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280
280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에게 있는가 (1)그 순간의 움직임에, 김현우는 아까와 마찬가지로 반응할 수 없었다.
꽝!
다음으로 느껴지는 건 끔찍한 고통과 함께 날아가는 자신의 몸.
김현우는 곧바로 끔찍한 고통을 감내하며 곧바로 다음 일격을 준비하고 있는 형체 없는 자에게 대응하기 위해 눈을 부릅떴다.
마치 소닉 붐이라도 일으킬 것처럼 주변의 공기를 터트리며 날아오는 주먹.
그것을 보며 김현우는 자신만이 인지할 수 있는 그 찰나의 순간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
꽈아앙!
김현우가 찰나의 순간에 들어갔음에도 형체 없는 자의 속도는 전혀 줄어들지 않고 김현우의 얼굴을 후려쳤다.
김현우의 몸이 벽에 박히며 마른 나뭇가지를 수십 개 뭉쳐 놓은 듯한 스크래치를 만들어낸다.
‘도대체 어떻게……!?’
그와 함께 박살 나는 김현우의 몸.
허나 그런 끔찍한 고통이 덮친 와중에도 김현우는 말도 안 된다는 듯 생각을 이어나갔다.
자신이 발견한 그 찰나는 분명 자신만이 제대로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아니, 공간이라고 하기에도 미묘했다. 그것은 그저 짧고 짧은, 그저 콤마 단위의 시간을 인식하는 것이었으니까.
허나 그렇다고 해도 지금까지 그 콤마 단위의 시간에 제대로 관여한 사람은 없었다.
물론 인식한 사람은 있었으나, 그 찰나의 시간을 인식하고 행동까지 같이 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래, 단 한 명도.
꽝!
“크악!?”
이어지는 일격에 김현우는 단말마를 내질렀다.
이제 형체 없는 자는 딱히 기술을 내보이지 않았다.
그는 그저 순수한 신체능력으로 김현우를 상대하고 있었다.
마치 이전까지 보여주었던 그의 업들은 모두 몸 풀기였다는 듯, 형체 없는 자는 그야말로 압도적인 무력으로 김현우를 마치 장난감 가지듯 놀고 있었다.
꽝!
방어하려 했으나 방어하지 못했고.
꽝!
반격하려 했으나 반격하지 못했다.
김현우가 조금이라도 찰나의 틈을 노려 공격을 하려 해도 형체 없는 자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그의 몸이 끊임없이 재생한다.
계속해서.
팔이 부서지면 팔이 재생하고
다리가 부서지면 다리가 재생한다.
순간 시야가 안 보였다 싶으면 그 시야는 다시 재생했고.
그것은 청각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몸은 끊임없이 재생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김현우는 형체 없는 자에게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 채 끊임없이 공격을 당하고 있었다.
‘도대체…… 이게 뭔……!’
김현우는 포기하지 않았다.
팔다리가 박살 나고 순간적으로 시야가 막힌 상황이 오더라도, 김현우는 포기하지 않고 형체 없는 자에게 일격을 먹이기 위해 계속해서 생각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 점점 더 잡을 수 없을 것 같은 거지?’
형체 없는 자의 린치를 맞으면 맞을수록, 김현우는 그의 손발이 점점 보이지 않게 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맨 처음, 그가 달려들었을 때만해도 김현우는 그의 공격을 볼 수 있었다.
특히 찰나의 순간에 들어왔을 때는 아주 잠깐이긴 해도 그를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그렇기에 김현우는 분명 일방적으로 구타에 가까운 폭행을 당하고 있더라도 그 찰나의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형체 없는 자의 공격이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익숙해진 그때의 기회를.
모든 공격은 그렇다.
처음 볼 때는 아무리 경악스러운 것이라고 해도, 그것을 계속해서 보고 나면 분명 익숙해지고, 또 익숙해진 만큼 대처법이 떠오른다.
김현우는 그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기에 기다리고 있었다.
허나-
꽈아앙!
“끄윽-!”
아무리 형체 없는 자와 싸움을 억지로 유지해 나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김현우는 형체 없는 자의 공격에 대응할 수 있게 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멀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 마치 처음부터 잡을 수 없는 존재와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처럼.
꽝!
이제는 제대로 보이지도 않은 형체 없는 자의 주먹이 김현우의 심장을 정확히 후려친다.
그에 따라 함몰된 김현우의 가슴 부분.
그 가슴은 서서히 제 모습을 되찾기 시작했으나, 그 재생 속도는 분명 처음만 하지 못했다.
그 뒤로도 얼마나 공격이 계속되었을까?
이미 김현우가 있었던 곳에는 벽보다는 여기저기 거대한 바위와 잔해가 훨씬 많아 보이는 공간이 되어 있었고.
그와 형체 없는 자가 처음 싸움을 시작할 때 있었던 고풍스러운 성의 인테리어는, 지금에 와서는 그냥 공동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낙후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망가진 공간 속에서.
“오래 버텼군.”
형체 없는 자는 박살 나기 직전인 벽돌에 쓰러지듯 주저앉아 있는 김현우를 보며 입가를 비틀어 올렸다.
“역시 자네는 대단해, 그리고 또한 엄청나군. 자네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자네는 이 탑 전체의 공격을 맞고도 지금까지 버틴 거야.”
고작 탑에서 만들어진, 등반자의 힘을 시험하기 위한 일개 부품인 자네가 말이야.
형체 없는 자의 어찌 보면 모욕적인 발언에도 불구하고 김현우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그저 고개를 수그리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김현우는 현재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고개를 숙이고 있어 보이지 않았으나, 그의 상반신은 형체 없는 자의 마지막 일격으로 인해 완전히 개박살이 나 있는 상태였으니까.
그의 몸은 분명히 재생하고 있었으나 이전보다는 확연히 느린 상태로 서서히 재생되고 있었고.
그런 김현우의 모습을 보고 있던 형체 없는 자는 이내 그의 앞에 쭈그려 앉아 자신의 손을 들어 올렸다.
스으으으으-
손을 들어 올리자마자 형체 없는 자의 손바닥을 중심으로 검은 기운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고. 그는 이내 검은 기운을 움직여 김현우의 주변을 감싸기 시작했다.
김현우는 뒤늦게 뼈가 재생되어 억지로 시선을 올려 형체 없는 자를 바라봤으나.
“그럼, 편하게 가도록하게. 뭐, 이 탑 안에 있던 자네가 죽어봤자 결국 이 탑 안에서 또 소모품으로 쓰일 테지만, 그래도 ‘지금’의 자네는 내 감탄을 자아내게 할 만했네.”
형체 없는 자는 더 이상의 놀이는 끝이라는 듯 자신의 손에서 나온 검은 기운으로 그의 몸을 덮어 나가기 시작했다.
김현우는 습관적으로 검은 기운들을 떼기 위해 자신의 손을 휘적거리려 했으나, 더딘 상반신의 회복력 때문에 양팔은 움직이지 않았다.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바로 고개뿐.
김현우는 그렇기에 망연한 표정으로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는 형체 없는 자를 바라보았고.
“그럼, 미식을 즐기도록 하겠네.”
이내 들려온 그의 목소리와 함께, 김현우의 몸은 완전히 검은색의 기운으로 덮여졌다.
형체 없는 자의 검은 기운에 몸이 둘러싸이자마자 김현우는 더 이상 자신의 몸이 재생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
그리고 그때가 돼서야, 김현우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 한 단어를 생각하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패배.
형체 없는 자와 싸우며 김현우의 머릿속에서 몇 번이고 떠올랐으나 그가 억지로 지워버렸던 그 단어가, 김현우의 머릿속에 자리 잡았다.
그리고-
[아니 이 새끼, 위로 올라오라니까 여기서 누우려고 하네?]
김현우는 눈을 보았다.
xxxx
캉! 카가가가각!
천마는 자신의 앞에서 쉴 새 없이 검무를 추는 무가자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깡!
그의 검이 크게 위로 올라 천마의 머리를 노리며 휘둘러졌으나.
-까가각!
천마는 그다음 순간 그의 검이 자신의 하단을 노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짜증나는군.”
그리고 한동안 그런 검무를 받아낸 천마는 무가자의 검술에 담백한 평가를 남겼다.
그래,
그의 검무는 같은 검사로서 굉장히 상대하기 힘든 류의 무엇인가였다.
검무는 기본적으로 빈틈이 없었다.
천마가 아무리 틈을 파고들려고 해도 그는 절대 틈을 내어주지 않았고, 그가 원거리에서 일방적으로 검격을 날려도 그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허나 성가신 것은 그런 방어뿐만이 아닌, 정작 그 검무에서 쏟아져 나오는 공격 때문이었다.
깡!
“개지랄을 떠는군.”
천마는 중단을 노리던 검이 갑작스레 자신의 머리를 노리는 찰나의 순간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의 검술이 짜증나는 이유.
그것은 바로 검로 때문이었다.
까가가각!
그것은 어떻게 보면 검사가 배우고 있는 검술의 기원을 알아 챌 수 있게도 해주었고.
깡!
그것은 또 어떻게 보면 그 검사의 개성을 표현한다고 해도 될 정도로 수많은 검사들에게는 제각각의 검로가 있다.
그것이 이제 막 검을 잡은 이든, 수십, 수백 년을 살아 검을 휘두른 검사든.
그것은 변함이 없다.
그런데 눈앞의 검로는?
“쯧.”
그야말로 뒤죽박죽이었다.
아니, 뒤죽박죽이라는 말보다는, 그의 검로는 없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 정도로, 그의 검은 무척이나 자유분방하게 날아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검은 무척이나 훌륭하게도 공방일체(攻防一體)를 만들어 내 천마의 공격을 방해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천마는 인상을 찌푸리며 잠시 공격을 멈추고 그를 바라봤고, 무가자 또한 그런 천마를 보더니 추고 있던 검무를 멈춘 뒤 그를 바라봤다.
“포기한 건가?”
“지랄하지 마라. 잠깐 생각중이니까.”
천마의 대담에 무가자는 피식 웃더니 말했다.
“아서라, 너는 나를 못 이긴다. 물론 내 검을 읽고 막는 실력을 보아하니 어디서 제법 검을 휘둘렀던 것 같긴 하지만 말이다.”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그의 말에 천마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노인네가 노망이 났군, 도대체 어디서 나온 자신감이지? 네 검은 지금까지 내게 한 번도 닿지 않았다.”
“그건 네 검도 마찬가지 아닌가. 게다가-”
무가자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품 안에서 하나의 검을 더 꺼냈다.
“나는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
오른손에 쥐고 있는 검보다는 조금 작은 크기의 검을 꺼낸 무가자는 이내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천마를 바라보았고.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천마는 어처구니없다는 듯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서, 그게 네 전력이냐?”
“우스워 보이나?”
“그래, 우스워 보이는군.”
“과연 이후에도 그렇게 말할 수 있겠나?”
무가자가 두 개의 검을 쥐며 본격적으로 자세를 취하자 천마는 그와 마찬가지로 검을 바로 쥐고는 말했다.
“역시 노인네가 노망이 나서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 같군.”
“뭐라고?”
무가자의 되물음에 천마는 피식하는 웃음을 짓고는-
“내가 우스운 건 네 녀석이 검을 두 개 꺼내서가 아니라-”
“!!”
이내 무가자의 앞으로 움직였다.
제대로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찰나의 순간에 자신의 앞에 도달한 천마의 모습에 그는 저도 모르게 깜짝 놀라며 두 개의 검을 이용해 검무를 돌기 시작했다.
캉!
무가자의 검무에 의해 그의 몸에 닿기 전에 튕겨져 나간 천마의 칼날.
그에 무가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천마를 바라봤고.
“!!”
이내 그는 천마가 무엇인가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파지지직-!
그것은 그 누구라도 알아볼 수 있는 전형적인 찌르기의 자세였다.
양발을 앞뒤로 벌리고 오른손을 뒤로 당긴 찌르기 자세.
허나 그런 간단한 찌르기의 자세에서 순간 튀어나온 푸른 전격을 본 무가자는 무엇인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끼며 몸을 움직이려 했으나-
“-바로 네 녀석만 전력을 감추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무지가 우습다는 거다.”
-이미 천마는 푸른 전격으로 이뤄진 일격을, 무가자에게 내지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