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279)
279화
‘틀린 말이 아니긴 하군.’
최연승은 황경룡의 말이 맞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워낙 평소에 검소하게 살아서 실감하기 힘들었지만 최연승은 황경룡의 넘쳐흐르는 재력 덕을 많이 보고 있었다.
단순히 뭔가 사고 싶을 때 쓸 수 있는 돈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런 거라면 최연승도 이제까지 레이드로 쌓인 돈이 있었고 원한다면 더 벌 수도 있었다.
재산도 일정 숫자 이상을 넘어가면 권력이 되는 것처럼, 황경룡에게는 라는 거대 기업 그룹으로 만들어 놓은 권력이 있었던 것이다.
미 대통령한테 막대한 기부금을 바친 인연으로 같이 사우나도 가고, 중국 땅에 공장 여러 개 지어 놓은 인연으로 중국 정부한테 ‘너희 자꾸 개짓거리하면 투자 빼버린다!?’하고 협박도 하고…
이런 건 헌터 한 명이 레이드로 대박을 터뜨려서 일확천금을 한다고 생기는 힘이 아니었다.
오랜 기간 동안 꾸준히 돈을 뿌리고 인재를 키우면서 갈고 닦은 힘인 것이다.
자기 명성에 취해 번 돈으로 마약 파티 벌이는 헌터들은 절대 도달할 수 없는 경지!
‘이 힘이 없으면 나도 여러모로 골치가 아파지는데…’
당장 레이드 때 정부 압박부터 시작해서 헌터들 동원까지.
누군가 맡기는 해야 했다.
그리고 이런 걸 맡길 사람이 없었다.
황경룡은 최연승의 권속이니 최연승의 사정을 잘 알고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걸 모르지 않은가.
“내가 고른 대표들이 능력 면으로 봤을 때는 부족한 놈들은 아니지만, 너에 비하면 이기적인 새끼들이라…”
“말이 좀 심한 거 아닙니까?”
“어? 그래? 알겠다. 능력 면으로 봤을 때는 괜찮은 놈들이지만, 너에 비하면 이기적인 개새끼들이라…”
“아니. 그걸 말한 게 아닌… 됐습니다. 계속 말하시죠.”
“…네 일을 이해 못 할 가능성이 높다. 네가 맡아야 해.”
황경룡 휘하의 기업들을 맡고 있는 대표들은 그 기업을 굴려서 최선의 이익을 뽑아내기 위해 앉아 있는 이들이었다.
그런 사람들에게 ‘저기 던전 생겼는데 사람들 대피시키게 돈 좀 내놔라’하면 ‘우리가 왜?’같은 대답이 돌아오는 건 당연한 일.
“저번에 만났을 때 보니까 다들 고집이 만만치 않던데, 제 말을 듣겠습니까?”
“듣게 해야지. 그건 네가 알아서 해야 할 일이고… 파이팅이다. 난 어비스 가서 구경이나 하고 있어야겠군. 문제 생기면 연락하고.”
“흠. 형. 기업 좀 말아먹어도 화를 내진 않으실 거죠? 대국적으로 보면 지구의 기업은 아주 사소한…”
“…절대 말아먹지 마…!”
황경룡은 이글이글 불타는 눈동자로 노려보며 말했다.
* * *
황경룡을 보내고 나서 최연승이 가장 먼저 한 건 게러티를 개패듯이 팬 것이었다.
“너 이리 와라.”
“잠…”
무공을 익힐 경우의 장점은 근접전을 거의 절대적으로 지배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단순히 싸움을 이길 수 있는 수준이 아닌 상대에게 얼마나 고통을 줄 지, 상대를 얼마나 다치게 할지 완벽하게 조절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최연승은 그 갈고 닦은 능력으로 게러티를 진짜 개패듯이 팼다.
퍼퍼퍼퍼퍼퍼퍼퍼퍽!
“……”
“……”
마치 죽일 것처럼 살벌하게 패는 모습에 정신 차린 기자들은 눈만 깜박였다.
말려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A급 헌터끼리의 난투에 끼어들 정도로 간 큰 기자는 없었다.
게다가 여기 있는 사람들은 게러티가 아까 한 말을 들었던 것이다.
-저기 기자 놈들을 죽이라고!
자기가 들어오라고 꼬셔놓고 죽이라고 했는데 사람인 이상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말려…! 뭐하는 거냐! 이 자식들아!”
그 마음도 모르고 게러티가 입을 열었다.
자존심 때문에 맞으면서도 굴복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아팠던 것이다.
게다가 아까 최연승이 사용한 스킬 때문인지 반항할 수도 없었다.
A급 헌터 상대로 아무것도 저항할 수 없으니 환장할 노릇이었다.
‘대체 무슨 스킬을 쓴 거야?’
그나마 최연승의 약점이 있다면 그건 사람들의 시선이었다.
최연승이 여론을 신경 쓰는 호구 같은 면모가 있다는 건 이미 파악한 상태.
게러티는 다급히 기자들을 불렀다.
“말리라고!”
“……”
“……”
“말… 컥!”
“어이. 입 다물고 맞아라. 괜히 더 아프게 맞지 말고.”
옆에서 보고 있던 조셉은 감탄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이번 사태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힌 게러티를 공격하는 것으로 주변 사람들의 인심을 사려는 전략인가. 훌륭하군.”
‘개소리 하지 말고 말리라고…!’
게러티는 조셉을 욕했지만, 생각까지 조셉에게 들리지는 않았다.
그리고 만약 말로 꺼냈더라도 조셉은 도와주지 않았을 것이다.
이미 레이드는 끝났으니까!
뜯어낼 게 있어서 게러티와 함께한 거였지, 일이 끝났는데 굳이 게러티의 편을 들 생각은 없었다.
게다가 이번 풀더포드 레이드에서 게러티는 지나치게 실수를 많이 했다.
S급 몬스터한테 감염당해서 레이드 자체를 터뜨릴 뻔한 것부터 시작해서 민간인들을 들여보낸 것까지.
물론 후자는 조셉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었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빠르게 손절해야 한다.’
[가 당신의 판단을 칭찬합니다.]진짜 미친듯이 패고 나서야 기분이 풀렸는지, 최연승은 반쯤 시체가 된 게러티를 옆으로 걷어찼다.
“앞으로 마주치면 고개 숙이고 입 조심하는 게 좋을 거다. 오늘 일 생각나면 다시 널 박살내고 싶어질 테니까.”
조셉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드래곤 황은… 부상을 입은 건가?”
원래 겁이 많은 성격은 아니었지만 지금 최연승을 보면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말 잘못 걸었다가는 진짜 개패듯이 맞을 분위기!
“그래.”
“저런.”
이런저런 말이 많아도 드래곤 황은 거물 중의 거물이었다.
헌터로서도 S급을 찍고, 레이드 업계에서는 회장으로 군림하고 있었으니…
‘소란이 일어나겠군.’
미국인들이 드래곤 황에게 가지는 감정은 각별했다.
S급 헌터로서 여러 몬스터들을 상대해 온 미국의 방벽.
나이 좀 있는 미국인들이라면 드래곤 황에 대해 좋은 감정만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오죽하면 한국 정부에게 감사 인사를 보냈을까!
…물론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더럽게 열 받는 일이겠지만.
어쨌든 그런 헌터가 사라졌으니 여러모로 파장이 클 게 예상이 됐다.
조셉은 와 관련된 주식을 팔아치워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러면 드래곤 황의 역할은 그쪽이 대신하게 되는 건가?”
“그렇겠지.”
“드래곤 황이 잘 고른 거 같군. 그쪽이라면 충분히 그럴 능력이 있을 테니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최연승은 자기 자신을 꽤나 냉정하게 평가하는 편이었다.
전투에서는 강력했지만 그 외에는 솔직히 별 능력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조셉이 저렇게 말하니 별로 좋게 들리지 않았다.
‘개수작부리는 거 아닌가 모르겠군.’
안 그래도 게러티와 같이 있던 놈이라 영 수상쩍은데…
“이런 전투 뒤에 겸손한 모습까지. 대단하군. 내 주인께서 널 좋게 평가한 이유가 있는 거 같다.”
“아니 뭔…?”
지 혼자 떠들고 납득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조셉의 모습에, 최연승은 살짝 어이가 없었다.
그냥 이 놈도 팰까?
* * *
-금일 오후 3시 28분, 풀더포드 레이드가 공식적으로 종료되었습니다. S급으로 추정된 이 던전 레이드에 참가한 헌터들은 S급 헌터 황경룡을 시작으로 A급…
-드래곤 황이 크게 부상을 입었고, 회복을 위해 한동안 요양을…
-참가한 헌터들은 정부의 준비가 너무 부족했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지원이 강했으면 좀 더 빠르게 끝낼 수 있었다고 밝혀서 논란이…
-의 A급 헌터, 길버트 게러티가 오늘 고소당했습니다. 레이드 도중 헌터들을 공격했다는 혐의로 길버트 게러티 헌터는 ‘레이드 도중 일어났던 불운한 사고였을 뿐’이라고 일축했…
-아직 남은 몬스터들이 있으니 인근 주민들은 경계를 놓지 않으셔야 합니다. 헌터들이 처리를 끝낼 때까지…
-이번 레이드를 주도한 A급 헌터, 최연승 헌터의 등급이 다시 한 번 상승할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A급으로 상승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세운 전공들만 보면 충분히 S급 승급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이 의견을 밝혀 화제가…
-드래곤 황의 부상 소식으로 인해 추모 행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리더를 잃은 드래곤 인더스트리가 추락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뉴스 끄도록.”
최연승의 말에 비서는 허겁지겁 TV를 껐다.
원래 황경룡이 앉아 있어야 할 자리에 최연승이 앉아 있자 느낌이 색달랐다.
과연 새 상사는 어떤 인물일까?
소문으로는 많이 들어봤다지만…
‘그래도 원래 회장님보다는 훨씬 상대하기 편하겠지.’
황경룡은 돈 많이 챙겨주는 좋은 고용주긴 했지만 좋은 상사는 아니었다.
워낙 좀… 괴팍했던 것이다.
-출근했나?
-예. 먼저 오셨습니까.
-그래. 오늘이 만우절인 만큼 사람들에게 장난을 치려고 먼저 나왔지. 을 맡고 있는 모날리 굽타한테 ‘이번 드래곤 솔루션 공장에서 폐수 방류 사건이 발생했다’고 거짓말을 하려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안 하시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그래. 아무래도 내가 유머 센스가 없나보군.
-아, 아니. 그런 게 아닙니다. 회장님.
-됐다. 왜 유머 센스 없는 사람한테 말을 거나? 앞으로 내가 말할 때 웃지 말게.
-아니… 아니…
그런 점에 비하면 최연승은 여러모로 더 괜찮은 상사긴 했다.
게다가 소문도 훨씬 달랐던 것이다.
-이번 풀더포드 레이드에서 사비를 털어 민간인들을 대피시킨 A급 헌터, 최연승 헌터에 대한 찬사가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습니다. 현장에 있던 기자들 또한 입을 모아서 ‘최연승 헌터가 아니었다면 전부 죽었을 것이다’라고 밝혀서 화제가…
일단 레이드 현장에서 일반인들 구한 것만 해도 헌터들 중에서 상위 1%에 해당하는 인성인 것이다.
쿵-
문이 열리고 평소보다 좀 더 눈밑이 퀭해진 아이네가 안으로 들어왔다.
최연승은 걱정하는 목소리로 물었다.
“몸은 좀 괜찮나?”
“아… 걱정 마. 불면증이 좀 심해져서. 소식 때문에 그런 건 아니니까 위로할 필요는 없어.”
황경룡이 공식 활동을 하지 못할 정도의 부상을 입었지만, 아이네는 흔들리지 않았다.
당장 본인도 헌터 출신인 만큼 이런 날이 올지도 모른다고 각오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보다 아이네는 다른 일을 걱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정말 괜찮겠어? 아무리 아ㅃ… 아니, 회장님이 부탁을 했어도 그렇지 만만치 않을 텐데.”
“대신할 사람이 있나?”
“대신할 사람은 없지만 당신이 굳이 나설 필요도 없긴 해. 망하더라도 당신이 망하는 거 아니잖아.”
아이네는 A급 헌터인 최연승이 괜히 시간을 뺏기는 게 아닌지 걱정하고 있었다.
상위 등급을 찍은 헌터들이 모두 다 사업을 하는 건 아니었다. 그냥 인생 즐기면서 사는 사람들도 많았다.
“아니. 신세진 게 있으니 이 정도는 해야지.”
“…그래.”
아이네는 살짝 감동했다.
입으로 우정을 말하는 사람은 많이 있어도 정말 그럴 상황에 닥쳤을 때 우정을 보여주는 사람은 흔치 않은 것이다.
“보통 경룡이 형은 무슨 일을 했지?”
“음… 컴퓨터를 켜보시겠습니까?”
비서의 말에 최연승은 버튼을 눌렀다. 거대한 책상 위에 홀로그램이 떴다.
과연 황경룡이 쓰던 최첨단 컴퓨터에는 뭐가 있을까?
“…이 영상들은 뭐지?”
“이번 분기에 새로 나온 한국 드라마들입니다.”
“…여기에 뭐 비밀이… 있는 건가?”
설마 한국 드라마에 세상을 구할 비밀이 들어 있나?
“아뇨… 그 드라마에 꽂히셔서 한동안 그거 보셨습니다.”
“…그 전에는?”
“한국 예능을 보셨…”
“……”
최연승은 의외로 회장 일이 생각보다 쉬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