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bsolute on the Tennis Court RAW novel - Chapter 114
테니스 코트 위의 절대자 114화
퀸스 클럽 챔피언십 (3) – 상남자
벌써 한 시간이 흘렀음에도 첫 번째 세트의 승자가 가려지지 않자, 손뼉 치며 크게 기뻐한 것은 이런 매치 편성을 가져간 LTA와 방송 관계자들이었다.
또 수준 낮은 테니스가 아닌, 정반대의 매치라는 게 이들이 잔뜩 고무되어 있는 이유가 되고 있다.
스탠드 좌석에 앉은 이들과 클럽하우스 테라스에 앉은 VIP들 역시, 손에 땀을 쥐고 매치를 지켜보는 중이다.
다만 이쪽에 있는 이들의 마음은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는데, 대부분이 한국에서 떠오른 신성(新星)의 승리를 원했다.
서비스 게임을 지켜내며 힘겹게 경기를 타이브레이크로 이끈 폴-앙리 마티외가 자리로 돌아오고, 볼을 선별한 신우주 역시 베이스라인에 선다.
산발적인 박수.
짝, 짝, 짝, 짝.
다시 고요함이 내려앉은 퀸스 클럽은 첫 번째 세트의 승자를 확인하기 위해 다시 집중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소년은 볼을 튕겼다.
통, 통, 통.
* * *
통, 통, 통.
“으아-!”
타앙-!!
빠르게 날아간 서브에 상대는 팔을 뻗어 받아냈지만, 힘이 부족했던 리턴은 네트를 넘어와 바로 앞에 떨어졌다.
기회.
난 바로 움직였다.
탁, 탁, 탁.
앞으로 달려 나가기 시작한 나는 백핸드 슬라이스(Slice)로 볼을 반대 방향 깊숙이 밀어 넣는 선택을 했다.
재빨리 움직여 볼을 쫓은 상대는 볼을 높게 띄워 내 머리를 넘기려고 했지만, 힘 조절이 잘못된 건지 많이 길게 나가 그대로 베이스라인 밖에 떨어져 내렸다.
간단히, 득점이 만들어졌다.
【“One, Zero.”】
.
(송민희) – JTBS 캐스터
“가볍게 먼저 득점하는 신우주. 서브를 가져갈 땐 확실히 좀 더 편하게 득점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젠 서브를 바꿔 마티외의 서브. 여기에서 득점이 필요합니다.”
.
【“One All.”】
상대도 나와 같은 방식으로 득점을 올렸다.
백핸드 방향 서브.
짧은 리턴 공략.
네트 플레이.
위너.
퍼스트 서브는 항상 중요하긴 하지만, 잔디코트에선 그 정도가 조금 더 높아지는 것 같다.
잘 들어온 강한 플랫(Flat)서브는 바운딩 순간, 마치 거기에서 한 번 더 추진력을 받은 것처럼 튀어 오르며 움직인다.
이것저것 생각할 시간이 부족하다.
그저 서브가 오면.
타앙-!
.
탕-
본능적으로 몸을 가져갈 뿐이다.
지금은 아까보다는 나았다.
하지만, 충분하진 않다.
짧게 떨어진 리턴은 상대의 좋은 먹잇감이었고, 상대는 지금까지 쭉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 달려 나왔다.
유닛 턴을 먼저 가져갔다.
그런 뒤에 스텝.
포핸드다.
밀어칠까.
아니면 당겨칠까.
네트의 바로 앞은 아니라서 조금 더 여유는 있지만, 그렇다고 상황이 낫다는 뜻은 아니다.
주도권은 상대에게 있으니.
난 뒤따라 반응해야 했지만.
탕!
양쪽 모두를 신경 써야 하는 상황에서 지금처럼 빠르고 강한 볼을 쫓기는 역부족이다.
지금은 오픈(Open) 코트에 샷이 떨어졌다.
득점 상황이 1:2로 뒤집힌다.
.
(조나단 오버렌드) – BBC Two 코멘테이터
“양 선수 모두,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 발버둥을 치고 있습니다.”
(팀 헨먼) – BBC Two 해설
“퍼스트 서브와 리턴 싸움이 되었습니다. 퍼스트 서브에 실패한다든가 하는 사소한 실수가 승부를 가를 시점입니다. 결국 더 훌륭한 멘탈리티를 가진 쪽이 승리할 겁니다. 일반적으로 본다면, 베테랑인 마티외가 더 유리합니다.”
.
“으아-!”
타앙-!
첫 번째 서브보다는 조금 약했지만, 그래도 서비스박스 구석진 곳에 잘 떨어졌다.
상대는 슬라이스를 가져가듯 이를 받아내어 대각선 깊숙한 곳에 떨어뜨렸는데, 그래도 짧은 것은 마찬가지였던지라 난 자연스럽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백핸드.
방향은 직선이다.
탕!
【“Two All-”】
최소 지금까진, 랠리라고 부를 만한 장면은 없었다.
서브&발리 싸움이 이어지는 중이다.
낯선 전개지만, 이것 나름대로 긴장감이 있다.
테니스가 상당히 단순해진 느낌이 들었다.
멘탈과 전략이 아닌, 힘과 기술이 전부가 됐다.
그래서 더 깨닫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
통, 통, 통.
통, 통, 통.
타앙-!!
【“Three Two, 우주.”】
리드하고 있는 쪽이 어디인지 심판이 말해줬다.
주머니 속의 볼을 빼내며, 잠시 땀을 닦는다.
관중석에선 박수가 쏟아지고 있다.
처음엔 그렇게 아끼더니.
그만큼 매치에 푹 빠져든 것 같다.
이제는 간간이 응원도 들렸다.
“@$%-!!”
“*&^*=!!”
뭐라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영국식 영어는 듣는 게 조금 어렵다.
빨리 말하면, 에? 하게 돼버린다.
잠시 뒤, 코트는 다시 고요해졌다.
상대가 볼을 튕기는 소리가 들린다.
통, 통, 통, 통.
타앙-!
.
탕!
상대의 서브에 이번엔 그래도 조금 잘 대처했다.
백핸드였지만, 제대로 받아넘겼다.
앞으로 달려 나오려던 상대는 멈칫했고, 뒤로 물러서며 포핸드를 휘둘렀다.
당연히, 힘은 실리기 어렵다.
기회.
탕!
조금 짧게 떨어진 볼을 난 여유 있게 기다렸고, 동작 하나하나를 확실하게 가져가며 강한 백핸드 샷을 만들기 위한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그러곤.
탕!
백핸드 다운 더 라인(Down the Line).
직선으로 공격을 시도했다.
서브 후 코트를 횡단한 상대는 포핸드로 네트를 넘기려고 했지만, 볼은 그만 네트에 걸리고 말았다.
“그렇지!”
난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
(조나단 오버렌드)
“균형이 무너졌습니다. 타이브레이크에서 처음으로 서비스 득점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팀 헨먼)
“퍼스트 서브였는데, 속도가 생각만큼 나오지 않았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지금은 실수가 맞습니다.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 실점입니다.”
.
【“Four, Three. 우주.”】
휴식 이후에 재개된 게임에서는 상대가 서비스 포인트로 득점을 가져갔다.
그리고 내 서비스 게임.
이번이 중요했다.
“볼 하나만 더요.”
신중히 테니스공을 솎아낸 후, 난 보풀이 많은 녀석을 주머니 속에다 넣어두곤 가장 매끈한 쪽을 손에 쥐었다.
통, 통, 통.
통, 통, 통.
“으아-!”
타앙-!
깊숙한 곳으로 찌른 플랫서브.
슬라이스로 받아낸 리턴.
길게 떨어지는 볼을 나는 포핸드를 통해 다시 한번 서브를 보낸 곳과 같은 방향으로 밀어 보냈다.
탕!
그러자 상대는 다시 슬라이스를 보냈다.
수비에 목적을 둔 스트로크.
공격을 계속해야 한다.
방향을 바꾼 포핸드를 넣겠다.
탕!
코트를 횡단한 상대는 아래에서 위로 퍼올리는 와이퍼 스윙을 가져가며 의도적으로 볼을 높게 띄웠다.
이럼 돌아갈 시간을 벌 수 있다.
이것도 요령이겠지.
내가 오늘 배운 것 중 하나다.
탕!
.
.
탕!
정말 모처럼, 랠리가 약간 이어진다.
백핸드 크로스의 대결.
하지만, 오래 할 생각은 없다.
탕.
“오오-!”
잔뜩 깎으면서 밀어 보낸 슬라이스 타구에, 관중석에서 감탄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랠리 과정에서 한쪽 구석에 몰려 있던 상대는 황급히 대각선으로 달려오며 슬라이스를 간신히 받아넘겼다. 하지만 그러면서 너무 많은 공간을 열어두었다.
역동작에 걸리게끔 하기 위해 직선으로 넘겨온 볼을 보며, 나는 몸을 잔뜩 비틀면서 디딘 오른쪽 다리에 힘을 주었다.
그런 뒤에는 몸통을 힘차게 열며, 팔로스루를 가져가는 부분에 집중했다.
각도가 깊은 한 손 백핸드를 보내는 요령.
바브린카 선수에게 배운 것이다.
“와-!”
짝짝짝짝.
.
(조나단 오버렌드)
“훌륭한 백핸드였습니다. 조금 긴 랠리에서 집중력을 잃지 않았군요.”
(팀 헨먼)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테니스 코치들이 자신이 가르치는 선수에게 교본으로 보여주고 싶은 장면이었을 겁니다. 상대를 깊숙하게 밀어 넣고 짧게, 그리고 다시 길게. 이런 콤비네이션은 테니스 기초 단계에서 배우지만, 막상 실전에서 이를 능숙하게 활용하는 사람은 몇 되지 않습니다. 훌륭한 득점이었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조나단 오버렌드)
“믿기 힘들게도, 소년이 조금씩 앞서 나가고 있습니다.”
.
타앙-!
.
탁.
【“세컨드 서브.”】
아쉽게도 퍼스트 서브가 네트에 걸렸지만, 그래도 듀스코트인지라 긍정적인 생각을 유지할 수 있었다.
슬라이스로 서브를 보내어 상대를 앨리라인 쪽으로 밀어 넣은 후, 넘어오는 리턴을 반대로 보내 횡단하게 만드는 장면을 머릿속으로 그려보았다.
하지만, 서브를 제대로 넣는 게 먼저다.
더블 폴트가 나와서는 안 될 것이다.
통, 통, 통.
통, 통, 통.
탕!
다시 폴트가 나오는 것을 너무 신경 썼나 보다.
서브가 생각만큼 옆으로 가지 않았다.
몸통으로 날아가는 평범한 서브가 되었고, 상대는 이를 강하게 받아쳐 직선 방향으로 보내왔다.
이렇게 되면, 움직이는 쪽은 나다.
기록되진 않아도, 지금은 내 실수였다.
하지만 실망하기는 이르다.
상대가 보내온 샷도 많이 옆으로 가진 않았다.
따라붙는 게 조금도 어렵지 않다.
탕!
강하게 휘두른 백핸드 샷은 길게 잘 떨어지며 베이스라인 주변에 안착했다.
상대는 이를 짧은 바운드로 처리했고, 그것이 완만하게 날아오는 것을 본 나는 재빨리 유닛 턴(Unit Turn)을 하고 스텝을 밟으며 포핸드 포지션을 잡았다.
잠깐 드롭 샷으로 변화를 주는 것도 생각했으나, 이미 충분히 써먹었고 상대가 대비하고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그냥 포핸드를 가져갔다.
방향은 밀어서.
최대한 깊게.
탕!
구석 더 깊은 곳으로 날아가는 볼에 상대는 살짝 뒤로 물러나며 대처했고, 충분한 각도를 확보한 후 백핸드 다운 더 라인을 시도해왔다.
탕!
그러나.
“아웃!!”
볼 퍼슨이 아웃을 선언하면서, 내가 6:3으로 앞서 나가는 상황이 됐다.
그러자 상대는 호크아이를 요청했고, 심판의 콜과 함께 관중석에서는 테니스 팬이라면 모두 알 만한 특유의 리드미컬한 박수 소리가 이어졌다.
짝.
짝.
짝.
짝.
테니스의 비디오 판독엔 많은 시간이 들지 않는다.
곧바로 화면이 띄워지면서, 결과가 나왔다.
미세한 차로 벗어난 아웃.
이에 관중들은 환호했고.
“휘-익!”
“휙!”
나는 세트를 가져갈 수 있는 상황을 맞이했다.
.
(송민희)
“혈전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첫 번째 세트. 신우주가 먼저 유리한 고지에 올라섭니다. 트리플 세트 포인트. 이대로 서브 게임을 상대에게 모두 준다고 해도, 6:5로 앞선 상황에서 다시 서브를 가져갈 수 있습니다.”
(이형택) – JTBS 특별 해설위원
“하지만 여기서 끝낸다고 생각을 해야죠. 조금이라도 느슨해졌다가는 역전을 허락할 수도 있습니다. 테니스는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습니다. 언제든 역전이 될 수 있다 믿고, 신우주 선수가 마지막 순간까지 집중을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
가능하다면, 여기에서 첫 세트를 끝내고 싶다.
다음 서브까지 끌고 가긴 싫다.
하지만.
타앙-!!
【“Six, Four. 우주.”】
상대도 쉽게 물러나지 않는다.
강한 서브로 에이스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듀스코트 포지션.
통, 통.
통, 통.
통, 통, 통, 통.
루틴이 끝나고, 볼이 날아오른다.
뒤따르는 라켓.
타앙-!
강한 서브는 서비스코트 구석에 정확하게 떨어지며, 앨리라인을 지나 밖으로 벗어나가려고 했다.
난 스윙보다는 일단 팔을 뻗어 볼에 닿을 수 있도록 만들었고, 이후 짧게 휘두르는 것으로 임팩트 순간에 힘을 조금 더하는 방법의 리턴을 가져갔다.
탕.
대각선으로 잘 날아가는 볼.
쉽게 받아낼 수 있어 보인다.
빠르게 발을 옮겨 위치로 돌아온 나는, 상대가 직선으로 볼을 보내려 한다는 걸 확인하고 재빨리 옆으로 달려 나갔다.
그런데.
“이야아-!!”
“와-!”
짝짝짝짝.
상대의 포핸드가 네트에 걸리고 말았다.
그 순간, 장내는 크게 들썩였다.
오늘 중 가장 요란스럽다.
【“게임, 우주.”】
.
(조나단 오버렌드)
“완벽한 오프닝 매치입니다-! 치열한 승부 끝에 첫 번째 세트의 승자가 나왔습니다. 놀랍게도, 그건 우주입니다. 만 15세 소년이 만 34살의 베테랑에게 세트 포인트를 가져갔습니다. 과연 누가 예상했을까요? 바랐을 수도 있겠지만, 정말 일이 그렇게 진행되리라곤 쉽게 상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팀 헨먼)
“아직 매치가 남아 있긴 합니다만, 이것으로 많은 의문이 사라졌다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가장 먼저, 우주가 이번 대회에 참가할 자격이 있느냐는 것이 있겠죠. 보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네. 이 친구에겐 자격이 있습니다.”
* * *
지금까지 거의 500개에 가까운 매치를 치른 베테랑에게도, 테니스 코트 위에서 가해지는 압박감은 다루기 어려운 것이었다.
상대가 잘하는 것도 있겠으나 결정적인 순간 실수가 나와 포인트를 헌납하게 되면, 평정심이 흔들리게 되고 그것은 모든 스트로크에 바로 영향을 줬다.
벤치로 돌아온 마티외는 감정을 추스르기 위해 노력 중이다. 아무리 경험을 해도, 이런 상황은 익숙해지기 힘들다.
타이브레이크 끝 패배.
많은 실수가 아른거린다.
“후우-”
그렇지만 마티외는 요령들을 알고 있었다.
휴식이 주어지는 2분이면 충분했다.
과거 몇 번이나, 첫 세트를 타이브레이크로 잃어봤다.
하지만 이후 반전을 만들어 승리를 거머쥐었다.
전부는 아니어도, 제법 많은 매치가 그랬다.
이러한 과거의 경험을 바탕삼아, 마티외는 긍정적인 생각을 가져가며 빠르게 평정심을 회복하려 준비 중이다.
그리고 그러는 사이.
“….”
안드레이 시미치는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세트까지 가져간 신우주를 보며 여러 생각을 했다.
전반적인 감상은 대견하단 거였다.
그러나 한편으론.
‘내가 틀렸어.’
씁쓸한 느낌도 존재했다.
처음 자신은 신우주가 긴장해서 본래의 실력이 나오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경기력이 나아지기 시작했을 땐 긴장이 풀렸다고 생각했고, 함께 앉아 있던 이들 대부분도 조금씩 본래 실력이 나오는 것 같다면서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단 한 명만은 달랐다.
[“너 쟤한테 제대로 알려주긴 한 거야?”] [“무슨 말이지?”] [“무릎에 대해서 말할 때 말이야. 그것 말고, 잔디코트에선 테니스가 완전히 바뀐다고 말했냐고.”]에이스 조이스는 자신이 제대로 된 지도를 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꿰뚫고 있었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안드레이는 뒤통수를 망치로 얻어맞은 것처럼 멍한 기분을 느꼈고, 동시에 참을 수 없이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도 느꼈다.
신우주가 초반 헤맸던 이유.
그건 경험 부족 때문이었다.
훈련했던 샨도스 론 테니스 클럽은 인조 잔디였고, 그것으로 어느 정도 천연 잔디의 기분을 느낄 순 있겠으나 실제론 꽤 많은 부분이 다르다.
인조 잔디는 인도어 카펫과 좀 더 비슷하다.
이후 솔직히 잘못을 인정하는 안드레에게, 에이스 조이는 누구나 그런 실수를 한다며 소년이 야외 잔디가 처음일 거라곤 생각하기 어렵다고 말해주었다.
또 잘 관리된 천연 잔디가 있는 연습장을 구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도 말이다.
에이스 조이스답지 않은 상냥한 말이었지만, 안드레이는 자신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을 통감하며 언젠간 예고되어 있을 그 날을 생각하게 되었다.
TNU는 영원하겠지만, 이 구성으론 아니다.
신우주는 반드시 더 나은 팀을 짜야 한다.
현재의 이 구성으로 소년을 성장시킬 수 있는 데에는 한계가 존재했고, 예전부터 이를 알고 있었던 TTA는 신중하게 그 시점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아직 소년은 보호받아야 한다.
그러니, 실수해선 안 됐다.
“후우-”
오늘 매치가 끝나고 나면, 안드레이 시미치는 신우주에게도 솔직하게 사과할 생각이었다.
사전에 좀 더 제대로 된 것들에 집중하고 또 그런 부분을 알려줬어야 했는데, 엉뚱한 데에 집착한 나머지 소년을 위기로 몰아넣었다고 말이다.
어떤 어른에겐 사과는 괴로운 일이겠지만, 안드레이는 단 한 번도 그것을 어려워해 본 적이 없다.
실수는 누구나 한다.
중요한 건 본인이 잘못했음을 인정한 다음 솔직히 사과하고, 스스로 더 나아지려 노력하는 부분이다.
지금까지 신우주에게 그런 것들을 가르쳐 왔는데, 코치인 자신이 사과하지 않는다면 앞으론 저 소년을 가르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타임, 플레이어 레디.”】
심판이 두 번째 세트의 시작을 알리고, 확연히 뜨거워진 분위기를 갖게 된 팬들이 처음보다 큰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그것을 들으며, 안드레이는 생각했다.
이 매치는 신우주의 승리다.
첫 번째 세트만 돌아봐도, 소년은 코치들이 실수로 알려주지 않았던 것들을 스스로 체득하고 곧바로 자신의 테니스에 반영하는 놀라운 응용력을 보여줘다.
마티외가 타이브레이크 후 패배의 충격을 가다듬는 데 2분을 쓴 동안, 소년은 첫 번째 세트를 통해서 배운 것들을 정리하고 좀 더 본격적으로 반응하는 데 시간을 썼을 것이다.
120초는 짧지만, 테니스 선수에게는 반전을 만들거나 새로 배운 무언가를 장착하기 충분한 시간이다.
결국 그것을 해내느냐가, 톱 랭커를 결정짓는다.
【“세컨드 세트. 서비스, 마티외.”】
통, 통.
통, 통.
【“레디.”】
통, 통, 통, 통.
【“플레이.”】
신우주가 톱 랭크를 넘어 Big 3의 시대를 종결케 할 것이라고 믿는 안드레이에게, 이번 세트 브레이크는 소년에게 큰 도움이 되었을 거라고 확신했다.
본인의 실수를 용납할 수 없는 테니스 코치.
오늘은 그에게도 배움의 날이 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