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512)
512화
“그… 그런가요?”
“자네는 실제로 많이 강해졌잖나? 생각해보게.”
헌터는 싸움을 통해 강해졌다.
최근 들어서 지구에 온갖 사건사고들이 터진 만큼, 그 상황에 맞서 싸운 권영승은 강해질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권영승은 자신의 약점을 최근에 극복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권영승 헌터는 천재긴 하지만, 너무 재능에 의존하는 것 같습니다. 본인이 필요성을 느끼지 않으니 노력을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요.
-헌터 활동뿐만 아니라 방송 같은 다른 활동에 너무 에너지를 쏟아서 그러는 거 아닙니까? 한국으로서도 큰 손해인데, 좀 더 집중하게 해야 할 것 같습니다만…
-하다못해 B급 헌터라면 그런 말을 할 수 있겠지만 A급 헌터한테 누가 그런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말한다 하더라도 듣지도 않을 겁니다.
게으른 천재.
권영승의 이야기가 나오면 종종 나오던 평가였다.
젊은 나이에 A급 헌터의 자격을 따낸 천재였지만 그 재능 때문에 노력을 하지 않아 성장이 더디다는 말을 많이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A급 헌터한테 저런 지적을 할 수 있을 리도 없고, 본인이 아쉬움을 느낄 일도 없을 테니 별 의미 없는 논쟁이라고 모두가 생각하고 있었는데…
-뭐하나? 훈련 안 하고?
-넌 왜 훈련을 안 하지?
-잘 됐군. 안 그래도 클랜 헌터들이 훈련을 위해 던전을 한 번 돌 텐데 참가하면 되겠군.
-쉬고 싶다고? 상태 보니까 멀쩡하군. 아니. 네 육신의 상태는 멀쩡하다. 움직여라.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나? 의 권속이다. 넌 아직 더 할 수 있다.
-방송에 출연해야 한다고? 어째서지? 돈이라면 많지 않나? 네가 빠지면 프로그램의 재미가 없어진다고? 한 번 확인해보자. 음… 아닌 것 같군. 네가 없어도 충분히 재밌을 것 같다. 그냥 네가 A급 헌터라서 사람들이 잘 대해주는 거다.
…권영승도 그냥 가차없이 굴릴 수 있는 미친 사람도 세상에는 있는 법이었다.
나이로도 실력으로도 권영승을 그냥 압살할 정도였으니, 권영승은 어디 가서 하소연도 못 했다.
클랜장인 권영승의 아버지도 내심 이 상황을 매우 고소하게 여기는 듯, 최연승을 만날 때마다 깍듯이 감사해할 정도였다.
“제가 생각해도 제가 좀 강해진 것 같긴 합니다만… 그런데 강함의 문제가 아니라, 저와 같이 싸워 줄 헌터들이 손발이 맞냐 안 맞냐의 문제 아닙니까?”
권영승은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한국 헌터들은 약하진 않았다.
국토 넓이나 헌터들 숫자를 비교해봤을 때 오히려 놀라울 정도로 강한 헌터들이 많은 편이었다.
하지만 원래 강함이 제약되는 이런 6:6 클랜전은 개인의 강함보다 팀의 단결이 더 강력한 장점이었다.
그리고 이런 점에서 한국 헌터들은 서로 양보하지 않는 것으로 이미 유명했으니…
“……”
정원욱도 그 부분에서는 할 말이 없었는지 시선을 피했다.
권영승은 고민하다가 퍼뜩 떠오르는 게 있어서 말했다.
“아. 철혈빙제께 다시 감독을 부탁드리면 어떨까요?”
“넌 양심도 없냐??”
한세하는 인간쓰레기를 보는 시선으로 권영승을 쳐다보았다.
말 안 듣는 헌터들 데리고 개고생하고 말년에 명예만 먹칠한 철혈빙제를 다시 모셔오려고 하다니.
한세하의 말에 권영승도 반박할 게 없었는지 얼굴만 붉혔다.
그러나 철혈빙제의 이야기가 정원욱에게 영감을 주었다.
“아니야!”
“철혈빙제를 다시 모시자고요 진짜? 너무한 거 같은데…”
한세하는 당황한 표정으로 정원욱을 쳐다보았다.
아무리 한세하가 미친개 취급을 받아도 저건 좀…?
“철혈빙제를 다시 모시자는 게 아니라, 최연승 헌터한테 부탁드리면 될 것 아닌가.”
“……”
“……”
두 젊은 A급 헌터는 서로 다른 이유로 침묵했다.
권영승은 한동안 최연승의 감시에서 벗어났다가 다시 밑에서 굴러야 한다는 생각에 표정이 핼쑥해졌다.
“그, 그건 좀…”
“그건 좀 아니죠.”
한세하는 정색했다.
“최연승 헌터께서 지금 얼마나 바쁘신데 그런 사람을 고작 소꿉놀이 감독에 불러요?”
“소, 소꿉놀이 아니야…!”
권영승은 울컥했다.
물론 진짜 죽어나가는 피튀기는 싸움은 아니었지만, 이런 클랜전이나 국가대항전은 나름 어마어마한 자존심 싸움이었던 것이다.
거기에 걸린 이권부터 응원하는 국민들의 자존심까지.
“넌 소꿉놀이 취급에 고맙게나 여겨. 국가대항전에 의미부여 심하게 할수록 진 네가 역적이거든?”
“……”
권영승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정원욱은 포기하지 않고 말했다.
“어차피 강요한다고 하더라도 할 사람도 아닌 만큼, 의사를 물어보는 것 정도는 괜찮을 거다.”
“으음… 알겠습니다.”
권영승은 각오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최연승과 같이 싸워야 한다니, 생각만 해도 피부에 소름이 돋고 등골이 오싹했지만…
승리를 위해 필요하다면 권영승은 받아들일 생각이었다.
한국을 위해, 응원해준 사람들을 위해, 그리고 그 때문에 망신을 당한 철혈빙제를 위해!
“아. 제안 자체도 부담 주는 거잖아요! 사람의 선량함을 이용하려고 하지 마세요!”
“……”
“……”
절대 그런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 * *
최근에 일어난 일들 때문에 눈 코 뜰 사이 없이 바쁜 최연승이었지만, 저런 요청을 거절하진 않았다.
“뭐라고? 창식이 형을 화살받이로 세워놓고 온갖 욕은 다 먹게 한 놈들이 다시 국가대항전을 하려고 하는데 나를 불렀다고?”
“…연, 연승아. 나는 다 잊었다.”
이창식은 당황해서 최연승을 말리려고 했다.
물론 그 당시에는 여러모로 답답하긴 했었다.
일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협회는 돕기는커녕 방해나 하고, 불려 온 헌터들은 자기들끼리 싸움이나 하고, 언론은 철혈빙제라고 멋대로 기대한 다음에 책임을 돌리고…
하지만 이제 다 옛날 일이었다.
악신 성좌들의 침공을 막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지금 그런 묵은 원한을 기억해서 무엇하겠는가.
하물며 최연승은 이제 필멸자가 아닌 성좌였다. 성좌한테 저런 사소한 원한을 신경쓰게 하는 것도 부끄러운 일이었다.
어비스의 다른 성좌들이 이런 걸 알면 얼마나 비웃겠…
“알 게 뭡니까.”
물론 최연승은 그런 걸 조금도 신경쓰지 않았다.
성좌든 뭐든 원한은 갚아야 하지 않겠는가.
“받아들이겠다.”
-정말이십니까! 감사합니다! 헌터들도 매우 기뻐할 겁니다! 출전할 수 있는 명단은 협회에서 정리해서…
“잠깐. 협회부터 먼저 만나고 이야기하지. 이런 국가대항전을 앞두고 관계자들을 안 만날 수가 있나.”
-아. 그러시겠습니까? 다들 기뻐하실 겁니다!
* * *
여러 협회가 있었지만 그 중에 한국의 헌터협회는 생각보다 힘이 약했다.
생각해보면 당연했다. 무력과 금력을 쥐고 있는 쟁쟁한 헌터 클랜들이 뭐가 아쉬워서 협회의 말을 듣겠는가.
게다가 협회의 구성원들도 보통 전(前) 클랜원들이 은퇴하고 협회로 들어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힘도 약하고 구성원도 클랜이나 한 몸이나 마찬가지니 유명무실한 단체로 생각하기 쉬웠지만…
협회가 힘을 발휘할 때가 한정적으로 있긴 했다.
그건 이런 클랜전이나 국가대항전을 조율할 때였다.
패배하면 국물도 없지만 승리하면 그만큼 이권이 쏠쏠하니, 유명세를 노리는 헌터들이나 클랜들이 두둑하게 뒷돈을 넣어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게 있기에 은퇴한 클랜원들이 협회에 들어오려는 것이었다.
회장, 김진식은 기대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최연승 헌터가 감독 제안을 수락했다고?? 정말 잘 됐군!”
“그렇습니다!”
자리에 모인 사무총장이나 전무이사의 얼굴도 활짝 밝았다.
최연승의 명성은 신화적이었지만, 여기 모인 사람들이 그것 때문에 기뻐하는 건 아니었다.
최연승의 명성이 명성인 만큼 여기에 참가하려는 헌터들이 줄을 설 것 아닌가.
그러면 그런 만큼 협회의 힘이 강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번 일로 얼마나 통장이 풍족해질지 생각해보니 가슴이 뿌듯했다.
게다가 패배하더라도 감독의 명성이 크면 클수록 감독에게 책임이 쏠렸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그들은 박수를 칠 상황이었다.
“최연승 헌터가 혹시 어떤 헌터들을 뽑아달라고 요청했습니까?”
“그러진 않았네.”
다시 한 번 사람들의 얼굴에 미소가 맴돌았다.
하긴 S급 헌터가 명단을 일일이 작성하거나 헌터들을 하나씩 찾아가면서 돌아다닐 정도로 한가하지는 않은 것이다.
그러면 이제 적당히 유명한 헌터 몇 명, 나머지 협회가 고른 헌터 몇 명을 밀어 넣으면…
“권영승 헌터에 한세하 헌터까지 추천해볼까요?”
“한세하 헌터는 절대 참가하지 않으려고 하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더 좋은 거죠. 이유가 되지 않습니까.”
“사무총장, 머리가 아주 팽팽 돌아가는군.”
다들 신나서 떠드는 사이 직원이 문을 두드렸다.
“최연승 헌터께서 오셨습니다.”
“!”
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섰다.
협회장이든 사무총장이든 지금 들어올 사람 앞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직함이었다.
헌터협회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절대 자신의 권위나 직함을 내세우지 않았다.
헌터 상대로 그런 짓을 해봤자 아무런 이득이 없는 것이다.
차라리 무릎을 꿇고 뒤에서 이득을 챙기는 게 맞았다.
“최연승 헌터, 오셨습니까!”
“무신(武神)을 이렇게 뵙게 되다니 영광입니다!”
흠잡을 곳 없는 인사.
무신이란 단어를 들은 최연승의 표정이 꿈틀거렸지만, 사람들은 고개를 숙인 상태라 최연승의 표정을 볼 수 없었다.
“자리에 앉으십시오!”
최연승은 사람들의 안내에 따라 상석에 앉았다.
분위기는 훈훈했다. 협회의 사람들도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최연승이 입을 열기 전까지는.
“지금 기회를 주겠다. 여기서 자신이 철혈빙제가 감독할 때 조금이라도 방해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놈은 자리에서 일어서서 조용히 밖으로 꺼져라. 그러면 목숨은 살려주마.”
“……”
“……”
“……”
자리의 분위기는 얼음장처럼 얼어붙었다. 협회 사람 중 한 명이 깜짝 놀라서 입을 열려고 했다.
“최연승 헌터, 그게 무슨 소리십…”
“잠깐.”
최연승은 강력한 기세만으로 상대의 입을 막았다. 상대는 심장이 멈추는 압박감에 말문이 막혔다.
“그 다음 말은 잘 생각해서 해라. 만약 변명했는데 시답잖은 변명이면 넌 저 문이 아니라 저 창문으로 나가게 될 테니까.”
협회는 고층빌딩 37층에 위치해 있었다. 말을 꺼내려고 한 협회 사람은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최연승은 시계를 보았다.
“1분 주지.”
사람들은 시곗바늘이 째깍거리는 소리가 이렇게 클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바늘이 지나갈 때마다 심장 박동 소리가 따라서 커졌다.
“…죄송합니다! 살려주십시오!!”
“살고 싶으면 나가라.”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찔리는 게 많고 겁이 많은 사람 한 명이 버티지 못하고 사죄한 다음 뛰쳐나갔다.
한 명이 시작하자 그 뒤는 쉬웠다.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엉엉 울며 사죄하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순식간에 자리가 비고 남은 것은 협회장과 사무총장, 전무이사뿐이었다. 가장 높은 자리의 이들이었다.
가장 많이 받은 만큼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이들.
20초 쯤 남았을 때 협회장은 필사적으로 입을 열었다.
“최연승 헌터! 무언가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 클랜들에게 협회가 지원금을 받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17초 남았군.”
“그 지원금은 사심 없이 쓰고 있고, 저희는 정말로 최선을 다해서 지원하고 있…”
“14초.”
“다른 클랜들도 그건 증명해줄 수 있습니다. 정말입니다!”
“알겠다. 클랜에 연락해서 진짜인지 확인해보도록 하지. 11초.”
협회장의 얼굴이 납빛으로 창백하게 변했다.
정말 그런다면 협회장은 최연승보다 클랜 암살자를 걱정해야 할 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