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lood Knight's Villains RAW novel - Chapter (61)
나의 악당들 061화
17. 포팔루크 카탈라스(1)
나는 멍해진 정신을 다잡고 스마트 폰으로 시선을 돌렸다.
과연, ‘시체매너조까’가 거느린 군 대의 위용에 경탄이 쏟아졌다.
[와, 형님덜! 쫄 템수준 보이십니
까? 박제용 네크 클라쓰좀 보십쇼!]
– 17렙 거거거 거 더굴욕이다
– 혈장 5 0 미쳤다니깤거
– 해골 템 수준 봐라 거울갑에 흐 룬팅 三 cur:
-듀라한은 축빨도 들고 있네거거 그
-??? 17렙에 목없기 어케뽑음??? 버그임???
-형 쿠르누기아야
-걍 본쿨이라하셈 혀 굴리지말고
-본쿨보다 고지왕이 더 비싸지 않 냐?
-그래 봤자 렙따옵인데 쓰레기 아 님?
-와 e o 고지왕도 있네
-뭔솔 내꺼 73네크도 렙따본쿨듬
-그건 님이 그지인듯
-뭔 개소린지 하나도 모르겠네
열광적인 반응에 피식 웃음을 흘리 며 ‘마스터쌈싸라’ 캐릭터에게 다가 갔다.
17레벨 강령술사의 하수인들이라 엔 너무 화려하게 무장한 ‘해골병 사’들과 ‘목 없는 기사’를 거느린 채.
BJ의 고함은, 내 강령술사가 새로 운 해골병사를 일으키자 숫제 비명 으로 바뀌었다.
[와아아악! 그대로 해골로 일으킵 니다! 진짜 또라이입니다, 형님덜!]—닉값거거거거
— =i 킈 긔三】:天.킈 긔 크킈
-저렇게 만든 거였네
-혈기장인 진짜 개악질이넼거
-왜? 저게 왜 대박임??
-더거거해골 만들면 루팅못함거거 =1
-해골병사 뒤지면 템 증발함
-와 도랐네
“으흐흐 ”
채팅창의 폭발적인 반응에 절로 웃 음이 터진다.
나는 ‘담 경기 때 귓 주세요’라는 채팅만 남긴 채 접속을 종료했다.
공들여 키운 성기사 캐릭터가 해골 병사로 부활했으니, ‘쌈싸라’는 이제 온갖 커뮤니티에서 조롱거리가 될 터였다.
“흐흐, 농락은 이렇게 하는 거란 다.”
오늘은 꿀잠을 잘 수 있을 것 같 다.
하얗고 가느다란 손가락 끝에서 불 꽃화살이 이글거렸다. 주문을 날릴 준비가 끝났건만, 사기(邪氣)가 느 껴지던 통로에선 아무런 기척도 느 껴지지 않았다.
‘뭐였지?’
이내 사기마저도 사그라들자, 엘렌 은 불꽃화살을 흩어내 버렸다.
저벅.
공교롭게도, 주문을 취소하자마자 웬 발소리가 들려온다.
소녀는 허겁지겁 주문을 외우기 시 작했지만, 이내 석실을 밝아지자 하 던 행동을 멈추었다.
“•••노친네?”
“오, 엘렌 양!”
횃불을 들고 나타난 이는, 다름 아 닌 장의사 루크였다.
언제나 쓰고 다니던 챙 넓은 모자 는 간데없고, 허연 백발을 드러낸 채였다. 지팡이 겸 무기 삼아 들고 다니던 육척봉도 보이지 않았다.
노인이 계단을 지나 하얀 모래 둔 덕을 향해 다가오자, 소녀는 슬쩍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왜 당신뿐이죠? 포이는?”
“바닥이 무너져 내리면서 떨어지고 말았네. 아마 금방 찾아올걸세.”
“…어떻게요?”
“내가 여기저기 흔적을 남겨뒀거 든. 포이닉스 군이라면 알아차릴 테 지.”
횃불을 든 루크는 그늘진 미소를 지은 채 모호한 말을 늘어놓았다. 엘렌은 그 미소가 어쩐지 꺼림칙하 게 느껴졌다.
엘렌은 저 노인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포이닉스가 멋대로 동료로 삼은 주문사용자라서-도 꽤 큰 이 유가 되겠지만, 전부는 아니었다.
미들월드에서 가장 전통이 깊은 마 법학파에서 교육받은 소녀는, 원래 부터 ‘영금문’을 싫어했다.
삶은 고통의 연속이라는 염세주의 도, 부귀빈천(富貴貧賤)이 저마다의 업보에 의한 것이라는 무책임한 주 장도, 자신들만이 숙명을 떨쳐냈다 는 선민의식도 싫어했다.
루크는 자신이 강령술사가 아니라 고 주장했지만, 그것도 엘렌에겐 우 습게 들렸다.
소녀의 눈엔 노인의 내면에 잠든 불길한 기운이 훤히 보였다. 언데드 를 다루지 않으니 강령술사가 아니 라는 건, 머리가 텅텅 빈 성직자들 의 헛소리라고 소녀는 생각했다.
“포이닉스 군도 나도 무척 걱정했 다네. 무슨 생각으로 홀로 하수도를 내려온 겐가?”
“그건 내 사정이죠.”
“으음. 별다른 탈은 없는 것 같군. 다행일세.”
“그 위에 계속 있을 셈인가?”
“•••내려갈 이유도 없죠. 어차피 포 이를 기다려야 할 텐데.”
엘렌이 그렇게 말하며 꺼림칙함을 여과 없이 드러내자, 둔덕 위를 올 려다보던 루크의 표정이 조금 굳어 졌다.
“흐음.”
장의사는 슬쩍 방을 돌아보더니 생 각에 잠겼다. 그러기를 잠시, 입속에 서 말을 고르더니 질문을 던졌다.
“어디 다친 곳 있나?”
“신경 꺼요.”
“•••혹시 하인들이 불편하게 하던 가?”
뜬금없는 질문에 엘렌이 미간을 좁 혔다.
“하인들? 그게 무슨 소리죠?”
“…하인들을 본 건 아니군. 허면 왜 내려오지 않지, 엘렌 양?”
노인의 눈은 여전히 깊고 푸르게 빛나고 있었다. 눈가는 조금 굳어 있었지만, 입가에는 버릇처럼 인자 한 미소가 남아 있었다.
‘하인? 하인이라고?’
루크를 내려다보던 엘렌은 신음하 듯 중얼거렸다.
“언데드를 다루는군.”
“흠. 내가 조금 급했나.”
장의사는 턱을 쓰다듬으며 말을 덧 붙였다.
“엘렌 양을 다시 보게 되니 너무 기뻐서 말이야.”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실험용 칼을 내던진 소녀는 재빨리 수인을 짚으며 주문을 읊었다.
“Ventus, exaudi me(바람이여, 내 게 답하여), Ic, 꺄악!”
덥썩!
주문을 급작스레 멈추는 건 아주 위험한 행동이지만, 엘렌은 도저히 평정심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바닥에서 난데없이 쇠장갑이 솟구 쳐 발목을 붙잡으면 누구라도 대경 실색하고 말 것이다.
불길한 저음을 내며 하얀 모래 위 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해골병사였 다.
기이한 무늬가 새겨진 검은 갑옷을 입은 놈은 연보랏빛 마력이 일렁거 리는 장창을 가차 없이 내질렀다.
주문 실패의 반동에 신음하던 소녀 는 기습을 피하지 못했다.
푸욱.
“허억—”
장창은 복부를 무참히 꿰뚫어버렸 다. 눈을 홉뜬 엘렌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한 채 입을 쩍 벌렸다.
그 광경을 올려다보던 장의사, 아 니, 강령술사는 태연한 목소리로 중 얼 거렸다.
“으음, 최대한 온전히 잡아두려 했 는데. 아쉽게 되었군.”
모래 둔덕 여기저기가 마구 들썩거 리고, 석실 바깥에서 한 쌍의 푸른 광구가 날아 들어왔다.
광구를 자세히 살펴보면 그것이 파 란빛을 내뿜는 인간의 두개골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마 치 유성처럼 푸른 꼬리를 남기며 날 아든 한 쌍의 두개골은 입에 무언가 를 물고 있었다.
쓸모를 다한 횃불을 내던진 노인은 두개골들을 향해 손을 뻗어 두 물건 을 건네받았다. 하나는 푸르게 녹슨 왕관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치렁거 리는 금줄이 여럿 달린 하얀 지팡이 였다.
“하아. 이제야 살 것 같군.”
청동 왕관을 쓴 루크는 차오르는 힘에 몸을 잘게 떨며 뼈 지팡이를 작게 휘저었다.
그 손짓에 따라, 작은 군대가 모습 을 드러내었다.
끼기긱.
먼저, 여남은 기의 해골병사가 모 래 둔덕 여기저기에서 몸을 일으켰 다. 뼈만 남은 병사들은 하나같이 범상찮은 무장을 갖춘 채였다.
거울처럼 번쩍거리는 판금갑옷과 납작한 철투구, 연방패와 고동빛 장 검.
펄럭거리는 튜닉과 열선이 새겨진 기다란 곡도.
재질을 알 수 없는 하얀 망토와 깃털 달린 사냥모, 은빛 장궁.
눈처럼 하얀 갑옷과 풀헬름, 십자 가를 새긴 삼각방패와 하얀 머리를 단 철퇴.
붉은 어깨띠를 두른 황금갑옷과 날 이 셋으로 갈라진 글레이브…….
온갖 휘황한 장비로 무장한 해골병 사들이 모래성을 허물며 모습을 드 러내는 동안, 석실의 바깥에서는 좀 비들이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쿵, 쿵.
수십에 이르는 시체들의 선두에는 키가 3미터에 이르는 거구가 성큼성 큼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목 없는 기사, 흔히 ‘둘라한’이라 불리는 언 데드다.
놈은 한 손엔 퍼렇게 물든 머리통 을 움켜쥐고, 다른 손엔 거대한 양 날도끼를 쥔 채였다.
검은 윤기가 흐르는 키틴질 갑옷을 입고, 걸음을 옮길 때마다 뿜어지는 수증기를 망토처럼 두르고 있었다.
자신의 군대를 둘러보던 강령술사 는 모래 둔덕 위를 향해 명령했다.
“이리로 데려오거라.”
검은 갑옷을 입은 병사는 창에 꿰 인 마법사를 우악스럽게 끌고 내려 갔다.
“흐으윽,”
피가 후두둑 떨어지며 하얀 모래를 붉게 물들였다. 그 광경을 지켜보면 서도, 루크는 평소와 다름없는 얼굴 로 엘렌을 빤히 들여다보았다.
“으음. 한동안은 버틸 수 있겠군.”
터무니없는 결론을 내린 노인은 한 쪽 벽면으로 손짓을 하며 말했다.
“저쪽에 묶어두거라.”
“크흐, 더, 더러운, 강령, 술사-”
얼굴이 허옇게 물든 엘렌이 씹어뱉 듯 중얼거리자, 루크는 눈을 크게 뜨며 미소를 지었다.
“아, 내가 부주의했군.”
“이, 더러운 노친네, 내, *흐으* 내가 널-”
“잠시 실례하겠네, 엘렌 양.”
콱.
노인은 우악스러운 손길로 소녀의 턱을 잡아채었다. 이어서 한 해골병 사에게서 단검을 건네받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내가 늙긴 늙었어. 이걸 깜빡하다 니.”
“끄윽,”
“늙는다는 건 무서운 일이지. 새로 운 여정에는 언제나 새로운 고통과 번뇌가 도사리는 법이니까. 그런 걸 잊으려다 보면 가끔 쓸모 있는 것들 까지 잊어버리곤 한다네.”
“아, 이어 아!”
“쉬이.”
늙은 강령술사의 손짓에 뼈만 남은 종들이 나섰다.
피 홀리는 마법사가 옴짝달싹도 못 할 만큼 단단히 붙들리자, 억지로 벌려진 입술 사이로 시퍼런 칼날이 머리를 들이밀었다. 턱을 들어 소녀 의 입속을 살피던 노인은 아랫입술 을 핥으며 속닥거렸다.
“엘렌 양이 이해해 주게. 이건… 일종의 절차거든. 모든 마법사에게 적용되는.”
“끅- 끄으으!”
“고운 얼굴이 상하잖나. 가만히 있 게. 가만히.”
아래쪽 송곳니에 기대어진 단검이 혀를 저며오•자, 엘렌은 눈을 까뒤집 었다.
“그극, 그그그-”
“흐음.”
붉은 살 조각을 바닥에 내던진 루 크는 해골병사에게 단검을 돌려주곤 품에서 하얀 손수건을 꺼내어 피를 닦았다.
“신기한 일이야. 이런 일을 겪는데 도 영혼의 색은 그대로라니.”
“끄으….”
“진즉 이런 변함없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면 나도 인내할 수 있었을 텐 데.”
피에 물든 손수건은 둥글게 말린 채 소녀의 입에 물려졌다.
“모진 흉터를 한 아름이나 새긴 이 아름다운 것이. 이제 이까짓 상실은 한 방울 물감조차 되지 않게 된 영 혼이.”
손수건을 욱여넣으며, 노인은 한탄 하듯 말했다.
“고작 사내 하나 때문에 물들어가 다니. 이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는 일인가. 더는 지켜보기가 힘들더군.”
엘렌은 필사적으로 다리를 버둥거 렸지만 해골병사들의 손아귀를 벗어 날 수는 없었다.
“탁한 옥빛의 질투도, 검붉은 성욕 도, 자줏빛 우울도… 엘렌 양에겐 어울리지 않네.”
강령술사는 마법사의 눈을 내려다 보았다. 어둡게 일렁이는 감색 눈동 자와 거세게 흔들리는 새파란 눈동 자와 마주쳤다.
범인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광채를 들여다보며 루크는 여상스럽게 미소 지었다.
“조금만 기다리게. 영혼의 빛깔을, 곧 되찾아주겠네.”
노인의 눈동자가 음울한 마력을 뿜 어내자, 소녀의 몸이 점차 굳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