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haebol's Youngest son RAW - Chapter (281)
282화. 다사다난한 2010년.
2010년 2월 15일.
출근하여 일하려고 준비하고 있을 무렵, 한도영에게 비보가 날아들었다.
“저, 회장님. 장금산 전 대통령님께서 서거하셨습니다.”
너무나도 갑작스러웠기에 한도영은 믿어지지 않았다.
“며칠 전에 만났을 때도 거동이 불편하셨지 건강은 괜찮아보였는데요.”
“주무시다가 서거하셨습니다.”
한도영은 가만히 눈을 감고 장금산의 명복을 빌어주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가장 편한 죽음이라 생각했다.
한도영은 할아버지 같은 존재였기에 그는 안타까움을 금하지 못했다.
“빈소는? 장례는 어떤 식으로 진행되죠?”
“가족장으로 진행됩니다.”
“의외로군요. 보통 국장이나 국민장으로 진행하는데요.”
“평소에 그런 말씀을 하셨고, 가족들도 그걸 원한다고 합니다.”
“그럼 언제쯤 갈 수 있는지 협의하고 알려주세요.”
“예. 회장님.”
비서실장은 목례를 올리고는 물러났다.
한도영은 한충식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렇구나. 초청장이 온다면 갈게.”
한충식은 담담한 반응을 드러냈다.
사실 그는 장금산과 특별하게 엮인 일이 없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저 혼자 다녀올게요.”
“희연이 임신했으니까, 장례식장 다녀오면 그날은 깨끗이 씻고 각방 써라.”
“네.”
한충식의 조언에 한도영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반박하지 않았다.
그의 조언이 과학적으로 맞는지 틀리는지 따지고 싶지 않았다.
다음날.
한도영은 검은색 양복을 입고, 비서 김수철만 대동하여 빈소로 향했다.
장금산과는 오랜 인연이 있었지만, 그의 가족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건 처음이었다.
한도영은 무거운 표정으로 그들과 인사한 후, 국화꽃을 올리고 장금산의 명복을 빌어주었다.
“인생이 참 허망하군요.”
딱히 친분이 깊은 사람이 없었기에 조문하고 식사 후, 곧바로 나왔다.
조삼영을 보낸 후, 두 번째로 느끼는 허망한 감정이었다.
이날은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기에 목욕탕에서 깨끗하게 씻고 옷을 갈아입은 후, 일찍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곧바로 서재로 향했다.
그날은 이희연도 어떤 다짐을 받았는지 가까이 오지 않았다.
한도영은 이걸 미신이라 생각했지만, 굳이 안 좋다는 걸 우겨가며 거스를 생각이 없었기에 밀린 업무를 보며 시간을 보냈다.
다음날 아침.
“오빠. 괜찮아? 잠은 좀 잤어?”
“괜찮아. 잤어.”
한도영은 밝은 표정을 지으며 이희연의 어깨를 감쌌다.
굳이 이희연에게 자신의 슬픈 감정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
“마음이 꺼려지면 며칠 쉬어.”
“그룹 총수는 가벼운 자리가 아냐. 그리고 꺼려질 것도 없고. 밥 먹자.”
“피, 오빠는 애늙은이야. 걸핏하면 밥 먹자. 거기 앉아 기다려.”
그녀는 주방으로 향했다.
‘애 늙은이는 아니고 옛날 말로 하면 중늙은이지.’
한도영은 속으로 헛웃음을 지었다.
정말 정신연령을 극복하는 건 쉽지 않았다.
아침식사를 하고 그녀와 소파에 잠시 앉았다.
“아이는? 혹시 발로 차?”
“아이고. 20주는 되어야 발로 차. 이제 두 달 좀 넘었는데 무슨.”
이희연의 핀잔을 듣자, 한도영은 머쓱해졌다.
사업가로서는 세계 최고 수준에 올랐는데, 이런 부분에서는 영 젬병이었다.
한도영은 가만히 그녀의 배에 손을 대었다.
따뜻한 느낌 말고는 아무런 느낌이 전해지지 않았다.
“왜?”
“그냥. 아빠가 된다는 게 신기해서.”
“나도 엄마가 된다는 게 신기해.”
“늦었다. 가야겠다.”
“조심해서 다녀와. 어제 혼자 자니까 허전하더라.”
“알았어.”
한도영은 그녀와 살짝 입맞춤을 하고는 곧바로 집을 나섰다.
***
한도영은 중국을 방문하려는 생각을 접었다.
난징에서 루청을 만날 때야 난징 산업단지라는 연결고리가 있었지만, 베이징은 연결고리가 없었다.
베이징에서 루청을 만난다면 그의 정적들에게 표적이 될 가능성이 컸기에 고심 끝에 중국방문을 포기했다.
특히 죽은 자의 눈을 가졌다는 우융캉은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이래서 민주주의가 좋아. 사회주의는 영 답답해서.’
한도영은 중국에 태어나지 않은 걸 감사하게 생각했다.
돈만 생각한다면 중국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2020년 경에 알리바바의 마오를 비롯한 사업가들이 공산당에게 처절하게 당했던 걸 생각하면 중국은 끔찍한 곳이란 생각이 들었다.
3월 4일.
백산그룹.
“테슬라 나스닥상장이 3월 15일인데, 혹시 뉴욕에 가시겠습니까?”
홍건희가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백산그룹이 테슬라의 최대주주였다.
“흐음. 주가는 얼마로 책정했죠?”
“주당 17달러입니다. 현재 월가의 분위기는 좋습니다. 상장하면 20~25달러까지 오를 것이라 예측하고 있습니다. 럭셔리의 대성공으로 들뜬 분위기입니다.”
“테슬라가 유망한 건 사실이고 오르면 좋지만, 럭셔리와 비교하긴 무리 아닌가요?”
“당연히 무리죠. 럭셔리는 완성된 회사인데요. 그래서 럭셔리는 125달러에서 출발했고, 테슬라는 17달러에서 출발하니까요. 저금리 덕분에 테슬라도 흥행에 성공할 겁니다. 만약 서브프라임모기지사태 전이었다면 힘들었을 겁니다. 그땐 고금리였으니까요.”
홍건희는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한도영은 가만히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여기서 확인하겠습니다. 솔직한 마음으로는 뉴욕에 가고 싶은데 짧은 거리도 아니고.”
“머스크는 좀 실망하겠는데요.”
“하하. 실망까지야. 그 분은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심심하지 않을 겁니다.”
sns 관종으로 유명했었던 머스크였다.
“테슬라는 요즘 어때요?”
“매출, 영업이익이 정상궤도에 오르려면 한참 멀었습니다. 당분간은 지속으로 투자를 이어가야 하고, 한 10년 후에 회수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때까지 머스크는 계속 투자를 요청하겠죠. 그의 경영스타일을 보면 일을 벌이면 벌였지, 줄이진 않을 테니까요.”
“하하. 정확하게 봤습니다. 그게 머스크의 스타일이죠.”
“그런데 머스크의 포부가 너무 큰 거 아닌가요?”
“어떤 면이요?”
“전기차를 잘 만들어서 팔면 되는데, 굳이 에너지 공급까지 하겠다는 건 좀 무리라 생각합니다. 그가 ESS(에너지 저장 시스템)까지 언급했을 때는 매우 놀랐습니다.”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아세요?”
“그야···.”
홍건희는 대답을 하려다 그만두었다.
건성으로 대답하느니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한도영의 생각을 듣기 위해 입을 다물었다.
“바로 전기차 시장을 독점하기 위해서입니다.”
“독점이라···.”
“갈수록 친환경이 강조될 테고, 테슬라를 보고 여러 전기차 회사가 만들어질 겁니다. 또 주요 내연기관 자동차 회사들도 뛰어들 테고요. 우리 백산도 시작하고 있지 않습니까? 문제는 전기차 충전입니다. 그러니 테슬라 전용 ESS를 미국 전역에 만들어 놓는다면 다른 전기차는 따라잡을 엄두를 내지 못할 겁니다.”
“놀랍군요.”
홍건희는 감탄하며 무릎을 쳤다.
“한국, 중국 등은 아파트가 발달했으니 분명 충전 때문에 말이 많을 겁니다. 하지만 미국 등은 주택이 많으니까 가정집에서 충전하는 시스템을 구축해놓는다면 매우 효율적이겠죠. 뭐, 이것도 머스크의 뜻대로 진행되었을 때겠죠.”
“그렇군요. 대단한 사람이군요. 그런데 그가 전기차, 우주항공 말고도 바이오, AI 등 여러 분야에 손을 뻗치고 있는데 자제하라고 권고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하나만 잘하는 사람이 있고 여러 개를 동시에 잘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머스크는 후자입니다. 일단 지켜봅시다.”
한도영과 대화를 나눈 홍건희는 머스크 전략이 이해되었지만, 동시에 걱정이 되었다.
일을 거창하게 벌이다 망한다면 투자한 자금은 공중으로 날아가기 때문이었다.
“앞으로 테슬라는 잘 지켜보겠습니다.”
“네. 그렇게 하세요. 다음은 뭐죠?”
“네. 3월 21일 카카톡이 일본에 진출합니다. 동남아는 스마트폰 사용인구수가 적어서 일단 일본을 먼저 타깃으로 삼고, 내년이나 후년에 동남아시아로 진출할 예정입니다.”
“고생하겠군요. 시장만 확실히 장악하면 일본 시장은 괜찮습니다. 한국보다 훨씬 크니까요. 참 레인은요?”
“카카톡이 진출하면 레인도 따라서 진출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모티콘 출시, 오류 개선 등으로 많이 따라잡았지만, 여전히 레인이 앞서고 있고 카카톡이 도전자의 위치니까요. 도전자가 먼저 열심히 뛰어야죠.”
“그렇죠. 열심히 뛰어야 따라잡을 수 있죠. 현재 메신저앱 점유율이 어떻게 되죠?”
“레인이 53%, 카카톡이 45%입니다.”
“일본에서는 레인을 한국 대표 메신저앱으로 보고 있겠죠?”
“네. 출시할 때부터 줄곧 1위였고, 지금도 1위를 달리고 있으니까요. 아마도 폐쇄적인 그들의 특성이나 한국을 불편해하는 정서를 보았을 때는 레인보다 카카톡이 시장을 점유하기 유리할 겁니다.”
“어떤 계기가 있어야 확 퍼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본의 정서를 생각하면.”
한도영은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전생에서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 다른 통신수단은 두절되어도 카카톡, 레인은 연락이 되었고 그때부터 폭발적으로 가입자가 늘었다는 이야기가 기억났다.
물론 그때는 한국에서 폭망했던 레인이 일본에서 대박이 났었다.
“그런데 회장님.”
“네. 말씀하세요.”
“이 메신저앱으로 어떻게 수익을 창출할까요?”
홍건희는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실장님. 인터넷이 처음에 나왔을 때는 어떻게 예상했습니까?”
“그땐 예측하기 쉬웠습니다. 광고를 붙이면 된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그렇게 진행되었으니까요. 그럼 메신저앱도 광고일까요?”
“일차적으로는 광고죠. 그리고 진짜는 이용자 수입니다. 이걸 기반으로 다양한 생활밀착형 사업을 벌일 수 있겠죠. 시민들이 카카톡, 레인 없으면 삶을 영위하기 힘들어질 지경에 이를 때가 올 겁니다. 그때 그들이 벌이는 생활밀착형 사업이 위력을 떨칠 겁니다.”
“아니 회장님은 어떻게 그런 생각을 다 하시죠? 젊으셔서 그런가요?”
생활밀착형 사업이란 말에 홍건희는 깜짝 놀랐다.
그 부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생활밀착형 앱이 출시되고 있고, 앞으로 더 많아질 겁니다. 그리고 그 중에는 세계적인 대기업이 나올 테고요. 그건 알고 계시죠?”
“물론입니다.”
“그럼 카카톡이나 레인이 한국시장을 독점하면 그런 사업을 벌이겠죠. 당연한 결과입니다.”
“하아, 세상이 정말 많이 변하겠군요.”
“많이 변하겠죠. 지금의 이런 변화도 우리 마이폰을 비롯한 스마트폰이 이끌어나가고 있으니까요. 가히 혁명이죠. 앞으로 이런 혁명이 몇 번 일어나면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될 겁니다.”
홍건희는 한도영이 말한 세상이 상상이 되지 않는지 고개를 흔들었다.
한도영은 나머지 보고를 받고는 보고서에 싸인한 후 홍건희에게 돌려주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번 3월은 중요한 일이 많군요. 우리 백산이 최대주주인 테슬라와 카카톡이 크게 성공하면 백산의 이익도 극대화될 테니까요.”
한도영은 환하게 웃었다.
처음에는 돈을 많이 버는 게 그저 즐거웠었다.
하지만 지금은 돈을 버는 단위가 너무 커졌기 때문에 어떤 사업을 벌여 성취하는 재미가 더 커졌다.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실장님.”
“더 노력하겠습니다.”
홍건희는 목례를 올리고는 물러났다.
한도영은 창가로 걸음을 옮겼다.
‘올해는 참 다사다난하겠어.’
2010년이 시작된 지도 3개월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 큰 일이 터졌고 또 예정되어 있었다.
한도영은 앞으로 일어날 일에 담담하게 대처하겠다고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