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400)
400화
칼라스네겐은 그렇게 외치고 나서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꼬리로 바닥을 탁탁 쳤다.
그러는 사이 최연승은 주변을 빠르게 확인했다.
‘전부 잡혔으면 보통 일이 아니다.’
적을 죽이는 것보다 적을 사로잡는 게 훨씬 힘든 일이었다.
아무리 권속들이 필멸자라지만 나름 성좌들에게 지원을 받고 있던 이들.
그런 권속들을 저렇게 쉽게 제압하다니.
‘굳이 불리한 싸움을 할 필요가 없…’
“나오십시오, !”
“아니. 칼라스네겐.”
최연승은 살짝 당황했다.
아무리 분노해도 그렇지 지금 요리사 성좌를 자극해서 좋을 게 없었다.
“다른 권속들이 대거 붙잡혔다면 성좌들이 물러설 리 없을 테니, 싸울 거면 그 때 싸우는 게 낫지 않겠나?”
“저렇게 비겁한 성좌는 단 1초라도 용서할 수 없습니다. 제 주인님의 이름을 걸고 맞서 싸우겠습니다.”
‘자고 있다고 하지 않았나?’
최연승은 칼라스네겐의 주인이 술에 취해 곯아떨어졌는데 제 때 달려올 수 있겠냐고 물으려다가, 아무리 그래도 너무 무례하게 느껴져서 멈췄다.
아직 남아 있는 놈들이 있었나.
“!”
멀리서 힘의 폭풍이 몰려오더니 흐릿한 박무(薄霧) 상태에서 점차 형체를 갖추기 시작했다.
가 아직 여기에 남아 있었던 것이다.
성좌의 압도적인 존재감 앞에서도 칼라스네겐은 꼿꼿하게 외쳤다.
“당신의 비겁함은 선을 넘었습니다. 성좌라는 존재가 그런 치졸한 수법을 쓰다니.”
제법 간덩어리가 큰 나가로구나. 내가 을 두려워할 것 같으냐?
“두려워하든, 두려워하지 않던 상관하지 않습니다. 어비스에서 가장 나약한 필멸자도 당신 같은 비겁한 성좌를 섬기지는 않을 테니 말입니다!”
“……”
옆에 있던 최연승은 이상하게 자신을 욕하는 기분이 들어서 찜찜해졌다.
이미 모여 있던 권속들을 처리한 요리사 성좌는 여유로웠다. 칼라스네겐의 모욕에도 천천히 대답했다.
이 제법 훌륭한 권속을 두었군. 하지만 상대를 잘못 골랐다. 나가. 에게 원한은 없지만, 나는 복수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기로 결정했다. 너 또한 내 포로가 되어줘야겠구나.
“해볼 테면 어디 한 번 해보십시오.”
칼라스네겐은 쉿쉿거리며 힘을 불러내기 시작했다. 요리사 성좌는 가소롭다는 듯이 손을 뻗으려다가 멈칫했다.
잠깐. 의 권속인가?
“…그렇다.”
최연승은 이 상황에 별로 끼고 싶지 않았지만, 이미 나타난 이상 그건 무리였다.
요리사 성좌는 잠깐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
의 권속이라면… 기회를 주겠다. 너는 물러나도 좋다.
[가 장난하냐고 화를 냅니다!] [가 분노합니다!] [이 성좌를 모욕합니다!] [가…] […]방금 전 패배로 날카로워져 있던 악신 성좌들이 단체로 분노해서 욕설을 퍼부어댔다.
미친 성좌 놈이 앞뒤 안 가리고 주변을 공격하고 있으면서 갑자기 에게만 예외를 두는 게 믿기질 않았던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요리사 성좌는 단호하게 무시했다.
돌아가라. 네 주인에게는 받은 게 있으니.
‘나쁜 선택은 아니긴 하지만…’
요리사 성좌가 저렇게 예외적으로 자비를 베푼 게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최연승 입장에서도 이렇게 불리하게 싸우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상대가 성좌라면 최연승도 전력을 드러내고 싸워야 하는데, 존재력도 묶고 무공만으로 상대해야 하는 것이다.
실로 가혹하기 그지없는 싸움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이렇게까지 흘러가면 그 다음 상황도 예상이 가기 마련.
[가 당신에게 축복을 부여합니다.] [이…] […]방금 전, 치졸한 함정으로 크게 피해를 본 성좌들이 분노의 축복을 시전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선신 성좌고 악신 성좌고 별 차이가 없었다.
[성좌들이 보상을 약속합니다!] [에게 상처를 입히라고 요구합니다.]최연승은 몸 안쪽에서 끝없는 힘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자신의 힘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성좌들이 빌려준 힘.
이러한 힘을 빌려서 싸우는 거라면 한 번 해볼 만한 일이었다.
하물며 보상이 걸려 있다면 더더욱.
“미안하게 됐군.”
정말 아쉽구나. 경고를 했는데도.
요리사 성좌는 진심으로 안타까워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복수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 너 또한 내 포로가 되어줘야겠다!
마지막 말과 함께, 요리사 성좌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 * *
‘상대의 권능을 조심해야 한다.’
사실 필멸자들 중에서 성좌들의 싸움 방식에 가장 익숙한 건 최연승일 것이다.
다른 권속들은 아무리 뛰어나고 유능하더라도 성좌와의 싸움을 경험해 볼 일이 별로 없었다.
보통 성좌와 싸우면 뼈도 추리지 못하고 죽을 테니까.
성좌와 맞설 때 가장 주의해야 하는 건 바로 권능이었다.
온갖 다양한 마법과 공격 스킬들은 예상하고 대응할 수 있었다.
성좌와 맞서 싸울 정도의 필멸자쯤 되면 한 왕국의 대마법사나 A급 헌터는 되는 것이다.
성좌의 마력이 10,000이고 필멸자의 마력이 100이라고 쳤을 때, 성좌가 금방이라도 압도할 것 같았지만 이것만 놓고 보면 의외로 필멸자가 버티는 게 가능했다.
서로 쓰는 대마법은 똑같이 10의 마력만 소모되는 것이다.
물론 일반적으로 성좌가 더 마법에 뛰어나고, 각종 희귀한 스킬들을 갖고 있고, 전체 마력량만 봐도 수십 배가 차이나는 만큼 장기전으로 가면 당연히 이길 수 없겠지만…
필멸자가 성좌 상대로 버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어비스의 상식을 벗어나는 일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성좌에게는 존재력이 있었다.
단순히 스킬을 얻고 레벨을 올리는 것만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존재의 극한에 도달한 자만이 보여줄 수 있는 강력한 힘.
그리고 이 존재력을 갈고 닦은 것이 성좌의 권능이었다.
존재력을 쓸 수 없는 필멸자 입장에서는 이 권능은 그냥 자연재해나 마찬가지였다.
절대 피할 수 없는 강력한 파도!
파바바바밧-
최연승의 모습이 마치 안개처럼 흩어지며 주변에 잔상을 남기기 시작했다.
여러 성좌들에게 축복을 받은 이상 내공을 아낄 필요도 없었다. 최연승은 전력을 다해 보법을 전개했다.
무공의 끝에 도달한 자만이 보여줄 수 있는 빠르기!
[이 찬사를 보냅니다!]보고 있던 성좌들에게도 최연승의 움직임은 깊은 감명을 준 모양이었다.
원래도 변칙적이고 빠르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거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간 움직임을 보여줄 줄이야.
대마법사의 연속 텔레포트나 좌표 텔레포트보다 훨씬 더 빠른 움직임이었다.
쾅!
칼라스네겐은 거대한 삼지창을 공중에서 불러내더니 마치 춤추듯 휘둘렀다.
[칼라스네겐이 주인의 권능을 불러옵니다.] [이 맡긴 권능이 요동칩니다!]“!”
!최연승도, 요리사 성좌도 놀랐다.
어비스에서 성좌의 권능을 그대로 맡고 있는 권속은 흔치 않았다. 그만큼 술과 춤의 뱀이 칼라스네겐을 신뢰한다는 뜻이었다.
…아니면 그냥 귀찮아서일 수도 있고.
그렇게 지껄일 자격이 있긴 하구나!
요리사 성좌도 권능을 그대로 맞아줄 생각은 없었는지 빠르게 움직였다.
거대한 힘의 구름 형태였던 요리사 성좌의 모습이 바뀌었다. 면적을 넓게 갖고 있어봤자 좋을 것 없다는 판단이었다.
작디 작은 요정으로 변한 요리사 성좌는 연속으로 텔레포트를 시전하며 칼라스네겐을 위협했다.
빠르고 변칙적으로 움직이는 최연승보다, 비교적 느릿한 칼라스네겐을 먼저 제압하려는 속셈이었다.
으윽…!
그 순간 요리사 성좌가 신음했다.
칼라스네겐에게 가까이 접근하는 순간 강력한 현기증과 함께 방향감각이 사라진 것이다.
[의 권능, 현혹의 춤이 당신을 붙잡습니다!]성좌에게 타격을 줄 정도의 스킬은 역시 다른 성좌의 권능밖에 없었다.
요리사 성좌는 존재력을 모아서 현혹을 떨쳐내려고 했다.
그 순간 최연승이 벼락같이 달려들었다.
먼 거리를 단숨에 좁혀버리는 축지(縮地)의 공격.
요리사 성좌는 솔직하게 감탄했다.
‘강한 성좌 밑에 약한 권속이 없다더니, 과연 을 섬기는 권속답구나!’
요리사 성좌가 뱀 성좌의 권능에 당한 순간을 포착하고 덤벼드는 센스도 센스지만…
감히 성좌 상대로 근접전을 하겠다고 덤벼드는 용맹함은 어비스에서 보기 힘들었다.
평소에 제 주인만 믿고 건방지게 지껄이던 놈들도, 정작 성좌를 대면하면 그대로 얼어붙는 것이다.
타고난 힘의 차이가 있으니 당연한 일.
하지만 가끔 이렇게 힘의 차이를 떨쳐내고 덤벼들 정도로 용맹한 필멸자가 나타나곤 했다.
‘아쉽구나. 인간으로 태어나지 않았다면 더욱 더 대단한 존재가 되었을 수도 있었을 텐데!’
요리사 성좌는 그렇게 생각하며 최연승을 제압하려고 했다.
지구의 인간들은 자신들이 뭐라도 된 것마냥 거들먹거리지만, 어비스의 종족들이 보기에 인간은 그저 오만에 찬 풋내기들이었다.
스스로 무리 짓고 살면서 개개인의 강함을 포기한 약한 종족.
!!!!
공방(攻防) 교차.
요리사 성좌는 경악에 물든 눈으로 최연승을 쳐다보았다. 방금 일어난 일을 이해하기 위해서였다.
[가 휘파람을 불며 환호성을 지릅니다!] [이 박수를 칩니다!] […]보고 있던 성좌들, 특히 악신 성좌들이 매우 기뻐했다.
같은 경우에는 방금 최연승에게 권속을 뺏기기까지 했는데 찬사를 보내고 있었다.
아마 아직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게 분명했다.
방금, 뭘 한 건지 물어봐도 되나?
“공격을 흘려보냈을 뿐이다.”
공격을? 과연…
요리사 성좌는 납득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요리사 성좌는 다가오는 최연승에게 막대한 마력을 뿜어내며 넓은 채찍처럼 후려갈겼다.
말이 채찍이지, 최연승 입장에서는 거대한 파도가 순간적으로 솟구치며 덮쳐오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공격이었다.
무조건 도망치지 않으면 피할 방법이 없는 공격.
그런데 최연승은 그 파도를 뚫고 요리사 성좌 앞에 접근했다.
요리사 성좌 입장에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었다.
기술의 극한… 놀랍군. 마법도 그렇게까지 갈고 닦는 자는 드문데.
대마법사도 마법 하나만 극한으로 파는 경우는 드물었다.
하지만 가끔 마법 하나에 꽂혀서 그 마법으로 특이한 묘기를 보여주는 필멸자들이 있었다.
극한까지 갈고 닦여진 스킬의 가능성.
최연승이 보여준 무공은 그런 계열의 묘기가 분명했다.
왜 공격을 넣지 않았지? 분명 넣을 수 있었을 텐데.
“나도 기회를 준 거다.”
무슨 기회?
“물러날 수 있는 기회.”
…!
요리사 성좌는 순간 이해를 하지 못하고 당황스러워하다, 뒤늦게 이해하고 입을 다물었다.
처음 나타났을 때 최연승에게 이 자리에서 물러나도 좋다고 했던 그 기회.
최연승은 필멸자로서 성좌에게 공격을 넣을 수 있는 천금 같은 기회를 버리고, 그 말을 그대로 돌려준 것이다.
침묵한 건 요리사 성좌만이 아니었다.
보고 있던 성좌들도 모두 경악했다.
그들 모두가 최연승을 이용해 요리사 성좌를 찌르려고 하고 있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고양이를 무는 생쥐를 기대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최연승이 보여준 모습은 고양이를 무는 생쥐가 아니었다.
같은 고양이만이 보여줄 수 있는 당당한 모습.
충격에서 벗어난 요리사 성좌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저런 필멸자는 어비스의 길고 긴 역사에서도 보기 드물었다.
[보고 있던 모든 성좌들이 당신의 모습에 진심 어린 찬사를 보냅니다.] [존재력이 크게 솟구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