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358)
358화
‘어찌되었든 잘 됐군.’
최연승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말했다.
“그렇게 말해주니 미안하면서도 고맙군. 너무 원망하지 말게. 나도 드래곤 인더스트리를 잘 이끌어야 할 책임이 있으니까.”
“…?????”
악수하고 어깨 두드려 준 다음 유유히 걸어 나가는 최연승의 모습에, 자리에 있던 웨스턴 시스템즈 사람들은 입만 뻐끔거렸다.
지금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침, 침착해라. 허세일 거다.”
스탠키 회장이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스탠키의 손끝도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허… 허세입니까?”
“그래. 드래곤 인더스트리 쪽 브레인들이 조언을 해줬겠지. 우리 쪽을 압박하려고.”
스탠키는 확신했다.
게이트가 지구에 열린 이후, 수십 개가 넘는 전세계의 대형 보험 회사들이 파산하곤 했다.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사건들이 매일 매일 튀어나오는 것이다.
거대 무역선이 몬스터 습격으로 실종되고 잘나가던 제조업 회사가 던전 폭발로 인해 공장 라인이 날아가고 등등.
지금이야 어느 정도 사례가 늘어나고 질서가 잡혔지만 그 때는 정말 아수라장 그 자체였다.
이제는 사건이 터지면 서로 어떻게 책임을 물을지 정해진 규칙이 몇 개 있긴 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역시…
-이게 왜 우리 책임이란 말인가! 몬스터 하나 제대로 잡지 못한 A국 정부 탓이다!
-이게 왜 우리 나라 탓이란 말인가! 자기네 공장을 지키기 위해서 헌터들을 적게 파견한 B 기업 탓이다!
…목소리 크게 내는 것!
농담 같이 들렸지만 진짜였다. 약육강식의 세계에서는 무조건 강하게 나가야 했다.
결국 아쉬운 쪽이 굽히게 되어 있었으니까.
“걱정하지 마라. 드래곤 인더스트리가 필요로 하는 물량을 바로 공급할 수 있는 회사가 그렇게 많지 않을 테니까. 흔들리지 않으면 다시 연락이 올 거다.”
-여러분! 저는 프랑스를 더 위대하게 만들었습니다! 어비스에 프랑스의 도시를 건설했고, 말 안 듣는 매국노 헌터 놈들과 기업 놈들을 때려잡았습니다!
-와아아아아! 대통령 만세! 프랑스 만세!
“프랑스 놈들 미친놈들이라니까요.”
“저런 대통령을 뽑아줬다는 것 자체가 프랑스가 망할 징조지. 우리 미국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인데 말이야.”
스탠키 회장은 입에 담배를 물고서 뉴스를 욕했다.
나름 지위 있고 권력 있는 사람들 중에서 현재 프랑스를 비웃지 않는 사람은 드물었다.
일종의 코미디 같은 상황 아닌가.
제대로 된 경력 없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아주더니, 그 대통령이 지금 온갖 폭언과 실언을 내뱉어도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었다.
반응에 취한 조르주 대통령은 더욱 더 뜨겁게 외쳤다.
-저기 저 동방의 나라 코리아를 보십시오! 왜 저 나라가 강해질 수 있었겠습니까? 한국인들은 군말 하나 없이 나라를 위해 희생할 줄 아는 사람들입니다! 여러분들도 프랑스를 위해 희생하십시오!
-와아아아아! 대통령 만세!!
뜨거운 연설 현장에 한국인들이 있었다면 ‘저게 시발 뭔 소리야?’하며 기겁을 했을 테지만, 불운하게도 여기는 한국인들이 없었다.
열광 상태에 빠진 프랑스인들은 박수를 쳐댔다.
-여기 벨세리프 대표도 있습니다! 자랑스러운 프랑스의 기업을 이끌고 있는 사람입니다! 이번에 미국 기업의 코를 납작하게 하고 새로운 계약을 따낸 이 사람에게 박수를!
-와아아! 벨세리프! 벨세리프!
“…?”
스탠키는 가만히 앉아서 듣고 있다가 갑자기 소름이 돋았다.
벨세리프면…
경쟁 회사 중 하나인 토리가바 대표 아닌가?!
“확… 확인! 지금 당장 확인해봐!!!”
* * *
벨세리프는 돌아오자마자 직원들과 포옹을 나눴다.
“모두가 도와준 덕분이야! 다 같이 힘내지 않았다면 이런 계약은 따낼 수 없었을 거야.”
“아닙니다. 벨세리프 씨가 지원을 받아온 덕분 아닙니까!”
“그런데 조르주 대통령 정말 괜찮은 거 맞습니까? 미친 사람 같던데…”
“…어쩔 수 없으니 우리는 우리 일만 신경 쓰세.”
벨세리프도 부하 직원들이 무엇을 걱정하는지 알았다.
지금이야 조르주 대통령이 ‘우리 프랑스인! 우리 프랑스 기업!’하면서 챙겨줬지만 언제 성격이 돌변해서 날뛸지 모르는 것이다.
“최연승 헌터도 만나보고 오셨다면서요?”
“어떤 사람이었습니까?”
자리에 있던 직원들이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질문을 던졌다.
프랑스는 기본적으로 해외 헌터들에게 별 관심이 없었다.
일종의 자부심 때문이었다.
미국의 A급 헌터들이 무슨 활약을 하든, 프랑스 헌터들의 활약을 우선적으로 보고하고 사람들도 거기에만 관심을 가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예외가 있었는데 그게 바로 최연승이었다.
“저번에 동생이 파리에 있다가 최연승 헌터 덕분에 목숨 건졌다고 하더라고. 팔은 좀 부러졌다는데.”
“정말? 불행 중 다행이군. 팔은 왜 부러진 거야?”
“최연승 헌터가 부러뜨렸대.”
“뭐!? 그렇게 안 봤는데…”
“아니야. 내 동생이 대피 안 한다고 술 마시면서 지랄했다는군. 부러질 만 했지.”
“아. 그건 좀…”
“이봐. 헌터들한테 환상 갖지 말라니까. 최연승도 사람이야. 뒤에서는 평범하게 마약 빨고 사람 죽이고 다닐 거라고.”
직원들의 대화에 벨세리프는 손을 내저으며 대답했다.
“아니. 최연승 헌터는 예의 바르고 성실한 사람이었어.”
“정말입니까!? 그 정도 위치면 들어오는 사람보고 무릎으로 기어오라고 할 줄 알았는데…”
“자네들은 미국인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건가?”
직원들의 반응에 오히려 벨세리프가 더 황당해했다.
하지만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헌터는 싸가지 없고 오만한 놈들이었다.
등급이 높을수록 더욱 더 재수없어지기 마련.
거기에 대기업을 맡고 있는 회장들도 헌터 만만찮게 싸가지 없고 오만한 놈들이었다.
이들도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마찬가지로 재수없어졌다.
이 두 개를 합쳤는데 사람이 겸손하고 예의바르다면 그건 사람이 아니라 돌연변이라고 봐야 했다.
“하지만 정말인걸.”
“허어… 믿기지가 않는군요.”
대화하던 도중, 직원 중 한 명이 전화를 받았다.
“예. 예? 예. 사실입니다. …아니. 끊었잖아?”
“왜 그러나?”
“갑자기 이번에 계약 발표한 게 사실이냐고 묻더니 끊는군요.”
“하하. 그만큼 놀라웠던 거겠지.”
벨세리프와 직원들은 서로 축하를 나눴다.
어떤 이유든 간에 커다란 계약을 따냈으니, 정말 이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열심히 할 생각이었다.
* * *
“이게 다 뭡니까?”
“한세하 헌터가 갖고 온 식물 샘플들. 조심해라.”
“세상에! 정말 귀한 거 아닙니까!?”
“아니야…”
“…아닙니까?”
한성 바이오의 연구원들은 한세하가 중국에서 갖고 온 식물 샘플들을 하나씩 분류하고 있었다.
그러나 부장 자리를 맡고 있는 수석연구원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한세하 헌터가 A급 헌터긴 하지만 이런 걸 보는 눈은 없지 않나. 그냥 마구잡이로 갖고 온 거겠지.”
“아…”
연구원들은 탄식을 내뱉었다.
게이트가 열리고 나서 평범하던 동, 식물들도 변하는 경우가 종종 생겼다.
일반인들도 ‘이거 산삼 아닙니까?’ ‘산삼은 아닌데 모양이 비범한데 뭔가 먹으면 좋아지지 않을까요?’하면서 들고 오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보통은 그냥 모양만 변한 게 대부분이었다.
이런 걸 알아내려면 아주 전문적인 기술과 연구가 필요한 것이다.
“한세하 헌터께서 위로 올라왔다고 하셨는데 저희 회사 괜찮은 거 맞습니까?”
“매각될지도 모르겠다. 실적이 워낙 나쁘지 않냐.”
“그, 그런…”
“떠들지 말고 분류나 해!”
연구원들은 떠들던 걸 멈추고 작업에 들어갔다.
이런 종자를 구분하고 분석하는 일은 지루하면서도 오래 걸리는 일이었다.
하나하나 표본을 채취하고 성분 분석하고 각종 테스트 하고 성능이 뭐가 있는지 확인하고…
“야. 그 아티팩트 어디 있었지?”
“갖고 오겠습니다.”
“헌터 출신이 있어서 편하다니까.”
“제가 E급도 못 찍었는데…”
“그게 무슨 상관이야? 이렇게 마력 공급할 수만 있으면 최고지. 여기서 몬스터라도 잡으려고?”
하나둘씩 작업이 끝나고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연구원들은 하품을 하며 결과를 읽었다.
“…???”
“왜 그래?”
“이, 이거 제대로 측정한 거 맞습니까?”
“당연히 제대로 측정했… 야. 이거 다시 해봐라.”
연구원들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흔하게 볼 수 있는 버섯 종류에서 몇 배는 강력한 마력이 검출된 것이다.
“해독 효과가 너무 좋은데요? 잘못 나온 것 같…”
“아니잖아?!”
“다음 거 갖고 와봐!”
연구원들은 혼란에 빠진 얼굴로 하나씩 확인에 들어갔다.
들판에 널린 수백 개의 약초들 중에서 가장 좋은 것만 뽑은 것처럼, 하나같이 다 놀라운 결과를 자랑했다.
“……”
“……”
연구원들은 경악에 찬 얼굴로 서로를 쳐다보았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 * *
“간신히 수습했군.”
최연승은 골치 아픈 표정으로 서류를 옆으로 던졌다.
토리가바는 물론이고 이번에 중국 때문에 멈춘 물량을 구하느라 이리 뛰고 저리 뛴 것이다.
심지어 최연승이 일을 다 맡은 것도 아니었다. 그룹 내의 대표들도 알아서 자기 할 일을 맡아줬는데도 이 정도였다.
‘새삼 경룡이 형이 존경스러워지는군.’
황경룡은 이렇게 힘든 일을 같이 하고 있었단 말인가?
겉으로 봤을 때는 그냥 요트 타고 파티 즐기고 새로 결혼하고 이혼하고 엉엉 울고 하는 줄만 알았는데…
‘다음에 영역 가면 사과드려야겠군.’
“최연승 님?”
비서 중 한 명이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리고 들어왔다.
그 모습에 최연승은 한숨이 나오려는 걸 참아야 했다.
무공 수련이야 몇 만 번을 하더라도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는 최연승이었지만, 업무 서류는 본능적으로 공포가 들었던 것이다.
“이번에 그룹 소속 헌터 중 한 명의 A급 승급이 확정시될 것 같습니다.”
“!”
잘 아는 이야기에 최연승이 몸을 일으켰다.
헌터 이야기라면 비교적 좀 나았던 것이다.
“잠깐. A급 승급이라면…”
“예. 아마 이탈이 확실시 될 것 같아서 최연승 님께 보고를 드리려고…”
“으음.”
커다란 기업일수록 상위 헌터 한 명만으로 굴러가지 않았다.
오히려 믿을 만한 하위 헌터들이 훨씬 더 많이 필요했다.
길 잃은 몬스터들이 생산 시설로 오지 않도록 막으려면?
헌터들이 필요했다.
던전이나 어비스에서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수급하려면?
헌터들이 필요했다.
새로 마법을 개발하거나 아티팩트를 개발하려면?
역시 헌터들이 필요했다.
당연히 드래곤 인더스트리도 어마어마한 숫자의 헌터 클랜들을 데리고 있었고, 그것도 모자라서 몇몇 대형 클랜들과 제휴 관계까지 맺고 있었다.
이렇게 키우다 보면 헌터들의 등급이 올라가기 마련.
“A급이면 아마 나가겠지?”
“저… 저한테 물으신 거라면, 아마 나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군. 그렇겠지.”
최연승도 헌터인 만큼 잘 알았다.
기업 밑에서 일하면 안정적인 보상과 대우가 제공됐지만, A급을 찍으면 사실상 그 나라에서 정점을 찍은 헌터라고 봐야 했다.
더 이상 기업의 대우에 연연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아마 새로 나가서 자유롭게 즐기고 싶겠지.
“그래. 만나봐야겠군. 내가 직접 가보도록 하지.”
* * *
안토니는 도취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드디어 A급을 찍은 것이다.
스스로 의심한 적은 없었지만 감회가 남다른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저 새끼 지한테 취해 있는 거 재수없지 않냐?
-쉿. 오늘은 즐기게 내버려두자고.
같은 클랜 동료들의 질투는 새가 지저귀는 소리 정도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최연승 헌터께서 오셨습니다.”
“!”
안토니는 최연승이 왔다는 말에 눈을 크게 떴다.
같은 클랜의 동료긴 했지만, 동료라고 하기에는 최연승의 사회적 신분이 너무 높아지긴 했다.
하지만 안토니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드디어 A급으로 올라가게 되지 않았던가.
최연승이 ‘널 인정한다. 안토니. 역시 이카로스 클랜의 허접한 놈들을 이끌 사람은 너밖에 없군!’이라고 말하는 걸 생각하니 벌써부터 흐뭇했다.
“그래서 슈나이더. 클랜은 언제 나갈 생각이지?”
“……”
안토니는 최연승의 말에 정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