐만!”
뒤에서 들리는 소리에 류민이 돌아봤다.
민주리가 뛰어가더니 숨을 헐떡였다.
“류민! 너 류민이지?”
“누구?”
“나 몰라? 민주리! 우리 같은 반이잖아.”
“어……? 정말?”
처음 알았다는 듯한 반응에 민주리가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여태 같은 반인 것도 몰랐단 말이야?”
“미안. 내가 다른 사람 얼굴을 잘 못 외워서.”
거짓말이었다.
류민은 민주리가 같은 반이라는 것도, 편의점 사장 딸이라는 것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리고 유일 클래스인 버퍼라는 것도 말이지.’
처음에는 몰랐다.
로또를 구매한 편의점이 민주리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가게라는 것을.
‘20회차는 지나서야 알았지.’
그것도 현실이 아니라 이계에서 민주리와 친해지면서 우연히 알게 된 정보였다.
‘같은 반에서도 아니고 이계에서 친해지다니.’
나중에서야 같은 반인 걸 알았을 땐 류민도 꽤나 놀랐다.
이런 우연도 있구나 싶어서.
‘민주리를 내 편으로 만들고 20라운드까지 데려가야 한다.’
버퍼는 그만큼 큰 도움이 되는 직업이었으니까.
“우리 어디 가서 잠깐 얘기 좀 할까?”
민주리의 제안에 류민이 씩 웃었다.
“그러자.”
우연을 가장한 계획적인 접근이 먹혀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