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heating Who Loved Me RAW novel - chapter 41
“도대체 어떻게 해야 아버지의 이름에 걸 맞는 아들이 될 수 있겠습니까?”
아마도 에드먼드 브리저튼의 가장 위대한 업적은 바로 사랑과 웃음, 그리고 귀족 사회에서는 결여되기 십상인 그 모든 것들로 가득 찬 집안의 가장노릇을 한 것일 것이다.
앤소니는 아버지의 초상화에서 돌아서서 방을 가로질러 창문 쪽으로 다가가 마차들이 도착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오후가 되어서부터 마차들이 꾸준히 도착하고 있었고, 각 마차마다 예외 없이 황송하게도 브리저튼 가의 파티에 초대되었다는 기쁨으로 눈을 빛내는 풋내 나는 레이디들을 실어 나르고 있었다.
원래 레이디 브리저튼은 별장을 손님으로 채우겠다는 결심을 자주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일단 그런 결심을 하면 그 파티는 어김없이 그 시즌 최고의 행사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을 말하자면 브리저튼 가의 누구도 더 이상 오브리 홀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았다. 어머니 역시 자신과 똑같은 병-어디에나 새겨져 있는 에드먼드에 대한 기억들-을 앓고 계실 것이다. 동생들은 런던에서 자랐기에 이곳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었다. 그들은 들판을 걷던 일이나 낚시를 갔던 일, 나무 위의 집 같은 것들을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이제 막 열 한 살이 된 히아신스는 심지어 아버지의 품에 한 번 안겨 본 적도 없었다. 그 빈자리를 메우려고 앤소니는 최선을 다했지만 자신은 아버지의 반의 반만도 못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피곤한 듯 한숨을 쉬며 앤소니는 창틀에 깊이 기대서서 술을 마실까말까 고민했다. 잔디밭 쪽을 바라보고는 있었지만 아무것에도 초점을 맞추지 않고 있던 그의 눈에, 다른 마차들에 비해 눈에 띄게 초라한 마차 한 대가 정문 앞에 도착하는 것이 보였다. 싸구려 같지는 않고 확실히 잘 만들어져 튼튼할 것 같기는 했다. 하지만 다른 마차들과는 달리 금박을 입힌 문장이 새겨져 있지도 않았으며, 다른 마차들에 비해 심하게 덜컹거리는 게 안에 타고 있는 사람이 불편할 것 같았다.
아마 셰필드 가 사람들일 것이다. 그들을 제외하면 손님 명단에 오른 다른 사림들은 모두들 꽤 부유한 축에 속하는 편이었다. 사교계 시즌을 위해 마차를 빌려야 하는 사림들은 셰필드 가밖에 없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멋진 연하늘색 제복을 입은 브리저튼 가의 하인이 앞으로 튀어나와 문을 열자 노란 색의 여행용 드레스를 입고 같은 색 보닛을 쓴, 너무나도 이름다운 에드위나 셰필드가 마차에서 내렸다. 그녀의 얼굴이 보일 만큼 가깝지는 않았으나 충분히 상상이 갔다. 그녀의 뺨은 부드럽고 분홍빛으로 물들어
있을 것이며,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두 눈은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의 색깔을 띠고 있을 것이었다.
그 뒤를 따라 셰필드 부인이 내렸다. 그녀가 에드위나의 옆에 자리잡았을 때에서야 처음으로 앤소니는 두 사람이 서로 얼마나 닮아 있는지를 깨달았다. 그들은 둘 다 사람의 마음을 끌며 우아하고, 체구 또한 자그마했다. 그들이 말을 하자 그 두 사람이 말하는 태도까지도 같은 것을 볼 수 있었다. 옆으로 고개를 기울이는 각도나 서 있는 자세, 서 있을 때의 발의 위치 등이 정말 똑같았다.
에드위나는 늙어서도 그 아름다움을 잃지 않을 것이다. 이런 점은 분명 아내감으로서의 장점이 될 것이다. 다만-앤소니는 아버지의 초상화 쪽으로 애처로운 시선을 던졌다-자신은 그녀가 나이 들어가는 것을 볼 수 있을 때까지 살아 있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케이트가 내렸다. 앤소니는 자신이 여태까지 숨을 참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셰필드 가의 다른 두 여자와는 움직임이 달랐다. 그 두 사람은 우아하게 하인에게 기대어 품위 있는 곡선을 그리며 손을 맡겼었다.
반면 케이트는 그야말로 뛰어내리다시피 했다. 하인이 내민 팔을 잡기는 했으나, 분명 도움은 필요치 않은 듯한 모습이었다. 그녀는 발이 땅에 닿자마자 꿋꿋이 서서 얼굴을 들고 오브리 홀을 쳐다보았다. 모든 행동이 직선적이고 솔직했다. 만일 그녀의 눈을 들여다볼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다가가 본다면, 그 눈동자 또한 대단히 솔직하리라는 것을 앤소니는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일단 그녀가 자신을 보게 되면, 분명 그 눈은 모멸과 증오가 뒤섞인 감정으로 가득 찰 것이다. 그는 그런 대접을 받아 쌌다. 신사라면 레이디에게 그런 짓을 하고서도 계속 그녀의 호의를 기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케이트가 어머니와 동생 쪽으로 돌아서서 뭐라고 말하자 에드위나는 웃음을 터뜨렸고, 메리는 관대하
게 미소지었다. 그들 세 사람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볼 기회가 그다지 많지 않았었다는 것을 앤소니는 깨달았다.
그들은 서로의 앞에서 편안한 진정한 가족이었고, 대화를 나눌 때면 얼굴에 따스한 표정이 떠오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메리와 케이트 사이에 혈연관계가 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그런 모습이 특히나 더 흥미로웠다.
혈연보다 더 끈끈한 유대도 있다는 것을 그는 깨달았다. 그러나 자신의 인생에는 그런 관계가 끼여들 자리가 없다.
그것이 바로 그가 결혼을 할 때 면사포 뒤의 얼굴이 에드위나 셰필드의 것이어야만 하는 이유다.
오브리 홀이 대단하리라는 것은 예상했었다. 하지만 케이트는 자신이 그 저택에 매혹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별장은 예상보다 작았다. 오, 물론, 그녀가 여태까지 살아 본 그 어떤 집보다도 훨씬 더 크긴 했다. 하지만 그 별장은 엉뚱한 곳에 지어진 중세의 성 같은, 주변 경치를 뚫고 올라선 흉측한 괴물이 아니었다.
오히려 오브리 홀은 아늑하게 보였다. 방에 족히 오십 개는 될 저택을 묘사하기에는 다소 이상한 단어였지만 독특한 모양의 작은 탑들과 성벽들, 늦은 오후의 태양이 노란색 벽돌에 불그스름한 빛을 비춰 주고 있어서인지 저택은 마치 동화 속에나 나올 법한 집 겉아 보였다. 오브리 홀에는 엄숙하거나 위압적인 구석이라고는 조금도 없어서 케이트는 곧 그곳이 마음에 들었다.
“아름답지 않아?”
에드위나가 속삭였다.
케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로 아름다우면 그 끔찍한 남자와 일주일을 보내는 것도 참을 만하겠다.”
에드위나는 웃음을 터뜨렸고 메리는 꾸중을 하기는 했지만 메리조차도 너그러운 미소를 숨길 수는 없었다. 하지만 짐을 내리기 위해 마차 뒤로 돌아간 하인을 흘끗 살피며 한마디하기는 했다.
“그런 말은 하면 안 된다, 케이트. 누가 들을 수도 있고, 초대해 주신 분에 대해 그런 식으로 말하는 것은 온당치 못한 일이니까.”
“걱정 마세요. 저 사람은 제 말을 듣지 못했으니까요.”
케이트가 대답했다.
“게다가 저희를 초대해 주신 분은 레이디 브리저튼이신 줄 알았는데요. 실제로 초청장을 돌리신 분도 레이디이시잖아요.”
“이 집은 자작님의 소유야.”
메리가 받아쳤다.
“잘 알겠습니다.”
과장된 몸짓으로 팔을 들어올려 오브리 홀을 가리키면서 케이트가 대답했다.
“저 신성한 저택에 발을 들여놓는 그 순간부터는 사랑스럽고 쾌활한 모습만을 보여드리지요.”
에드위나가 코웃음을 쳤다.
“그거 정말 구경거리겠다.”
메리가 어림없다는 표정으로 케이트를 쏘아보았다.
“‘사랑스럽고 쾌활한 모습’은 정원에서도 해당되는 거야.”
그녀가 말했다. 케이트는 그져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가능한 한 제일 훌륭한 몸가짐을 보일게요, 메리. 약속해요.”
“그저 되도록 자작님과 마주치지 않게나 하려무나.”
“그러지요.”
케이트가 약속했다. 물론 그자가 에드위나를 피해 다니기만 한다면 그렇게 되겠지만 말이다.
하인이 그들 옆에 와서 저택을 향해 팔을 뻗어 멋진 곡선을 그렸다.
“드시지요. 레이디 브리저튼께서 손님들을 몹시 만나 뵙고 싶어하십니다.”
셰필드 가의 세 여자는 즉시 몸을 돌려 정문을 향해 걸었다. 하지만 야트막한 계단을 오르기 시작하자 에드위나는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케이트에게 속삭였다.
“사랑스럽고 쾌활한 것은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거야, 언니?”
“주위에 사람들만 없었어도 널 때려 주었을 텐데.”
역시 작은 목소리로 케이트가 대답했다.
그들이 안으로 들어섰을 때 레이디 브리저튼은 메인 홀에 있었다. 케이트는 먼저 도착한 사람들의 리본 달린 치맛단이 방으로 올라가는 층계 위로 사라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셰필드 부인!”
레이디 브리저튼이 그들을 향해 방을 가로지르며 외
쳤다.
“만나서 정말 반가워요. 셰필드 양도.”
케이트 쪽으로 돌아서며 그녀가 덧붙였다.
“이곳에 와주어서 기쁘군요.”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케이트가 대답했다.
“일주일 동안 도시를 벗어나게 되어서 정말 기쁩니다.”
레이디 브리저튼이 미소지었다.
“마음은 시골 소녀라는 이야기인가요?”
“그런 것 같습니다. 런던은 사람을 흥분시키는 곳이고, 언제나 방문할 가치가 충분한 곳이지만 전원의 푸른 초원과 맑은 공기가 더 좋은 것은 사실이니까요.”
“내 아들도 그렇답니다.”
레이디 브리저튼이 말했다.
“오, 물론 그 아이도 도시에서 생활을 하기는 하지. 허나 엄마를 속일 수는 없는 법이지요.”
“자작님 말씀이십니까?”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말투로 케이트가 물었다. 그는 완벽한 난봉꾼처럼 보였고, 난봉꾼의 서식지가 도시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 아닌가.
“그래요, 앤소니 말이지요. 그 아이가 어릴 때만 해도 우리 가족은 거의 이곳에서만 지냈었답니다. 내가 파티와 무도회에 참석하는 것을 좋아했으니 물론 시즌에는 런던을 방문했었지만 고작해야 몇 주 이상은 머물지 않았지요. 우리가 주거지를 런던으로 옮긴 것은 그 아이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였답니다.”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케이트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파란 눈동자에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을 띠고 자작부인이 그녀에게로 돌아섰다.
“정말 상냥한 아가씨로군요. 남편이 죽은 지 벌써 여러 해가 지났지만 나는 아직도 매일
그 분을 그리워한답니다.”
케이트는 목이 메어오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메리와 아버지가 서로 얼마나 깊이 사랑했는지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진정한 사랑을 경험한 또 한 사람의 여자와 마주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갑자기 그녀는 무척 슬퍼졌다. 왜냐하면 메리도 남편을 잃었고, 자작 부인도 마찬가지였으며, 그리고…….
그녀가 슬픔을 느낀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자신은 진정한 사랑이라는 축복을 절대 누려볼 수 없으리란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일 터였다.
“우리가 너무 감상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었군요.”
약간은 억지스럽다 싶을 정도로 밝게 미소지으며 레이디 브리저튼이 다시 메리를 향해 돌아섰다.
“아직 다른 따님은 소개받지도 못했는데.”
“그러셨나요?”
눈썹을 찌푸리며 메리가 말했다.
“그렇겠군요. 에드위나는 부인의 음악회에 참석하지 못했으니까요.”
“물론, 먼발치에서는 본 적이 있답니다.”
레이디 브리저튼이 눈부신 미소를 지으며 에드위나에게 말했다.
메리가 그녀를 소개했고 케이트는 에드위나를 바라보는 레이디 브리저튼의 감상하는 듯한 눈빛을 보고 말았다. 그녀의 시선이 무슨 의미를 담고 있는지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에드위나가 훌륭한 며느릿감이 될 것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잠시 동안 더 대화를 나누고 나서, 짐이 방으로 옮겨지는 동안 차를 마시겠느냐고 레이디 브리저튼이 물었지만 메리가 피곤해서 눕고 싶어 했으므로 그들은 거절했다.
“좋을 대로 하세요.”
레이디 브리저튼이 하녀에게 손짓을 하며 말했다.
“로즈가 방으로 안내해 드릴 겁니다. 저녁식사는 여덟 시예요. 쉬러
가시기 전에 뭐 더 필요한 것이 있으신지?”
메리와 에드위나가 둘 다 아니라고 고개를 저어서, 케이트도 그들을 따르려다가 막판에 불쑥 말해 버렸다.
“사실은, 한 가지 여쭈어 보아도 될는지요.”
레이디 브리저튼이 따스하게 미소지었다.
“물론이에요.”
“도착하면서 보니 화원이 무척이나 넓던데 가서 둘러봐도 될까요?”
“아가씨도 정원 가꾸는는 것이 취미인가요?”
레이디 브리저튼이 물었다.
“잘하지는 못한답니다.”
케이트가 말했다.
“그렇지만 전문가의 솜씨는 언제나 감탄하며 즐기는 편이지요.”
자작부인은 얼굴을 붉혔다.
“아가씨가 정원을 돌아봐 준다면 나로서도 영광이겠군요. 정원은 내 자랑이자 기쁨이랍니다. 지금은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지만 에드먼드가 살아…….”
그녀는 말을 멈추고 헛기침을 했다.
“그러니까 이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던 때에는 언제나 흙 속에 팔꿈치까지 팔을 파묻고 살았지요. 친정 어머니께서는 그런 모습을 보시면 항상 화를 내셨답니다.”
“혹시 정원사도 마찬가지로 화를 내지는 않던가요?”
케이트가 말했다.
미소만 짓고 있던 레이디 브리저튼이 웃음을 터뜨렸다.
“오, 정말 그랬지요! 정말 끔찍한 사람이었거든. 여자들이 꽃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어떻게 하면 꽃을 선물로 받을 수 있나 하는 것뿐이라고 말하던 사람이었지요. 하지만 원예에는 그 이상 뛰어난 사람이 없었으니까 참는 법을 배우게 되었답니다.”
“그렇다면 정원사도 부인의 행동을 참는 법을 배우게 되었
습니까?”
레이디 브리저튼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아니, 끝까지 못 참아했었지요, 사실은. 하지만 나는 굴하지 않았답니다.”
케이트가 그 나이 많은 여인에게 저절로 마음이 끌리는 것을 느끼며 미소지었다.
“더 이상 불잡고 있으면 안 되지.”
레이디 브리저튼이 말했다.
“로즈가 방으로 안내하고 짐을 정리하는 것을 도와드릴 거예요. 그리고 셰필드 양.”
그녀가 케이트에게 말했다,
“원한다면 며칠 후에 내가 직접 정원을 안내해 주고 싶군요. 지금은 손님들을 맞이하느라 눈코 뜰 새가 없지만 다른 날 아가씨를 위해 따로 시간을 내고 싶어요.”
“저 또한 그렇게 해주신다면 기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케이트는 그렇게 말한 뒤, 메리와 에드위나와 함께 하녀를 따라 계단을 올라갔다.
앤소니는 살짝 열어 놓았던 문 뒤의 자기 자리에서 벗어나 어머니를 향해 걸어갔다.
“방금 인사 나눈 사람들이 셰필드 가 사람들이었습니까?”
그렇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는 물었다. 하지만 그의 집무실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무슨 얘기를 나누었는지는 돌리지 않았으므로 짤막하게 심문을 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바이올렛이 대답했다.
“정말 사랑스러운 가족이더구나, 그렇게 생각하지 않니?”
앤소니는 그저 끙 하는 소리만을 냈다.
“그 사람들을 초대하길 정말 잘했다 싶구나.”
앤소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다시 한 번 끙 소리를 내고 싶었다.
“마지막 순간에야 명단에 올렸거든.”
“그랬군요.”
그가 중얼거렸다.
바이올렛이 고개를 끄덕였다.
“짝을 맞추기 위해 마을에서 신사 세 명을 더 찾아 모으느라 고생을 했었지.”
“그럼 오늘 저녁 식사에 주교 대리가 오는 겁니까?”
“그리고 그 사람 아들과 잠시 들렀다는 그 사람 동생도.”
“꼬마 존은 이제 겨우 열여섯이 아닙니까?”
바이올렛이 어깨를 으쓱했다.
“워낙 상황이 절박했거든.”
앤소니는 이 상황을 곡씹었다. 주근깨투성이 열여섯 살짜리를 저녁식사에 초대해야만 했다면 어머니는 셰필드 가의 여자들을 별장 파티에 초대하고 싶어 그야말로 안달이 나셨던 것이 틀림없다. 가족들끼리의 식사라면 문제가 다르다. 정식으로 손님들을 초대한 경우가 아니면, 브리저튼 가 사람들은 일반적인 관례를 무시하고 나이에 관계없이
아이들 모두를 식당에서 식사하게 했다. 실제로 어렸을 때 친구의 집을 처음으로 방문했던 날, 앤소니는 육아실에서 식사를 해야 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기까지 했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파티 때에는 바이올렛 브리저튼조차 아이들을 테이블에 앉지 못하게 했다.
“셰필드 가의 영양들은 둘 다 만나 본 걸로 알고 있다.”
바이올렛이 말했다.
앤소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 보기에는 둘 다 귀엽더구나.”
그녀가 말을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