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0th Regression of the Max-Level Player RAW novel - Chapter 3
만렙 플레이어의 100번째 회귀 3화
3. 아바타 생성
“검은 낫.”
고민도 없이 내뱉은 닉네임에 시스템이 응답한다.
[아바타의 닉네임을 ‘검은 낫’으로 등록하시겠습니까?]“그래.”
[중복되지 않는 닉네임입니다. 등록되었습니다.]류민이 검은 낫으로 닉네임을 정한 건 다름이 아니었다.
‘강해 보이는 닉네임이니까.’
보통 닉네임을 지으라 하면 대부분 아무렇게나 짓게 마련이다.
아니면 고민만 하다가 30초를 흘려보내고 강제로 본명이 선택되거나.
하지만 그동안 회귀를 통해 겪어본 결과, 닉네임을 정하는 건 의외로 중요했다.
‘닉네임에 따라서 상대의 인상이 결정된다.’
영혼 전이로 이동되는 곳은 새로운 세상이다.
이계라고 볼 수 있는 그곳에선 본명을 쓰지 않는다.
서로가 철저하게 지금 설정한 닉네임으로만 부른다.
현실의 정체를 떠벌리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
사람은 누구나 가면을 쓰고 싶어 하니까.
‘아바타 생성 과정에서 본명을 쓰는 건 바보나 하는 짓이지.’
게임에서 굳이 본명을 쓰지 않는 이유와 같다.
특히 남을 밟고서 경쟁해야 하는 생존게임이라면 더더욱 숨겨야 한다.
‘그렇기에 닉네임이 중요한 거야. 첫인상을 결정할 수 있는 요소 중 하나니까.’
일부러 숨기는 건지 모르겠지만 천사가 말하지 않은 사실이 있다.
아바타의 머리 위에는 항상 닉네임이 떠 있다는 것.
‘마치 게임처럼 말이지.’
때문에 자신의 닉네임을 누구라도 볼 수 있다.
닉네임이 첫인상의 요소로 손꼽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그간의 경험으로 보면 만만하게 보여서 좋을 건 없어. 강해 보이고 기억에 남는 닉네임일수록 좋아.’
처음에는 생각 없이 자신의 본명이나 인터넷에서 쓰는 아이디를 닉네임으로 등록했었다.
하지만 만만하게 봤는지 날파리들이 꼬였고 결국 쓸데없는 시간만 날리게 됐다.
‘이곳에선 무조건 강해 보여야 한다. 강한 인상을 심어주면 좋아.’
이후 강해 보이는 닉네임을 생각하다가 검은 낫을 떠올리게 됐다.
‘내 주 무기기도 하고 나중에 전직할 직업이 사신이기도 하니까.’
이계에는 대략 30여 개의 다양한 직업이 있다.
클래스라고 하는데 사신의 경우 단 한 명만이 가질 수 있는 유일 클래스에 속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사신으로 전직해야 한다. 이것만큼 강한 직업이 없으니.’
아직 직업을 고르기엔 이르지만 갈 길을 정해둬서 나쁠 건 없다.
[3분 이내로 체형과 외모를 설정해 주십시오.] [속으로 강하게 이미지를 구상하면 반영됩니다.] [구상이 끝나면 ‘구상 완료’라고 말씀해 주십시오.] [제한 시간 내에 정하지 않을 경우, 자동으로 본모습이 반영됩니다.]‘외모 커스터마이징 시간이군.’
외모는 닉네임과 마찬가지로 첫인상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부분이다.
‘보통은 여기서 다들 멋있고 예쁘게만 꾸미려고 하겠지.’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성형하듯 커스터마이징으로 외모를 가꾸는 데만 주력할 것이다.
안 봐도 뻔하다.
‘하지만 생각이 있다면 절대 그래선 안 돼. 특히 여자들은 더더욱.’
예쁘고 잘난 외모는 분명 주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효과가 있다.
좋은 첫인상을 남기기에도 좋고.
그러나 이계는 약육강식의 세계다.
외모가 뛰어나면 표적이 되기에 십상이다.
특히 여성들이 더 위험하다.
‘다들 착각하는데 지금 절대로 게임 속 캐릭터나 만들고 있는 게 아니야. 이계 또한 엄연히 현실이라고.’
이계에서 죽으면 현생에서도 죽는다.
그 점을 망각하고 게임 같은 시스템에 속아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외모는 튀지만 않으면 돼. 잘 생기지도, 못 생기지도 않아야 한다.’
현실의 모습이 딱 그랬지만 되도록 정체는 숨기는 편이 좋기에 외모를 바꿨다.
‘현실과 다르면서 만만해 보이지 않는 인상으로.’
류민은 이번에도 지체 없이 모습을 구상했다.
날렵한 콧대와 턱선, 강한 눈빛으로 차갑고 냉정한 인상을 만들었다.
체격은 평소처럼 왜소한 게 아닌, 적당한 근육질의 몸으로 바꿨다.
검은 낫이라는 닉네임에 걸맞은, 강해 보이는 인상이었다.
“구상 완료.”
[커스터마이징을 완료하셨습니다.] [아바타를 생성 중입니다.]………
……
[생성 완료.] [즉시 1라운드로 영혼을 전이하겠습니다. 행운을 빕니다.]순간 밝은 빛이 류민의 눈을 강타했다.
반사적으로 감았던 눈을 뜨니 새로운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순식간이군.’
1라운드의 배경이 되는 곳은 광활한 초원이었다.
소와 양이 한가롭게 풀을 뜯어 먹고 있을 법한.
물론 이곳에 소나 양 따위는 없다.
‘몬스터는 있어도 말이지.’
류민이 자신의 몸을 내려다봤다.
180㎝의 키에 탄탄한 근육질의 체형이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고 있다.
조금 전에 커스터마이징한 신체였다.
‘몇 번이나 만들어서 그런지 이제는 진짜 내 몸 같군.’
류민은 12회차부터 지금과 같은 생김새를 유지해 왔다.
그래서인지 처음 만들었음에도 내 몸처럼 익숙했다.
다른 사람들처럼 놀라거나 당황하지 않았다.
몇 번이고 겪어본 영혼 전이였기에.
“여, 여긴 어디지? 초원?”
“어딘진 몰라도 좋다…….”
“마음이 평온해지는 느낌이야.”
아바타를 만든 사람들이 속속들이 초원에 나타났다.
“어? 몸이 바뀌었잖아?”
“설마 여기 오기 전에 설정한 몸으로 들어온 건가?”
“내가 이렇게 근육질이라고? 그럼 얼굴도……?”
“혹시나 해서 연예인 얼굴로 바꿔봤는데…… 이게 되네?”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웅성거림도 커졌다.
다른 사람의 머리 위에 뜬 닉네임을 신기하게 쳐다보는 사람들.
연예인처럼 바뀐 자신의 몸을 더듬거리며 만족하는 사람들.
시간제한을 넘긴 탓에 외형을 바꾸지 못했다고 당황하는 사람들.
당황하는 것도 잊고 드넓은 초원의 풍경에 매료된 사람들.
가지각색의 반응을 보였지만 류민만큼은 무미건조한 표정이었다.
이미 지겨울 만큼 체험해 봤으니까.
대신 류민의 시선은 한 곳을 향해 있었다.
‘슬슬 올 때가 됐는데.’
잠시 후.
츠으읏-
시선이 머물던 자리에 한 사람이 나타났다.
‘이제 왔군. 황용민.’
평소보다 훨씬 더 우락부락한 몸의 황용민이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다.
‘역시 이번에도 몸만 근육질로 만들었군.’
얼굴을 바꾸지 않았기에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머리 위에 떠 오른 닉네임도 [황용민]으로 본명 그대로였다.
당황해서 이름을 바꾸지 못한 것이리라.
‘하긴 닉네임을 정하기엔 30초란 시간은 생각보다 짧으니.’
주위를 둘러보면 황용민 말고도 본명 그대로인 사람들을 심심찮게 찾을 수 있었다.
그때 우연히 황용민과 눈이 마주쳤다.
하지만 자신을 알아보지 못했는지 금세 시선을 돌린다.
‘알아볼 리가 없지.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모습을 바꿨는데.’
황용민은 류민을 모르지만, 류민은 황용민을 알고 있다.
‘그거면 됐어.’
그 사실을 확인하자마자 류민은 황용민에게서 시선을 거뒀다.
복수는 이미 충분하리만치 끝냈기에 더 이상 관심이 없었다.
‘내가 움직이는 건 녀석을 이용하기 좋을 때다.’
지금은 이용 가치가 있기에 살려두는 것뿐이다.
[쿄호호호, 이제 다 모이셨나요?]후광과 함께 하늘에서 천사가 내려왔다.
이름은 브리엘.
예의 봤던 그 천사다.
[새로 만든 아바타가 마음에 드시나 봐요?]“…….”
천사의 등장에 사방이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
‘아무래도 강렬한 첫인상을 남겼으니 이렇게 조용한 거겠지.’
괜히 나대다가 또 머리가 터질지 모르니 말이다.
천사도 그걸 아는지 입술을 비틀며 웃는다.
[킥킥킥, 겁먹은 얼굴이 보기 좋네요. 걱정 마세요. 무례하게만 굴지 않으면 죽이진 않을 테니까요.]그 말에 긴장을 놓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180만 명?”
“여기 있는 사람이?”
사람들이 중얼거리며 사방을 둘러봤다.
초원에는 많아야 1만 명의 사람이 있었다.
보신각에 있었던 사람 수다.
아무리 봐도 180만 명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 중얼거림을 들었는지 천사가 미간을 구기며 대답했다.
[초원이 여기만 있겠어요? 당연히 180만 명이 전부 모여 있는 건 아니죠. 그랬으면 지금 발 디딜 틈이나 있었게요?]“아…….”
[하여간 열등한 인간들 같으니라고. 각자 다른 초원에서 다른 천사들과 라운드를 진행하고 있으니 신경 끄세요.]그래도 1만 명이면 꽤 많은 숫자다.
광활한 초원이 좁아 보일 정도.
‘하지만 이것도 초반일 뿐이야.’
다들 인지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건 절반만 살아나갈 수 있는 생존게임이다.
라운드를 진행할수록 사람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특히 후반으로 갈수록 어려워져서 클리어 조건에도 들지 못하고 죽는 이들이 늘어간다.
급기야 최종 라운드에는 자신밖에 남지 않을 정도로.
‘특히 15라운드에서 엄청나게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지.’
그때는 2천 명에 달하던 전 세계 플레이어가 50명 이하로 줄어든다.
절반은커녕 97.5%가 다음 라운드에 가지 못하고 사망한다.
‘결국 20라운드에 갔던 건 나 혼자뿐. 나머지는 전부 죽고 말아.’
시작이 18억 명이라는 걸 생각하면 셀 수도 없는 사람들이 죽는 셈이다.
천사의 말에 사람들이 의아함을 가지고 따라 했다.
밑져야 본전이었으니까.
“헉!”
“이게 뭐야?”
잠시 후 곳곳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모두가 입을 벌린 채로 허공을 쳐다보고 있다.
상태창은 남의 눈에 보이지 않았으니까.
류민 역시 다른 사람들처럼 시동어를 외웠다.
‘상태창.’
-이름 : 류민
-닉네임 : 검은 낫
-등급 : 초보
-칭호 : 없음
-레벨 : 1
-직업 : 없음
-힘 : 3, 지능 : 3
-민첩 : 3, 운 : 3
-공용 스킬 : 없음
-전용 스킬 : 없음
-룬 : 없음
-보유 골드 : 0
-남은 스탯 포인트 : 0
[??? : Lv10 달성 시 잠금 해제] [??? : Lv20 달성 시 잠금 해제] [??? : Lv40 달성 시 잠금 해제] [??? : Lv60 달성 시 잠금 해제] [??? : Lv99 달성 시 잠금 해제]한숨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초라한 상태창이었다.
그 밑에는 일정 레벨이 되면 추가 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 칸이 있었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지만 괜찮아. 이번엔 더 강해질 자신이 있으니.’
아무리 최종 라운드까지 간 류민이라도 처음부터 강했던 건 아니었다.
‘두 번을 죽고 나서야 1라운드를 겨우 깼을 정도니.’
그저 일진에게 괴롭힘이나 당하던 고등학생일 뿐이었기에 당연한 결과였다.
하지만 회귀를 반복할수록 류민은 강해졌다.
점차 생존 시간이 늘어났고 버티는 라운드도 늘어갔다.
‘99회차를 넘어서야 비로소 20라운드까지 도달했지.’
꽤 많은 목숨을 버려야 했지만 평범했던 그가 그만큼이나 도달할 수 있던 것도 기적이었다.
‘물론 회귀 없이도 18라운드까지 살아남은 일곱 명이야말로 진정한 재능충이지만.’
18라운드가 되면 류민을 제외하고 일곱 명이 살아남는다.
19라운드엔 이들 중 두 명이 살고 20라운드엔 류민만이 남는다.
‘보스룸까지 최소 네 명을 살려가야 해.’
류민은 보스룸까지 함께할 후보를 이들 일곱 명 중에서 고를 작정이었다.
전 세계에 이보다 강한 플레이어는 없을 테니까.
그렇다고 다른 후보를 염두에 두지 않겠다는 말은 아니다.
‘이전 라운드에서 떨어진 플레이어 중에서도 강한 자들은 많았지.’
보스룸까지 꼭 다섯 명을 맞출 필요는 없다.
최소 조건이 다섯 명일 뿐 그 이상이어도 좋다.
‘생존자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법이니.’
문제는 보스룸까지 생존한 이들이 확실한 아군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아니면 통제할 수 있을 정도로 류민이 강한 힘을 가지거나.
‘그 정도는 어려울 게 없어.’
100번째 회귀한 지금, 류민은 누구보다 강해질 자신이 있었다.
전 회차에서도 유일하게 만렙인 99를 찍은 그였으니까.
[자, 상태창은 다들 보셨나요? 게임을 해봤으면 알 거예요. 자신은 지금 볼품없는 쓰레기 수준이라는 것을.]“…….”
[그러니 강해지세요. 20라운드까지 살아남으면 여러분은 누구보다 강해져 있을 거예요. 그렇게 생존해서 20라운드까지 클리어하고 나면!]천사가 씨익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소, 소원?”
소원이라는 말에 사람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정말로 소원을 들어준다고?”
“에이, 설마.”
의심하거나 부정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소원이라…….”
“마지막 라운드를 깨기만 하면 소원을 들어준단 말이지?”
기대를 품거나 탐욕을 가지는 사람도 있었다.
물론 류민은 어디에도 속하지 않았다.
소원은커녕 최종 라운드까지 살아남기도 벅찬 게임이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인벤토리.’
시동어를 외우자 상태창과 마찬가지로 보이지 않는 창이 떠올랐다.
거기엔 에메랄드빛을 내는 작은 돌조각이 들어 있었다.
[인벤토리에 기본적으로 아이템 하나가 지급되어 있을 거예요. 손으로 꺼내서 사용해 보세요.]사람들이 시키는 대로 허공에 손을 넣어 아이템을 꺼냈다.
그러자 자동으로 아이템 정보가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