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239
제238화
강설이 검게 변하더니 줄곧 밀리던 전세를 뒤집고 승리를 거두었다.
관중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환호했지만 정작 신요와 장두는 그러하지 못했다.
둘은 그의 압도적인 무위에 충격을 받고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기를 잠시.
“비를 너무 오래 맞았군요.”
“조금 찝찝하지?”
“예.”
후웅…
신요의 손끝에서 붉은 기운이 스며 나와 그녀와 장두의 의복에 가 닿았다.
치이이이…
순식간에 뽀송뽀송해진 그들의 옷.
그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전사의 심장에서 떠났다.
투기장을 나오면서부터는 우산을 쓰는 둘.
“옆으로 좀 가지?”
“우산은 제가 들지 않습니까?”
“그럼 우산을 좀 내 쪽으로 해줄래?”
“어깨가 넓어서 어쩔 수 없습니다.”
피식…
둘은 서로를 보고 잠시 웃었다.
“충격적이었지?”
“아, 물론이죠.”
“요천에 오길 잘한 것 같아.”
“은원록에 새긴 그 한 줄에 기대가 되는군요.”
“그래?”
“사용하기에 따라서는 한 번, 한 번쯤은 신요 님의 목숨까지도 구원하지 않겠습니까?”
장두의 말에 신요가 깜짝 놀라 쳐다보았다.
“너무 후한 평가인데?”
“적절한 평가입니다. 설마 아직도 제 눈을 의심하시는 건 아니겠죠?”
“그럴 리가, 아직도 믿을 수가 없어서 그렇지.”
“저도 직접 보지 않았더라면 그랬을 것 같습니다.”
정복자인 대하를 상대로 일체의 공격도 허용하지 않고 끝을 낸 그의 무용.
숨기고 있는 힘이 있다는 걸 눈치챈 장두조차 이 정도 힘일 줄은 몰랐었다.
“신요 님.”
“왜.”
“…조금 가깝게 지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우뚝…
신요를 불러 세운 장두.
장두의 말에 신요는 기분이 나빴는지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어째서?”
장두는 피식 웃으며 답했다.
“적이 된다면 조금, 곤란할 것 같습니다.”
* * *
(New)[‘경운기폭주족’ 님의 게시글]
[게시일 : 방금]
[제목 : 대체 대하가 이길 거라고 예측한 투권 리딩방 새끼들 말을 믿는 새끼가 어딨냐? ㅋㅋ 다 나가 뒤져라ㅋㅋ]
일단 나부터 ㅋㅋㅋ
– 대하가 졌다 ㅠㅠ
– 아니 씨… 초반에 힘을 너무 많이 써서 북산 엔딩 난 거 아니야?
– 거짓말처럼 져버렸어…
(New)[‘제주무서리꾼’ 님의 게시글]
[게시일 : 방금]
[제목 : 투권에 돈 다 꼴아박았는데… 나 어떡하냐?]
응 내 얘기 아니야 ㅋㅋ 니 얘기야~
– 자기랑 같은 처지인 줄 알고 설레서 들어온 놈들 오열 ㅋㅋㅋㅋ
– 너희들을 위해 요즘 수온이 많이 높아졌단다.
– 그러게 강설 코인 탔어야지 ㅋㅋㅋ
(New)[‘T없이맑은I’ 님의 게시글]
[게시일 : 방금]
[제목 : 이거 승부 조작 아니냐?]
갑자기 변신하는 게 말이 돼? 저딴 능력이 있다고? 이건 말이 안 된다. 날 설득하려면 나도 저런 능력 줘.
– 메시지에 떴잖아, 절기라는데?
– 아니 무슨 원주민 새끼들은 절기 절기 ㅈㄹ들을 하냐? 한국은 24절기가 있어요 절구통에 처넣어서 빻아버릴까 보다.
– 우리 친구 화가 잔뜩 났네 ㅋㅋㅋㅋ
– 돈 잃으면 화가 날 만하지 ㅋㅋ 여기서 화 잔뜩 내도 돼 다 풀고 가~
– 아직 갈 집이 남았다면 말이지.
(New)[‘블록체인투권’ 님의 게시글]
[게시일 : 방금]
[제목 : 대하 승리로 투권 231장 질렀는데…]
투권 231장… 여기 사람 있어요…
– 사람은 맞나요?
– 선생님, 우리는 당신 같은 분들을 짚신벌레라고 부르기로 사회적 합의를 마쳤답니다?
(New)[‘증권가찌라시’ 님의 게시글]
[게시일 : 방금]
[제목 : 와, 이거 믿기냐?]
강설이 전이자란다 ㅋㅋㅋ
용석에 정복자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는데 ㅋㅋㅋ
– 상상이 구체적이시네요.
– 나 아직 절기 쓰는 전이자 한 명도 못 봄ㅋㅋ
– 찌라시는 확실히 찌라시네요 ㅎㅎ
요천, 이곳은 지금 강설과 설홍에 대한 근거 없는 소문들과 망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증식되고 있었다.
정작 당사자들인 설홍과 강설은 단정한 의복을 입고 곽성이 거하는 처소에 머물고 있었다.
곽성은 정복전이 끝나고 나서 이들을 이곳으로 정중히 모셔왔다.
강설과 설홍은 조용히 앉아 기록관들의 평가를 기다렸다.
곧, 기록관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망화 설홍!”
설홍은 이전과는 달리 힘차게 답했다.
“지금부터, 너의 발자취를 평가하겠다!”
기록관의 평가는 그 후로 잠시 이어졌다.
“다음 시련의 고지는 정확히 3일 후다!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하여 다음 시련에 대비하라!”
“…예.”
기록관들의 목소리가 사라졌다.
설홍이 강설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대, 들었는가?”
“들었습니다.”
“만점이라니… 이 설홍이 만점이라니….”
“충분히 자격이 있으십니다.”
강설은 설홍을 바라보았다.
정복자에 오르는 것까지는 예정된 일, 그가 나선 이상 반드시 그러겠다 다짐했었다.
하나, 정복자에 오른 후의 판단은 설홍의 의견이 더 많이 들어갔다.
사실상 정복자에 오르면 전사의 심장을 손에 넣은 것이나 마찬가지니, 시련은 이미 극복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설홍은 곽성에게서 강제로 투기장을 빼앗아오는 것을 거부했다.
– 어찌 한 백성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짓밟는 것이 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란 말인가?
위험 요소는 있었다.
곽성이 그들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괴팍하고 냉소적인 인간이었다면 설홍의 계획은 무산되었을 것이다.
확실한 것은 역시 강제로 빼앗아오는 것.
그러나 설홍은 그런 게 용쟁에서 배워야 할 것이라면 용제의 뒤를 이을 용화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신기하다.’
강설은 처음에는 설홍을 단순히 어린 아이라 생각했지만 보면 볼수록 당찬 모습이 꼭 그녀의 어머니인 유화를 보는 것 같았다.
“맙소사… 이게 대체 무슨 일입니까?”
“천주….”
“설홍 님이 해내실 줄 알았습니다. 아니! 우리 강설 님도 잘 해내셨습니다. 모두 훌륭하십니다!”
“천주, 그리고 강설이 도왔기 때문인걸.”
“설홍 님….”
만점을 받았다는 소식에 천주는 또 한바탕 난리를 피웠다. 수상소감을 이리도 길게 말한다면 모두 진이 빠질 것이다.
“유화 님이 기뻐하실 겁니다!”
“분명, 보고 계시겠지?”
“당연하지요! 어디 있든 간에 설홍 님의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고 계실 겁니다.”
공교롭게도 옆에 있다.
정확히는 반쪽만 유화였지만.
아무튼, 천주와 설홍의 이야기가 한참이던 와중 천주가 종이를 꺼냈다.
“아 참! 내 정신 좀 봐. 여기, 서찰이 도착했습니다.”
“음? 나한테?”
“네, 읽어보시지요.”
사락…
설홍이 종이에 적힌 글씨를 차근차근 읽어갔다.
“이거… 제각 오라버니가 보내오신 서찰이야.”
“제각… 사자화 제각 님이로군요.”
“응! 끝까지 읽어볼게!”
– …너의 무궁한 비상을 기원하며, 이만 마치마.
사라락…
설홍은 편지를 품에 꼭 안았다.
“무슨 내용입니까?”
“지난번, 용쟁에 대한 얘기.”
“용쟁?”
“만점을 받았던 거, 축하하고 앞으로도 응원할 거라는 내용이었어.”
설홍은 몸을 비비 꼬며 좋아했다.
천주와 강설이 그녀의 모습을 보며 웃었다.
강설이 그녀에게 물었다.
“뭐가 그리 좋으십니까?”
“흠흠… 타인의 관심을, 애정을 받는다는 것에 기뻐한다는 건 당연하다.”
“제각이라면… 용화 중 한 명입니까?”
“제각 오라버니는… 내가 아무런 힘이 없어 괄시받을 때도 날 생각해주셨던 고마운 분이다. 비록 힘이 없어 그분께 보답하지 못했었지만 언젠가는 나도 그분께 보답이 되겠지.”
“서찰 하나로 이렇게 기분을 좋게 만들 수 있다니. 제각이라는 사람도 대단하군요.”
“으응… 사실 제각 님에 대한 평가는 그리 좋지 않긴 하다만, 이렇게 마음을 쓰는 일에 진심이시니 분명 더 크게 되실 분이….”
똑똑똑…
“찾아오신 분이 있습니다.”
“내게?”
“예, 소료라는 분입니다.”
설홍이 고개를 갸웃하며 일어났다.
강설 또한 그녀를 따라 일어섰고.
“천주, 그럼 나간 김에 그곳에도 들렀다 올게.”
천주가 그들을 작별했다.
“조심히 다녀오십시오.”
“걱정하지 마. 강설은….”
설홍이 강설을 보며 이렇게 답했다.
“요천에서 제일 강한 사내니까.”
“…아무렴요.”
강설과 설홍이 계단을 내려가 시비의 뒤를 따랐다.
문밖 정원에는 한 여인이 앉아있었다.
“설홍.”
“소료 언니….”
“얘기나 하자꾸나.”
소료의 분위기는 약간이나마 변해있었다.
표독스러웠던 이전과는 달리, 그 눈망울도 그렇고 전체적인 인상이 순해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설홍이 다가가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강설은 저만치 떨어져 주변을 둘러보았다.
“소식은 들었다. 곽성이 칸에게 상납금을 보내왔다며?”
“예. 액수는 그리 크지 않지만….”
“애초에 상징적인 의미가 더 중요한 것 아니겠니? 액수에는 크게 연연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거기다 널 개인적으로 후원하겠다고 하니 천군만마를 얻은 셈이겠구나.”
설홍의 의복이 훨씬 귀한 것들로 바뀐 이유기도 했다.
곽성은 용쟁 기간 동안, 설홍의 거마비를 후원하기로 약속했다.
설홍은 그녀의 언니인 소료와 함께 있는 이 자리가 어색했다.
얼마 전까지 앙숙처럼 싸웠지 않은가.
“이제 용궁으로 돌아갈 생각이다.”
“…벌써요?”
“내 부족함도 깨달았고 더는 남아있을 이유도 없으니 말이다. 설홍, 가기 전에 네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오늘 이곳에 방문한 것 또한 그 때문이다.”
소료가 눈을 감고 무언가를 그리듯 말했다.
“그날, 전사의 심장에는 나 또한 있었다. 곽성에게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는 네 모습이… 내 눈에는 너무도 빛나 보이더구나.”
“…….”
탁…
탁자 위에 무언가를 올려놓는 소료.
척 보기에도 선물처럼 보이는 물건이었다.
“대접하기에 좋은 차와 피로를 풀어주는 단약이다.”
“언니….”
“원래는 용쟁 기간 동안 사용하려 했던 물건이지만, 낙화해버렸으니 어쩌겠느냐?”
소료의 말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경거망동해 목숨을 잃었던 배유 오라버니나 용쟁을 쉽게만 생각했던 나는 이 앞으로는 갈 수 없다. 이 앞으로 갈 수 있는 건 너와 저 남자뿐이다.”
소료가 머리를 긁적였다.
“더 좋은 걸 선물하고 싶었지만, 용궁이 아닌지라 나도 내어줄 게 별로 없구나.”
“감사히… 감사히 쓸게요.”
“…경쟁이 끝나니, 사람이 보인다. 설홍, 넌 다른 용화들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다. 비록 나는 아둔하여 그게 뭔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언젠가 많은 이들이 그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소료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경쟁이 끝나고 나니 홀가분하구나.”
“…….”
소료가 양팔을 벌렸다.
설홍보다 키가 한참이나 큰 그녀.
“안아봐도 되겠니?”
설홍이 잠시 망설이다 소료의 품에 가 안겼다.
나쁜 의도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따뜻한 품이었다.
“설홍, 짧은 다리라 한탄하지 말거라. 네게는 날개가 있기에 넌 분명히 날 수 있을 거다.”
“소료 언니…”
“부디, 더 높은 곳을 향해라.”
그 말을 끝으로 소료가 떠났다.
강설이 슬그머니 설홍에게 다가와 물었다.
“우시려는 겁니까?”
“울기는… 누가… 읍… 천주가 없으면 울지 않을 것이다!”
– 서킷이 아니면, 달리지 않겠다 선언!
– ㅋㅋ 소료가 근데 많이 변했네.
– 협박도 당해보고 이복 오빠 시체랑 밥도 먹어보니까 정신차린 듯 ㅋㅋ
– 어디서도 못 하는 경험이긴 하넼ㅋㅋㅋ
– 곽성… 대체 당신은…
“알겠습니다.”
* * *
잠시 후, 강설과 설홍은 곽성과 함께 걷고 있었다.
“희한한 부탁을 다 들어보는군요. 대산의 추모를 하고 싶다니…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곽성이 농담 삼아 던진 말치고는 수위가 좀 있는 편이었다.
그러나 곽성이라는 인물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설홍과 강설은 개의치 않고 답했다.
“저보다는 제….”
“이 일을 부탁한 건 접니다.”
강설이 설홍 대신 답했다.
곽성이 피식 웃으며 물었다.
“무인끼리 통한다는 그런 겁니까?”
“아마도?”
“하하하! 대하가 함께 오겠다고 하는 걸 극구 만류했습니다. 아직 회복이 끝나지 않아서요. 대하를 쓰러트린 사내가 자기 납골당에 찾아온다고 하면 대산 이놈도 분명히 피가 끓고 있을 겁니다.”
달그락…
쿠구구구궁…
그들이 찾은 장소는 인적 드문 납골당이었다.
인적이 드문 이유는 납골당이 외진 곳에 있어서가 아니라 철저하게 외부인의 출입을 금했기 때문이었다.
‘납골당에 묻히고 말았구나….’
강설이 조금 아쉬운 마음을 다독였다.
대산이 어쩔 수 없이 납골당에 안치된 이유도 곽성에게 들었다.
그의 몸을 벤 칼에는 극독이 묻혀 있었다.
그 극독 때문에 그가 죽은 후 살이란 살은 모두 썩어버려 어쩔 수 없이 골분의 형태로 기릴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드르르륵…
지하 깊숙이 내려가자 으스스한 분위기와 함께 작은 공간이 나왔다.
“이곳입니다.”
대산을 그린 초상화와 그곳에 함께 적혀있는 이름까지.
곽성은 멍하니 대산의 초상화를 바라보았다.
“…대하와 닮았군요.”
“히히히… 처음에는 아니었는데 대하의 얼굴에 살이 좀 붙고 나니 그렇더군요.”
조금 쓸쓸한 듯한 곽성의 목소리.
강설이 그와 설홍에게 말했다.
“잠시, 혼자 있어도 되겠습니까?”
설홍이 당황하여 곽성을 쳐다봤지만 정작 곽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많은 것을 이룬 이가 고작해야 사자를 기리는 납골당에서 난동을 부리겠습니까? 그럼, 밖에서 기다릴 테니 천천히 나오시지요.”
설홍과 곽성이 강설을 내버려 두고 천천히 올라갔다.
둘이서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는 것이 꼭 손녀와 젊은 할아버지를 보는 것 같았다.
아무튼.
강설은 대산의 초상화 앞에 놓인 거검 앞까지 다가갔다.
“느껴진다.”
강설의 눈빛이 변했다.
“이곳에 있는 거지, 대산?”
강설이 대산의 거검에 손을 올렸다.
지이이이이잉…
거검이 진동했다.
후우욱…
납골당을 밝히던 촛불이 모조리 꺼졌다.
[‘대산’의 전승이 시작됩니다.]
그와 동시에 떠오르는 메시지.
[대장정의 중간 정산이 이루어집니다.]
[보상으로 투쟁의 전리품을 획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