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bsolute on the Tennis Court RAW novel - Chapter 27
테니스 코트 위의 절대자 027화
헌신. 그리고 작은 욕심
#. 2015년 6월 7일
#-1. 스웨덴 단데뤼드
#-2. GTG
스탠 바브린카가 GTG와 처음 인연을 맺은 건, ATP 상위 랭커 진입 이후 좀처럼 그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했던 2013년의 일이었다.
17살이던 2002년 프로에 데뷔한 후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올라가던 바브린카지만, 명실상부한 톱 레벨의 상징인 그랜드슬램 우승은 좀처럼 해내지 못했다.
주니어 시절부터 약점으로 지적받아 온 기복과 그 이유가 된 멘탈. 그리고 한 손 백핸드 선수가 가지는 기술적인 약점이 매번 발목을 붙잡았기 때문이다.
스웨덴 출신의 전(前) ATP 랭커 페테르 룬드그렌(Peter Lundgren)을 코치로 고용했던 바브린카는 그와의 이별을 결정했고, 그 자리에서 한 남자를 추천받았다.
GTG의 기술 이사이자. 자신의 첫 그랜드슬램을 가능하게 해준 마그누스 노르만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스톡홀름 알란다 국제공항을 떠난 바브린카가 곧장 GTG로 향했다.
아카데미로 돌아간 마그누스를 보기 위해서는 아니다.
그 이유는.
“결국은 그렇게 됐나? 유감일세.”
“사실, 꽤 개운해요.”
“개운하다고?”
“네. 앓던 이가 빠진 것 같달까요. 어차피 어떤 방법으로도 과거로 돌아갈 방법은 없었던 거죠. 차라리 서로에게도 이게 나아요. 저도 당분간은 테니스에 더 집중하려고요.”
“자네의 생각이 그렇다면, 난 거기에 따르겠네.”
스탠 바브린카는 최근, 같은 스위스 출신의 모델 부인과 별거 끝에 이혼을 결정했다.
결혼한 지 2년 만에 서로 떨어져 지냈을 정도로 사이가 애초부터 별로 좋지 못했다. 하지만 2010년에 딸 아이 때문에, 두 사람은 가짜 부부 노릇을 하다 마침내 이별을 결정했다.
지난해 호주 오픈 이후 기세를 이어나갈 것 같던 바브린카가 부진에 빠졌던 덴, 다 이런 이유가 있었다.
최고의 부인 덕분에 테니스 황제로 등극한 로저 페더러를 떠올린 마그누스는, 불안정한 삶을 살아가는 이 직업에서 안정이 가지는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다.
본인 역시 과거 ATP 상위 랭커였다.
선수 커리어를 몽땅 빼앗아간 심장 문제만 아니었다면, 자신은 2000년대 초반 스웨덴 최고의 테니스 선수였을 거다.
이에 토를 달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실력이, 바브린카를 코칭한 계기가 됐다.
“그래서 말인데.”
“응?”
“이곳에 안드레이 시미치란 남자가 있다고 들었어요.”
“안드레이? 아, 그 꼬마의 코치 말이로군.”
“꼬마라고요?”
“그래. 왜 자네가 내게 전화를 걸었지 않은가. 얀코 팁사레비치가 나와 통화를 하길 바란다면서. 자기 아카데미의 선수를 GTG에 입학하게 해달라고 말이야.”
“아- 기억났어요.”
고개를 끄덕인 바브린카가 바로 본론을 이야기한다.
그는 안드레이를 원한다고 했다.
“노박. 노박이 그와 스파링을 하면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들었어요. 그가 카운터 펀처에서 지금과 같은 베이스라이너가 된 것도 그 때문이라고요.”
“그런가? 난 처음 듣는 이야길세.”
“아무튼, 그를 만나게 해줘요.”
“왜? 제안이라도 할 셈인가?”
“네.”
이혼이란 복잡한 문제를 해결한 바브린카는 한동안 테니스에만 집중할 생각이었다.
포기하기 어려웠던 딸의 양육 문제를 타협한 지금, 자신에게 남은 건 테니스 외에는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런 새로운 출발의 시작으로, 안드레이의 영입을 바랐다.
하지만 마그누스는 회의적이다.
“불가능할 걸세.”
“왜죠?”
“……잠시, 따라오겠나?”
“응?”
손가락을 까닥인 마그누스 노르만이 스탠 바브린카를 데리고 오피스를 나선다.
의아해하는 바브린카는 어딜 가는 거냐고 물었지만, 마그누스는 자세한 대답 대신 자신을 따라와 보면 알게 될 것이라고 대답했다.
신우주가 GTG에 도착한 이튿날, 마그누스는 바브린카의 롤랑가로스를 위해 스톡홀름을 떠나 파리에 가 있었다.
그곳에서 그는 GTG 토너먼트를 포함한 아카데미의 이런저런 사항들을 보고받았고, 그러던 중 프랑스 출신의 유명한 아카데미 코치로부터 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자네도 무하토글루를 알겠지?”
“파트리크? 그야, 당연하죠.”
“얼마 전, 무하토글루의 아카데미에 한 소년이 찾아왔던 모양이야. 그가 말하길, 자신이 보아온 모든 10대 중에서 가장 뛰어난 잠재력을 가졌다더군.”
“뜬금없이 그게 무슨 소리죠?”
“일단 계속 듣게.”
“…….”
카텔라 아레나를 향해 계속해서 걸으며, 마그누스는 무하토글루를 만났던 얘기를 해주었다.
모든 불문율을 깨트리고서라도 어린 소년을 꼭 자신의 아카데미로 데려오고 싶었다는 이야기. 그리고 그 소년이 얼마만큼 테니스란 종목을 잘 이해하는지에 관한 이야기.
또.
“앞으로 2년 이내, 전 세계의 모든 사람이 그 소년의 이름을 알게 될 거라고 했지. 마이클 창의 기록을 넘어설 거라고.”
“……지금 농담하시는 거죠?”
“내 표정이 그래 보이는가?”
“…….”
잠시 고개를 돌려 바브린카에게 진지한 표정을 보여준 마그누스가 카텔라 아레나로 먼저 들어선다.
그리고 그 뒤에서 머리를 긁적인 바브린카는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인지 영문을 모르겠단 생각을 했다. 어쩌다 영문도 모르는 소년의 이야기를 하게 된 걸까?
일단 마그누스를 따르기로 한 바브린카는 그 이유를 차차 알게 될 거라고 믿기로 했다.
그렇게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 바브린카의 귀에, 조금 전 먼저 안으로 들어섰던 마그누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미안하네만! 잠시 여기를 봐주겠나!”
여기저기에서 들려오던 갖은 소리가 순식간에 잠잠해지고, 얼떨결에 주목을 받게 된 바브린카가 움찔하며 멈춰선다.
하지만 이미 많은 아이가 바브린카의 모습을 보았고, 입을 쩍 벌리며 현(現) 롤랑가로스 타이틀 위너의 등장에 대한 감정을 여과 없이 표현했다.
머쓱해진 바브린카.
그가 얼른 발을 움직인다.
“이런 말은 안 했잖아요.”
“내가 꼭 그래야 하나?”
“마그누스! 전 이런 게 진짜 불편하다고요.”
“뭐, 그러든지.”
어깨를 으쓱한 마그누스가 불편함을 호소하는 바브린카의 말에도 아랑곳없이 곁에 있는 이를 소개했다.
졸지에 환호성을 받게 된 바브린카가 억지 미소를 지어 보이면서 손을 흔든다. 그리고 미소를 유지한 채, 복화술이라는 숨겨진 재주를 발휘해 언젠가 이 빚을 갚겠다고 말했다.
이에, 마그누스는 이렇게 답한다.
“안드레이를 만나고 싶다지 않았나?”
“그거랑 이게 무슨 상관이죠?”
“그야…….”
“?”
손을 들어 한 곳을 가리키는 마그누스 노르만. 그의 손가락이 향한 곳엔, 확 튀는 소년이 있었다.
멀리서 보기에도 탄탄해 보이는 체격.
흰색 운동복에 형광빛 테니스화.
그리고 검은 머리카락과 얼굴.
‘응? 동양인?’
눈이 살짝 커지는 바브린카의 곁에서, 마그누스가 자신을 이곳으로 데려온 이유를 말한다.
“저기 저 꼬마가 무하토글루가 말한 녀석일세.”
“마이클 창…… 이요.”
“그래. 그리고 저 꼬마가 안드레이의 선수지.”
“…….”
멀뚱히 자신을 보는 소년과 그 근처에 선 한 남자를 유심히 바라보던 바브린카. 잠시 뒤 그는 무언가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발걸음을 옮겼다.
뚜벅뚜벅 걷는 그를 따라 다시 수십 개의 시선이 움직였고, 사람들은 곧 안드레이의 앞에 선 바브린카를 보게 되었다.
* * *
#. 카텔라 아레나 실내 코트
갑작스러운 연습경기 결정.
비록 단일 세트지만, ATP 최상위 랭커이자 두 개의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가진 바브린카의 경기를 직관할 수 있다는 사실은 사람들을 흥분케 했다.
“그나저나, 왜 안드레이 코치님이지?”
“두 분이 아는 사인가?”
“누구 아는 사람 없어?”
수강생들 사이에서 수군거림이 번져가고, 반면에 코치들은 영문을 모르겠단 얼굴로 마그누스의 곁에 섰다.
“마그누스! 어째서 저걸 허락했죠?”
“제 말이요. 외부인들이 방해하고 있잖아요.”
“방해라.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
“네?”
마그누스는 언제나, 스웨덴에 명성 높은 테니스 투어가 없는 사실을 아쉬워했다.
현재 ATP가 인정하는 스웨덴 내의 투어는 ‘스웨디시 오픈’과 ‘스톡홀름 오픈’이 전부였는데, 그마저도 상금 규모가 50만 달러에 못 미치는 가장 등급이 낮은 투어였다.
당연히 톱 랭커는 참가하지 않는다.
“저 아이들 중에 과연 몇이나 톱 랭커들의 경기를 실제로 볼 수 있을 것 같은가?”
좋은 코치에게서 훈련받으며 올바로 된 테니스를 알아가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수준 높은 대회를 구경하며 그 분위기를 알아가는 것 역시 못지않게 중요했다.
마그누스 노르만은 그런 의미에서 신우주의 훈련 방식이 매우 이상적이라고 생각해 왔다.
유럽 전역을 오가며 테니스를 배우고 또 여러 대회를 간접적으로 경험하며 배우는 것들은, 언젠가 신우주가 프로가 되었을 때 아주 큰 자산이 될 것이다.
재능.
훌륭한 코치.
올바른 지도.
무엇보다 그 과정에서 겪는 경험들.
들어본 적도 없고 지금까지 그 누구도 감히 시도조차 하지 못했을 방식으로 테니스를 배워가고 있는 신우주를 생각하면, 마그누스는 GTG의 수강생들에게 미안함을 느끼곤 했다.
바브린카가 멋대로 연습경기를 하도록 내버려 둔 건, 그 미안함에 대한 작은 보상이다.
‘그나저나, 조건이 재미있군.’
안드레이 시미치에게 연습경기를 제안하고 다시 돌아오던 바브린카는, 어떤 내기를 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만약 게임포인트를 세 개 이상 따내지 못한다면, 안드레이 시미치는 스탠 바브린카의 스파링 상대가 된다. 그리고 만약 게임포인트를 세 개 따내면.
[바브린카 : “내가 저 꼬마를 하루 돌보기로 했어요.”] [마그누스 : “…….”]스탠 바브리카는 신우주에 1:1 과외를 해주기로 했다.
그것은 분명 흔치 않은 기회였다.
은퇴한 선수도 아닌 현역 ATP 최상위 랭커가, 어린 유망주를 위해 하루를 통째로 내어주는 것 말이다. 이것 또한 마그누스는 듣도 보도 못했다.
결과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마그누스는 신우주가 얼마나 큰 복을 타고났는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ATP 프로가 되었을 때, 곁에 좋은 사람을 두는 것은 매우 중요했다. 그러지 못해서 실력을 펼치지 못하거나 추락한 선수들을 수도 없이 보았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신우주는 자신을 위해 헌신하는 이들을 곁에 두고 있다.
불과 14세밖에 안 된 소년이 말이다.
이보다 좋은 환경은 없을 거다.
“서비스 레디!”
많은 이들의 주목 속에 시작된 스탠 바브린카와 안드레이 시미치의 연습경기. 먼저 서브권을 가져간 안드레이가 볼을 높이 토스한다.
타앙-!
* * *
▷ GAME SET
3 : 안드레이 시미치
4 : 스탠 바브린카
* * *
#. 신우주와 안드레이의 숙소
똑똑똑.
“네-”
안에서 들려온 대답을 확인한 뒤, 안드레이가 신우주의 방문을 열었다.
시선을 살짝 아래로 내린 소년의 미간이 찌푸려진다.
이에 안드레이는 멋쩍어하며 웃었다.
“롤랑가로스 챔피언에게 승리한 훈장이지.”
“저를 위해 그러실 이유는 없었어요.”
스탠 바브린카와의 연습경기 이후, 안드레이는 과거 사고로 다쳤던 발목에 큰 통증을 느꼈다.
사람들의 앞에서는 억지로 그것을 감췄지만, 신우주의 눈을 속이기는 어려웠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의료용 도구를 가져와 발목에 직접 테이핑을 감아줬다.
지금도 신우주는 안드레이의 발목이 속상하다.
자신을 위해 그런 걸 알았기 때문이다.
“다음부턴 이러지 않겠다고 약속하마.”
“정말 약속하는 거죠?”
“그래.”
여전히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신우주는 자신이 더 화를 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표정이 풀어진 것을 본 안드레이는 절뚝이며 방 안으로 들어섰고, 침대에 걸터앉아 책상 앞에서 무언가를 보고 있던 신우주를 살폈다.
제법 오래된 랩톱의 화면에선, 이번 롤랑가로스 결승전 경기가 재생되고 있었다.
옆으로 앉은 소년이 안드레이를 슬쩍 돌아본 뒤, 화면에 다시 시선을 가져가며 이야기를 꺼낸다.
“테니스는 역시 어려워요.”
“롤랑가로스를 보며 느낀 거니?”
“네.”
“어떤 부분 때문인지 물어도 될까?”
“결승전 첫 번째 세트까지만 보면, 조코비치가 패할 이유가 전혀 보이지 않았거든요. 아시다시피, 조코비치는 완벽한 선수니까요. 그런데, 2세트부터는 완전히 다른 경기가 됐어요.”
ATP 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는 롤랑가로스 이전까지 매우 좋은 컨디션을 자랑했다.
올해 1월 호주 오픈 그랜드슬램 우승을 시작으로, 2월 두바이 테니스 챔피언십 준우승과 3월엔 다시 인디언 웰스 마스터스에서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직후에 펼쳐진 마이애미 오픈에서도 우승하며 상승세를 이어갔고, 신우주를 만난 직후의 몬테-카를로 마스터스에서도 우승하며 4개월 만에 4개의 우승을 손에 넣었다.
그리고 그 기세는 5월에도 이어져, 마스터스 1000레벨인 이탈리안 오픈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다.
반면 바브린카는 1월과 2월 ATP 월드 투어 250과 500레벨에서 한 차례씩 우승을 차지한 후 부침을 겪고 있었다.
ATP 500이나 마스터스 1000레벨의 대회에선 8강조차 진입하지 못했고, 그나마 두 개의 ATP 250레벨 대회에서 8강에 진출한 것이 2월 이후 최고 성적이었다.
또한, 한 손 백핸드를 보유한 바브린카는 이런 유형을 잘 공략하기로 소문난 조코비치에 엄청난 약점을 보였다.
심지어 클레이코트에서의 경기.
모든 게 조코비치에 유리했다.
하지만, 승자는 바브린카였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니?”
“…….”
안드레이는 지금 신우주의 표정이 의미하는 바를 알고 있었다. 답을 알곤 있지만, 이해하지 못했을 때 짓는 표정이다.
그래서 그는 소년을 재촉하는 대신, 스스로 이야기할 때까지 조용히 기다리는 것을 택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이야기한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얼마 뒤, 신우주가 자신이 생각한 답을 꺼내 들었다.
“백핸드요.”
“정답이야.”
스탠 바브린카가 ATP 최상위권 랭커로 도약할 수 있었던 건 기복이 줄어들었기 때문이지만, 처음 그를 주목받는 젊은 신예로 만든 건 백핸드였다.
로저 페더러와 함께 현대 테니스에선 거의 찾아볼 수 없는 한 손 백핸드.
현대 많은 테니스 선수들은 힘을 좀 더 실을 수 있고 안정감까지 더할 수 있는 양손 백핸드를 선호한다. 거기다 폼이 일정해 샷의 방향을 끝까지 숨길 수 있다.
다만 양손 백핸드는 두 손을 쓰기 때문에 커버할 수 있는 범위가 좁고 샷의 다양성이 부족했다.
반면 한 손 백핸드는 다양성 면에서 한층 더 뛰어나고 더 먼 거리까지 라켓을 뻗을 수 있다.
그러나 아무래도 한 손이라 힘이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리고 스윙 궤적을 크게 가져가는 메커니즘이기 때문에, 체력 소모도 많고 타이밍을 잡기도 어렵다.
한 손 백핸드 선수가 클레이코트나 잔디에서 약한 것 역시, 두 코트가 하드코트에 비해 불규칙한 바운드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만약 상대가 노박 조코비치나 라파엘 나달처럼 톱스핀에 능한 경우라면, 의도적으로 어깨높이까지 올라오는 샷을 보내어 실책을 유도한다.
노박 조코비치는 이번 롤랑가로스 결승에서도 한 손 백핸드 공략법을 완전히 이행했다.
그런데 결과는 준우승이다.
“코치님은…… 이게 이해가 되세요?”
“하하. 아니.”
“아니라고요?”
“그래.”
안드레이 역시 바브린카의 우승 이유를 설명할 순 없었다.
아니. 설명은 가능하나 설득은 할 수 없다.
강점이 약점인데, 그 약점이 도로 강점이 됐다.
이걸 어떻게 말로 설명하겠는가?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안드레이는 신우주를 위해 어떠한 대답을 해야 하는지는 알고 있었다. 5년 이상을 함께해 온 결과, 이 소년을 어떤 길로 이끌어야 하는지 조금은 감을 잡았기 때문이다.
의문을 갖는 신우주에, 굳이 답을 제시할 필욘 없다.
그저 그 의문 앞으로 데려가기만 하면 된다.
그리도 다행히도, 시간이 해결해 줄 수 있다.
“오늘 푹 자고 내일 일어나면, 그 답을 알게 될 수 있을 거야.”
“정말요?”
“물론. 그러니까 고민은 그만하고, 어서 정리하렴.”
“네. 마음엔 들지 않지만, 딱히 할 수 있는 건 없는 거죠. 그렇죠, 코치님?”
푸근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이는 안드레이.
랩톱을 덮은 신우주가 방문을 연다.
“가요. 제가 칫솔에 치약 짜드릴게요.”
“그럴 필요 없단다.”
“코치님 다리가 더 아프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려고요? 얼른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이런. 그럼, 오늘만 부탁하마.”
“네. 내일 꼭 병원 가시고요.”
“…….”
“아셨죠??”
“그래, 그래. 내가 널 어떻게 이기겠니. 갈게. 가.”
이제야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밖으로 나서는 신우주.
아직 침대에 걸터앉아 있던 안드레이는 욱신거리는 자신의 발목을 보며 생각한다.
‘충분한 가치가 있었어.’
자신의 발목 건강과 교환하며 얻어낸 스탠 바브린카와의 1:1 과외. 안드레이는 언제든 신우주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줄 준비가 되어 있다.
소년은 그걸 절대 바라지 않겠지만.
헌신적인 코치의 작은 욕심이다.
“코치님-! 어서요!”
“그래- 지금 가!”
언젠가 지금의 이런 나날들을 추억하는 순간이 올까?
안드레이는 틀림없이 그럴 거라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