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305)
305화
‘…음. 저것도 성좌로서…’
이창식은 애써 납득했다.
“어서들 오십시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황룡고등학교 이사장이 직접 나와서 일행을 맞이했다.
한성 그룹에서 나와서 들린다는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던 것이다.
헌터들을 길러내는 학교라고 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얼마나 투자를 받느냐였다.
한성 그룹처럼 투자금 상위의 재벌 그룹들은 학교 쪽에서도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손님이었다.
“한성 그룹이 얼마나 내지?”
“첫번째였나 두번째였나… 그쯤 될 걸요?”
“…!”
이사장의 90도로 꺾인 허리가 이해가 갔다.
“됐으니 안으로 들어가지.”
“그런데 평소의 담당자 분과 다른 분이 오신 겁니까?”
이사장은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평소 오던 직원과 전혀 다른 이들.
헌터들을 많이 접해 온 이사장은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보통 사람들이 아니다?’
“그래.”
한세하는 마스크를 내렸다. 몇 번이고 본 적 있는 얼굴에 이사장은 깜짝 놀랐다.
“한세하 헌터!”
“아직 놀라기는 일러.”
남은 두 사람이 얼굴을 보여주자 이사장은 거의 기절할 정도로 됐다.
“이, 이런 누추하신 분들이 어째서 이런 귀한 장소에…”
“반대로 말하지 않았나?”
이사장은 떨리는 손으로 찻잔을 집어들었다. 자기가 말을 거꾸로 했다는 것도 못 알아챈 것 같았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
“고천식 때문에 오신 겁니까? 그 녀석이 그렇게 재질이 뛰어났던 겁니까?”
“아. 그건 아니고.”
“!?”
그럼 왜 온 거지?
“참. 고천식 그 친구는 지금 약물 하고 있더군. 너무 시끄럽게 소란 피우지는 말고 조심스럽게 조사해보도록. 누가 할지 모르니까.”
“예!?”
“그래서 한성 그룹 지명권으로 데리고 가려는 헌터가 있는데…”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방해가 들어왔다.
뒤에서 누군가 문을 두드리더니 이사장실 문을 연 것이다.
“이건 좀 불쾌하군. 이사장. 내가 이런 순서 때문에 치졸하게 굴 사람은 아니지만, 남현 그룹이 투자하고 있는 액수가 얼마인데 내가 뒤로 밀려야 하지?”
남학기는 일행은 알아보지 못하고 이사장만 보며 말했다.
치졸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이건 당연한 권리였다.
가장 많은 투자금을 낸 사람이 가장 먼저 대화를 하고 가져갈 권리를 받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건 당연한 일.
그런데 누가 먼저 이사장과 대면하고 있다고 이야기를 들으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저, 실은 한성 그룹에서 투자금을 두 배로 올리셨습니다.”
이사장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원래 투자금 순위로 따지면 두 번째 정도였지만, 한세하가 오기 전에 자기 돈을 박은 것이다.
-이 정도면 첫 번째지? 내가 손님 모시고 가는데 괜한 망신 주면 황룡고고 황충고고 다 박살날 줄 알아. 돈값 제대로 해.
-알, 알겠습니다.
“……”
남학기는 매우 민망한 표정을 지었다.
이걸 누가 예상할 수 있었겠는가.
작은 액수도 아닌데 그 짧은 사이에 투자금을 두 배로 박는 사람이 있을 줄이야!
‘대체 한성 그룹에서 왜 두 배로 올린 거지? 고천식이 그렇게 탐나는 인재인가?’
“…아니!?”
비웃는 한세하와 눈이 마주친 남학기는 그제야 진실을 깨달았다.
‘한세하 헌터…!’
한세하가 그에게 굴욕을 주기 위해 투자금을 두 배로 올린 것이다.
돈이 넘쳐나는 A급 헌터인 한세하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
A급 헌터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괴팍하고 자기밖에 모르는 성격!
“정말 어이가 없군. 날 견제하기 위해 그런 쓸데없는 돈을 쓰다니.”
“…뭔 개소리야 이 새끼야!? 너 때문 아니야!”
“말이야 그렇게 하겠지.”
“너… SNS에 ‘남현 그룹 후계자 황룡고 옥상에서 알몸으로 번지점프’올라가고 싶어?”
한세하는 살기 넘치게 협박했다. 남학기는 움찔하며 뒤로 물러섰다. 호위가 있다지만 A급 헌터한테는 비교도 되지 않는 것이다.
“세하 친구냐?”
“아니거든요!?!?”
“남현 그룹 남학기군.”
“누구신데 저를… 헉. 이창식 헌터! 이렇게 뵙다니, 영광입니다.”
남학기는 자세를 바로잡고 인사했다.
지금은 은퇴했지만 이창식은 한 때 한국을 대표하던 A급 헌터.
아무리 남학기라 하더라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거물인 것이다.
“저번에 연회장에서 뵌 적 있습니다. 정정하신 모습을 뵈니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그래. 자네도 잘 지내는 거 같군.”
“옆에 계신 분은…”
‘최연승!’
남학기는 금세 얼굴을 알아보았다.
A급 헌터가 셋!
남학기는 현기증이 나는 걸 느꼈다.
고천식이 정말 그 정도 되는 인재였단 말인가?
다들 좋게 평가를 하긴 했지만 A급 헌터 셋이 데리고 가려고 올 줄이야…
‘투자금을 지금이라도 올리면… 아니. 무리다. A급 헌터 셋과 돈으로 경쟁하는 건 미친 짓이지.’
“그럼 이쪽이 가장 먼저 지명해도 되나?”
“예. 누구든지 말씀만 해주십시오. 혹시 학생이 거절하기라도 하면 제가 단단히 설득을 해놓겠습니다.”
“그런 소리를 자꾸 지껄이면 이사장 자리에서 쫓아내는 수가 있으니 조심하라고.”
최연승의 말에 이사장은 얼어붙었다.
“농담이야. 농담.”
“아. 예.”
“그러면 위성우를 데리고 가지.”
“예. …예? 그게 누굽니까??”
최연승은 설명하지 않고 돌아서서 나섰다.
남은 남학기와 이사장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보았다.
위성우가 누구야…?
* * *
“좀 더 설명하고 오는 게 나았을지도 모르겠군.”
“그 이사장이요? 아니면 그 세하 친구?”
“진짜 아니라고요…!”
한세하는 어찌나 분했는지 눈물까지 글썽였다.
최연승은 당황해서 말했다.
“미안하다. 앞으로는 안 그럴게.”
“진짜… 아닌데…! 이씨이…”
한세하는 울먹임을 참고 소매로 눈가를 닦았다.
슬픔의 눈물이 아니라 분노의 눈물이었다.
그렇다고 최연승한테 화를 낼 수는 없으니 저렇게…
‘한세하 헌터는 문제가 좀 있는 거 같은데.’
이창식은 속으로 생각했다.
“위성우 그 친구한테 말이야. 아마 지금쯤 어리둥절해하고 있을 테니까.”
한성 그룹에서 데리고 간다는 설명을 듣고 있을 테니, 황당하기 그지없으리라.
이름 들어 본 적 없는 중소클랜도 아니라 한국에서 유명한 그룹인 한성 그룹에서 데리고 간다니.
복권에 당첨된 것보다 더 현실성이 없게 느껴질 것이다.
“어차피 나중에 만나게 되면 설명할 기회 있을 거 아닙니까.”
“그래. 맞는 말이군.”
그 뒤로도 일행은 다른 곳들을 돌아다녔다.
처음 고등학교에서 의외의 소득을 거뒀기에, 다른 곳들도 괜찮을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서.
…그러나 의외로 인재들은 찾기 힘들었다.
“으음…”
“제가 너무 기준이 높은 겁니까?”
“아니. 그건 아니지.”
이창식은 고개를 저었다.
최연승의 기준은 엄격하긴 했지만 높은 편은 아니었다.
잠재력 있고, 가치관이 맞는다.
단순히 이 두 가지뿐.
그런데도 찾기 힘든 건 다른 데에 이유가 있었다.
“일단 일차적으로 정말 재능 있는 인재면 열 살도 되기 전에 해외에서 스카우트가 들어오긴 하지.”
예전처럼 한국에서 헌터 하기 힘들지는 않다지만, 여전히 해외는 매력적인 땅이었다.
해외 쪽 기관들은 가족들 돈까지 다 내준다면서 유망주들을 유혹하곤 했다.
“그리고… 보통 재능 있는 놈들은 어렸을 때부터 오냐오냐 키워지는 경우가 많아서…”
“아주 싸가지가 없어지는 거군요.”
한세하가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창식은 순간 황당하단 표정을 지었다.
‘아니…’
네가 그러면…?
어찌되었든 어렸을 때부터 과한 기대를 받으며 성장하는 유망주들은 힘든 일을 절대 하고 싶지 않아했다.
그걸 욕할 생각은 없었지만 아무래도 최연승이나 이창식이 원하는 인재와는 거리가 좀 있는 것이다.
둘이 원하는 건 예전에 같이 있던 클랜 사람들처럼 강함에 굶주린 헌터!
하여튼 그런 만큼 인재들을 찾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도 지금 가는 곳은 조금 기대해도 좋을 거다.”
이창식은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가는 곳은 바로 경기장이었던 것이다.
헌터들을 키우는 학교들은 그냥 얌전히 키우지 않았다.
꾸준히 대회에 내보내며 실적을 쌓고 훈련을 시키며 외부에 광고를 했다.
지금 가는 ‘철혈기 전국고교헌터대회’도 그런 대회 중 하나였다.
나름 유망주들이 몰려와서 하루 동안 치열하게 맞붙는 대회!
그만큼 민간의 관심도 높고 스카우트들도 많이 몰리는 곳이었다.
“근데 왜 이름이 철혈기입니까? 대통령기, 전국종합, 이런 게 아니라?”
“…그러게?”
이창식은 대답을 회피했다. 한세하가 대신 대답했다.
“철혈빙제의 이름을 따와서 붙인 걸 거예요.”
“오.”
“…!”
이창식은 한세하를 원망의 눈빛으로 쳐다봤지만, 한세하가 그런 걸 신경 쓰는 사람이 아니었다.
* * *
“에이씨…”
중국 소속 클랜 헌터, 양하이펑은 불평 섞인 소리를 냈다.
같이 따라온 수행원들은 양하이펑의 심기가 불편하다는 걸 깨닫고 시선을 피했다.
“아무리 당이라도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니들이 한국인이라면 중국에 오겠냐? 그렇게 단물을 빨아먹고 뱉어댔는데??”
“……”
“……”
양하이펑이 신경질을 내는 이유가 있었다.
당에서 명령이 내려온 것이다.
-한국 쪽 가서 유망주 스카우트 해와라.
…당에서 까라면 밑에 클랜에서는 까야 했다.
클랜 내에서 스카우트 일 한 적 있는 양하이펑이 동원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한 20, 30년 전이라면 ‘기회의 땅! 중국으로! 드넓은 대륙이 당신을 환영합니다!’같은 문구로 꼬실 수 있을지도 몰랐다.
실제로 한국 헌터들도 그 때 중국으로 많이 건너갔다.
막대한 보수와 좋은 대우에 혹해서 넘어간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별로 좋지 못했다.
목숨 걸고 레이드를 하면 각종 핑계를 대고 흠집을 잡아 보상 깎기, 약속한 보수는 은근슬쩍 나눠서 미루기, 위험한 자리 있으면 먼저 보내기 등등.
이제 한국에서도 소문이 날대로 나서 중국 쪽으로 가는 헌터는 드물었다. 다른 나라로 가면 갔지.
“이미지 관리를 해야지 어떻게 된 게 당 간부란 사람이 나보다도 생각이 없어요!”
“그, 그래도 이번 경기는 좀 기대되지 않으십니까?”
이번 철혈기 대회에는 한국 헌터들만 나오지 않았다. 중국 쪽 유망주들도 한 팀 초대 받은 것이다.
아직 어린데도 실력이 대단해서 인기가 폭발적인 이들!
만약 이들이 여기서 우승이라도 하면 한동안 중국 언론 전부가 이 일을 떠들 게 분명했다.
-역시 소국은 대국을 이길 수 없…
-중화의 힘을 만방에…
“기대야 되는데, 일 못 해내면 너희들도 욕 같이 먹는데 경기가 눈에 들어오냐?”
“구궈오 님은 어디 계십니까?”
부하들은 화제를 돌렸다. 더 이야기해봤자 욕만 나온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모르겠다. 내내 방 안에만 있고. 아니, 오기 싫으면 그냥 오지 말자고 하던가. 나도 그러면 편했을 텐데!”
이번 대회에서 초대 받은 손님으로서 축사를 맡은 당 간부, 구궈오.
그런데 이 구궈오가 자리에는 잘 나오지 않고 방에만 틀어박혀 있으니 양하이펑 입장에서는 신경이 거슬렸다.
나와서 떠들던가 무슨 도움이라도 주던가 해야지…
“경, 경기 시작합니다.”
“그래. 경기나 보자. 지는 것보다는 이기는 게 낫겠지.”
양하이펑은 한숨을 쉬며 시선을 돌렸다.
드넓은 경기장에 헌터 유망주들이 들어와서 인사를 하는 게 눈에 들어왔다.
솔직히 별 관심은 안 갔지만, 일단 이기긴 해야 했다. 지면 그건 그거대로 골치가 아파졌으니까.
‘뭐, 별 일 없으면 이기겠지.’
한국 유망주들이야 그냥 별 생각 없이 대회 중 하나라고 여기고 있겠지만, 중국 쪽에서 초대 받은 팀은 오기 전에 그야말로 살벌한 훈련을 거쳤다.
완성도 자체가 다를 수밖에 없는 상황.
별다른 일이 아니면 이길 상대가 없었다.
“VIP 석인데 왜 사람이 있어? 이러라고 비싼 돈 내는 줄 알아?”
“죄, 죄송합니다. 원래는 단독으로 쓰는 공간이지만, 예상치 못한 귀빈께서 참석하셔서…”
“???”
뒤에서 들리는 소리에, 양하이펑은 고개를 돌렸다.
뭐지?
이 불길한 느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