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79)
079화
그 말은 경기장에 있는 모두에게 똑똑히 들렸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야말로 경기장이 흔들릴 정도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막시밀리안의 팬들 중에서도 무심코 함성을 지르는 사람이 나올 정도의 패기!
막시밀리안을 좋아하고 최연승을 의심하던 팬이라도 어쩔 수 없었다.
UHC에서 이런 패기 넘치는 모습은 보기 드문 것이다.
싸움 도중에 멈추고 선공을 양보하다니!
UHC의 팬들은 단순했다. 화려하고 화끈한 선수를 사랑했다.
방금까지 욕하더라도 슈퍼 플레이를 보면 순식간에 돌변하는 것이다.
그런 그들에게 최연승의 모습은 신선함 그 자체였다.
B급 리그쯤 되면 한 경기 한 경기가 거의 목숨을 걸고 싸우는 경기라, 매 순간 순간이 계산되어 있었다.
남이 멈추면 바로 돌격해서 목을 따버려야지 저렇게 여유를 부려서는 안 되는 것이다.
-미친 거 아니냐! 동양인 놈아!
-막시밀리안 면상에 주먹 꽂아 넣으라고! 권풍이라도 날려!
-최연승! 최연승! 최연승!
-1세대 헌터라 그런지 확실히 뭔가 다르긴 다르다! 경기가 재밌는데?
-무공 사용자 보니까 신선하네.
-잘 싸우고.
몇몇 막시밀리안 안티 팬들은 최연승이 기회를 날리는 것에 분노했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최연승에게 감탄하며 환호했다.
평소 경기와는 전혀 다른 경기!
이 경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흥미진진했다.
과연 저 옛날 헌터가 무공으로 계속 상대할 수 있을까?
* * *
-어… 최연승 헌터. 공격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도발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브라이언 씨? 왜 안 움직이는 걸까요?
캐스터는 혼란스러워했다.
-저걸 막아내느라 움직일 수 없다거나, 마력이 고갈됐거나, 아니면 특수한 스킬 부작용으로 못 움직이는 걸까요?
그도 그럴게, 최연승의 행동이 너무 기가 막혔던 것이다.
원거리 딜러의 공격이 멈췄으면 최대한 빠르게 파고들어서 목을 따야지 뭐하고 있는 거란 말인가!
-아닙니다. 스킬의 부작용 때문이거나 마력 없어서 움직이지 못하는 거라면 티가 납니다. 저 여유로운 모습을 보십시오.
-…그러면 왜 안 움직이는 걸까요?
-제가 보기엔, 정말로, 음… 여유를 부리고 있는 가능성이 큽니다.
-여, 여유를 말입니까? 이 경기에서??
캐스터는 기가 막히다는 듯이 말했다.
괴물들이 넘친다는 B급 리그였다.
A급 헌터들의 경기는 정기적으로 일어나지 않는, 한 번 한 번이 세계를 뒤흔드는 커다란 이벤트였고, C급 헌터들의 경기는 아무래도 수준이 좀 부족했다.
수준 높은 경기가 활발하게 돌아가고, 덕분에 피 말리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곳이 바로 이 B급 리그!
그 살벌한 전장에서 여유를 부린다니!
-그… 그렇군요. 브라이언 씨. 최연승 헌터의 여유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한 번 지켜보겠습니다. 막시밀리안 헌터는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군요!
* * *
“너 이… ■■■■■!”
막시밀리안은 여유를 잃고 욕설을 퍼부었다. 밖에서 보는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운 변화였다.
아직까지 막시밀리안은 공격 하나 받지 않았다.
오히려 유리해보였다.
그런데 저렇게 흥분하다니!
-왜 저래? 막시밀리안?
-진정해! 막시밀리안! 침착을 유지해!
막시밀리안의 세컨드와 매니저, 스태프들이 외쳤지만 이면세계 안의 막시밀리안에게는 닿지 않았다.
막시밀리안의 충격은 생각보다 컸던 것이다.
‘생각보다 너무 애송인데.’
최연승은 막시밀리안을 안쓰럽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헌터에게 자신 있는 스킬은 자존심 그 이상의 무언가였다.
그렇게 자신 있는 스킬이, 완전히 얕잡아보고 있던 상대에게 상처 하나 입히지 못하고 깨졌다면?
정신적 타격이 보통이 아닐 것이다.
1세대 헌터들이라면, 아니, 최소한 실전을 경험하기라도 했다면 저 정도까지는 가지 않았다.
몬스터 상대로 스킬 안 먹히면 퍼뜩 정신 차리고 다른 스킬을 꺼내는 게 보통이니까.
하지만 막시밀리안은 UHC란 룰 안에서 다른 헌터들만 상대해 온 헌터였다.
헌터 상대로 이렇게 무참하게 스킬이 막히는 건 상상도 해본 적 없었다.
“넌 내가 절대 곱게 안 끝내준다!”
“걱정 마라. 막뭐시기. 나도 그럴 생각이다.”
최연승은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막시밀리안은 그 말도 듣지 못할 정도로 흥분한 것 같았다.
파아아앗!
[을…] [을…]막시밀리안은 온몸의 마력을 끌어올려 마법 스킬을 닥치는 대로 사용했다.
은 아무리 성좌가 준 마법이라 해도 마력 소모가 장난이 아니었다.
눈에 핏발이 서고, 얼굴과 팔뚝에는 힘줄이 올라왔다.
수십 발 넘게 장전된 빛의 화살!
파파파파팍!
연달아 날아가는 화살들의 궤적이 최연승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아까와 달리, 개수부터 훨씬 많아진 데다가 그 날카로움도 더했다.
관중들 사이에서는 무심코 ‘헉’하는 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과연 저것도 정말 막아낼 수 있을까?
…막아낼 수 있었다.
탁-
“느리군. 변화도 너무 부족하고.”
최연승은 지루하다는 듯이 계속해서 화살을 쳐냈다.
막시밀리안은 그냥 빠르고 강하게, 마력 많이 담아서 쏘아내는 법에만 집착하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결과적으로 단순하고 파훼하기 쉬워졌다.
화살 하나하나의 움직임에 심혈을 기울여야 했다.
최연승이 쏘았다면 무공의 묘리를 이 화살에 담아 훨씬 더 변화무쌍하게 만들었을 텐데!
이렇게 된 이상 수십 개가 날아와도 결국 하나 하나 쏘아 보내는 것과 다름이 없지 않은가.
최연승에게 이 정도 간격은 아주 긴 간격이었다.
“컥. 커억! 컥!”
[마력이 고갈되었습니다!] [마력이…]막시밀리안은 허공에서 비틀거렸다.
마력을 억지로 많이 쓴 탓에 마나 서클에 충격이 온 것이다.
마력도 비었는데 억지로 쥐어짜면 온몸에 무리가 갔다.
[ 마법 스킬이 취소됩…] […]-1라운드 끝! 1라운드가 끝났습니다!
막시밀리안의 목숨을 구해준 건 1라운드 종료 신호였다.
하늘에서 떨어지기 직전 간신히 목숨을 건지고 나온 것이다.
최연승은 막시밀리안을 보며 말했다.
“2라운드에서 보자.”
막시밀리안은 대답도 하지 못했다.
* * *
“저, 저 자식. 괴물이야. 괴물이라고!”
막시밀리안은 겁에 질려 외쳤다. 그러다가 갑자기 퍼뜩 깨달았다는 듯이 소리쳤다.
“속임수를 쓴 거야! 속임수! 확인해봐!”
“막시밀리안! 조용히 들어!”
이면세계 안으로 들어온 세컨드는 막시밀리안을 재촉했다.
휴식 시간은 길지 않았다. 빨리 막시밀리안을 정신 차리게 하고 싸울 준비를 하게 해야 했다.
“은 버려! 그건 안 통한다. 상대의 도발에 응하지 마! 거리를 벌리면서 회복에만 집중해. 마력은 얼마나 회복됐지?”
“10… 10%도 안 된 것 같은데.”
무공 사용자가 단전에 내공을 담듯이, 마법 사용자도 마나 서클에 마나를 담았다.
억지로 쥐어짰으니 당연히 회복이 더뎌졌다.
“4서클이나 5서클 마법은 다 포기해! 1,2 서클로 상대 발만 묶어라. 시간을 끄는 거다!”
“내, 내가 저런 놈을 상대로?”
“지는 것보단 낫지. 지금 네 꼴을 봐라! 막시밀리안. 네가 이제까지 뭔 지랄을 해도 사람들이 봐줬던 건 네가 승리자였기 때문이다. 네가 지면 넌 아무것도 아니야!”
“닥쳐! 당신이 뭘 안다고. 난 성좌의 권속으로 선택받은 헌터야!”
“그렇게 지껄이고 싶으면 가서 이기는 거다. 알겠냐?”
“……”
* * *
살벌한 막시밀리안 쪽과 달리 최연승 쪽은 느슨했다.
아이네가 고용한 세컨드는 최연승을 간섭하지 않았다.
“…그래도 그냥 공격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알겠어. 2라운드 때부터는 슬슬 공격하지.”
마침 2라운드 시작 신호가 들렸다. 최연승은 느긋하게 기지개를 펴더니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러자 관중석에서 떠나갈 듯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의심해서 미안하다, 최연승! 네가 최고다!
-여유 그만 부리고 막시밀리안을 조져버려!
1라운드가 끝나고 나자 경기 전과는 분위기가 완전히 정반대로 바뀌어 있었다.
기대감으로 가득찬 응원!
최연승이 뭘 보여줄지 기대에 가득 찬 시선이 쏟아졌다.
막시밀리안의 팬들은 맞서 싸우듯이 응원을 했지만 그들의 목소리에도 한풀 힘이 빠져 있었다.
그만큼 불리하다는 게 느껴졌던 것이다.
-!!
-막, 막시밀리안이 도망친다!
2라운드가 시작되자마자 막시밀리안은 뒤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마력을 아끼기 위해 비행 마법도 쓰지 않고, 이나 같은 1, 2서클 마법만 써서 내달리는 막시밀리안!
저건 거리를 벌리고 공격하려는 게 아니라 그냥 도망치는 거였다.
-우우우! 막시밀리안! 뭐하는 거냐!
-자존심 갔다 버렸냐!?
이렇게 도망치면서 시간 끄는 선수들은 엄청나게 욕을 먹었다.
어느 누구도 지루하게 경기를 끄는 걸 좋아하지는 않는 것이다.
“막시밀리안. 진짜 슬플 정도로 추하다. 슬슬 끝내자.”
최연승은 그렇게 말했다. 그 말에 막시밀리안은 속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어디 따라올 수 있으면 따라와 봐라!’
막시밀리안이 먼저 출발했고 거리를 벌린지 꽤 됐다.
최연승이 쫓아오려고 해도 못 쫓아올 것이다.
저 도발에 응하지 않고 이번 라운드는 시간을 끌며 회복한다!
최연승은 다리를 들었다. 그리고 내딛었다.
팟!
그 순간 최연승의 모습이 사라졌다. 아니,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모두의 눈에는.
다음 순간 최연승의 모습은 막시밀리안 뒤편에 도착해 있었다.
“크어억!”
막시밀리안은 기겁해서 방향을 틀었다. 마법을 추가로 쓴 탓에 마나 서클이 저릿저릿했다.
그러나 이미 앞에 최연승이 도착해 있었다.
“????”
-보법! 보법입니다! 무공의 이동 스킬 중 하나입니다.
-저, 저렇게 빠릅니까 원래?
-아닙니다. 저 정도 속도는 저도 처음 봅니다!
막시밀리안은 이를 악물며 마법을 써서 덤비려고 했다.
최연승은 혼원지를 날려 양 팔을 마비시켜버리고 혼원각으로 턱을 날렸다.
쿵!
그걸로 끝이었다. 막시밀리안은 완전히 제압되어서 땅바닥으로 엎어졌다.
“뭐라고 했었나? 곱게 안 끝내준다고 했었나?”
“!!”
막시밀리안은 공포에 질려 최연승을 올려다보았다.
한 번도 이런 상황에 처한 적 없었던 막시밀리안에게 지금 상황은 공포 그 자체였다.
‘항복을 외쳐! 항복을 외치라고!’
막시밀리안은 밖의 세컨드에게 속으로 외쳤다.
세컨드는 대신 항복 선언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세컨드는 미련이 남았는지 차마 먼저 항복을 하지 못하고 미적거렸다.
‘XXXX야! 항복 선언하라고!’
막시밀리안의 바지가 축축이 젖어 들어갔다. 최연승은 막시밀리안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걱정 마라. 널 갖고 놀 생각은 없으니까.”
“…?”
“난 상대도 안 되는 하찮은 놈을 갖고 놀면서 만족하는 취미는 없거든.”
최연승의 말은 그 어떤 모욕보다도 더 강렬하게 막시밀리안을 짓밟았다.
막시밀리안은 벌벌 떠는 와중에도 타오르는 굴욕감을 느꼈다.
그가 마지막으로 본 건 최연승이 쏘아내는 혼원지였다.
퍽!
-최연승 헌터! 최연승 헌터가 2라운드에서 막시밀리안 헌터를 끝장냅니다! 누가 알았겠습니까! 이제 막 리그에 올라온 신인에게 막시밀리안이 깨질 줄이야!!
캐스터는 목이 터져라 외쳤다. 지금 눈앞에서 벌어진 경기가 얼마만큼 화제가 될지 직감한 것이다.
-이것이 UHC입니다! 10위권의 다른 헌터들은 이제 걱정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새로운 도전자가 찾아왔습니다!
-정말 대단한 무공이었습니다. 왜 무공이 안 보이는지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