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510)
510화
암석 뱀들이 초음파에 가까운 울음소리를 내며 다른 몬스터들을 불렀다.
그러자 서로 다른 종류의 몬스터들이 기민하게 움직이며 포위망을 만들기 시작했다.
몬스터들의 야성은 그대로 남아 있으면서 저런 움직임이 가능하다니.
의 권능으로 제압당했다면 야성이 없어야 했고, 제압당하지 않았다면 저런 질서정연한 모습을 보여줄 수가 없었다.
야성과 통제를 동시에 보여주는 지금 같은 상황은 타르두스에게 혼란 그 자체였다.
‘어떻게… 이럴 수가…’
* * *
“정말 통제가 되는 게 맞나?”
-…왜 스스로 하고서도 믿지 못하는 거니?
“내 입장이 되어봐라. 나태의 여신.”
최연승은 성좌전이 유리한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놓지 못했다.
여러 성좌들이 선물한 어비스의 강력한 몬스터들.
성좌전 직전까지 이 몬스터들을 어떻게 통제해야 고민하던 최연승은 결국 가장 믿을 수 있는 방법을 선택했다.
…암석 뱀한테 사용했던 방법을 다시 꺼낸 것이다.
모든 몬스터들을 전부 제압하겠다는 정신 나간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처음에는 그저 몇몇 우두머리 몬스터들 정도만 제압해서 효율을 올릴 생각이었다.
-덤벼라.
다짜고짜 말하는 최연승의 뒤에, 암석 뱀들이 따라다니면서 쉿쉿거리는 호전적인 소리를 냈다.
당연히 사나운 몬스터들은 분노해서 덤벼들었고…
흠씬 두들겨 맞은 다음 제압당했다.
암석 뱀들은 쓰러진 몬스터들 위에 올라가서 쉿쉿대며 도발하는 소리를 냈다.
-너희는 도발하지 말고 비켜서 있도록.
암석 뱀들은 시무룩해져서 물러났다.
최연승한테 맞고 쓰러진 몬스터는 다시 일어났다. 패배와 굴욕으로 인한 분노가 고통을 잊게 만들어준 것 같았다.
최연승은 다시 팼다.
쓰러진 몬스터는 이번에는 좀 천천히 일어났다. 일어날까, 말까 고민을 좀 한 모양이었다.
최연승은 다시 팼다.
뒤로 나뒹군 몬스터는 한쪽 눈만 슬쩍 뜨고 눈치를 봤다. 그러자 암석 뱀들이 꼬리로 쉿쉿대며 가리켰다.
최연승은 다시 일으켜 세웠…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몬스터가 직접 머리를 숙인 것이다.
‘아니?’
암석 뱀과 같은 현상을 기대하지 않았던 만큼, 최연승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게 통하다니.
황당했지만 한 번 통한 이상 안 할 수는 없었다.
최연승은 몬스터들을 손수 붙잡고 패면서 설득을 시도했다.
하면 할수록 몬스터들이 굴복하는 속도는 빨라졌고, 복종도도 올라갔다.
그 결과가 바로 지금 같은 광경이었다.
지성 없는 몬스터들이 정확하게 최연승의 뜻에 따라 움직이는 기적 같은 광경!
‘후계자는 아직 이게 어떤 의미인지 모르는 것 같구나.’
나태의 여신은 속으로 생각했다.
최연승 본인이야 아직 이 상황을 황당한 상황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지만, 나태의 여신이 보기에 이건 최연승이 성좌로서의 가진 권능이 발휘된 모습이었다.
성좌라고 꼭 의식적으로 힘을 발동시키지는 않았다.
게다가 최연승처럼 필멸자로서의 자아를 가진 성좌는 더욱 무의식적인 힘이 강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 휘하에 있는 몬스터들을 수련이라는 영역에 묶어 한 단계 더 강하게 만든 것이 분명해.’
방식은 거칠고 투박해보여도 최연승이 가진 성좌로서의 영역을 생각해보면 이런 추측이 가능했다.
이건 어떻게 보면 무의식적인 힘이었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만약 의식하고 권능을 썼다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존재력이 소모됐을지 알 수 없었다.
지성 없는 몬스터들을 하나하나 성좌의 입맛에 맞게 개조시키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
-내가 보기에는 제대로 통제되고 있는 게 맞단다.
“알겠다. 믿겠다. 나태의 여신.”
최연승은 고개를 끄덕이고 성좌전에 다시 집중했다.
여전히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나태의 여신이 이렇게 말한 이상 최연승은 쓸데없는 고민을 멈추고 눈앞의 싸움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다행히 상황은 최연승이 보기에도 확실히 유리했다.
야성이 제압된 몬스터들은 같은 힘으로 맞붙었을 때 훨씬 더 둔한 전투력만을 보여줬던 것이다.
‘상대 쪽에도 암석 뱀이 있나?’
전열이 밀리자 뒤쪽에서 대기하고 있던 적들의 몬스터들이 추가로 나타났다.
그 중에 암석 뱀도 있는 걸 보고 최연승은 눈썹을 찌푸렸다.
저런 걸로 상황이 뒤집혀지진 않겠지만, 암석 뱀들한테 정이 들었는지 괜히 기분이 나빴던 것이다.
-■■■■! ■■■■!
“?!”
그 순간 적진에 있던 암석 뱀들이 갑자기 난동을 피우기 시작했다.
의 권능을 뚫고 자아를 되찾은 것이다.
-…!
그 모습에 나태의 여신은 다시 한 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점점 더 최연승의 권능이 강해지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강해질 줄이야.
어쩌면 정말로 다른 최상급 성좌들과 맞붙어도 승산이 있을지도…
* * *
패배 직전으로 몰린 성좌전의 모습에 는 얼음 같이 차가운 눈빛으로 타르두스를 노려보았다.
무조건 이겨야 하는 싸움이 패배로 흘러가다니.
놈. 의 함정이었나.
“아닙니다…”
타르두스는 항변했다.
이번만큼은 의 함정이 아니었다.
을 견제해야 하는 상황에서 뭐하러 수집가 성좌 같은 패배자 성좌를 견제하겠는가.
그러나 수집가 성좌에게 그런 항변은 들어오지 않았다.
닥쳐라.
[의 권능, 짐독 왕관이 발동됩니다.] [의 권능이 발동됩니다.]수집가 성좌가 손을 휘두르고 타르두스의 머리 위로 왕관이 생기는 순간 바로 이 끼어들었다.
괜한 화풀이를 가만히 두고 볼 리 없었던 것이다.
[이 괜한 화풀이를 하는 대신 차분해지라고 경고합니다.] [자신이 영혼석을 줄 테니…]시끄럽다. 더 이상 네놈의 혓바닥에 놀아날 생각은 없으니.
는 영역에 거둔 손길을 거두었다. 주인과 그 힘이 사라지자 당황하는 신도들이 허공을 올려다보며 웅성거렸다.
수집가 성좌의 노예로 움직이던 자들은 갑자기 퍼뜩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았고, 귀한 핏줄을 가진 이유만으로 군림하던 자들은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허둥댔다.
[가 다음은 네놈의 차례니 기다리고 있으라고 에게 경고합니다.“뭘… 하려는…?”
타르두스는 수집가 성좌가 뭘 하려는 건지 이해하지 못했다.
패배가 쓰라린 건 이해가 갔지만, 이렇게 된 이상 에게 영혼석을 받아서 스스로의 존재나마 지키는 게 맞았다.
남은 왕국과 권속들을 모두 버리고 스스로에게 존재력을 집중시키다니.
마치 싸움이라도 걸려는 것처럼…
[가 접근합니다!]“!”
성좌전 승리만을 보고 있던 최연승은 갑작스러운 세계의 메시지에 눈을 크게 떴다.
갑자기?
-발악이다! 전투 준비해!
나태의 여신은 다급하게 외쳤다. 평소의 나른한 목소리는 어디로 갔는지 진심으로 당황한 목소리였다.
어비스의 긴 역사를 보면 가끔 이런 일이 있었다.
성좌전의 패배가 확정된 성좌가 보여주는 발악.
그건 성좌전의 패배를 덮어버릴 정도의 전면전을 일으키는 것이었다.
물론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미친 짓에 가까웠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것처럼, 성좌가 전면전을 일으키기 위해 영역을 떠나는 순간 영역의 모든 것들은 언제 어떻게 공격당할지 모르는 것이다.
하지만 성좌도 사람처럼 이성적이지만은 않았다.
잃을 거 없이 자존심만 남은 성좌의 경우에는 더더욱!
“다들 비켜라.”
최연승은 영역의 권속들에게 대피 명령을 내리고 빠르게 내달렸다.
최연승 휘하의 영역에 강력한 존재력의 장막이 쳐지고 다른 성좌들의 시선이 모두 밖으로 튕겨나갔다.
이로서 최연승의 영역은 어떤 성좌도 염탐할 수 없는 고립된 지역으로 변했다.
‘준비는 됐나.’
성좌로서의 힘을 쓸 수 있는 준비를 끝내자 최연승의 얼굴에는 흔들림 없는 각오가 서렸다.
가 날뛴다고 하더라도 질 생각은 없었다.
와라.
그렇게 생각하던 최연승은 멈칫했다.
‘…잠깐.’
최연승의 눈에 들어온 것은 광활한 대농장이었다.
오크들이 구슬 같은 땀방울을 흘려가며 갈고 닦은, 어비스에서 보기 드문 풍요로운 생명력의 대지.
지금 싸우면…
-나태의 여신! 농장을 치워버리고 싸움의 공간을 만들 수는 없나?
-지금 그런 여유를 어떻게 부리니! 상대가 아무리 약해져있다고 하더라도 무리지!
나태의 여신도 당황했는지 비명을 질렀다.
아무리 유리한 싸움이라 하더라도 성좌들간의 싸움은 절대 방심하면 안 됐다. 권능 한 번에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었다.
애써 가꾼 영역을 아끼는 최연승의 마음도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었지만…!
최연승이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 같자 나태의 여신은 애가 타서 외쳤다.
-패배하는 척 적을 유인해서 조화의 대농장에서 대수림 쪽으로 끌어들이렴! 거기서는 싸워도 되니까!
-그렇군.
달려 온 는 농장 한복판에 서있는 최연승의 모습을 보고 코웃음을 쳤다.
감히 필멸자 주제에 성좌를 직접 막겠다고 나서다니!
죽어라, 건방진 벌레 놈!
수집가 성좌의 손끝에서 거대한 지팡이 형태의 왕홀(王笏)이 모습을 드러냈다.
강력한 존재력이 번개치듯이 요동치며 왕홀에서 뿜어져 나와 최연승을 후려갈겼다.
……?!
그러나 놀랍게도 최연승은 멀쩡했다.
공격의 대부분은 보법으로 흘리고 존재력은 성좌로서의 힘으로 견뎌낸 것이다.
필멸자가 존재력을 너무 잘 견뎌내는 것에 수상함을 느껴야 했지만, 는 분노와 당혹으로 이상함을 깨닫지 못했다.
최연승이 성좌의 축복과 본인의 이동 스킬로 공격을 운 좋게 피했다고 생각한 것이다.
감히!
다시 공격이 날아들었다. 최연승은 맞는 척하면서 대수림 쪽으로 날아갔다.
압도하고 있었지만, 필멸자의 숨통 하나 제대로 끊지 못한 상황이 의 영혼에 불을 지른 게 분명했다.
수집가 성좌는 제대로 끝장을 내겠다는 듯이 대수림 방향으로 날아간 최연승을 향해 달려들었다.
나와라, 벌레 놈아!
[의 권능, 독수리 왕관이…]퍽!
그 순간 한 줄기 섬광이 대수림의 나무들 사이에서 솟구쳐 나와 수집가 성좌의 가슴팍을 꿰뚫었다.
너무나도 예상 밖의 일격이라 는 맞고 나서도 순간적으로 자신이 당했다는 걸 이해하지 못했다.
…!!!!!
그러나 통증은 평등하게 찾아왔다.
성좌로서의 존재력이 깃든 혼원지가 수집가 성좌의 주의를 뚫고 존재 자체에 타격을 입혔다.
아무리 무공의 극한인 강기라는 스킬을 썼다지만, 존재력에 타격을 입히는 공격력에 는 혼란스러워했다.
이 도왔다기에는 아까부터 계속 잠잠하지 않은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최연승은 수집가 성좌가 납득할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았다. 번개 같이 달려들어서 공격을 개시했다.
한 때 어비스 외곽의 성좌들 사이에서 악명 높았던 습격자의 모습이 다시 나타났다.
우득!
흰 성화(星火)와 함께 혼원권이 불을 뿜었다. 초근거리에서 숨 쉴 틈도 없이 뿜어져 나오는 공격의 연속이 수집가 성좌의 왕홀을 부러뜨리고 존재를 뒤흔들었다.
그제야 수집가 성좌는 최연승이 평범한 필멸자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네놈… 네놈…!
이제야 알겠나?
최연승은 시큰둥했다.
어차피 여기서 죽을 놈.
비밀을 알아봤자 별 상관 없었다.
추잡하게 자기 권속으로 위장하고 있었다니…! 이 추잡한 놈이…!
…조금 틀렸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