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haebol that used future AI RAW - Chapter (36)
미래 인공지능으로 황제재벌기 036화
36화 뜻밖의 협박
“반갑습니다. 제인 존슨입니다.”
KBT 네트웍스의 요청으로 HNH이 공동투자를 제안하는 자리였다.
“반갑습니다. 오성식이라고 합니다. 이런 미인을 만나다니 영광이네요.”
KBT 네트웍스의 오성식 전무가 이번 협상의 담당자로 나왔다.
강남의 KBT 네트웍스 사무실까지 제인이 찾아와 자리가 마련이 되었다.
미모가 뛰어나기에 으레 있는 일이라 그냥 넘어가는 제인이었다.
“그럼, 일 이야기를 하죠.”
이런 이야기를 계속 듣는다고 해서 밥이 나오거나 떡이 나오는 것이 아니기에 제인은 빠르게 일 이야기로 넘어갔다.
“그러죠. HNH에서 200억 원의 투자금을 원하고 있죠. 이 중 우리가 150억 원, 알파벳에서 50억 원을 부담하면 됩니다. 총 지분은 20%죠. 단, 여기서 조건은 상장 시 50%를 내놓는 조건입니다.”
조건이 꽤 까다로웠다.
“그럼 우리 지분이 5%라는 말이네요. 실질적으로는 2.5%란 말이고요.”
“그렇죠.”
5%의 지분, 실질적으로는 2.5%의 지분을 위해 HNH의 지분에 투자를 해야 하는지 의문인 제인이었다.
“우린 최소 5%의 지분을 원합니다. 상장 후까지요. 거기에 우리 쪽 인사 한 명이 이사로 등재되기를 원합니다.”
5%의 지분이라고 해서 특별한 권한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아니, 되레 공시를 해야 하는 최소한의 요건이 충족된다는 말이었다.
그러나 회사들이 받아들이는 5%의 지분은 다르게 느껴진다.
경영에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며, 소유권 분쟁 시 큰 힘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허허, 너무 과한 요구를 하시는 것 같군요.”
“왜 그렇죠?”
따지듯 물어보는 제인이었다.
“이사 선임은 이번 투자와는 무관합니다.”
“그럼 우리는 이번 공동투자를 진행할 마음이 없어요.”
제인은 단호하게 투자할 마음이 없다는 말을 했다.
어차피 제안은 KBT 네트웍스에서 한 것이다.
무슨 일 때문인지 모르지만, 상대에게 끌려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제인이다.
거기에 이사 선임이 없으면 투자할 필요가 없다는 경민의 지시를 받은 상태였다.
그런 제인의 반응에 오성식 전무는 약간 당황했다.
자신이 생각한 반응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협상이라는 것이 밀고 당기는 맛이 있어야죠. 어차피 HNH에 협상을 다시 제안하면 될 일입니다.”
“그럼 이사를 한 명 배정해 주시겠단 말씀인가요?”
“도대체 이사 선임을 왜 주장하는 건가요?”
“적은 돈도 아니고 우리 회사로 본다면 막대한 자금 중 일부를 투자하는 일이에요. 문제가 발생할 소지를 최대한 줄이는 것은 기본 아닌가요?”
“허허허, 문제 발생의 소지를 최대한 줄인다, 여긴 미국이 아닙니다. 한국이죠.”
“무슨 뜻이죠?”
“사업을 돈이나 능력으로만 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란 말입니다.”
잘 이해할 수 없는 제인이었다.
돈과 능력은 회사 운영에 필요한 첫 번째 조건이다.
“그럼 뭐가 필요한가요?”
“인맥과 권력, 그리고 기득권들의 아량이죠.”
어디를 가나 이런 부류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꼭 존재한다.
미국이라고 해서 이런 부류가 없지는 않다.
그 정도가 한국보다 현저히 적을 뿐이지…….
사업의 기본은 상생이 아닌 상대를 죽이는 일이다.
이익을 얻는 누군가가 있다면 손해를 보는 이도 있다.
그건 만고불변의 진리였다.
그러나 일정의 정도는 존재한다.
“그러니까, 지금 기득권자들의 아량으로 우리가 사업할 수 있단 말로 들리는군요. 맞나요?”
“뭐, 그에 대한 답변은 안 하겠습니다. 노코멘트죠.”
웃으며 이야기하는 오성식 전무를 보면서 사업할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느낀 제인이었다.
“그럼 그만 일어나야 할 것 같군요. 우리는 신뢰가 없는 상대와는 사업할 마음이 없어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제인이었다.
더는 이 자리에 앉아 있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럼 우리와 척을 질 수도 있을 텐데 상관이 없나요?”
“뭔가 큰 착각을 하는 것 같군요. 우리는 한국에서의 사업을 그리 크게 벌일 생각이 없어요. 사장님의 나라가 한국이라 먼저 시작한 것뿐이죠.”
실제로 한국의 사업이라고는 한영 네트웍스와 함께 HGTS뿐이다.
그 외의 사업은 미국에서 진행할 생각인 알파벳으로서는 이런 협박에 눈 깜짝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제인 또한 이렇게 강하게 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거 재미있군요. 한국에서 사업을 크게 하지 않는다, 지금 벌여 놓은 사업이 작다는 말로 들리는군요.”
“호호호, 그건 알아서 생각하세요. 이거 협상을 하러 온 자리에서 협박을 듣고 있으니……. 한국 기업은 협상을 이렇게 진행하는군요. 참 실망스럽네요.”
차가움이 뚝뚝 묻어나는 제인의 말이었다.
그런 반응에 오성식 전무는 뭔가 잘못되었단 표정을 지었다.
보통, 이 정도로 말하면 대부분 알아서 숙이고 들어오는데 제인의 반응은 암고양이보다 더 사나웠던 것이다.
“이거, 그렇게 받아들였다면 미안하군요. 난 그저 한국 기업 문화에 관해 설명한 것뿐입니다.”
“네, 그 기업 문화 잘 알아들었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제인이 밖으로 나와 버렸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다.
조금 더 협박을 한 후 진짜 목적을 설명하려고 했는데 반응이 일반적이지 않자 오성식 이사는 당황한 것이다.
진짜 해야 할 말은 하지도 못한 채 그렇게 제인 팀장을 보내 버린 오성식 이사였다.
***
제인의 보고를 받은 난 짜증이 밀려왔다.
실질적인 대화도 아닌 협박만 듣고 온 자리…….
그 자리에 제인을 보낸 것이 내 실책이었다.
“황 팀장에게 KBT 네트웍스가 왜 우리에게 공동투자 제안을 넣었는지 확인해 보라고 해.”
“알겠습니다.”
황규태 팀장이 들어오지 않은 상태에서 공동투자 제안을 넣었기에 확인을 안 하고 간 잘못이 크지만 KBT 네트웍스의 행태가 좋은 느낌이 아니었다.
이제 황규태 팀장이 회사로 들어오면 앞으로 이런 일은 없을 것이다.
루비의 자료만 가지고 제인을 보낸 내 실책이었다.
“제인은 어때?”
“별 이상은 없습니다. 그저 재미있는 협상이었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 피터가 잘 챙겨 줘.”
제인의 오빠인 피터에게 할 말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차피 내뱉은 말이었다.
“알겠습니다.”
다행히 별 의미 없이 받아들이는 것 같은 피터였다.
“그건 그렇고, 로버트의 입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지?”
한국만이 아닌 세계를 상대로 정보를 취득하려면 로버트 같은 인물이 필요했다.
그렇기에 계속해서 로버트를 회사로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루비가 만능이 아니기에 이런 정보 인력은 나에게 꼭 필요했다.
“조만간 입사할 것으로 보입니다.”
피터가 저렇게 말을 할 정도면 거의 확정적이란 말이었다.
그만큼 과묵하고 허투루 말을 하는 성격이 아닌 피터였다.
“알았어.”
그렇게 피터가 나간 뒤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루비?”
“네, 경민 님.”
“KBT 네트웍스의 자료 전부를 투영해 줘.”
“알겠어요.”
다시 확인해도 루비가 투영해 주는 KBT 네트웍스의 자료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렇기에 금방 확인할 수 있었다.
벤처 투자로 재미를 보다가 증권업을 신청한 후 후일 KBT 투자증권으로 상호를 변경한다.
거기에 유일 증권과 합병을 한다는 내용이다.
이걸 보면 유일과 무슨 관계가 있는 회사임이 틀림없었다.
***
황규태는 SH 테크론을 방문했다.
“반갑습니다. 황규태라고 합니다.”
갑자기 찾아와 서류를 내밀며 말하는 황규태였다.
그런 황규태를 보면서 윤명진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무슨 일로?”
윤명진의 말에 황규태는 그저 서류를 가리키고 있었다.
읽어 보라는 몸짓이다.
그걸 읽는 윤명진의 얼굴에는 핏기가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서류 내용은 대표이사의 해임 및 고발 건에 관한 것이었다.
“이게 무슨…….”
“윤명진 씨 회삿돈으로 아들 건물을 매입했던데, 맞죠?”
지난 1월 아들인 성민의 후일을 대비하기 위해 마련해 준 건물이었다.
그것은 회삿돈을 횡령한 것이 아닌 사전에 약속된 자신의 정당한 권리였다.
그 처리 과정에서 회사의 자금을 돌려 사용한 것뿐이었다. 그리고 이는 혼자 결정한 것이 아니라 사전에 이미 협의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이걸 횡령으로 걸고넘어진다면 솔직히 윤명진으로서도 할 말이 없었다.
서류상으로 보면 횡령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건 제 돈으로 구매를 한 겁니다. 그리고 권재엽 실장이나 김준영 유일전자 이사가 아닌 당신들이 무슨 권리로 이러는 거요?”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하는 윤명진이었다.
제발 자신의 상상이 현실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었다.
“하하하, 이 서류를 한번 보시죠. 우리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찾아온 겁니다.”
황규태는 서류 하나를 더 내밀었다.
SH 테크론의 지분 매매 계약서가 첨부된 서류였다.
상장회사가 아니기에 지분 공시를 할 의무도 없다.
그저 법인 등기부 등본을 변경만 하면 될 일이었다.
“그게 무슨…….”
회사의 실질적인 주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는 윤명진으로서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신은 아웃이라고, 한마디로 사냥이 끝난 사냥개는 솥밖에 없다는 말이지.”
그 말을 듣는 순간, 윤명진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자신이 가진 SH 테크론의 지분은 10%가 채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무슨 방법을 써도 어찌할 도리가 없다는 뜻이었다.
“도대체 왜?”
“아마 이 회사가 필요가 없나 보지. 하하하.”
앞 남자의 말에 혈압이 오르는 것을 느낀 윤명진이다.
그와 동시에 윤명진은 뒷목을 잡으며 쓰러졌다.
“어-어-억, 꾸-웅.”
그는 쓰러지면서 황규태를 손으로 잡으려 했다.
쓰러지는 윤명진을 바라보는 황규태는 약간은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인과응보라고 생각하는 황규태다.
“나와는 아무 원한은 없지만, 미안하게 됐군.”
쓰러진 윤명진을 보면서 황규태는 이렇게 말한 뒤 밖에 있는 SH 테크론 직원에게 윤명진이 쓰러졌다는 말을 전했다.
구급차를 부르라는 말이었다.
서두르지 않으면 어떻게 될지 모를 일이었다.
***
회사로 돌아온 황규태는 SH 테크론의 일을 마무리 지었다.
유령회사를 만들어 SH 테크론을 인수한 후 조만간 회사의 지분을 모두 가져올 것이다.
거기에 더해 윤명진은 횡령죄로 고발될 것이다.
한마디로 그의 집안 자체가 망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윤명진은 김준영의 지시로 유일 그룹의 지분을 인수한 비자금의 조성에 일부 관여를 한 상태다.
그리고 건물을 매입한 이력까지 합치면 횡령액은 윤명진이 가진 재산의 몇 배가 될 것이다.
게다가 쓰러진 윤명진은 더는 일어설 수 없을 것이다.
일어선다고 해도 다시 쓰러질 수밖에 없다.
비인간적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알파벳에 의탁하기로 결심한 때부터 각오한 일이었다.
“그런데 KBT 네트웍스는 뭐지?”
“사장님의 지시 사항입니다. 제인 팀장이 KBT 네트웍스에 협박을 당했다고 합니다.”
“뭐? 이런 개새끼들이!”
갑자기 흥분하는 황규태였다.
왜 이리 흥분하는지 그 이유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형님, 아니 실장님, 왜 그리 흥분하시는 겁니까? 혹시 제인 팀장을 마음에 두고 계신 겁니까?”
오진호의 입장에서는 그렇게밖에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결혼하지 않은 노총각, 아니 중년의 싱글인 황규태가 제인 팀장을 마음에 두고 있는 건 도둑놈을 넘어 흉악범으로 보일 것이다.
“에라이 이 새끼야, 너는 분위기 보면 모르냐, 사장님하고 제인 팀장하고 서로 마음이 있다는 것을. 그러니 그 나이 먹도록 연애 한번 못 하지!”
“그런 거였소? 그래도 내가 형님보다는 낫지 않소?”
실장님이란 말과 형님이란 말이 혼재된 상황이다.
오진호는 그래도 황규태보다 자신이 조금 더 어린 것이 아직 여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큰 장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오진호 또한 황규태와 오십보백보인 상황이다.
경민과 제인의 핑크빛 분위기는 회사 내 공공연한 비밀 중 하나였다.
서로 마음이 있는 것 같은 티를 팍팍 풍기는 두 사람이다.
비밀인 이유는 제인 때문이다.
항상 차가운 제인이 경민과 함께 있을 때는 가끔씩 웃는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그 누구와 이야기할 때도 보이지 않았던 미소를 경민에게는 무한 발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됐고, KBT 네트웍스면 유일과 혼맥으로 엮여 있지?”
“그렇죠. 유일 김혁권 회장의 조카가 그쪽 사위죠.”
“그럼 이번 일을 벌인 원인은 뭐지?”
“그게 HGTS가 원인이라고 하네요.”
“그게 왜?”
“유일 증권이 HGTS를 원하고 있습니다.”
“가지가지 한다. 그럼 공동투자 제안이 아니라 직접 HGTS에 말을 할 것이지.”
“그게 김무경 의원 때문이죠.”
“새끼들, 우리가 만만해 보였단 말이네.”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뒤에 유일 증권이 있습니다.”
“대리인이란 말이군, 그럼 유일 증권에 대한 모든 과거 자료를 정리해 놔.”
“알겠습니다, 형님.”
“그놈에 형님 소리는. 이젠 실장이라고 불러라. 여긴 회사니 이제 우리도 적응해야지?”
좋게 말하는 황규태였다.
그 말에 웃으며 알았다고 말하는 오진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