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0th Regression of the Max-Level Player RAW novel - Chapter 75
만렙 플레이어의 100번째 회귀 75화
75. 주주총회
“제가 벌이려는 사업은…….”
류민의 말에 두 사람이 침을 삼키며 주목했다.
“플레이어들만의 소셜 오픈 마켓을 만드는 겁니다.”
“소셜 오픈 마켓?”
“옥션, F마켓, 쿠펑 같은 사이트를 말하는 겁니까?”
들어온 질문에 류민이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차이점은 오직 플레이어만 이용할 수 있으며, 물건 대신 아이템을 판매한다는 점이겠지요.”
“아이템은 현금으로 사고팔 수 있는 겁니까?”
“그건 아이템 등록 시 판매자가 정할 수 있게 해둘 겁니다. 현금으로 할지, 물물교환으로 할지.”
“물물교환은 이해되는데 플레이어에게 현금이 필요할까요?”
“돈이 필요한 사람도 있지 않겠습니까? 지금으로선 마땅한 수단이 없기도 하고.”
“지금으로선? 그럼 나중엔 다른 수단이 생긴다는 의미인가요?”
마경록의 질문에 류민이 눈을 빛냈다.
‘역시 예리하군.’
뭐든 대충 듣는 법이 없었다.
“그렇습니다. 제가 미래를 좀 봤거든요. 40레벨이 넘어간 사람들이 현금 대신 골드를 거래하는 모습을.”
“골드를?”
아직 40레벨에 이르지 못한 두 사람은 거래 기능이 있는 것조차 몰랐다.
당연히 골드를 거래할 수 있다는 생각도 못 했다.
“40레벨이 되면 거래 기능이 생깁니다. 이 기능으로 플레이어들은 서로 간에 골드를 거래할 수 있죠. 저희는 중개 사이트로서 그들이 안전하게 골드 거래를 할 수 있게 시스템을 구축해 놓으면 됩니다. 물론 수수료로 현금이나 골드를 받아먹으면서 말이죠.”
“흐음…….”
마경록이 팔짱을 끼며 생각에 잠겼다.
‘플레이어 간의 소셜 마켓이라……. 나쁘지 않은데?’
우선 아무도 만들지 않았다는 점에서 선점 효과가 있다.
대박만 친다면 이쪽 분야에서 독점적인 시장을 구축할 수 있으리라.
긍정적인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지만 마경록은 내색하지 않았다.
아직은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었다.
“정말 소셜 마켓을 열면 사람들이 이용하려고 할까요?”
“현재 5라운드를 진행하며 플레이어들의 수중에 어느 정도 아이템이 쌓인 상황입니다. 아시다시피 몬스터에게서 드랍된 아이템은 상점에 팔 수도 없어서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고 있을 겁니다.”
“이럴 때 아이템을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면 플레이어들이 두 팔 벌려 환영할 거란 얘기군요?”
“그렇습니다. 게다가 대부분이 20레벨이 넘은 지금, 조합 기능이 생겨서 다들 이런저런 아이템으로 조합법을 찾아보고 싶을 겁니다. 이럴 때 아이템을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사이트가 생긴다면?”
“사람들이 몰리겠군요.”
“예. 지금이 딱 적기인 거죠.”
마경록이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더 들어볼 것도 없는 사안이었다.
‘확실히 예언자의 말대로야. 시스템 구축만 잘하면 대박을 터트릴 수 있다.’
유입이야 기자들을 섭외해서 기사를 뿌리던가 광고 대행업체를 이용하면 그만.
‘중요한 건 접근성이야. 플레이어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게 앱 개발도 미리 해놔야 해.’
마경록의 머릿속에 이런저런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경매 시스템을 만드는 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직접 물건을 올리고 저마다 참여할 수 있게 해서 특정 아이템의 가치를 올리는 겁니다.”
“좋은 생각입니다. 플레이어들의 흥미를 끌기에 좋겠군요.”
“그리고 이건 어떻습니까? 초반에 수수료 없이 아이템을 등록하게 해서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겁니다. 거래를 활발히 할수록 혜택을 주는 등급 시스템도 만들고요.”
“그것도 좋은 생각이네요.”
적극적인 마경록의 태도에 류민이 씩 웃었다.
‘내가 제시한 사업이 어지간히 마음에 드는 모양이군.’
확실히 전망 있는 사업이었다.
앞으로는 플레이어가 대세로 자리 잡는 시대가 도래하니까.
무엇보다 최초라는 점에서 마음이 끌렸으리라.
‘예언자인 내가 보증까지 하니 안 할 수가 없겠지.’
플레이어들의 마켓을 만들게 되면 류민에게도 득이 된다.
필요한 아이템을 쉽게 구할 수 있을 테니까.
‘당장은 쓰임새를 알 수 없는 조합 재료 아이템들. 그것들을 미리 독점해야 한다.’
재료들을 사들이면 유니크를 넘어 레전더리, 갓 등급의 아이템까지도 무리 없이 만들 수 있으리라.
“업종은 소셜 마켓으로 결정했고, 회사 이름은 어떻게 바꿀까요?”
“혹시 생각나는 거 있으십니까?”
류민이 물었지만 마경록은 고개를 저었다.
“제 생각은 접어두십시오. 이럴 때일수록 예언자님께서 보신 미래대로 진행해야지요. 무엇보다 우리 회사의 최고 경영권자 아니십니까?”
“하하…….”
틀린 말은 아니었기에 류민은 내빼지 않았다.
“음, 그럼 이거 어떨까요? 플레이어의 장소라는 뜻에서 플레이어 플레이스(Player Place)라고 하는 겁니다.”
“플플이라……. 어감이 딱 붙는군요. 좋은 이름 같습니다.”
사실 좋은지는 모르겠으나 예언자의 말이니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는 마경록이었다.
“그나저나 저한테 또 아이디어가 있는데 어떤지 들어봐 주시겠습니까?”
“네, 말씀하세요.”
마경록이 열성적으로 사업에 관해 떠들었다.
류민은 듣기만 하다가 최종 결정권자처럼 좋다, 싫다, 평가하고 결정했다.
째깍거리는 사무실의 초침 소리가 묻힐 정도로, 두 사람은 정신없이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다 보니 저녁이 된 줄도 모르고 있었다.
“어……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군요. 같이 저녁 좀 드시겠습니까?”
“아니요. 저는 집에서 먹겠습니다. 동생이 기다리고 있어서요.”
“아아, 그러십니까?”
마경록이 못내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류민과 사업 이야기를 하는 게 꽤나 즐거웠던 모양이다.
“시스템을 구축하고 상용화하기까지 얼마나 걸릴까요?”
“빠르면 한 달 정도 소요될 것 같습니다.”
“6라운드 이후가 되겠네요.”
류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 달 정도면 늦지는 않은 편이다.
“말 나온 김에 6라운드에 대한 정보를 드리겠습니다.”
“오오, 그거 듣던 중 반가운 소리입니다.”
진심으로 기뻐하던 마경록이 귀를 기울였다.
옆에 있던 안상철도 무심한 척하면서 류민의 목소리에 집중했다.
이윽고 류민이 6라운드에 관해 설명했다.
주의할 점과 공략해야 할 방향 등을 제시했다.
정보를 모두 들은 마경록이 흥미로운 눈빛을 보냈다.
“흐음, 6라운드에서도 협동이 필요하군요. 잘 들었습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예언자님.”
“별말씀을.”
깍듯하게 인사하던 마경록이 속으로 웃음 지었다.
-역시 예언자를 붙잡아두길 잘했어. 덕분에 일이 순조롭게 풀리는 느낌이야. 현실에서도, 이계에서도.
그의 생각이 전해졌지만 류민은 모른 체했다.
아마 마경록은 꿈에도 모를 것이다.
자신의 생각이 눈앞의 예언자에게 낱낱이 읽히고 있는 줄은.
“그럼 사업 방향은 오늘 얘기한 대로 진행하기로 하고, 최대한 빨리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서 안건을 통과시키도록 하겠습니다. 그때는 류민 대주주님도 오셔서 사업에 관해 설명해 주셔야 하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사람들 앞에 나서서 설명해야 하는데 괜찮냐는 의미였다.
“네, 괜찮습니다.”
“알겠습니다. 주주총회 날짜가 잡히는 즉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안 실장.”
“예, 대표님.”
“예언자님 집까지 직접 모셔다드리세요. 간 김에 서 배우 집에도 들러서 정보 공유하시고요.”
“알겠습니다. 가시죠, 예언자님.”
* * *
며칠 후.
자정이 되자 류민이 기다렸다는 듯 상점창을 열었다.
★오늘의 아이템★
[방랑자의 넝마 옷]-분류 : 갑옷
-등급 : 에픽
-방어력 : 1
-효과 : 공격 속도+30%, 이동 속도+30%
-내구력 : 1,000/1,000
-사용 제한 : 레귤러 등급 이상
-설명 : 다 찢어져서 제 기능도 할 수 없는 더러운 옷. 그러나 장점도 있다.
기다리던 에픽 아이템이 나왔다.
‘방어력은 쓰레기지만 공속과 이속이 월등하게 높은 아이템이지.’
가격은 무려 2만 골드.
다른 플레이어라면 부담스럽게 느껴질 가격이겠지만.
‘2만 골드에 에픽 아이템이라……. 개꿀이네.’
돈이 넘치는 류민에겐 별다른 타격이 없었다.
‘소셜 마켓이 형성되기 전까진 상점의 아이템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어.’
훗날 사업이 번창해 아이템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면, 상점은 거들떠볼 필요도 없어진다.
필요한 아이템은 전부 마켓에서 사면 그만이니까.
‘그때는 유니크 이상의 아이템을 얼마든지 조합해서 만들 수 있다.’
상점에서는 기껏해야 에픽 아이템까지밖에 팔지 않는다.
그 이상은 조합으로 해결해야 하는데, 그 조합식을 찾기가 여간 쉽지 않다.
‘하지만 나는 대부분의 조합식을 외우고 있지.’
다름 아니라 조합식이 적혀 있는 [도안] 아이템을 반복된 회차로 전부 확인했으니까.
‘도안 아이템이 없었다면 나라고 그 많은 조합법을 다 알 순 없었을 거야.’
도안은 특정 아이템의 조합법이 적혀 있는 간단한 정보 아이템.
‘지금이야 도안이 없어서 이것저것 조합해 보면서 알아보겠지만…….’
나중에 도안 아이템의 존재가 알려짐에 따라 도안부터 찾는 사람이 늘어나게 된다.
무식하게 아무거나 조합해 보며 조합법을 찾기엔 한계가 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특정 도안은 정말 비싼 값에 거래되기도 하지. 기껏해야 조합법만 적혀 있을 뿐인데도.’
일반적으론 절대로 얻을 수 없는 갓 등급의 조합법을 알게 된다고 생각해 보라.
억만금을 주고서라도 사고 싶지 않겠는가?
‘게다가 정보를 알고 있으면 다른 사람에게 되팔 수도 있으니.’
그만큼 조합법에 대한 정보는 비싼 값에 팔린다.
‘이미 정보를 꿰고 있는 나에게 도안 따위는 하등 필요 없는 아이템이지만.’
그렇게 따지면 류민이 가지고 있는 정보는 돈으로 환산하면 끝도 없는 가치를 지닌 셈이었다.
‘내 예상이라면 11라운드가 되기 전에 갓 등급을 만들 수 있을 거야.’
씨익 미소 짓던 류민이 침대에 누웠다.
아닌 게 아니라 아침 10시에 임시 주주총회가 열린다.
늦지 않게 참석하려면 지금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대주주로서, 최고 경영권자로서 주주총회에 빠질 순 없지.’
류민이 일찍 눈을 감았다.
수마가 서서히 몰려왔다.
* * *
웅성웅성-
주주총회장에는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모두 천마 컨설팅에 투자한 주주들이었다.
“여기 회사 자료 받아서 앞쪽부터 자리를 채워주십시오.”
입구에서 안상철이 들어오는 주주들에게 간단한 책자를 넘겨줬다.
회사의 경영 방침과 그간의 성과 자료, 영업 이익 등이 소개된 책자였다.
안으로 들어간 주주들은 한쪽으로 책자를 치워버린 뒤 단상만을 쳐다봤다.
오늘의 안건에 대해서는 소집통지서를 봐서 이미 알고 있다.
그런 마당에 책자 따위가 눈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뭐? 업종이랑 회사명을 변경하겠다고?’
‘대표 새끼 어딨어?’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나 보자.’
주주들은 대표가 나타나길 단단히 벼르고 있었다.
납득하지 못 할 말을 할 경우, 주주총회장을 나가자마자 투자금을 회수하리라 생각하며.
시간이 흘러 많은 사람이 모이고, 약속한 10시가 되었다.
때가 되자 말끔한 슈트 차림의 마경록이 단상 위에 올랐다.
“안녕하십니까, 주주 여러분. 천마 컨설팅의 대표이자 오늘의 의장을 맡은 마경록이라고 합니다.”
보통은 이쯤에서 터져야 할 박수가 터지지 않았다.
예상한 반응이라는 듯 웃어 보인 마경록은 개회를 선언한 뒤 빠르게 본론으로 넘어갔다.
“오늘 임시 주주총회를 연 이유는 다들 알고 있다시피 중대한 안건을 처리하기 위함입니다.”
장내는 조용했다.
싸늘함마저 느껴졌다.
“갑작스럽겠지만 우리 회사는 컨설팅이란 업종을 변경함과 더불어 회사명을 바꾸고자 합니다.”
“하.”
대표의 입으로 직접 들어서일까?
곳곳에서 저마다 한숨이 터졌다.
당연한 반응이었다.
천마 컨설팅이란 회사의 비전을 보고 투자했더니 갑자기 다른 길로 경로를 틀겠다고 한다.
주주들로선 어이없고 황당할 수밖에.
“잘 나가다가 갑자기 무슨 봉창 두드리는 소리입니까?”
“대체 무슨 업종으로 변경하겠다는 건데요?”
“그냥 지금처럼 컨설팅이나 하세요!”
“자자, 진정들 하시고요.”
참지 못한 몇몇 주주들이 소란을 피웠지만 마경록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우선 업종 변경에 대한 건 이번에 31%의 지분을 보유해서 최고 경영권을 갖게 되신 저희 대주주님이 말씀해 주실 겁니다. 대주주님?”
마경록의 부름에 한 사람이 단상 위로 올라왔다.
“안녕하십니까, 이번에 천마 컨설팅의 경영권을 갖게 된 류민이라고 합니다.”
류민을 본 주주들이 하나같이 놀랐다.
이제 막 스무 살이나 되었을 법한 새파란 청년이 최고 경영권자임을 자처하고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