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Weakest Became A Demon-Limited Hunter RAW novel - Chapter (334)
〈 334화 〉 악신 토벌전 (1)
* * *
>메르헨의 마법 기사> 「최종막, 악신 토벌전」의 몹 구성은 다음과 같다.
최종 보스인 파멸의 악신 네피드.
하수인이자 중간 보스인 앙그라마이뉴, 파멸룡-아지다하카.
악신의 창조 하수인인 흑염체.
특이한 건 서리의 시련 때도 보았듯 최종 보스가 선두라는 점이다.
악신은 이안이 없으면 해치울 수 없다. 즉, 내가 악신을 한계까지 몰아붙인 후 이안 페어리테일이 그 마족의 목을 베는 게 기본적인 전략이다.
중간 보스들은 2페이즈로 넘어가면 레벨이 200에서 ■■■로 모자이크 표시가 되었던 기억이 난다. 저마다 「앨리스 토벌전」 때의 마족 무저갱 급이다.
나 말고도 놈들에게 제대로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인간이 있다면, 단연 마족의 약점인 신성력을 다룰 수 있는 이안뿐.
흑염체조차 레벨 180에서 190을 호가한다. 그런 놈들이 떼로 몰려올 것이다. 어느 누구든 죽음을 각오하는 수밖에 없다.
또한, 계약의 메피스토도 무조건 가세할 것이다. 그 마족도 대비해야 한다.
“많은 희생을 각오해야겠군….”
게임 요소는 일절 배제하고 모두가 이해할 수 있게끔 설명하자 카를로스 황제가 턱을 쓰다듬으며 엄숙하게 대답했다.
나를 중심으로 세계 각국의 거물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제르베르 황국의 카를로스 황제.
성국 바르디오의 성녀 비앙카와 교황 시온.
화봉국-호란의 무녀 미야와 수장 미로.
각국의 원왕들 본체까지.
질서정연하게 서 있는 로얄 가드들의 긴장감이 절로 내 피부에 와닿았다. 그중 으뜸인 자큘 칼릭스는 우리가 한 자리에 모인 광경에 감동과 경외심을 느끼는 듯 보였다.
논의 주제는 당연히 악신이었다.
악신의 부활이 임박했기에 내가 이를 느꼈다고 말하는 것으로, 이들 모두가 은밀히 모인 것이었다.
내 입으로 말하기엔 낯부끄러운 이야기이나, 지금의 나는 일국의 왕을 넘어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인류의 정점이라는 위치에 서 있다. 인류 중 내게 거역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애당초 세계의 운명이 걸린 일이니 모두 협력하려는 눈치였다.
“결국, 핵심은 빛의 아이인가.”
뇌제 자울 드래고니악이 작전 테이블에 놓인 섬 지도를 바라보며 말했다.
“응. 이안을 사수하지 못하면 거기서 끝이야. 우리의 패배로.”
“하다하다 신이라 불리는 존재와 싸워야 한다니…. 승리도 장담 못 하고요?”
도제 세이렌 실리비안이 어깨를 으쓱하며 투덜대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지면 전부 죽어. 그래도 악신만 이기면 마족은 완전히 멸종할 거야. 마족의 근원은 결국 악신이니까.”
안경을 한 차례 들치며 설명했다.
“마족의 근원이란 세계적 미스터리가 이렇게 밝혀질 줄은 몰랐는데 말이죠…. 정말이지, 당신이 나타나면서 많은 게 격변하네요. 언젠가 침대에서도 저와 함께 격변의 역사를….”
“천박한 소리 집어치워.”
도제 세이렌이 눈을 감고 뺨을 가리며 야릇하게 웃자, 풍제 에린 캠벨이 무감정한 얼굴로 일갈했다.
도제의 성벽은 젊고 어린 남자에게 치중되어 있다. 내 정체가 탄로 난 이후로 그 표적은 온전히 내가 된 듯했다.
내 실력과 풍제의 다그침 때문에 선을 넘지 못하고 있을 뿐.
“정리해 보자면 아이작 선배님께서 악신을 붙들고, 나머진 우리가 이안 선배님과 함께 쓰러뜨려야 한다는 거네요.”
[혼자서 악신을 대적해도 괜찮겠느냐?]무녀 미야가 작전의 큰 틀을 요약했고, 그 옆에 서 있는 아홉 개의 꼬리가 달린 여우 마수 구미호-마에가 걱정스러운 투로 내게 물었다.
“악신은 간단히 세계를 멸망시킬 수 있어. 내가 붙들어 놓지 않으면 우린 아무것도 못 하고 전멸하는 거야.”
악신이 게임에서보다 월등히 강하다면, 내가 순차적으로 파멸룡-아지다하카, 앙그라마이뉴를 쓰러뜨릴 틈은 없을 것이다. 악신이 가만 놔둘 리 없을 테니까.
즉, 내가 악신을 붙들지 않으면 오히려 피해가 확산될 우려가 컸다.
“더 큰 문제는 당신들이야. 내가 악신과 싸우는 동안, 메피스토와 작년에 나타났던 밤하늘 마족 같은 놈을 두 마리, 내 도움 없이 해치워야 해. 목숨 걸고 이안을 지원하는 수밖에 없어. 거기다 개체 하나하나가 강력한 흑염체 군대에도 맞서야 하고.”
각국의 거물들을 둘러보았다. 묵직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나는 안경을 벗고 마른 수건으로 안경 알을 닦으며 눈을 내리깔았다.
“이건 어디까지나 작전 내용이고.”
“…….”
다 닦은 안경을 도로 썼다.
“염치없는 소리인 거 알지만. 다들, 가능한 한 죽지 마.”
별 소리 안 했는데도 그들은 두 눈을 크게 뜨며 놀란 반응을 보였다.
국가 단위를 넘어가면 모든 것은 힘의 논리로 돌아간다. 그중 내 힘은 누구보다도 압도적이다.
그런 내가 이타적인 말 한마디 하는 것으로도 사람들은 쉽게 감동을 받는 모양이었다.
“…그리하지. 자네도 죽지 말게.”
염제 안데르센은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이며 그리 대답했다.
연이어 나머지도 비장한 얼굴로, 아니 세이렌은 변태적인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
폭풍전야의 평화로운 시간 속, 나는 분주히 움직였다.
이안 페어리테일에겐 내가 영역 지배 마법을 미지의 힘으로 전수해준 것처럼 둘러댄 뒤, 빛의 영역을 구축하기 위한 단련을 도왔다.
비밀 상점의 주인인 모논을 제외하고 섬 주민들은 모두 대피했다. 꼼꼼히 확인한 사안이었다.
노아 바르탕을 찾아갔다. 어느덧 그는 철 마력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강자가 되어 있었다. 노아에게도 협력을 구했고, 그는 흔쾌히 수락했다.
뒤펜도르프, 원더 랜드의 병력들에게도 명령을 하달했다. 끌어모을 수 있는 쓸 만한 전력들은 가능한 한 끌어모아야 할 테니.
그렇다고 모든 핵심 전력을 섬에만 모아두는 건 자칫 자살 행위가 될 수도 있었다. 섬이 가라앉으면 그곳에 있는 모두가 목숨을 잃을 테니까. 그렇기에 전력은 분산시키기로 결정했다.
이 세계에 온 뒤로 내가 쌓아온 수많은 인연이 악신 토벌대가 되어 뭉치고 뭉쳐갔다.
바람이 차다. 낙엽이 지고, 어느덧 추운 계절의 한때다.
난간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았다. 희멀건한 겨울 해가 수평선 너머로 거의 침잠했다.
목을 데운 입김이 입 밖으로 흘러나와 어두운 공기의 일부를 잠시간 하얗게 물들였다.
고개를 숙이면 마카담 공법으로 포장된 거리와 심미감을 주는 조형물, 익숙한 건물 무리가 가시거리에 들어왔다. 이제는 정겹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경치다.
내가 있는 곳은 메르헨 아카데미 제1캠퍼스의 중심, 바르토스관 옥상이었다.
나는 비밀 상점의 주인, 모논이 준 옷을 입고 휘랑의 망토를 걸쳤다. 이제야 빙제 다운 모습이 된 듯했다.
컨디션은 아주 좋았다. 이렇게 좋은 날이 또 있었을까 싶을 만큼.
내 뒤에선 시공간을 초월해 구축된 붉은 마법진이 가시성을 갖추고 이질적인 빛을 흩뿌리고 있었다. 악신이 부활하려는 전조 현상이었다.
침묵이 잠긴 섬. 공기는 무거웠다. 섬에 모인 자들이 모두 숨죽이고 있었기에.
뒤펜도르프의 군단장을 포함한 정예 병사들.
원더 랜드의 팔라딘과 병사들.
원왕들, 그들이 다스리는 각국의 강자들.
제르베르 황국의 로얄 가드들과 대마법사 샤를로트를 필두로 한 마법사 군단.
성국 바르디오의 신성 기사단.
화봉국의 무사와 도사들, 무녀 미야.
노아 바르탕.
미첼.
내가 사랑하는 여자들.
후방을 책임질 거대한 바위 거북 사역마 암갑귀-고르모스.
그리고… 창명검을 거머쥔 이안 페어리테일.
그 모든 이가 전열을 가다듬은 채 침묵을 지켰다.
[구우?]“응?”
내 옆에 앉아 있던 작은 골렘, 이든이 말을 걸었다.
“아니…, 별로 겁나진 않네. 신기하다. 무서울 줄 알았는데.”
[구우, 구우.]“그런가. 조금 감성에 젖어 있나?”
이든의 말은 지금도 못 알아듣겠지만, 녀석과는 감정과 의사 따위를 공유할 수 있어서 언어는 장벽이 되지 않았다.
3학년 2학기, 학기말. 오늘로 내 여정은 마무리된다.
악신과의 전투가 끝난 뒤 내가 어떤 종착지에 이르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오늘, 주인이 걱정해 왔던 모든 게 끝나는구나.]인간형 힐드가 내 옆, 난간에 팔짱을 올렸다.
우리는 겨울 해가 자취를 감추어가는 광경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그러게.”
[주인.]“응.”
[악신을 이기면 무엇을 가장 해보고 싶느냐?]“뭔 질문이야….”
웃음이 새어 나왔다.
난 뭘 하고 싶었더라.
좋아하는 애들과 야한 짓 하기, 게으름 피우기, 맛있는 음식 잔뜩 먹기, 세계 여행 하기…. 이것저것 하고 싶은 건 많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해보고 싶다고 진심으로 느끼고 만 건, 뜻밖에도 별것 아니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낮잠이나 펑펑 자보고 싶네.”
그냥 낮잠.
나비 정원 구석에 누워 물여울 같은 하늘, 졸졸 흘러가는 띠구름을 바라보다 졸음이 솔솔 몽글거리면, 눈을 감고 산들바람을 만끽하다 그저 잠에 들고 싶었다.
그런 사치스러운 여유가 그리웠다.
[소박한 바람이구나.]“그런가.”
힐드와 미소를 주고받았다.
이윽고, 겨울 해가 수평선 저편으로 가라앉으며 땅거미가 온전히 섬에 드리웠다.
아름다운 군청색 하늘이 시야를 사로잡았다.
짙은 긴장감이 아카데미를 채우고, 악신 토벌대가 저마다 마른침을 삼켰다.
고오오오오.
돌연 중력이 강해진 것처럼 천문학적인 마력이 아카데미를 짓눌렀다. 시작이다.
난간 위에서 몸을 일으켜 버젓이 섰다.
내 사역마들과 함께 옥상 쪽으로 몸을 돌리자 눈부시도록 강렬한 빛을 발산하는 마법진의 궤적을 따라 화르륵, 검붉은 불꽃이 피어올랐다.
점차 하늘이 선명한 붉은빛으로 물들어갔다.
한때 평범하게 수업을 들었던 수업동도, 시간을 알려주던 높다란 시계탑도, 정겨운 교정도, 불길이 이는 듯 신비로운 붉은색을 띠었다.
종말의 색이었다.
기이한 화염이 옥상 모서리를 메운 구조물들을 집어삼켜 검은 벌레의 형상을 갖추고.
곧, 옥상에 새겨진 부활의 마법진에서 붉은 마력이 솟구쳤다.
콰아아아아아앙!!!
귀청을 찌르는 폭음과 함께 붉은 기둥이 하늘을 꿰뚫었다. 발과 난간, 난간의 이음새를 함께 얼려 그 자리에서 날아가지 않고 버텼다.
그 순간, 원왕을 포함한 악신 토벌대의 선두들이 모두 확성 마법을 활성화하고 크게 소리쳤다.
“전원!! 전투 준비!!”
각자 무기를 빼드는 소리가 동시다발적으로 울렸다.
엘리트 마법사들이 미리 연산해둔 고위 마법진이 허공에 셀 수 없이 도열되었다.
명망 있는 마탑들이 설치한 대규모 마법 장치가 가동되고, 부유하는 여러 개의 받침대 위에서 막대한 마력이 뭉친 마력포가 일제히 바르토스관을 노렸다.
악신 토벌대. 우리는 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전력이었다.
바르토스관 옥상에 시꺼먼 어둠이 꿀렁대며 드리운다. 어둠은 바다처럼 묵직하게 출렁였다.
그 위로 떠오르는 수많은 혁안.
어둠의 중심이 붉은 빛의 기둥 속에서 융기하며 여성형 마족의 형상을 이루었다.
어둠은 그 마족의 드레스가 되어 서서히 위로 떠올랐다.
어둠 드레스의 비대한 밑단은 점차 장막처럼 내려앉으며 바르토스관을 뒤덮을 만한 크기를 완연히 드러냈다.
“드디어 만났네.”
미소를 머금었다.
빛의 기둥 속, 날 향한 시선이 느껴졌다.
나는 오른손을 들었고, 그 위로 냉기 마력을 흘렸다. 전투 태세였다.
화아아아아!!!
거대한 다섯 쌍의 화염 날개가 펼쳐지며 강풍을 일으키고, 빛의 기둥이 상공에 뭉쳐 가느다랗고 지름이 큰 원반의 형태로 변모했다.
물리력마저 갖춘 어마어마 마력이 맞바람처럼 정면에서 뻗어온다. 당장이라도 내 전신을 난도질할 것처럼 날이 퍼런 마력이었다.
솜털이 모조리 곤두섰으나, 어째선지 나는 흥분하고 있었다.
강박적으로 달려온 여정의 끝이 검붉은 불꽃을 휘감으며 내 시야를 가득 메웠으니.
[파멸의 악신 네피드]Lv : ■■■
종족 : 마■
속성 : 어둠, 불,허무
위험도 :극■
악신 네피드.
마족의 신이 도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