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Weakest Became A Demon-Limited Hunter RAW novel - Chapter (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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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작에게 붙잡힌 손목에 강한 압박감이 느껴졌다.
앨리스는 하트 왕국과 소중한 동료들, 친구들을 지키기 위해 마족과 체결했던 계약 내용을 떠올렸다.
실패하면 내놓아야 할 대가가 있었다. 그로 인해 많은 사람이 죽을지도 몰랐다.
그러니 이를 막으려면 계약의 속박을 없애는 수밖에 없었다.
그 방법은 간단했다.
죽으면 된다.
지금 와서 이러는 건 위선에 불과했다. 이미 자신은 수많은 사람을 학살하려 했던 죄인이지 않은가.
그래도, 어차피 싸울 이유가 사라졌다면.
앨리스는 더는 아무도 죽지 않길 바랐다.
“보면 알잖니?”
“전부 포기하려고?”
“그럴 수밖에 없단다.”
“왜?”
“지금 내가 죽지 않으면, 정말로… 위험한 게 올 테니까.”
이제 숨길 것도 없었으니, 앨리스는 진실을 입에 담았다.
위험한 게 온다.
그 말에 아이작은 앨리스가 왜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지 납득할 수 있었다. 지금의 아카데미 전력으론 감당할 수 없는 게 도래한다는 의미일 터. 그로 인해 발생할 인명 피해를 걱정했던 거겠지.
여태 짙은 안개에 가려져 있던 의문이 스르르 풀려갔다. 그제야 아이작은 앨리스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그 고민을 온전히 끝마칠 수 있었다.
“그러니 어쩔 수 없단….”
“그래도 죽지 마.”
“뭐?”
앨리스는 황국이 반드시 처형해야 할 대역 죄인이 되었다. 이번 사태는 이미 아카데미가 수습할 수 있는 선을 한참이나 넘어 버렸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강요된 선택이었다. 앨리스는 자신과 소중한 이들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내몰렸던 것이었다.
이렇게 허무하게 죽어선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여기서 허무하게 뒤지지 말라고.”
“네가 뭘 알고 그런 소릴…?”
“그리고!”
어차피 악신은 부활한다.
그러므로 앨리스. 네가 이 세계를 멸망시키는 데 실패했다면, 어차피 죗값을 치를 거라면.
“내 옆에서 속죄하면서 살아. 얼마나 위험한 게 쳐들어오든, 내가 다 막아 낼 거니까.”
내 편이 돼서 악신 토벌전에 동참해라. 그것이 네가 속죄할 방법이라고 아이작은 설득할 셈이었다.
앞뒤 사정을 알았으니 하트 왕국이라는 대규모 전력을 미래의 악신 토벌대에 투입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아이작은 생각했다.
이런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황국과 엮인 문제는 어떻게든 해결할 작정이었다.
앨리스의 두 눈이 크게 뜨이고 표정이 굳어졌다. 잠시 말문이 막혔다가, 그녀는 겨우 입을 열었다.
“왜…, 그런 말을 하니?”
“하면 안 되냐?”
“…….”
앨리스는 흙 먼지를 뒤집어쓴 아이작의 상처투성이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문득 어제의 기억이 떠올랐다. 해안가에서 아이작과 뛰어놀았던 기억이었다.
무척 즐거웠다. 아직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감상이었다.
마지막 홍차를 마신 뒤 느꼈던 진한 외로움도, 그때의 기억으로 앨리스는 버텨 낼 수 있었다.
아이러니했다. 적과 보낸 시간이 마지막 밤을 견뎌낼 수 있는 힘을 주었다는 게.
왜였을까. 앨리스는 그 이유의 윤곽을 똑바로 분간하지 못했다.
다만, 자기도 모르게 입가에 자조적인 웃음이 흘러나왔다.
분명 고민할 필요도 없는, 무척 한심하고 별 볼 일 없는 이유일 것이기에.
“…애기야, 염치없는 부탁이지만.”
앨리스는 웃는 얼굴로 되도록 천연덕스럽게 말을 꺼내려 했지만, 곧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
자신이 맞이할 결말을 알았다.
눈앞에 있는 남자가 희대의 대마법사라고 해도 그녀에게 예정된 결말을 막아주진 못할 것이었다.
그렇지만 적어도 단 한 가지, 고작 상상밖에 할 수 없었던 바람을 그가 이루어 준다면.
자신은 마음 편히 눈을 감을 수 있으리라고, 앨리스는 생각했다.
“정말로… 그놈들을, 막아줄 수 있겠니?”
간신히 목소리를 쥐어 짰다. 억지로 웃는 얼굴에 눈물이 맺혔다. 그녀의 미소가 연신 일그러졌다.
곧 들이닥칠 위험한 놈들을 토벌해 사람들을 지켜 내고, 자신과 계약했던 마족에게 한 방 먹여줄 수 있느냐고.
앨리스의 분노와, 절망과, 애달픔과, 고통과, 슬픔과, 억울함과, 복수심이 담긴 진심 어린 부탁이 아이작에게 전해졌다.
“…….”
아이작에겐 시스템이란 힘이 주어졌다.
어쩌면 이 세상 누구보다도 강해질 수 있는 힘일 것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소중한 사람들을 잃었고, 악신에게 패배했고, 끔찍한 상실감을 느껴야만 했다.
하지만 또다시 기회가 주어졌다. 그렇다면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가.
단연코 최고의 결과를 창출하는 것이리라.
매일 많은 땀과 피를 쏟아 내도, 몇 번이고 구토해도, 간혹 기절해도, 힘들어도, 고통스러워도, 피로감에 찌들어도, 이 악물고 버텨 내도록 아이작의 등을 떠밀었던 그 지독한 강박은.
처음엔 생존을 위해 일구어낸 것이었으나, 이제는 이유가 겹겹이 쌓여 최고의 결과를 추구하기 위한 발악에 불과해졌다.
그리고 발악하고 발악하여 마침내 손에 쥘 최고의 결과물엔.
“…다 막아 낼 거야. 그러니까 너도 포기하지 마라.”
앨리스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아이작은 결론을 내렸다.
지금의 아카데미가 감당할 수 없는 위험한 게 무엇인지는 불 보듯 뻔했다. 앨리스를 협박하고 이용한 놈이 누군지 명백했으니까.
어차피 언젠가 맞붙어야 할 적들이었다. 여기서 전부 토벌하리라.
앨리스는 안심한 듯 환하게 웃었다.
카가각.
갑자기 앨리스의 얼굴이 뒤틀렸다.
식도가 뒤엉키며 목 안이 미친 듯이 꿈틀거렸다.
더는 버틸 수 없었다. 곧 앨리스의 목에서 섬뜩한 무언가가 강렬하게 뿜어져 나왔다.
화아아아아악!!!
“……!”
아이작은 뒤로 물러났다.
앨리스는 목이 비틀리는 듯한 끔찍한 고통을 느끼며, 검붉은빛 마력이 흘러나오는 목을 잡고 괴로워했다. 더는 자기 몸을 통제할 수 없었다.
그 마력은 커다란 날개의 형상을 이루었고.
앨리스의 등을 뚫고 검은 팔 두 짝이 쭉 뻗어 나왔다. 마치 짐승의 팔 같았다.
목에 새겨진 낙인이 얼굴에까지 솟아오르며 앨리스를 잠식해 갔다.
하늘을 향해 고개를 꺾은 채 쉰 소리밖에 낼 수 없었던 앨리스는, 이윽고 평정심을 되찾기라도 한 듯 움직임을 뚝 멈추었다.
그녀의 팔이 힘없이 흘러내렸다.
[근처에 있는 마족을 감지했습니다.]아이작 눈앞에 나타난 시스템 창.
앨리스에게서 마족의 기운이 흘러나왔다.
그 순간, 소름 끼치는 감각을 느낀 아이작은 재빨리 군청색의 대낫, 서리낫을 꺼내 들었다.
콰아아아!!
앨리스가 아이작을 향해 도약했다. 검붉은빛 마력이 격류처럼 퍼져나간다.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였다.
눈 깜짝할 새에 검붉은빛 검강을 휘감은 보팔 소드가 거세게 휘둘러졌다.
아이작은 서리낫 양 끝을 붙잡아 방어 자세를 취했다. 앨리스의 마력이 어둠 마력과 뒤섞여 홍수처럼 범람했다.
카아아앙!!
보팔 소드가 서리낫과 맞부딪혔다. 그대로 앨리스는 아이작을 거세게 밀어냈다.
무기를 맞댄 교착 상태로 두 사람의 몸이 상공을 향해 사선으로 솟구쳤다. 앨리스의 목에서 뻗어 나온 날개가 화염처럼 마력을 뿜으며 추진력이 되어 주고 있었다.
서로의 머리칼과 옷자락이 사납게 펄럭였다.
앨리스의 어둠 마력이 끊임없이 아이작을 죽이려 들었기에, 그는 지속해서 차가운 마력을 쏟아 내며 저항했다. 두 사람의 마력이 서로를 잡아먹고자 으르렁거리며 아슬아슬한 교착 상태가 이어졌다.
섬에 있던 사람들에게 그들은, 검붉은빛과 연푸른빛을 뿜어 내며 하늘을 향해 역으로 뻗어 나가는 하나의 유성처럼 보였다.
두 사람의 몸이 단숨에 아카데미에서 멀어져 갔다. 아이작의 시야에 섬의 형상이 또렷이 비쳤다. 그 주위로 바다가 보였다.
낙인이 올라온 앨리스의 얼굴은 소름 끼치도록 잔잔했다. 진보랏빛으로 물든 두 눈에는 기이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Lv :?9?
종족 : 마?
속성 : ??, ??, ??
위험도 :?상
심리 : [ ? ]
상태창이 정보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했다. 앨리스의 몸을 빼앗은 마족이 고유 특성 [붉은 여왕의 역설]을 그대로 이어받아 제 것으로 삼은 듯했다.
하늘을 향해 솟구치던 중, 앨리스의 사역마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일대에 흉악한 마력이 번져 나갔다.
악몽룡-재버워크와 괴묘-체셔를 몰아세웠던 도로시는, 그들의 마력이 돌발적으로 거세지자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호룡-밴더스 내치를 쓰러뜨리고 바르토스관으로 향하려던 카야는, 돌연 호룡이 몸집을 키우고 각성하여 다시 돌격해 오자 크게 당황했다.
앨리스의 사역마들은 모두 이성을 잃고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
쿠우우우!
하늘이 검붉은빛으로 물들었다. 어둠 마력의 잔흔으로 이루어진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올라 군집을 이루었다.
연이어 천지에서 스산한 마법진이 셀 수 없이 전개되며 어둠 마력이 일렁이더니, 마족들이 대규모로 소환되어 갔다.
섬에 그림자가 드리운다.
일대를 뒤덮고도 남을 크기의, 인간의 손처럼 생긴 날개를 활짝 펼친 괴이한 생물이 상공에서 아카데미를 내려다보았다. 그 생물이 일으키는 대량의 번갯불이 하늘을 갈랐다.
암익의 프레이야. 레벨 184. 어둠과 번개 속성. 위험도는 최상.
복부에 수많은 입이 달린 배불뚝이 검은 거인이 상체를 옆으로 기울이며, 한입에 집어삼킬 수 있을 법한 섬을 향해 일그러진 미소를 지었다. 그 복부에 달린 대량의 입이 침을 줄줄 흘리며 입맛을 다셨다.
탐식의 하몬. 레벨 185. 어둠과 물 속성. 위험도는 마찬가지로 최상.
동시에 아가미가 달린 병사들, 검은 갑옷을 차려 입은 날개 달린 기사들이 바다 위로 차례차례 나타났다. 저마다 신장이 3m는 거뜬히 넘어갔다.
그들 전부, 앨리스의 육체를 집어삼킨 존재가 소환한 강력한 마족의 군대였다.
구와아아아아!!
마족들의 함성과 포효 소리가 우레처럼 울려 퍼졌다.
아카데미에서 그 광경을 목도한 사람들은 심지 깊숙이 파고드는 짙은 공포를 느꼈다.
항상 호기롭게 웃어대며 그 어떤 강자 앞에서도 겁먹지 않으리라 다짐했던 트리스탄 험프레이도, 굳건한 심지를 유지하려 했던 마테오 조르다나도, 생존본능이 일으키는 공포심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대피소에 모인 학생들은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고, 아카데미 교직원들과 황실 기사단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들이 보기에, 마치 종말의 풍경 같았으니까.
그 와중, 아이작은 앨리스가 이안 일행에게 패배한 뒤 자살했던 모습을 되새겼다.
[마족을 적으로 인식했습니다.]‘네가 두려워했던 게… 이 풍경이었냐.’
부우우!
두 사람의 몸이 어둠의 구름을 뚫고 치솟았다. 아이작은 냉기에 기세를 더해가며 앨리스의 마력을 밀어 냈다.
전의를 가다듬는다.
[고유 특성 [멸악자]가 발동됩니다!]아이작은 극저온의 냉기를 폭발적으로 방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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