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0th Regression of the Max-Level Player RAW novel - Chapter 308
만렙 플레이어의 100번째 회귀 308화
308. 마족의 자격
‘빌어먹을, 빌어먹을, 빌어먹을!’
플루닉토스는 연신 욕지거리를 삼켰다.
대놓고 욕할 수 없는 상대가 눈앞에 있기 때문이다.
‘언제 나타난 거지? 내 위치는 어떻게 찾은 거고?’
다른 차원의 플레이어를 키워본 입장이라 추적 스킬이 있다는 건 이미 알고 있다.
그것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또한.
‘내 이름은 알아도 이 얼굴은 한 번도 못 봤을 텐데?’
마왕성에서 보여준 얼굴과 지금의 얼굴은 다르다.
그렇기에 검은 낫이 자신을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 확신했다.
사막에서 바늘 찾는 격이나 다름없었으니까.
‘그런데 결국 걸리고야 말았군…….’
당황스럽던 심정은 이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싸늘하게 식은 바사고의 시체를 보고 이성을 되찾은 것이 아니었다.
체념했기 때문이었다.
검은 낫을 피해 도주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임을 알았으니까.
“겁먹을 거 없어. 그저 대화나 하자는 거니까.”
대화라는 말에 플루닉토스가 콧방귀를 뀌었다.
[흥, 날 농락하려 들지 마라. 동료들의 복수를 하러 왔다는 걸 누가 모를 줄 아느냐?]“안 통하네. 역시 마계의 지배자답게 눈치는 있어. 순순히 목을 내어주겠다니.”
씨익 웃으며 다가서자 플루닉토스가 당황했다.
[자, 잠깐. 멈춰봐! 조금 전에 나랑 대화하자고 하지 않았느냐?]“지금 하고 있잖아?”
[주, 죽일 것처럼 굴면서 무슨…….]‘들을 만한 정보는 다 들었거든.’
이미 속마음을 읽고서 알고 싶은 정보를 다 알아냈다는 걸 모르는 플루닉토스가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
[정보를 알고 싶은 거지? 말해주겠다!]“그 대신 조건이 있겠지? 아마 아르타로스에 대한 정보를 넘길 테니 살려달라는 조건이겠지.”
[자, 잘 아는군! 그러니…….]“필요 없어.”
예상치 못한 대답에 플루닉토스가 순간 할 말을 찾지 못했다.
“정보가 필요하면 지금 이렇게 죽이려고 하겠냐?”
[아, 안 들으면 후회할 텐데?]“후회는 네가 하는 거고.”
침묵하던 플루닉토스는 그래도 눈치는 빨랐다.
정말로 죽일 기세처럼 보였는지 열화의 가지를 꺼냈으니까.
[하는 수 없지! 네놈을 명계의 길동무로…… 커컥!]채찍을 휘두르기도 전에, 류민의 낫이 플루닉토스의 심장을 꿰뚫고 돌아왔다.
“긴말할 것 없이 넌 죽어주면 돼.”
‘무슨 보상이 나올지 궁금하거든.’
마족을 죽여도 보상이 없다는 걸 잘 안다.
광속의 룬으로 이계에 있던 모든 고위 악마를 처치했음에도 경험치 한 푼 들어오지 않았으니까.
그럼에도 류민은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악마 대공이니까 뭐라도 나오겠지.’
그러나 기대와 달리 들어온 보상은 없었다.
악마 대공은 원래 이곳에는 없어야 할 외부인이었으니까.
류민의 얼굴이 급속도로 식었다.
‘실망이네. 몬스터보다 못한 존재였다니.’
몬스터는 그나마 골드와 경험치라도 주지 악마 대공은 그런 것도 없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인가? 천사와 마찬가지일 테니.’
천사는 원래 죽여서 보상이 나오는 존재가 아니다.
악마의 축복으로 인해 어마어마한 보상이 나오는 거지, 없었다면 지금처럼 한 줌의 경험치도 들어오지 않는다.
“후우. 거지새끼.”
실망스러웠지만 류민이 간과한 사실 하나가 있었다.
악마 대공은 엄연히 신족급 영향력을 발휘하던 존재라는 것.
마침 실망하긴 이르다는 듯 메시지가 올라왔다.
떠오른 메시지에 류민의 눈이 커졌다.
‘칭호에 정제된 에테르까지?’
플루닉토스의 본판은 마족이지만 엄연히 신족의 힘을 이어받은 존재.
그 점이 신족을 살해한 것으로 인정된 모양이다.
놀람을 가라앉힌 류민이 기쁜 얼굴로 칭호를 확인했다.
[칭호 – 신살자]-획득 조건 : 최초로 신격을 가진 존재를 처치하면 획득.
-효과 : 신격을 가진 존재 상대 시 모든 스탯 2배 증가.
이제는 신을 상대할 때 스탯이 2배로 오른다.
신성 계열의 존재를 상대할 때도 2배로 오르고.
‘그 말은 아르타로스를 상대할 때 도합 4배가 오른다는 뜻이잖아?’
이제는 아르타로스를 만나더라도 꿀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
스탯에서 압도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이터널 재료인 정제된 에테르까지 얻었어. 이걸로 무기만 만들면 이터널 장비도 다 맞추는 게 된다.’
그러나 하나 가지곤 만들 수 있을 거라 기대하지 않았다.
언제나 그렇듯 무기는 2개의 에테르를 요구했으니까.
하나만 더 구하면 무기를 만들 수 있단 사실에 만족했지만 들어온 보상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신 죽이기
└현재 처치한 신족 수 (1/4)
└성공 시 ▶ ?????
[영혼의 건틀릿이 살해한 신족의 영혼을 흡수합니다.] [영혼 ‘플루닉토스’가 건틀릿에 저장되었습니다.] [영혼 ‘플루닉토스’의 능력을 추출하고 있습니다.] [……추출 성공!] [새로운 임시 스킬 ‘마족의 자격’을 배웠습니다!] [임시 스킬 – 마족의 자격]-효과 : 10초 동안 주문을 외우면 언제 어디서든 마계의 마왕성으로 워프할 수 있다.
워프 시 다른 대상을 붙잡고 있으면 함께 이동할 수 있으며, 역으로 돌아오는 것도 가능하다.
추가로 상대의 욕망과 흑심을 쉽게 분별할 수 있으며, 스킬을 보유하고 있을 시 마계의 귀족과 동일한 대우를 받는다.
‘호오, 이런 스킬이 생기다니.’
이터널 장비인 영혼의 건틀릿 덕분에 생각지도 못한 스킬을 얻었다.
‘마계라면 18라운드에서 봤던 거기 말이지?’
당장 가보고 싶었지만, 그보다는 다음 메시지에 주목했다.
[이제 건틀릿에 저장된 영혼과 대화를 할 수 있습니다.] [영혼과의 소통은 의지에 따라 차단하거나 변경할 수 있으며, 원할 경우 영혼을 소멸시킬 수 있습니다.]‘악마 대공과 대화를 할 수 있다고?’
육신은 썩어 문드러졌지만, 영혼은 추출해 올 수 있던 모양이다.
-이렇게 대화하는 건가? 플루닉토스?
-이 목소리는……? 검은 낫?
자신의 목소리를 기억한다는 사실에 류민이 빙긋 웃었다.
-정말로 이게 되네?
-검은 낫! 어떻게 된 거냐? 여기가 어디냐?
-거기가 어딘데?
-사방이 빌어먹을 빛으로 꽉 막혀 있다. 흡사 빛의 감옥처럼 보이는 곳이란 말이다.
-그래? 난 볼 수 없어서 잘 모르겠네.
-네가 날 여기로 가둔 것이잖느냐! 대체 날 어떻게 한 거야!
류민은 어깨를 으쓱였다.
-나도 몰라. 그냥 찔러 죽이니까 그렇게 되었는걸?
-빨리 풀어줘라! 날 여기서 내보내 줘! 빨리!!
-아, 더럽게 땍땍대네.
귀찮아진 류민은 대화를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한 마음을 품기 무섭게 쥐 죽은 듯한 고요가 찾아왔다.
마치 이어폰을 귀에서 뺀 것처럼.
‘마음먹으니까 정말로 목소리가 차단되네?’
히죽 웃은 류민이 다시금 대화를 열었다.
-플루닉토스?
-……내달라고! 빨리!
-뭐라고?
-보내 달라고 했잖느냐! 아까부터 계속!
-대화 차단해놔서 안 들렸어.
-뭐? 언제?
-처음에 땍땍댈 때부터.
벽보고 소리친 거나 다름없었다는 사실에 플루닉토스가 헛웃음을 지었다.
-후우, 내가 이곳에서 나가면 네놈을 죽여주마.
-나갈 수나 있고?
-……방법을 찾을 것이다.
-그렇게 나가고 싶어?
-당연한 소릴! 이런 눈부신 공간은 내가 제일 싫어하는 곳이란 말이다!
하긴 악마니까 빛에 익숙하지 않을 만하다.
-나한테 한 가지 방법이 있는데, 네가 좋아할지는 모르겠네.
-무슨 방법?
-영혼 소멸이라고, 내가 원하면 널 제거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렇게 해줄까?
-뭐?
류민은 찰나의 순간 플루닉토스의 목소리가 떨리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내 말 못 들었어? 네 영혼을 소멸시킬 수 있다고.
-…….
플루닉토스가 갑자기 말이 줄었다.
어느 정도 눈치를 챈 류민이 입꼬리를 올렸다.
얼굴이 보였다면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을 게 분명하다.
-왜 말이 없지? 악마 대공이라도 소멸은 무서운가 봐?
-그, 그야 무서울 수밖에. 영혼 소멸은 영혼의 격을 분자 단위로 분해함으로써 이뤄지는 작업이다. 잘 벼려진 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회를 뜨는 느낌이라고 하지.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
-크흠…… 그야 다른 영혼들을 소멸시켜봤으니까…….
-나쁜 새끼네, 이거.
류민이 욕지거리를 날렸지만 플루닉토스는 아무런 대꾸도 안 했다.
아마 소멸이 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입을 사리고 있는 거겠지.
‘천하의 악마 대공도 고통스레 죽긴 싫은가 보군.’
낄낄거리던 류민에게 장난기가 발동했다.
-너처럼 나쁜 새끼는 응당 소멸시켜야 하는 법이지.
-자, 잠깐! 소멸시키지 마라!
-땍땍거리면서 시끄럽게나 굴고, 갇혀 있는 주제에 반말이나 찍찍해대는 놈이 뭐가 좋다고? 그냥 지워버리는 게 낫지.
-아, 아니다. 아니, 아닙니다.
말투가 금세 급존대로 바뀌었다.
-말투는 제가 고치겠습니다. 시끄럽게 굴지도 않겠습니다. 그러니 소멸시키지 말아 주십시오, 검은 낫 님…….
-필요도 없는 놈을 뭐하러 가지고 있어? 당장 소멸해야…….
-저, 정보라면 얼마든지 드리겠습니다. 뭐든 여쭤봐 주십시오!
-필요한 정보라면 이미 알고 있어.
-아르타로스 그놈이 이계에 오지 않은 것도 아십니까?
-어. 힘을 비축하겠다고 너만 보낸 거잖아.
-…….
침묵하는 걸 보니 맞춘 모양.
죽이기 전, 속마음을 읽고 알아낸 정보였으니 모를 수가 없다.
-네놈이 10위까지의 악마들만 데려온 것도, 모로스라는 신의 사주를 받고서 노폐인노게이를 노렸던 것도 다 알고 있지.
-그, 그걸 어떻게……?
-영업비밀이라 말해줄 순 없고, 확실한 건 너를 가지고 있어봤자 나한테는 하등 득 될 게 없다는 거야. 그게 소멸해야 하는 이유고. 알겠니?
소멸이라는 말에 바로 반응이 왔다.
-조, 조용히 있겠습니다! 죽은 듯이 있으라면 있겠습니다! 살려만 주십시오. 소, 손해 볼 것도 없지 않습니까?
-득 될 것도 없지.
-아닙니다. 분명 제가 필요한 일이 있을 겁니다. 앞날은 모르는 거 아니겠습니까?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혀를 놀리는 꼴이 우스웠지만 류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에겐 플루닉토스가 필요하다.
‘녀석이 있어야 마족의 자격이라는 임시 스킬을 쓸 수 있는 거니까.’
플루닉토스를 소멸시키면 스킬도 사라진다.
스킬의 존재가 플루닉토스를 보관하고 있기에 생성되는 것이었으니까.
‘그래서 임시 스킬이라 쓰여 있는 거지.’
게다가 영혼이 자력으로 빠져나올 일은 없었기에 가지고 있어서 나쁠 건 없다.
정 필요 없어지면 소멸시키면 그만이고.
류민이 인심 쓰듯 말했다.
-후우, 그렇게 애원한다면야 조금은 미뤄두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다만 조금이라도 날 거슬리게 했다간 곧바로 난도질하는 고통을 느끼게 해줄 테니 그렇게 알라고.
-여부가 있겠습니까, 헤헤.
간신배처럼 태세 전환하는 목소리에 류민이 피식 웃었다.
-그 빛의 공간이 영 견디기 어려우면 언제든지 말하고. 바로 소멸시켜줄 테니까.
-아, 아닙니다. 이, 있어 보니 따뜻한 느낌이 드는 게 마음에 드는데요, 뭘. 하하하…….
어색한 웃음을 짓는 플루닉토스의 목소리를 뒤로하며, 류민은 대화를 끊었다.
‘일단 스킬이나 써볼까? 위기는 해결했으니까.’
잠깐 구경이나 하러 가봐야겠다는 생각에 류민이 스킬을 사용했다.
‘마족의 자격.’
그렇게 10초를 기다리자.
스르륵-
류민의 몸이 감쪽같이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