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Time Stop Player RAW novel - Chapter (98)
시간은 저녁 7시로 해가 질 무렵.
“으, 으··········.”
안나는 공포 부들부들 몸을 떨고 있었다.
아닌 게 아니라 일을 끝내고 하준이 향한 저택이 도착했건만, 저택 자체가 으스스하고 동시에 방금 전 저택 안에서 들려온 소름 돋는 비명 때문이었다.
-아, 아! 자, 잠깐! 안 돼에에에!!
“화, 환청이겠지?”
안나는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겨 저택의 정문으로 향했다.
물론 문은 이미 부서져 있어 굳이 열 필요는 없었다.
그렇게 정문을 통해 넓은 홀에 도착했을 때.
“헉?!”
안나의 눈이 희번득 크게 떠졌다.
경악스러운 눈으로 할 말을 잃고 급하게 바로 옆에 쓰러진 사람을 향해 다가갔다.
“저, 저기요! 괜찮으세요?!”
“안 깨워도 돼.”
“··········?”
그때 들려온 익숙한 목소리에 안나의 고개가 휙 돌아갔다.
안나는 잠시 멍한 표정으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소년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 하준씨? 이거 하준씨가 그런 거에요?”
“어.”
“아니, 이 사람들이 누군데요?”
“나도 몰라, 이제 알아봐야지.”
“··········?”
그 말에 의아한 얼굴로 하준을 바라보는 안나였다.
그리고 그런 안나에게 하준은 방금 전 일어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니까··········, 이 사람들이 하준씨를 노렸다고요?”
“어. 내가 보기에는 빌런 같은데?”
“자, 잠깐만요. 제가 그럼 협회에 연락할게요.”
그 말과 함께 곧바로 스마트폰을 꺼내 협회에 연락하는 안나.
몇 분 후, 이 저택의 정원에 게이트가 열리며 영웅 협회의 요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우르르 저택 안으로 들어왔고 그들은 안나를 향해 정중히 고개를 숙인 뒤 현장의 정리에 나섰다.
* * *
시간은 오후 8시.
안나에게 현장 정리를 맡긴 뒤, 다시 호텔에 돌아온 하준은 침대에 누워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뭔데 입이 그렇게 무거운지·········, 쯧-”
일단 대장으로 보이는 놈을 심문하기는 했다만 결국 실패했다.
놈은 생긴 것과 다르게 의외로 입이 무거웠기 때문이었다.
정황을 보면 뭔가 아는 게 많아 보이는데 말이다.
띠리링-
그때 하준의 폰이 진동하며 전화벨이 울렸다.
하준은 곧바로 폰을 들어 전화를 받았고 전화를 건 것은 안나였다.
-네, 하준씨. 호텔에 계시죠?
“어. 무슨 일이야?”
-하준씨를 덮친 초인의 신원을 알아냈어요. 그··········, 일단 확인해보니까 빌런은 아닌 거 같아요.
“··········? 그럼 뭐 영웅이야?”
-··········네.
그 말에 하준은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흘렸다.
다른 건 몰라도 영웅한테 노려지고 습격당할 줄은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근데 그냥 영웅은 아닌 거 같아요.
“··········그건 또 무슨 소리야?”
그 의아한 질문에 안나는 차분히 상황을 설명했다.
일단 하준을 습격한 초인들은 로반 길드라는 영국의 대길드에 소속된 영웅이었다.
로반 길드.
6년 만에 급부상하여 유명해진 대길드 중 한 곳으로 안나의 말에 따르면 그 길드에 소속된 영웅이 과거 전과를 일으켜 복역 중이거나 혹은 영웅 라이센스가 박탈당한 초인이 많다고 한다.
단순히 인력 부족인 영국에서 초인의 수로 급부상한 길드.
-하준씨를 습격한 사람들은 일단 영웅 라이센스를 가지고 있었지만, 아마 오늘 사건 이후로 라이센스가 박탈당할 거에요. 물론 라이센스가 없어도 던전 공략 같은 활동은 가능하겠지만요. 그리고 그런 초인들이 로반 길드에 수두룩하더라고요.
“그러니까 라이센스가 박탈 당한 초인이 모인 길드라고?”
-네, 물론 전부가 그런 건 아니지만요. 어쨌든 단순한 길드가 아닌 거 같은데요?
“내가 보기에는 깡패 새X들이 모여서 길드를 만든 거 같은데?”
-어··········, 한국으로 치면 그런 거죠?
영웅 라이센스가 없음에도 일단 활동 자체가 불가능한 건 아니었다.
흔히 용병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사람들은 웬만하면 영웅 활동을 하기보다는 던전 공략으로 길드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니 말이다.
여튼, 그런 정보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하준이 말했다.
“혹시 뒷수습 가능해?”
-네, 네?
“나 건든 길드를 그냥 내버려둘 수는 없잖아?”
-어··········, 하준씨? 일단 진정하시고 저랑 같이 가보는 건········응?
그렇게 말을 이어가던 안나가 갑작스럽게 말을 끊었다.
곧이어 안나는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다급히 하준에게 말을 전달했다.
-어, 어?! 하준씨. 방금 빌런 습격 신고가 들어왔는데요.
“신고가 들어왔다고?”
-네, 근데 거기 주소가··········
* * *
“하··········.”
“응? 선생님. 오늘따라 왜 이렇게 많이 마시세요?”
한편 일레인의 집.
식탁에 앉은 일레인은 오늘따라 유독 술을 많이 마시는 선생님을 바라보며 의아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마탑의 고위 마법사인 선생님이 평소에 버릇처럼 하는 말이 사람은 항상 지성을 유지해야 한다면서 술을 멀리하시는 분이 말이다.
그리고 일레인의 말을 들은 남자, 다르담 힐스는 그런 일레인을 묘한 눈길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곧이어 씨익- 미소 짓는 다르담.
그는 일레인을 다정한 미소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렇게 좋은 날이 아니면 언제 마신단 말이냐, 일레인.”
“응?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었어요?”
“좋은 일? 허허, 있었지. 있었지 말고.”
그 말과 함께 또다시 맥주를 벌컥- 벌컥- 마시고 가라앉은 고개와 함께 은은한 미소를 보이는 다르담이었다.
그리고 일레인은 그런 다르담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선생님이 기분 좋아 보이니 자신도 덩달아 기분 좋았으니까.
“일레인.”
“네?”
그때 고개를 든 다르담이 일레인을 바라본다.
그의 표정은 아까와 다르게 진지함이 묻어나 있었다.
다르담이 말했다.
“오랜만에 만난 리베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있단다.”
“갑자기 그 얘기가 왜 나와요?”
그 말에 입술을 삐죽이는 일레인.
그런 일레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르담이 말을 이었다.
그러나 그 말은 온화한 다르담의 행동과 다르게 충격적인 말이었다.
“일레인, 리베르와 함께 이곳을 떠나라.”
“··········네? 그게 갑자기 무슨 말이에요?”
순간 일레인의 표정이 당황스럽게 굳어갔다.
갑작스럽게 들은 말에 머리가 이해를 따라가지 못했다.
그런 일레인을 향해 다르담은 멈추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로키아 아카데미에 다니고 싶다 했지? 그럼 한국이 좋겠구나.”
“아니, 그러니까 제가 묻고 싶은 건 그런 게 아니잖아요!”
결국 참다못한 일레인이 벌떡- 일어서 다르담에게 소리쳤다.
그러나 다르담은 그저 담담한 표정으로 일레인을 지그시 바라볼 뿐이었다.
“이유를 말해주세요! 왜 갑자기 떠나라는 거에요!”
일레인은 소리치는 와중에도 눈동자가 떨려왔다.
갑자기 이유도 없이 떠나라는 말에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과거 자신을 버리고 도망간 오빠와 같이 떠나라니··········.
그러나 다르담은 그런 일레인의 표정을 보고도 단호하게 결정했다는 듯이 침묵할 뿐이었다.
다르담이 말했다.
“어쨌든 나는 더 할 말이 없구나. 내일 일찍 짐을 챙기고 리베르와 함께 떠나거라.”
“윽!”
으득- 이를 악문 일레인은 결국 식탁을 나와 그대로 2층 방으로 올라갔으며 다르담은 그런 일레인을 바라보다 자조적인 한숨을 내쉬었다.
“하··········, 7년 만이로구나.”
그는 잠시 쓸쓸한 눈으로 천장을 바라보며 7년 전, 과거의 기억을 되새겼다.
어두운 밤하늘에 무수히 비가 쏟아지던 그날.
고작 10살밖에 안 된 소년이 자신의 집에 홀로 찾아와 부탁한 그날을.
그리고 그날의 선택을 다르담은 아직도 후회하고 있었다.
10살밖에 안 된 소년에게 너무 많은 걸 짊어지게 했으니.
“그때 너를 보냈으면 안 됐는데··········.”
그는 잠시 과거의 감회에 젖은 채 지그시 천장을 바라봤다.
오랜만에 본 소년의 얼굴을 떠올리며 지그시 눈을 감았다.
* * *
시간은 오후 8시.
다르담이 소파에 앉아 잔잔히 눈을 감고 있을 때의 일이었다.
치직-
“··········이런.”
갑작스럽게 어두워진 집안.
집안의 모든 불이 정전이 나간 듯 꺼진 것이다.
곧이어 끼이익- 하는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표정을 굳힌 다르담은 조심스럽게 소파에서 일어나 근처 벽에 새워둔 지팡이를 들었다.
불이 꺼지자마자 침입하듯 들어온 누군가였다.
적어도 좋은 뜻으로 들어온 것은 아닐 것이다.
그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벽에 등을 기대고 지팡이에 마법을 예열했다.
그때였다.
“선생님?”
다시 방에서 나온 일레인이 자신을 부른 것은.
‘이런!’
그와 동시에 현관에서 조용히 발걸음을 내딛던 괴인이 일레인을 발견하고는 빠르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발소리를 들어봤을 때 적어도 한 명이 아닌 다수로 보였다.
후웅!!
괴인 중 한 명이 마법을 발현했다.
괴인의 손에서 마법진이 발현되고 그 마법진에서 녹색의 빛줄기가 여러 개로 솟아나와 일레인을 향해 쇄도했다.
그와 동시에 다르담 또한 마법을 발현했다.
그는 일레인의 앞을 막아서며 지팡이를 들어 올렸고 그대로 바닥에 내리찍자 바닥의 마법진이 구현되며 푸른색의 기류가 솟아올라 반구 모양의 방어막을 구현한 것이다. 결국 다르담이 발동한 마법으로 인해 녹색의 빛줄기가 방어막에 막혔고 다르담은 이 주택에 침입한 괴인들을 향해 성을 내며 소리쳤다.
“웬 놈들이냐!”
그러나 괴인들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다르담을 향해 씨익- 입꼬리를 올리며 비릿한 조소를 보일 뿐이었다.
그리고 괴인 중 한 명이 천천히 방어막의 앞으로 다가갔다.
“빨리 끝내려면 조금 소란을 일으킬 수밖에 없겠군.”
남자는 그대로 손을 뻗어 방어막에 손을 얹었고 그와 동시에 그의 손에서 뜨거운 열기가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후에 벌어진 일은 가공할 위력의 거대한 폭발이었다.
콰쾅――――!!
* * *
타닥- 타닥-
폭발로 인해 일어난 상황은 참담했다.
주택은 거대한 폭발로 인해 무너져 내렸고 가구들은 폭발의 충격으로 산산이 조각나 타닥- 타닥- 타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의 중심.
“쿨럭! 크흑··········.”
다르담은 바닥에 쓰러진 채 피를 토하며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 거대한 폭발의 위력을 전부 막아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의 바로 옆에 쓰러진 일레인은 콜록! 콜록! 기침을 토하며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켰다. 그녀의 이마에서는 주르륵- 피가 흐르고 있었지만 신경 쓰지 않은 채 쓰러진 다르담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서, 선생님!”
일레인은 다르담의 앞으로 다가가 털썩- 무릎을 꿇었다.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피에 일레인의 동공이 크게 떨려왔다.
“서, 선생님! 정신 좀 차려봐요! 선생님!”
“일레인.”
그리고 그런 일레인을 향해 다르담은 손을 뻗어 그녀의 팔을 꽉 잡았다.
그는 계속해서 피를 토하며 일레인을 향해 선명하게 말을 전달했다.
“도망치거라. 네가 여기 있어서는 안 돼··········.”
“하, 하지만 선생님이!”
“나는 괜찮으니까, 어서··········.”
그러나 다르담의 다급한 말에도 잠시.
“··········?!”
일레인의 등 뒤에서 괴인들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일레인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다가오는 괴인을 떨리는 눈동자로 바라봤고 그들은 일레인과 다르담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눴다.
“남자는 어떻게 합니까?”
“죽여서 불태워. 여자는 살려둬라. 저 녀석의 마력이 필요하다고 하니.”
그 말과 함께 괴인들은 다시 일레인을 향해 다가오며 손을 뻗었고 일레인이 질끔 눈을 감았을 때.
터벅- 터벅-
정면에서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일레인은 살며시 눈을 뜨며 발소리의 주인을 바라봤고 괴인들의 시선 또한 일레인을 따라 정면을 향하기 시작했다.
“뭐야, 저놈은?”
“··········언제부터 있었지?”
검은 머리의 검은 눈동자의 소년.
하준은 눈앞의 선 괴인들과 부서진 집을 번갈아 보다 얼굴을 사납게 일그러트렸다.
“집 부수는 놈들은 별로 안 좋아하는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