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0th Regression of the Max-Level Player RAW novel - Chapter 333
만렙 플레이어의 100번째 회귀 333화
333. 파이널 라운드 시작
‘20라운드가 마지막인 줄 알았는데…….’
류원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침대에 누워 있는 형을 바라봤다.
설마하니 파이널 라운드가 있었고 또다시 누워서 대기하고 있을 줄 생각이나 했겠는가?
그것도 형 혼자서?
“뭘 그런 눈으로 봐?”
“걱정되니까…….”
“누가 보면 죽으러 가는 줄 알겠네.”
“그, 그런 소린 농담으로도 하지 마!”
류원은 순간 상상했다.
형이 없는 빈자리가 얼마나 공허할지.
혼자서 살아야 하는 세상이 얼마나 외로울지.
그런 동생의 마음을 잘 알기에 류민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걱정 말라니까. 파이널 라운드에 대한 정보는 어느 정도 알고 있으니까.”
“정말이야?”
“그래. 나름대로 대비는 하고 들어가는 거라고. 그러니 그런 표정 지을 것 없어.”
걱정하다 못해 울상까지 짓던 동생의 얼굴이 조금은 펴졌다.
“꼭 살아 돌아와야 해. 알았지?”
“그 말 전에도 했던 거 같은데.”
“진지하게 말하는 거야.”
“알았다니까.”
피식거리며 여유로운 웃음을 보인 류민이었지만 사실은 장담할 수 없다.
이번만큼은 겪어보지 못한 라운드일뿐더러 카오스가 나타날 확률도 높았으니까.
‘어쩌면 실패할 수도 있어. 그렇다고 해서 피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만.’
반드시 파이널 라운드를 공략해서 이 빌어먹을 게임의 종지부를 찍겠다.
그런 생각으로 류민은 동생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이제 가야 할 시간이다.
“금방 돌아올게.”
“으응. 형.”
걱정하지 말라 해도 걱정하는 동생의 얼굴을 마지막으로, 류민이 눈을 감았다.
벽에 걸린 시계가 정확히 자정을 가리키고 있었다.
* * *
신들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천마 대전만 한 게임은 없다.
천족과 마족이 서로의 목숨을 걸고 싸우는 치열한 전쟁.
그 가운데 승패를 예측하며 내기를 걸기까지.
말이 게임이지 일종의 도박판이나 다름없다.
[오셨습니까? 아폴론 님.] [오오, 헤르메스. 오랜만이네. 그간 별일 없었나?] [그럼요. 다프네 님은요? 이번에도 같이 오셨습니까?] [아니. 이번엔 의견이 엇갈렸네. 천족이 이길 것 같다고 가버리지 뭔가.] [저런. 안타깝군요. 이번에도 천족에게 승산은 없어 보이거늘.] [그러게나 말일세. 나와 같이 마족 편에 서자고 설득해 봤지만 소용없더군. 아무래도 배당에 눈 돌아간 모양이야.] [하하, 하긴 이번에 천족 측 배당이 좀 높게 나왔죠. 혹시 모르지 않습니까? 기적처럼 천족이 이길지.] [농담으로도 그런 말 하지 말게. 이번에 지면 완전 거덜 나니까.] [많이 걸으셨어요?] [이번 경기에 50만 테라는 걸었지.] [허! 통 크시네!]‘테라’는 신들이 사용하는 에너지이자 내기에 거는 수단이다.
신족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테라지만 자연적으로 쌓기가 어려워 돈처럼 애지중지하는 게 현실.
테라가 없으면 신은 자신의 특별한 힘을 발휘할 수 없으니까.
그렇기에 도박이라 할 수 있는 천마 대전에 사활을 걸기도 한다.
[저는 이번에 30만 테라 걸었습니다.] [오오, 꽤 많이 걸었군?] [듣기로 아테나 님은 80만을 걸었다더라고요.] [뭐? 마족 측에?] [아니요. 천족의 승리에…….] [하하하하! 그 현명하신 분이 이번만큼은 몽땅 잃게 생겼군.] [그건 모르는 일이지.]갑자기 끼어든 목소리에 신들의 고개가 돌아갔다.
상대를 확인하자 불만스럽던 얼굴에 황망함이 번졌다.
[헉, 모로스 님?] [모로스 님을 뵙습니다.]파멸의 신, 모로스.
그의 입지는 다른 신들에 비할 바가 못 됐다.
지위도 높지만 가지고 있는 테라 양만 500만으로 추정되는 대부호였으니까.
[저기, 모로스 님. 조금 전에 하신 말씀은 무슨 소리인지…….] [설마 천족이 이번에 이기기라도 한다는 소립니까?]신들이 조심스레 물었지만 모로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표정만 구기고 있었을 뿐.
다름 아니라 그를 걱정케 하는 요인이 눈앞에 있기 때문이었다.
‘빌어먹을. 검은 낫이 파이널 라운드까지 오다니.’
다른 신들은 모르겠지만 모로스는 검은 낫에 대해서 안다.
노폐인노게이의 정보를 플루닉토스에게 제공함으로써 검은 낫을 제거하는 데 일조했었으니까.
‘그런데 제거는커녕 저렇게 버젓이 살아남다니…….’
그가 지켜보는 화면에는 검은 낫이 있었다.
무채색의 공간에 홀로 서서 대기하는 모습.
그 모습을 본 신들이 웅성거렸다.
[저건 인간이 아닙니까?] [천족에서 진행한 프로그램을 20라운드까지 통과한 인간인가 보군요.] [어쩌면 저 인간이 변수로 작용할지도 모르겠는데요?] [고작 용병 하나 가지고 변수는 무슨.] [맞아요. 여태껏 천족이 승리한 적은 5차 때 한 번뿐입니다. 마족이 더 우세해요.] [천족이 파이널 라운드까지 용병을 키워낸 것도 이번이 처음 아닙니까?] [마족의 승리는 기정사실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걱정할 것 없습니다, 다들!]‘걱정해야 할걸? 여태 봤던 플레이어와는 차원이 다른 게 저 검은 낫이니까.’
모로스는 보았다.
18라운드에 치러졌던 모의 전쟁에서 천족, 마족을 가리지 않고 모조리 쓸어버리던 검은 낫의 무력을.
그 때문에 플루닉토스에게 자진해서 노폐인노게이의 정보를 제공했던 모로스다.
검은 낫을 막지 못하면 내기에서 지고 말 테니까.
플루닉토스에겐 아르타로스의 윗선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도와주는 것처럼 말해놨지만.
‘절대로 지면 안 돼. 이번 내기에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400만 테라를 걸었단 말이다!’
이제 와서 대상을 바꿀 수도 없다.
승자 예측은 1라운드를 시작하기도 전에 미리 정하는 것이기에.
‘빌어먹을! 이런 중요한 시국에 플루닉토스는 왜 연락이 안 되는 거야?’
플루닉토스에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따져 물을 셈이었지만 연락이 되지 않아 문제였다.
‘설마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겠지? 에이, 설마.’
신에 준하는 플루닉토스의 안위에 일이 생겨봐야 뭐 얼마나 생겼겠는가?
설사 무슨 일이 있다 하더라도 자신과는 상관없다.
그에겐 마족의 승리만이 중요했으니.
‘제발 내 피 같은 테라를 잃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지만, 그는 몰랐다.
신족도 죽인 데다 카오스의 습격에도 살아남은 인간이 눈앞에 있을 줄은.
* * *
9월 1일 자정.
류민의 눈에 익숙한 공간이 펼쳐졌다.
다름 아닌 무채색의 공간이었다.
그러나 이 넓이를 알 수 없는 공간에 홀로 서 있으니 이루 말할 수 없는 허전함이 전해진다.
‘혼자라면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은 모양이야.’
그동안은 혼자서만 살아남는 데 주력했지만, 이번만큼은 다르게 행동했다.
최대한 많은 사람을 살리는 데 집중했고 처음으로 71명의 동료를 20라운드까지 데려오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함께 고생한 그 세월은 카오스라는 절대자의 등장으로 인해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렸다.
그동안의 노력이 허사가 되어버린 셈.
‘아니, 허사는 아니야. 내가 살아남았으니까.’
20라운드를 넘긴 것만으로도 이전보다 앞서나간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뭐가 됐든 결과를 만들지 못하면 의미 없는 법.
‘반드시 라운드를 공략하고 염원석을 차지한다.’
염원석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위험도 감수하리라.
그렇게 다짐하는 찰나, 메시지가 나타났다.
평소처럼 안내하는 천사는 보이지 않았다.
반투명한 창이 눈앞을 아른거릴 뿐.
◀ FINAL ROUND ▶
└마족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최종 참가자 : 1
예상대로 퀘스트는 18라운드와 같았다.
다른 점이라면 그때는 연습 게임이었지만 이번만큼은 신들의 에너지가 걸린 실전이라는 것.
‘놈들이 내기로 건 에너지가 테라라고 했나?’
얼핏 들은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류민이 잠자고 있던 영혼을 불렀다.
-야, 플루닉토스. 테라가 뭐냐?
-예?
난데없이 불러서 질문하는 꼴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영혼이 저당 잡힌 플루닉토스로선 저자세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에, 에너지입니다. 신들이 사용하는…….
-신력이랑은 다른 거냐?
-다르죠.
-어떻게 다른데?
-신력은 신족의 몸을 두르는 상위의 기운이고, 테라는 신족 고유의 힘을 쓸 수 있게 하는 에너지입니다.
쉽게 말하면 신력은 신족 고유의 기운, 테라는 능력을 사용하는데 드는 일종의 마나였다.
-그럼 너도 테라라는 걸 가지고 있었어?
-아니요. 저는 반쪽짜리 신이었기에 신력 말고는 내세울 게 없었습니다.
-네메시스는 신이니까 테라를 가지고 있었겠네?
-그렇겠죠. 아마 천족의 승리에 많은 테라를 걸었을걸요?
류민은 알았다는 대답도 없이 소통을 끊었다.
그리고 곧장 네메시스의 영혼과 대화를 시도했다.
-네메시스.
-…….
-대답 안 하면 소멸시킨다?
-무, 무슨 일이냐.
-말투가 공손하지 못하네. 안 되겠어. 너 같이 말 안 듣는 영혼은 필요 없으니 소멸시켜야…….
-죄, 죄송합니다!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저도 모르게 헛말이…….
네메시스도 영혼 소멸의 고통이 어떤지는 잘 안다.
라운드 시작 전에 한 번 대화를 나눈 터라 자신의 처지도 인지하고 있었고.
-물어볼 게 있는데. 테라라는 거 너도 가지고 있어?
-테라요? 물론 가지고 있죠. 아니…… 가지고 있었죠.
-얼마나?
-600만 정도요…….
-그걸 천족의 승리에 걸었고?
-네…… 하지만 이젠 다 부질없는 일이 되어버렸죠.
-신들에게 테라가 그렇게 중요하나? 내기에 걸 만큼?
-그럼요. 테라가 없는 신족은 알맹이 없는 껍데기나 다름없습니다. 각자의 능력을 사용하는데 드는 에너지가 테라이고, 테라가 없어서 능력을 쓰지 못하면 무능함을 입증하는 거나 마찬가지니까요.
-인간으로 치면 돈처럼 중요하다는 말이군.
거래도 할 수 있는 걸 보면 재산이라고 봐도 무방해 보였다.
-테라를 얻는 법은?
-따로 없습니다. 태어나면서부터 자연적으로 쌓이는 게 테라니까요. 뭐, 다른 신에게서 갈취하거나 내기로 얻을 순 있지만요.
-그럼 나도 가지고 있겠네?
-신족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으니 그렇지 않을까요?
-확인하는 방법은?
-그냥 자연히 알게 되는 건데…… 모르세요?
류민은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모르기도 했고 시작을 알리는 메시지가 떠올랐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