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lood Knight's Villains RAW novel - Chapter (274)
나의 악당들 274화
52. 고대의 관문(2)
다음 날 세 친구는 나름 무장을 갖춘 채 용병들을 찾아갔으나, 돌아 오는 반응은 싸늘하기만 했다.
“……뭐야, 늬들은?”
“용병이, 음, 합류하고 싶어서 왔습 니다.”
“합류?”
“네. 저희를 고용해주십시오.”
촌장이 용병들에게 내어준 빈 목재 창고가 낮고 사나운 웃음소리로 차 올랐다.
영리한 셰아는 물론이고 눈치 없는 카바스와 순진한 골만도 예상한 바 였으나, 역시 그들의 뜻을 이루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아, 그러셔? 고용을 해달라?”
용병들 사이에서 두꺼운 비늘갑옷 을 걸치고 허리에 곡도를 찬 자가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몸을 일으켰 다.
건장한 체격과 짧은 머리 탓에 입 을 열기 전까지만 해도 남자인 줄로 만 알았으나, 목소리를 듣고 다시 살펴보니 중갑을 걸친 용병은 분명 여인이었다.
“어디 보자……
그녀는 건들거리며 세 친구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카바스와 셰아, 골 만을 차례대로 내려다보더니 실실 비웃음을 흘리는 것이었다.
“그래, 뭐, 다들 그럭저럭 설거지는 곧잘 할 것 같군.”
“……뭐라고요?” “그리고, 이놈은 좀 귀엽게 생겼 네.”
여인은 불쑥 손을 뻗어 골만의 멱 살을 잡아채더니 제 동료들을 돌아 보았다.
“나 말고 몸종 필요한 놈 또 없 어? 기껏 찾아왔는데 일거리를 줘야 지!”
용병들이 낄낄거리는 가운데 창고 구석에 앉아있던 강퍅한 인상의 사 내가 미간을 찌푸렸다.
“털도 안 난 어린애한테 뭐 하는 짓이야?”
“난 이런 애가 취향이거든. 햐, 여 기 솜털 보송보송한 것 좀 봐.” 여인은 그렇게 말하며 커다란 손으 로 골만의 머리칼을 헝클어뜨렸다. 골만은 골이 나서 그녀의 손을 뿌리 치려 했지만, 여인은 오히려 두꺼운 팔뚝으로 그의 목을 휘감아버렸다. 그는 있는 힘껏 발버둥을 쳤으나 여 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읏, 으극, 놔 줘요!”
“흐하, 들었어? ‘놔 줘요’랜다! 이 거, 아랫도리에도 솜털만 난 거 아 니야?”
그녀의 말에 용병들이 폭소를 터뜨 렸고, 강퍅한 인상의 사내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고리십자가 묵주를 매만졌다.
웃음소리가 잦아들 즈음, 머리를 짧게 깎고 입가에는 커다란 흉터를 새긴 사내가 말했다.
“데르비쉬, 애들 울겠다. 그만 보내 줘.”
“뭐, 그럴까? 아쉬운데.”
데르비쉬라 불린 여인은 입맛을 다 시더니 골만을 놓아주었다. 그리고 그의 엉덩이를 툭툭 두드렸다.
“컨휘어 삼촌이 하는 얘기 들었지? 이만 엄마한테 돌아갈 시간이야. 젖 먹을 시간이잖니, 응?”
골만의 얼굴이 모멸감에 시뻘겋게 달아오르자 또다시 폭소가 터졌다.
그때, 얼굴이 조금쯤 창백해져 있 던 셰아가 용기를 내어 앞으로 나섰 다.
“잠깐, 저희는 피투성이 검사님을 만나 뵈러 왔어요.”
그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목재 창고의 분위기가 조금 가라앉았다.
“피투성이 검사?”
기둥에 기대어 맥주를 마시고 있던 용병이 몸을 일으켰다. 그는 길고 거친 머리칼을 한데 묶은 사내였는 데, 짧은 눈썹이 역팔자로 치솟고 눈 사이가 좁아서 한눈에 봐도 성격 이 폭급함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 싸가지 없는 계집이.”
“뭐, 뭐라구요?”
“나리가 네 친구냐? 어디서 감히 그딴 흉한 별명을 지껄여?”
말총머리의 용병이 얼굴을 일그러 뜨리며 으르렁거렸다. 그의 기세가 당장이라도 달려들 듯 사나웠기에 셰아는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치 고 말았다.
잠자코 한쪽에 서 있던 카바스가 그녀의 앞을 막아서자, 말총머리 용 병은 그를 향해 눈을 부라렸다.
“뭐야, 이 홉고블린 같은 새낀?”
“잠까-”
카바스가 무어라 말을 꺼내기도 전 에 말총머리 용병이 주먹을 들어 그 의 입을 후려쳤다. 뻐억! 하는 경쾌 한 타격음에 이어 카바스는 몸이 나 무토막처럼 굳은 채 모로 쓰러지고 말았다.
“카, 카바스!”
“프리츠, 이 미친 새끼야!”
“애새끼한테 손을 대면 어떡해!”
용병들은 깜짝 놀라 말총머리를 한 용병, 프리츠를 붙들었다. 컨휘어라 불린 짧은 머리의 용병은 얼른 카바 스에게 다가가 호흡을 확인했다.
“……후우. 그냥 기절한 거야.”
용병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사 이, 동료들을 뿌리친 프리츠는 셰아 를 빤히 노려보다가 바닥에 침을 탁 뱉고 돌아섰다.
“미안하게 됐군. 워낙 성격이 엿 같은 놈이라.”
컨휘어는 카바스를 끌어안은 골만 과 창백한 얼굴의 셰아를 일별하곤 뒤를 돌아보았다. 그가 ‘도넬, 약 가 져와!’하고 소리치자 얼굴의 절반가 량이 화상으로 뒤덮인 장한이 얼른 달려왔다.
“아, 아무리 그래도, 전, 피투, 그 게 나쁜 별명인지도 몰랐다구요.”
셰아가 더듬거리며 하는 소리에 컨 휘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당연히 몰랐겠지.”
컨휘어는 덩치 큰 용병에게서 약주 머니를 건네받으며 말을 이었다.
“나리를 그런 별명으로 부르면 안 된다는 건 우리끼리의 규칙 같은 거 라서. 그게 굳어지다 보니 생판 모 르는 남에게 폐를 끼쳐버렸군.”
“그게 무슨- 왜 그런 규칙이 생긴 건데요?”
“나리께서 그 별명을 무척 싫어하 거든. 아주 질색하시지.” 그렇게 말한 컨휘어는 가루 형태의 약재를 쓰러진 카바스의 찢어진 혀 와 입가에 솔솔 뿌렸다. 그게 퍽 쓰 라렸는지 카바스는 ‘끄억’ 숨 넘어 가는 소리를 내며 눈을 떴다.
“어으, 뭐, 뭐야? 여기, 어디,”
“잠깐 누워 있어, 천천히 일어나.”
골만과 셰아가 혼란스러워하는 카 바스를 진정시키는데, 갑자기 창고 문이 열리며 눈발이 불어닥쳤다. 그 눈발 사이로 털망토를 걸친 장신의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런. 하필이면 지금.”
카바스의 상처를 살피던 컨휘어는
탄식 섞인 중얼거림을 흘리더니 얼 른 몸을 일으켰다.
“오셨습니까, 나리.”
컨휘어를 비롯한 용병들의 인사에 슬쩍 손만 들어 보인 사내는, 다름 아닌 포이닉스였다.
그는 망토를 벗어 눈을 털어내더니 장내를 훑어보았다.
“……이건 무슨 상황이야? 그 애들 은 또 뭐고?”
“저, 그게-”
컨휘어가 대충 자초지종을 설명하 자 포이닉스는 가만히 관자놀이를 눌렀다.
“프리츠는 어딨어?”
“어딨긴요. 튀었죠.”
“튀어?”
퉁퉁한 체형의 용병이 너털웃음을 짓더니 창고 뒤쪽을 가리켰다.
“예. 나리 오시는 거 보고 뒷문으 로 도망치던데요.”
“……이 양아치 같은 새끼.”
포이닉스는 무어라 욕을 지껄이다 가 푹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세 친구를 향해 다가갔다. 그의 허리춤 에 매달린 두 자루 장검이 쩔그럭거 렸다.
골만과 카바스, 셰아는 몸을 바짝 굳혔다. 일개 평민으로서 흉포하기 로 이름 높은 기사를 마주하는 건 그만큼 두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눈썹을 긁 적이며 세 친구 앞에 선 포이닉스는 민망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어, 괜찮니?”
“••••♦•네?”
“미안하게 됐다. 프리츠, 그 새끼한 텐 장애 비스무리한 게 있거든. 나 름 ‘전문가’에게 행동 교정을 받고 있는데도 종종 이러네.”
그는 허리춤 달린 주머니를 끄르더 니 카바스에게 은화 두 닢을 쥐여주 었다.
“이걸로 치료도 받고 친구들이랑 맛있는 것도 사 먹어.”
“어, 하지만-”
얼떨결에 큰돈을 받은 카바스가 당 황한 표정을 짓자, 포이닉스는 그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부담 가질 것 없어. 어차피 이건 프리츠의 주급에서 깔 거거든.”
냉막한 인상과는 어울리지 않는 다 정한 말투라서 세 친구는 조금 당황 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입술이 시퍼 렇게 붓기 시작한 카바스와 아직 손 을 떨고 있는 셰아를 대신하여 골만 이 앞으로 나섰다.
“잠시만, 그, 저흰 포이닉스 경을 뵈러 왔습니다.”
“ 나를?”
“예.”
포이닉스는 순한 소를 닮은 커다란 눈망울의 청년을 빤히 바라보았다.
“……날 아니?”
“예? 네- 아니, 제 말은, 이야기는 들어 알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야기?’’
“포이닉스 경에 대한 이야기요.” “……알만하군.”
포이닉스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 질 문했다.
“그래서, 볼 일이란 게 뭔데?”
“어, 다른 용병분들껜 먼저 말씀을 드렸는데, 저희 나이가 어리고 무장 이 부실하긴 하지만-”
“골만, 내가 말할게.”
골만이 중언부언 말을 늘어놓는 것 을 가로 막은 것은 바로 셰아였다. 그녀는 짧게 심호흡하곤 포이닉스를 올려다보았다.
“저희를 부하로 받아주세요.”
“……갑자기?”
“갑자기는 아니에요. 당연히 모르 시겠지만, 저희 셋은 이전부터 나리 를 존경해왔어요. 나리의 모험에 동 참하는 게 저희 꿈이었는데 이렇게 기회를 얻게 됐죠.”
포이닉스가 무어라 입을 열려 했으 나 셰아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쏟 아내었다.
“물론, 저희 셋은 젊은 만큼 경험 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요. 하지만 그 만큼 무한한 가능성이 있죠.”
“저기, 잠깐-”
“카바스는 덫을 잘 다루고 활도 쏠 줄 알아요. 전 수도원에서 무술을 배웠구요, 골만은, 어, 음, 정직함과 성실함으로는 폴빌, 아니, 기스톨 지 방에서 최고예요. 그러니 저희를 부 하로 삼는 건 나리에게도 결코 손해 가 아니라는 소리죠.”
셰아의 말이 물 흐르듯 계속 이어 지자 포이닉스는 질린 표정으로 손 을 들어 보였다.
“잠깐, 잠깐만. 그렇게 미래가 창창 한 녀석들이 왜 용병이 되겠다는 거 야?”
“달리 출세할 길이 없으니까요.”
뭐‘?” 셰아는 태연한 얼굴로 말을 이어갔 다.
“골만은 농부의 아들인데 형이 다 섯 명이나 있어서 괭이 하나 못 물 려받을 형편이에요. 카바스는 아버 지와 형을 트롤에게 잃었고, 전 몇 년 전에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아버 진 절 버렸어요.”
“음, 유감이야. 그런데-”
“저흰 이런 산골에 주저앉기엔 너 무 젊어요. 한낱 용병이었지만 공을 세워 기사가 된 나리처럼, 저희도 출세하고 싶어요.”
포이닉스는 입을 다물고 눈썹을 긁 적였다.
“몇 살이냐?”
“네?”
“몇 살이냐고, 너희들.”
“어—”
셰아가 이리저리 눈을 굴리자 포이 닉스가 미간을 좁혔다.
“솔직히 말해. 거짓말해봤자 촌장 님한테 여쭤보면 바로 들통날 테 니.”
“……열일곱이요.” “열일곱? 해 넘어가면 열여덟?”
“아뇨, 해 넘어가면 열일곱이요.”
포이닉스의 시선이 골만과 카바스 로 향했다.
“저도요.”
“……전 한 살 적어요.”
그는 눈앞의 세 친구를 가만히 살 펴보았다.
순박한 인상의 골만은 누비갑옷에 직접 만든 듯한 원방패, 그리고 낡 은 단창을 들고 있었다.
깡마른 카바스는 가죽옷에 조잡한 단궁을 들고 허벅지에 전통을 맨 채 였다.
셰아는 장검과 버클러로 무장하고 있어서 세 친구들 중에선 그나마 그 럴듯한 모양새였다.
이 마을의 궁벽함과 셋의 나이를 미루어보아, 아마 가진 것을 다 털 어 마련한 물건들일 것이다.
“……그 간절한 태도를 봐서라도 거둬주고 싶지만,”
포이닉스는 짐짓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너희는 너무 어려. 내게 필요한 건 제 몫을 할 수 있는 전 사지, 보살핌이 필요한 어린애들이 아니야.”
“저희도 제 몫을 할 수 있어요.”
“글쎄, 못할 것 같은데.”
이곳에 온 내내 모멸을 겪었던 골 만이 발끈하여 나섰다.
“정말 할 수 있어요.”
“말로는 못 하는 게 없지.”
“하, 증명이라도 해 드릴까요?”
“••••♦•증명?”
포이닉스의 눈빛에 이채가 스몄다.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용병들 역시 재밌다는 듯 골만을 바라보았다.
“좋아.”
“네?”
“어디 한 번 증명해봐.”
“지금, 여기서요?”
“원한다면 증명해주겠다며?”
포이닉스가 부하들을 돌아보더니 ‘누가 얘 제대로 된 무기 좀 줘라’ 하고 말하자 한 용병이 신이 난 얼 굴로 칼을 들고 나섰다.
골만이 칼을 건네받자, 포이닉스는 양손을 펼쳐 보이며 어깨를 으쓱였 다. 골만은 칼집에 든 장검의 손잡 이를 만지작거리다가 다시 질문했 다.
“정말, 지금요?”
“정말, 지금.”
그의 확답에도 골만은 한참이나 망 설였다.
포이닉스는 평상복 차림에 칼도 뽑 지 않은 채였으나 커다란 덩치와 특 유의 분위기는 여전히 압도적이었 다. 무리 지은 들짐승 같은 용병들 도 눈빛으로 골만을 핥아대었다.
명성 높은 기사와 사나운 용병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칼을 뽑기란 그 자 체로 어려운 일이었다.
옅게나마 살기까지 느껴지는 그 공 기 속에서, 마침내 골만은 칼집에서 장검을 뽑아 들었다.
“……어?”
다음 순간, 그가 자세를 취해보기 도 전에 포이닉스가 검을 빼앗아갔 다. 마치 어린아이에게서 나뭇가지 를 빼앗는 것처럼 간단하고, 또 기 민한 동작이었다.
“용감하네.”
“……어,”
포이닉스는 씩 웃더니 칼손잡이를 내밀었다. 골만은 몰랐지만, 그 아름 다운 미소는 포이닉스가 일주일 만 에 지은 것이었다.
“무술을 배운 적이 있니?” 얼떨결에 돌려받은 장검을 칼집에 집어넣으며 골만이 대답했다.
“어, 외삼촌에게 조금 배운 적은 있어요.”
“외삼촌? 외삼촌은 뭐 하는 사람인 데?”
“양초장이셨어요. 지금은 돌아가셨 지만.”
“……양초장이? 초장이?”
골만에게 흥미를 보이는 포이닉스 의 모습에 셰아가 얼른 앞으로 나섰 다.
“골만은 대도시인 리안 웰에서 양 초장이로 일했어요. 솜씨가 좋기로 유명했죠.”
“열일곱, 아니, 열여섯이라며? 그 나이에 장인 노릇을 했다고?”
포이닉스가 놀란 듯 묻자 골만은 얼른 손을 내저었다.
“아니, 장인이라고 할 정도는 아닌 데요. 그저 잡일이나 하는 정도였어 요.”
“••••••그래?”
포이닉스는 갑자기 피식 웃음을 터 뜨렸다. 그리곤 ‘초장이라. 포텐셜이 높은 직업이지’ 하고 의미 모를 소 리를 중얼거리는 것이었다.
“좋아.”
“네?”
“열일곱, 열여섯이면 다 큰 나이잖 아? 제 운명은 알아서 해야지.”
포이닉스의 말에 세 친구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나리, 그렇다면.”
“거둬주마. 단, 충분한 기량을 갖추 기 전까진 보조병 역할을 해야 해. 주급은 동화 한 푼이고.”
골만과 카바스, 셰아는 멍청한 얼 굴로 서로 눈을 마주쳤다.
“불만 있어?”
“아뇨!”
“ 없습니다!”
신나서 합창하는 세 친구를 일별하 고 포이닉스는 퉁퉁한 체형의 용병, 에손을 돌아보았다.
“투구 남는 거 있지?”
“쇠투구요? 하나 있긴 할 겁니다.”
“하나?”
“예. 심하게 찌그러지거나 깨진 건 다 팔아치웠거든요. 대신 사슬 두건 이 몇 장 있습니다. 가져올까요?”
“어. 애들이 대가리 훤히 드러내고 다니는 꼴을 볼 순 없지.” 에손이 창고 밖의 수레로 향하자, 세 친구는 희희낙락하여 서로 손을 마주잡았다.
그 모습을 보던 포이닉스는 이번엔 컨휘어를 돌아보았다.
“컨휘어.”
“예, 나리.”
“사흘 후에 떠날 때까지, 대충 폼 은 잡아줄 수 있겠지?”
컨휘어는 입매에 새겨진 커다란 흉 터를 따라 입술을 일그러뜨렸다.
“물론입니다, 나리.”
징집병 3년, 정규군 5년, 용병 6년 도합 14년에 달하는 짬밥의 컨휘어 가 자신 있게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를 마주한 세 애송이는 의 미를 알 수 없는 불길함에 휩싸였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