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Time Stop Player RAW novel - Chapter (64)
ⓒ 애모르
상황이 끝난 이후, 하준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위이이잉!!
이른 새벽에 울리는 구급차와 소방차 사이렌 소리.
그리고 아파트에 있던 사람들이 점차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
하준은 곧바로 마하라즈를 주머니에 넣은 다음 폭발로 인해 창문을 통해 연기가 솟아오르는 자신의 집을 바라봤다.
“··········시X.”
내 집이··········, 아니 실제로 내 집은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집이었던 곳이 사라졌다. 이 상황은 하준이 우려하던 상황이었지만 걱정이나 근심이 아닌, 짜증이 먼저 솟구쳤다.
솔직히 다른 빌런들이 쳐들어오는 건 어떻게 보면 환영할 수 있었다.
다만, 인형사는 아니다.
놈은 간사하게 인형으로만 쳐들어오니 말이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죽이고 싶었지만, 하준 또한 놈의 얼굴과 이름만 알 뿐이지 놈이 정확하게 어디 있는지 몰랐다.
뭐, 이번에 있었던 일이 놈에게 경고가 됐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만.
인형으로만 생활하던 겁쟁이 놈한테 자신의 실체를 위협할 말을 했으니 당분간은 조용히 있을 것이다.
‘그럼 이제 어떡하냐··········.’
당연히 편지와 단검은 폭발하기 전에 따로 챙겨 놨었다.
그렇다고 여기 계속 있을 수는 없고··········.
하준은 시간을 확인했다.
시간은 새벽 2시 30분.
“쩝-”
그리고 성가시다는 듯이 입맛을 다시며 다시 주위를 둘러봤다.
구급차를 포함한 응급대원과 영웅들 그리고 큰 폭발음에 잠에서 깬 시민이 점차 집을 나와 불이 나고 있는 아파트로 모여들었다.
이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하준이 할 행동은 지극히 단순했다.
하준은 곧바로 주머니에서 델 헤르의 초대장을 꺼냈다.
일전의 부탁으로 최중원 교장 선생님에게 델 헤르로가는 초대장을 하나 더 받아 놨었다. 하준은 곧바로 초대장을 찢었다.
.
.
.
“응. 그러니까 그게 이른 새벽에 찾아온 이유라는 거지?”
“예.”
시간은 오전 8시 헤르메스 길드의 길드장실.
사건 이후 5시 30분이 흐른 아침이었다.
이른 새벽에 헤르메스 길드에 찾아왔던 하준은 길드장 로엘리 힐스에게 신세를 진 뒤, 아침을 맞이하고 오늘 새벽에 찾아온 이유를 설명하고 있었다.
“음··········, 마침 TV에서도 네 얘기가 나오네? 후훗, ‘이레귤러가 또 해냈다’라··········.”
그 말에 하준은 고개를 돌려 길드장실에 설치된 TV를 바라봤다.
뉴스의 헤드라인에는 ‘이레귤러가 또 해냈다’라는 글자와 함께 당시 아파트에 습격을 받은 아주머니의 인터뷰가 진행되고 있었다.
-어휴, 말도 마세요. 진짜 그때를 생각하면 오금이 저리다니까요. 갑자기 뭔가 폭발하는 소리가 들려서 눈을 뜨니 복면을 쓴 괴한이 목에 칼을 들이밀며 협박하고··········아! 그러고 보니 어제 아침부터 옆집 청년의 집 문이 부서져 있더라고요. 아휴··········, 아무리 봐도 어제 아침부터 계획된 게 분명해요.
“음··········.”
하준은 인터뷰를 보며 무안하게 머리를 긁적였다.
그리고 로엘리 또한 하준을 바라보며 걱정하듯이 입을 열었다.
“괜찮겠어? 저렇게 내버려두고 와도?”
“제가 현장에 있어봤자 할 게 뭐 있겠어요?”
“뭐, 그것도 그렇긴 하네?”
어차피 김정용 협회장님에게 미리 전화를 넣었으니 알아서 잘 해결해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 그럼 저번에 말한 단서는 가져왔니?”
그 말에 하준은 단검을 포함해 사진과 편지를 그녀에게 건넸다.
곧바로 그녀는 단검을 열심히 살폈고 그대로 편지 봉투를 꺼내 편지와 사진을 확인했다.
“음··········, 이건 암호네? 이 사진도 단서지?”
“예.”
“그렇구나··········, 생각보다 단서가 많아서 다행이야. 암호화된 편지는 조금 시간이 걸리겠지만. 알아내면 곧바로 다시 연락할 게.”
그 말에 하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멍하니 다시 하준을 바라보는 로엘리.
하준은 자리에서 일어서지 않은 채 팔짱을 끼고 깊은 생각에 빠져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로엘리가 의아하게 물었다.
“혹시 다른 용건이 있니?”
“음··········, 예. 있긴 있는데요.”
“편하게 말해보렴.”
“그 사람 한 명 좀 찾아주세요.”
“··········응? 누구? 혹시 이번에도 이름만 알고 있는 거니?”
“그건 아니고, 아마 전보다 찾기는 쉬울 거에요.”
“뭐, 그렇다면야. 누군지 말해볼래?”
그 말에 하준은 찾으려고 하는 인물, 정확히 그녀의 이름과 생김새를 로엘리에게 설명했다. 그리고 설명을 모두 들은 로엘리는 의아한 얼굴과 함께 하준에게 질문했다.
“연금술사 이가영? 연금술사는 갑자기 왜?”
마력을 이용한 장비 ‘마도구’.
보구와 다르게 마력을 이용하여 쓸 수 있는 장비를 마도구라 불리고 그런 마도구를 제작하는 마법사를 따로 연금술사라 부른다.
그렇기에 로엘리는 조금 의아한 표정으로 하준에게 질문했다.
너무 뜬금없이 다른 누구도 아니고 이름도 들어본 적 없는 연금술사를 찾아 달라고 하니 말이다.
그리고 로엘리의 질문에 하준은 다른 부탁으로 대답했다.
“그리고 델 헤르의 음지에 영약을 판매하는 할아버지 아시죠?”
“응? 알고 있기는 한데, 그 사람은 왜?”
“모셔서 잘 챙겨주실 수 있어요?”
“뭔가 재밌는 일을 하려는 거 같네?”
“재미는 모르겠고 좋은 일이기는 하죠.”
그 말에 로엘리는 호기심이 담긴 눈으로 하준을 바라봤다.
그녀의 입꼬리는 천천히 호선을 그렸으나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마치 하준의 생각을 파악하려는 듯 하준을 주시하는 그녀.
하준 또한 그녀를 마주 보며 바라봤다.
물론 이렇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래, 알겠어.”
“감사합니다.”
“단, 너도 내 의뢰를 들어줄래?”
그 말에 하준은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다 한숨을 내쉬었다.
하긴, 이렇게 의뢰를 많이 하는데 공짜로 해줄 리가 있나?
하준은 주섬주섬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카드를 건넸다.
“여기요.”
그 모습에 여전히 미소를 보이던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하준에게 입을 열었다.
“돈은 필요 없는데?”
“그냥 돈으로 거래하면 안 돼요?”
마침 트랩 던전 사건으로 한월 길드에서 받은 보상금도 많았다.
물론, 그녀는 돈을 바라는 거 같지 않지만.
“정말로 필요 없어서 그래. 그리고 네가 부탁한 의뢰를 전부 합치면 억은 넘을 건데 괜찮겠니?”
“음··········, 쩝-”
하준은 도로 지갑을 주머니에 넣었다.
일단 미국 히어로 협회와 계약해서 들어온 돈이 있지만 후에 미래를 위해 아껴둘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던 그녀는 하준을 향해 차분히 입을 열었다.
“말 그대로 부탁이 아닌 의뢰니까. 성공하면 의뢰금도 줄게.”
“하··········, 그래서 무슨 의뢰인데요?”
“조만간 알게 될 거야.”
* * *
그리고 다음날 일요일 아침.
아카데미의 교무실.
“김하준 왔나?”
“흐아암~ 쩝- 예. 무슨 일로 부르셨나요?”
다시 아카데미로 돌아온 하준은 이른 아침부터 이 한 교관의 부름에 잠에서 일어나 교무실로 왔다. 이 한 교관은 곧바로 모니터 화면을 보여주며 하준에게 말했다.
“이 전부가 너한테 온 생도 의뢰다. 생도 의뢰 시스템이 열리자마자 200건이 넘는 건 네가 처음일 거다.”
“음··········, 근데 이거 전부 거절해도 상관없지 않아요?”
“··········보통 애들은 의뢰 하나라도 더 받으려 하는데 너는 참··········. 그래, 네 말대로 그래도 되지만, 이번에 새로 들어온 의뢰 중에 이상한 요청 사항이 있어서 너를 불렀다.”
그 말과 함께 마우스를 클릭하며 예의의 의뢰를 보여주는 이 한이었다.
그 의뢰를 본 순간 하준은 눈을 좁히며 의뢰를 바라봤다.
의뢰는 헤르메스 길드에서 온 의뢰였다.
그리고 등급 또한 최상급이며 하준이 받은 의뢰 중 명실상부 가장 의뢰금이 많은 의뢰였다.
“요청 사항에 너에게 이 의뢰를 보여주면 수락할 거라고 하던데. 어떻게 할 거냐?”
“··········.”
그 말에 하준은 눈을 비비고 의뢰를 바라봤다.
그리고 의뢰 내용을 보니 익숙한 내용이었다.
‘뭘 부탁하냐 했더니 ‘암습’이었구만.’
[한시영 에피소드 1-1 은밀한 습격 ‘암습’]에피소드 암습은 경호 에피소드였다.
17살 약관도 안 된 나이에 인챈트 마법을 마스터한 천재 소녀.
인챈트 마법사 이사벨라 하이츠.
이번 에피소드는 헤르메스 길드와 계약하여 던전을 공략하게 된 이사벨라가 무사히 한국에 올 수 있게 경호하는 에피소드였다.
그리고 이사벨라 하이츠.
당연히 하준 또한 아는 이름이었다.
이 로키아 아카데미 다음으로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초인 아카데미, 메르빌 아카데미의 생도였으니.
‘··········.’
그리고 의뢰를 본 하준의 표정은 담담했다.
기분이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평범한··········아니 어쩌면 좋다고 해야 하나?
일단 이번 에피소드가 간단하고 편한 이유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그 녀석이 있으면 뭐··········.’
다른 누구도 아닌 한시영이 옆에 있으니 왠지 모르게 안심이 되었다.
적어도 무력 면에서는 다른 3명 중에서 믿고 맡길 수 있는 놈이 말이다.
“일단 이 의뢰는 받아둘게요.”
그래도 일단 거래는 거래이니 의뢰를 받아둘 생각이었다.
막상 내 말을 들은 이 한 교관은 이상한 놈을 보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정말이냐?”
“··········.”
“이런 성가신 의뢰를 받을 줄이야. 요즘 참 의외인 모습을 자주 보여주는 군.”
“제가 의외로 부지런한 게 아닐까요?”
그 말에 이 한 교관은 피식- 웃었다.
“일단 평소의 행동부터 고치고 말해라.”
“음··········, 나름 부지런하다고 생각했는데.”
“간간이 필요할 때만 노력하는 걸 부지런하다고 하지는 않지.”
뭐, 그것도 그런가.
하준은 부정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이 한 교관에게 꾸벅- 인사했다.
“일단 용건은 끝난 거 같으니 가보겠습니다.”
그렇게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서려 했을 때.
“김하준.”
갑작스럽게 이 한 교관이 진지한 얼굴과 함께 하준을 부르며 바라보기 시작했다.
하준은 분위기를 읽고 다시 자리에 착석했다.
하준은 이 한 교관을 멍하니 바라봤고 이 한 교관은 그런 하준을 바라보며 진중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나는 네가 자랑스럽다.”
“··········갑자기 부끄럽게 무슨 소리를 하세요.”
“어제 뉴스를 봤다. 빌런한테 습격을 받았더군.”
그 말에 하준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침묵했다.
그런 하준을 향해 이 한 교관은 살짝 미간을 좁히며 말을 이었다.
“나한테까지 숨길 필요는 없다.”
“··········.”
“네가 인질로 잡혔던 사람들을 구한 것도 알고 있다. 그 외에도 지금까지 네가 한 일을 생각하면 자랑스러울 수밖에 없지.”
하준은 아무 대답 없이 교관의 말을 경청했다.
그리고 이 한 교관은 하준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
“하지만, 너무 방심하지 마라.”
“··········.”
“쓸데없는 걱정일 수도 있겠지만 아무리 뛰어난 재능과 강한 힘을 가졌어도 방심으로 죽어나간 영웅을 나는 수두룩하게 봐왔다.”
그는 충고하듯 하준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니 부디 방심 따위는 하지 마라. 많은 생도를 봐왔지만 너 정도 재능을 가진 녀석은 없었으니. 그것 외에는 내가 딱히 네게 가르칠 게 없군.”
“··········예, 뭐 알겠습니다.”
그 말에 하준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고 이 한 교관은 피식- 입꼬리를 올리며 하준에게 말했다.
“이만 가봐라. 내일 이 의뢰를 하려면 푹 쉬어둬야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