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421
제420화
휘리릭…
카아아아아앙-!
한편, 강설이 상대하는 중인 에오리안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강해졌다.
“우오오오!”
콰아아앙-!
석벽을 후려친 도끼는 날이 전혀 상하지 않은 채로 그에게 다시 되돌아왔다.
따악-!
[검은 꽃을 사용합니다.]
[그림자 손이 연격을 가합니다. 공격 한 번의 피해량은 그림자 손과 동일하며 같은 대상에게 적중 시 연격마다 20%의 추가 피해가 적용됩니다.]
파바바바바바박-!
에오리안이 날아오는 그림자 손을 막지 않고 서서히 전진했다.
강설의 전투 목표는, 에오리안의 저지다.
안에서 무슨 일이 있건 간에, 점차 강해지는 에오리안을 저지하며 시간을 버는 것.
찌지직…
에오리안의 몸에서 푸른 기운이 솟아났다.
[재액이 일정량 충전됐습니다.]
[에오리안의 새로운 능력이 개방됩니다.]
[에오리안의 신체 능력이 상승합니다.]
“음….”
강설은 체력이 무한대에 근접한 상대와 씨름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렇더라도, 어쩔 수 없이 그래야만 한다면 이참에 이것저것 시험해 볼 요량이었다.
[밤 아지랑이를 사용합니다.]
[손에 닿는 의지가 없는 사물을 어둠으로 조종합니다.]
떨어져나온 돌 파편을 에오리안에게 쏘아내는 강설.
파편 자체의 크기가 워낙 커 에오리안은 금세 뭉개질 것 같았다.
콰지이이이익-!
하지만 파편은 에오리안과 충돌하자 더 작은 파편으로 잘게 쪼개졌다.
애초에 이렇게 될 것이라 상정한 강설이 눈을 빛냈다.
파악-!
손을 움켜쥐는 강설.
[칼의 노래 : 인연을 사용합니다.]
[허공에 날붙이를 띄워 올릴 수 있으며 공격과 방어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때의 날붙이는 지속적으로 내구도를 소모하며 무기 공격력의 100%의 발휘합니다.]
파편 중 날카로운 부분만이 이에 호응했다.
유화의 유지를 계승하며 얻게 된 힘. 지금껏 굳이 이 능력을 사용하지 않아도 될 상대만을 마주했기에 사용하지 않았었다.
파바바바박-!
파편은 에오리안의 몸과 충돌하며 산산이 부서졌다.
[에오리안이 삭풍 회오리를 사용합니다.]
[회전당 무기 공격력의 60%의 피해를 전방위로 발출합니다.]
[모든 바람은 출혈과 파쇄를 유발합니다.]
콰아아아아아아앙-!
회전을 시작하는 에오리안.
처음엔 별거 아닌 능력처럼 보였었는데, 확실히 재액을 충전해야 발동하는 힘답게 곧 특별함을 드러냈다.
휘오오오오오…
“이게 무슨….”
콰아아아아아아-!
삭풍의 범위가 말도 안 되게 넓었다.
공간의 끝에서 끝까지.
그것도 전방위로 이루어지는 공격.
만일 강설이 아닌 일반적인 전이자가 이 공격에 대처하려 했다면 방패의 내구도가 다하기 전에 회전이 멈추기만을 기다려야 했을 것이다.
광범위한 전멸기.
하지만, 강설에게는 든든한 방패가 있었다.
따악-!
[절기 : 어둠살이를 사용합니다.]
[어둠살이를 소환합니다.]
휘리리릭-!
어둠살이가 일어나 강설의 앞에 섰다. 그리고 양팔을 오므려 에오리안에게서 쏟아져 나오는 삭풍을 방어했다.
촤아아아악-!
살이 뭉텅뭉텅 베여나갔지만, 그만큼 빠른 속도로 재생하는 어둠살이.
휘이이이이…
에오리안의 회전이 마침내 멈추자, 어둠살이가 쏜살같이 튀어 나갔다.
그리고 발을 움직여 있는 힘껏 에오리안을 걷어찼다.
콰아아아아앙-!
에오리안이 끈 떨어진 연처럼 뒤로 날아가 벽에 부딪혔다.
수 명의 모험가들이 해내야 하는 일을 어둠살이 혼자서 해냈다.
* * *
강설이 에오리안을 붙들어 둔 사이, 잿가루 왕좌의 전투도 한창이었다.
마라둠은 그들을 끝장낼 방법을 찾지 못했고, 그건 우르 쪽 일행도 마찬가지였다.
단 하나, 아까와 달라진 점은 마리쥬와 한소미의 모습이 꽤나 이질적이라는 것이다.
마리쥬는 쭈글쭈글한 노파가 되었고, 한소미는 옷 속에 파묻힌 아이가 되어 부서진 석재에 숨어 있었다.
마라둠이 방법을 바꾼 것이다.
그의 가장 위험한 상대인 우르의 시간을 건드리는 건 하책 중 하책이었기에 그의 조력자들을 노린 것.
하나, 그가 간과한 것은 우르의 일행은 사실 전투에 큰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압도적인 실력 차 때문에 그녀들은 인식의 허점을 유도하는 역할 정도만을 수행할 수 있었고, 그 때문에 전투에서 이탈한다 하더라도 우르로서는 전혀 아쉬울 게 없었다.
파아앗-!
우르가 마라둠에게 짓쳐 들었다.
그의 근접전 능력은 그다지 뛰어나지 않았지만, 어디까지나 평가는 상대적일 수밖에.
마라둠과 비교했을 땐 절세 검사나 다름없었다.
근접전 능력의 부재는 오랜 마법사의 숙제였다.
하물며, 시간의 힘을 이제 막 깨우친 수준인 마라둠에게 있어 우르의 공격은 아픈 구석을 찔러오고 있었다.
지이이잉…
[마라둠이 시간 감속을 사용합니다.]
[마라둠에게 가해지는 일정 속도 이상의 힘이 모두 느려집니다.]
우르의 속도가 늦춰졌다.
그러나, 마라둠은 그것조차도 버거워했다.
카가가가각-!
황급히 석재 뒤에 숨어 우르의 낫을 피하는 그.
“너, 변주를 못 하네?”
“…함부로 지껄이지 마라!”
우르의 말은 정곡을 찔렀다.
마라둠은 시간 마법을 사용하는 동안엔 다른 속성 마법을 자유로이 사용하지 못했다.
성급히 다른 속성까지 손을 뻗친 마법사들이 으레 겪는 현상이었다.
한 번에 여러 속성을 사용하는 건 오른손으로 네모를 그리는 동시에 왼손으로 세모를 그리는 것처럼, 손쉽게 이룰 수 있는 일이 아니었기에 마력 흐름이 꼬이게 된다.
마라둠에게는 기가 막힌 상황이었다.
갈고 닦은 시간 마법을 우르에게 함부로 썼다간 순식간에 살해당할 것이고 시간 마법 사이에 다른 마법을 뒤섞는 건 아직 불가능하며 다른 마법만으로 그를 상대하는 건 자살 행위였다.
이맘때쯤 깨닫고 만 것이다, 마라둠은.
그가 우르를 절대 죽일 수 없다는 것을.
“늘 그래왔다. 너희는.”
우르가 지근거리에서 왼손을 뻗자 빛이 뿜어져 나왔다.
후앙-!
[우르가 섬광을 사용합니다.]
[짧은 시간 맹렬히 빛을 뿜어냅니다.]
[상태 이상 : 실명을 유발할 수 있으며 눈을 감아 저항이 가능합니다.]
“큿….”
눈을 감는 치명적인 실수를 하는 마라둠.
그는 이미 접근을 허용한 시점부터 우르의 손바닥 안이었다.
파아악-!
우르의 오른손에 마라둠의 머리가 붙잡혔다.
[우르가 저온 화상을 사용합니다.]
[상태 이상 : 동상과 상태 이상 : 작열을 동시에 부여합니다.]
퍼어어엉-!
차가운 불길이 마라둠의 머리를 뒤덮었다.
“크아아아악!”
“내게 불을 구걸했지만, 정작 불을 제대로 다루지는 못했지.”
파아악-!
지이잉…
[마라둠이 시간 역행을 사용합니다.]
[짧은 시간을 되돌려 체력을 회복합니다.]
휘오오오…
손아귀에서 벗어난 마라둠.
우르는 그를 비웃었다.
“애석하게도 말이야.”
“이이….”
파팟-!
동시에 두 갈래 빛이 마리쥬와 한소미에게로 치달았다.
파팍-!
빛이 적중하자, 마라둠의 예상과는 다른 일이 벌어졌다.
한소미와 마리쥬 둘, 모두 정상적인 상태로 되돌아온 것.
[우르의 설상 위장이 해제됩니다.]
……
어째서 그렇게 된 것인지 곧 드러났다.
흐릿한 환영이 걷히자, 한소미와 마리쥬의 위치가 뒤바뀌었다.
일전에, 그들이 시간의 돌이 발한 빛에 적중당했던 순간에 우르가 다음 빛을 예상하여 환영을 덧씌운 것.
마법을 전투로 끌어오는 부분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실력이었다.
그래도, 아직 마라둠에게 기회는 있었다.
[재액이 일정량 충전됐습니다.]
[재액이 충전됨에 따라, 마라둠이 시간 변이체를 소환할 수 있습니다.]
“큭… 어디 이것도 그 잘난 마법으로 해결해 보시지.”
지이잉…
시간의 돌이 진동하자, 푸른 빛으로 된 다양한 형태의 마물들이 나타났다.
“저, 저게 뭐죠?”
“…닿지 마라. 위험하다.”
“마법으로….”
“마법은 통하지 않아. 성가신 녀석들이다.”
시간 마도사들이 성가셨던 이유 중에 하나. 시간 변이체를 조종한다는 점이다.
마치 시간선 속에 알을 깐 벌레처럼 증식하는 괴물들.
마력을 먹어 치우는 성질이 있어 함부로 마법을 사용했다간 순식간에 수가 불어날 것이다.
일행 중에 숙련된 전사가 부재한 틈을 타 전개한 녀석들이기에 의표를 찔렸다.
쿵-!
쿵-!
“이게 무슨 소리죠?”
텁…
시간 변이체 한 마리가 갑자기 낭떠러지로 빨려 들어갔다.
무슨 영문인지 모두 어리둥절한 그때.
콰직-!
두툼한 손이 대전 귀퉁이에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불에 타오르는 화신처럼 나타난 자.
“마…라…둠….”
잿가루의 왕 시리온이었다.
“…참으로 끈질기구나.”
팟-!
시리온이 펄쩍 뛰어오르며 손에 쥔 망치를 마라둠을 향해 내던졌다.
쒜에에엑-!
파지이이이익…
시간의 돌의 빛이 망치를 밀어내려 했지만 망치는 속도만 줄어들었을 뿐 여전히 마라둠을 향해 날아갔다.
“쳇….”
바닥을 굴러 망치를 피해내는 마라둠.
콰아아아앙-!
망치는 무언가와 충돌하며 큰 소음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부수고 흙먼지를 잔뜩 일으켰다.
망치가 부순 것은 대전의 입구를 틀어막았던 석상이었다.
곧, 어리거나 지나치게 노쇠한 난쟁이들이 대전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마라둠이 저기 있다!”
“놈을 죽여!”
“시리온 님이 무사하다!”
“잿가루의 전사들이여! 간악한 마법사를 쓰러트려라!”
우르가 피식 웃었다.
“일이 꼬인 것 같은데? 마법사.”
“큭….”
시간 변이체들이 시간을 벌어주고 있었지만, 변이체를 파괴한 전사들이 변이체에 담겨 있던 힘을 흡수해 다시 원래의 상태를 되찾기 시작하자 마라둠이 힘을 모으기 시작했다.
시리온이 그를 향해 소리쳤다.
“마라둠! 끝이다! 너의 야망은 여기서 멈추었으니….”
“…멈춰? 큭큭… 큭… 시리온, 우매한 자. 저들은 널 구하기 위해 온 자들이 아니다. 저들은 사토장이야.”
구덩이를 파고 무덤을 만드는 자, 사토장이.
“…뭐?”
“너의 일족과 잿가루 왕좌는 진작에 멸망했다. 그건 이미 결정된 사실이다. 넌, 이 자리에서 이미 죽었다.”
그때, 시리온이 수염이 흔들리도록 크게 웃었다.
“그거참 다행이군!”
“지금… 뭐라고….”
“저들이 찾아온 것을 보니, 네놈의 계획도 뭔가 잘못된 거겠지? 안 그런가?”
“……이 빌어먹을 난쟁이가.”
“으하하하하하! 다들 들었겠지? 우린 이미 죽었다! 마음 놓고 싸워라!”
시간 변이체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전사들이 소리쳤다.
“와아아아아아아아!”
마리쥬가 중얼거렸다.
“고대 난쟁이는 이토록 호전적이었군요… 과연… 잿가루 왕좌가 굳건했던 이유가….”
마라둠은 궁지에 몰렸다.
에오리안을 먼저 보낸 시간에서 찾아온 것은, 그를 죽음으로 이끌 사자였다.
하물며, 이미 죽은 존재들인 난쟁이들까지 기운을 되찾아 설치는 판국이니 이보다 상황이 나쁠 수는 없었다.
“어째서 일이….”
휘오오오오…
그때, 시간의 돌이 다시금 진동했다.
[재액이 일정량 충전됐습니다.]
[충분한 재액이 모였습니다.]
[강제된 수호자 에오리안이 더욱 강력해지며 마라둠의 힘을 부여받습니다.]
[강제된 수호자 에오리안의 면역 상태가 해제됩니다.]
[강제된 수호자 에오리안의 무적 상태가 해제됩니다.]
마라둠이 이곳에 모인 이들을 비웃으며 시간의 돌을 들어 올렸다.
이렇게 된 이상,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에오리안을 이곳으로 불러들이는 것.
그리고 둘이 힘을 합쳐 이곳에 모인 이들을 일거에 쓸어버리는 것.
휘오오오…
[시간의 돌이 예정된 문을 엽니다.]
[에오리안을 불러들입니다.]
“에오리안! 내게 오라! 시간에 거역하는 이들에게 분노의 철퇴를 내려라!”
지이이이이잉…
한참이나 높은 위치에 문이 열리고.
콰아아앙-!
마라둠의 기대와는 달리 에오리안은 대자로 뻗은 상태로 떨어졌다.
“…에오리안?”
그때.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문을 넘어온 시커멓고 거대한 기둥이 에오리안을 짓뭉갰다.
“커헉… 허어어억….”
마라둠이 경악했다.
“…무슨?”
에오리안의 붉은 눈동자가 서서히, 빛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