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511)
511화
최연승은 설명하지 않았다.
죽을 놈에게 설명하는 건 시간 낭비였다.
혼원권이 다시 빛을 내뿜으며 의 몸통에 작렬했다. 수집가 성좌의 존재가 크게 뒤흔들며 뒤로 날아갔다.
까마득히 커다란 나무들로 빽빽하게 들어찬 대수림이 우지끈 부러지는 소리를 내며 비명을 질렀다.
수집가 성좌는 박살이 난 나무들을 손으로 치워버리며 사납게 몸을 일으켜 세웠다.
죽어라, 추잡한 놈아!
[의 권능, 영광의 왕관이…]그 순간 수집가 성좌의 존재력이 폭증했다.
여러 번의 패배와 굴욕으로 약해져 있던 존재력이 최연승을 압도할 정도로 솟구치자, 최연승은 정면 승부 대신 회피를 택했다.
도망치지 마라!
수집가 성좌는 부러진 왕홀을 버리고 자신의 존재에 뚫린 구멍을 막았다.
쿨럭.
타격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의 공격으로 뒤흔들린 존재의 기맥은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
외부가 아닌 내부를 내공의 힘으로 뒤흔드는 무공의 공격.
그 공격을 성좌급 존재가 전력을 다해 퍼부으면 아무리 성좌라 하더라도 쉽게 회복이 되지 않는 것이다.
수집가 성좌는 이를 갈며 다른 왕관을 불러왔다.
[의 권능, 그림자 왕관이…]자신의 몸이 움직이지 않자 왕관을 씌워서 강제로 움직이게 만들었다. 성좌는 이런 식의 사용법도 가능했다.
나오지 않는다면 네놈의 영역을 모두 불태워 버리겠…
대수림 사이에서 아까 같은 빛줄기가 날아들었다. 혼원지에 뜨거운 맛을 본 수집가 성좌는 이를 악물며 막아냈다.
잔수작 그만 부리고 나와서 나를 상대해라! 네놈도 성좌라면!
물론 상대방이 뭐라고 지껄이던 최연승은 아무 생각이 없었다.
‘놈의 권능이 언제 끝나지?’
보아하니 이란 권능은 성좌 본인의 힘을 증폭시켜주는 사기적인 권능인 모양이었다.
존재력으로 존재력을 부풀리는 건 마치 자기 자신을 먹어서 허기를 채우는 것처럼 말도 안 되는 모순 같았지만, 일단은 가능했다.
하지만 그런 모순이 오래 갈 수는 없는 법. 곧 시간이 지나면 원래 존재력으로 돌아올 게 분명했다.
‘그렇다면 먼저 싸워 줄 이유가 없지.’
수집가 성좌는 대수림을 찢어발기며 최연승을 찾아 헤맸다.
멍청한 놈이었다. 만약 대농장을 공격했다면 최연승도 참지 못하고 나왔을지 몰랐다.
수집가 성좌는 멈칫했다.
안 그래도 부상이 있는 상황에서 시간 제한까지 있으니 초조해진 모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수집가 성좌도 역시 어비스에서 오랫동안 잔뼈가 굵은 성좌.
[의 권능, 탐지의 왕관이…]최연승은 상대가 왕관을 갈아 끼자 바로 덤벼들었다. 그러나 수집가 성좌도 이번에는 더 이상 당해주지 않겠다는 듯이 맞섰다.
[의 권능, 영광의 왕관이 빛을 발합니다!]빠르게 다시 왕관을 끼자 존재력이 솟구쳤다. 그러나 최연승은 이번에는 다시 피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피하면 상대한테 유리한 상황을 내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해볼 만한 상황이란다.
[이 미래를 예지합니다!]다른 성좌들도 동의했다. 수집가 성좌의 잔수작에 끌려 나온 상황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최연승이 피할 이유는 없었다.
지금 존재력만 놓고 보면 밀렸지만 나머지 모든 요소들은 최연승에게 유리했던 것이다.
‘여기서 끝낸다.’
네놈을 죽이고 내 권세를 다시 차지하겠다!
두 성좌는 대수림 위에서 격돌했다.
* * *
성좌들간의 싸움은 언제나 필멸자들을 두렵게 만들었다. 그것이 뒷일을 생각하지 않는 전면전이라면 더더욱 그랬다.
무한에 가까운 대수림이었지만 거의 1/4이 넘는 영역에 맨낯이 드러날 정도로 피해가 심했다. 대수림 안에 숨어 있던 몬스터들은 평소의 난폭함은 어디로 갔는지 성좌들의 격돌에 고개를 숙이고 땅 밑으로 숨어들었다.
서로가 서로의 숨통을 느리고 권능과 존재력을 사용하는 공방의 연속.
는 분노로 다시 한 번 가슴이 타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이번에는 을 향한 분노가 아니었다. 스스로를 향한 분노였다.
놀랍게도 수집가 성좌는 지금 상대방한테 막막함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각종 마법과 스킬들을 아낌없이 퍼붓고 있었는데도 상대를 막을 수가 없었다.
기묘한 움직임으로 공격을 피하고 거리를 좁힌 뒤 수집가 성좌의 급소를 노리고 들어오면 수집가 성좌는 허겁지겁 막는 것밖에 방법이 남지 않았다.
갖고 있던 권능들과 스킬들이 초라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사방을 찢어발기고 뒤집어도 저 성좌 놈 하나 멈출 수 없다니.
어떻게든 치명상을 피하면서 맞받아치고 있었지만 점점 더 수집가 성좌가 밀리고 있는 건 확실했다.
이대로 가면 느려지고 둔해진 수집가 성좌는 최후를 맞이하리라.
‘그러나…!’
수집가 성좌는 굴욕감에 부들부들 떠는 와중에도 비수를 준비했다.
성좌는 아무리 약한 존재라 하더라도 비장의 한 수가 있는 법.
수집가 성좌도 마찬가지였다.
‘와라!’
최연승이 다시 한 번 달려들었다. 계속해서 데미지를 쌓은 만큼 슬슬 끝장을 내려는 게 분명했다.
혼원권이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수집가 성좌의 어깨를 타격하고 존재력을 앗아갔다.
왕국 세 개만큼의 존재력이 날아가는 고통에 수집가 성좌는 정신을 붙잡기 위해 이를 악물어야 했다.
이번에는 최연승이 날린 강환이 수집가 성좌의 머리 위에 얹힌 왕관을 직격했다.
갖고 있던 권능들 중 몇 개가 영구히 사라지는 감각에 수집가 성좌는 분노로 눈을 불태웠다.
지금!
는 부서지기 직전의 존재를 강렬히 집중해가며 권능을 사용했다.
[의 권능, 필멸의 왕관이 발동됩니다.]‘왔나!’
수집가 성좌의 생각과 달리 최연승은 당연히 대비하고 있었다.
어비스에서의 삶은 수집가 성좌가 압도적으로 길었지만, 성좌끼리의 전면전 경험은 최연승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미친놈처럼 어비스 외곽을 돌아다니며 성좌 사냥을 하는 성좌가 어디 있단 말인가.
수집가 성좌가 무언가 준비하고 있다는 기색은 당연히 느껴졌다.
문제는 그것이 무엇인가였다.
‘왕관 계열의 권능인가? 상태 이상 계열이라면…’
이미 승기를 잡기도 했거니와 최연승에게 수집가 성좌는 이제 그렇게 위협적인 상대는 아니었다.
는 기본적으로 소환사나 네크로맨서 스타일의 성좌.
강하고 고귀한 혈통의 필멸자들을 자신의 권능으로 붙잡고 강화시키는 걸 즐기는 성좌였다.
이런 성좌는 성좌전이나 다른 방식의 싸움에서는 강함을 드러냈지만, 성좌끼리의 싸움에서는 당연히 전투력이 급감했다.
수집가 성좌가 분노해서 직접 덤벼들었지만 이런 상황에서 수집가 성좌가 쓸 수 있는 힘은 정해져 있는 상황.
왕관 계열의 권능으로 스스로를 강하게 만들거나, 혹은 최연승을 약하게 만들거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최연승은 둘 다 대비가 되어 있었다.
수집가 성좌가 무슨 짓을 하든, 바로 끝장을 낼 생각이었다.
‘어디 한 번 해봐라.’
최연승은 존재력을 극대화시키고 상대의 권능을 힘으로 이겨낼 준비를 마쳤다.
-…?
나태의 여신은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아무리 힘으로 이겨낼 준비를 했다지만 너무 변화가 없는 것 아닌가?
성좌로서 맛볼 수 없는 유한(有限)의 두려움에… 떨어라!
수집가 성좌는 최연승의 변화 없음을 다른 방향으로 해석한 모양이었다.
박살나지 않은 한쪽 손을 들어 올리고 존재력을 집중시켜서 창 형태의 마법을 완성시켰다.
최연승의 움직임이 멈춘 지금 숨통을 끊어버릴 생각이었다.
“지금 뭐하자는 거냐?”
최연승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대답하며 그대로 혼원권을 내질렀다.
흰 강기의 파도가 무방비한 의 가슴팍을 뚫고 치명상을 입혔다.
…!!!
수집가 성좌는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더 이상 왕관의 권능으로도 버티기 힘든 정도의 치명상이었다.
너, 너는…!
그제야 수집가 성좌는 진실을 깨달았다.
필멸의 왕관은 절대로 이렇게 허무하게 끝날 권능이 아니었다.
필멸의 왕관은 수집가 성좌가 성좌를 상대할 때를 대비해 만든 비장의 권능이었다.
성좌가 이해할 수 없는 필멸자의 유한함.
그 유한함을 강제로 성좌에게 느끼게 해주는 왕관!
어비스의 성좌들 대부분이 생각해낼 수 없는 독특한 발상이었고, 그런 만큼 수집가 성좌도 자신이 있었다.
어떤 성좌도 이 권능 앞에서는 당혹하고 절망하리라.
그러나 은 저 권능에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았다.
아무리 강한 성좌라도 그건 말이 되지 않았다. 최소한의 혼란은 있어야 했다.
이유는 하나밖에 없었다.
아까 자신의 권속으로 위장하고 있던 이 사실 본인이었던 것이다.
믿기지 않는 진실이었지만, 는 최후를 맞이하는 성좌 특유의 직감으로 확신했다.
빌어먹을… 교활한 놈…!
수집가 성좌는 서서히 꺼져가는 목소리로 최연승을 노려보았다.
어비스의 다른 성좌들도… 편치는 못하겠군…
그 말을 마지막으로, 는 그 존재가 어비스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지구의 헌터들도 두려워하며 고개를 숙이던 악신 성좌의 최후였다.
* * *
“미친 새끼들 아니야?? 지금 같은 상황에서 클랜전을 벌이자고?”
“정확히 말하자면 클랜전이 아니라 국가대항전…”
“아. 어쨌든! 그게 뭐가 중요해. 신청이 들어왔다는 거 아니야?”
한세하는 그렇게 말하며 권영승을 쳐다보았다. 권영승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얕보였네.”
“……”
“얕보인 게 맞지. 안 그러면 지금 같은 상황에서 왜 신청이 들어오겠어.”
여기서 제일 나이가 많은 A급 헌터인 정원욱은 속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같은 상황에 중국 쪽에서 들어온 국가대항전 신청.
이건 상대가 어지간히 얕잡아 본 게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악신 성좌들의 침공, 미공략 던전들의 폭발, 상급 헌터들의 반란, 당 내부 파벌들의 내전에 가까운 다툼…
벌통을 쑤신 것처럼 혼란스러운 상황인데도 국가대항전 일정을 멈추지 않고 신청을 해온 이유는 하나밖에 없었다.
이런 상태여도 한국 쪽은 이길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나름 말이 되긴 했다.
한국 헌터들은 그 실력과 별개로 서로 손발이 안 맞는 걸로 매우 유명했으니까.
당장 한세하는 A급 헌터지만 출전하지 않았고, 권영승 같은 경우는 A급 헌터인 것에 비해 너무나도 실망스러운 결과만을 보여주었다.
정부 관계자들이 야심차게 설득해서 데리고 온 철혈빙제도 헌터들을 통제하지 못해서 명예에 먹칠을 한 걸 보면, 괜히 감독 자리에 오는 사람들이 ‘감독들의 무덤’이라고 부르는 게 아니었다.
헌터들의 능력이 없기라도 하면 차라리 낫지, 그 능력으로 서로 싸워대기만 하니…
“거절하는 게 맞을까요?”
권영승은 한세하를 무시하고 정원욱에게 물었다.
만약 국가대항전을 뛰게 된다면 한세하나 정원욱은 몰라도 권영승은 무조건 참가할 수밖에 없었다.
권영승 본인도 몇 번의 패배로 인해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 만큼 지금 상황이 부담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거절하고 싶나?”
“그… 거절하고 싶기도 하지만, 예전보다 많이 강해진 만큼 설욕하고 싶기도 합니다. 철혈빙제께 죄송하기도 하고…”
‘솔직히 죄송해야지.’
정원욱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철혈빙제께서도 기뻐하겠지. 그런 마음이라면 뭘 못하겠…”
“근데 너 하나 바뀐다고 승패가 달라지진 않잖아.”
한세하의 말에 권영승은 다시 용기를 잃은 것 같았다. 정원욱은 달래기 위해 급히 말했다.
“달라진 건 자네 하나만이 아니니까, 벌써부터 겁먹을 필요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