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s Are My Disciples RAW novel - Chapter 198
◈ 198화. 미궁이라는데요? (2)
흑단으로 이뤄진 방 안에서 미궁주는 창주의 보고를 받고 있었다.
“그러니까, 검주 그 멍청한 새끼가 이름을 전부 가지고 가놓고도 이레귤러한테 졌다고?”
“예.”
창주의 말에 미궁주는 사정없이 인상을 찌푸렸다.
적어도 미궁주는 검주가 이레귤러를 처리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까.
‘그 녀석이 무슨 이름을 탈취했다고 했지?’
미궁주의 물음.
그에 창주는 지금까지 고개를 숙이고 있다 곧 자신의 품 안에 종이 뭉치를 꺼내 미궁주에게 넘겨주었고.
그 종이 뭉치를 넘겨받은 미궁주는 얼마 있지 않아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게 전부?”
“예, 제가 정리해 본 결과, 지금 적혀 있는 이름들을 전부 검주가 가지고 내려갔습니다.”
“이 개 같은 새끼가……!”
미궁주가 인상을 찌푸리자마자 그에게서 흘러나오는 진득한 살의의 마력.
“이름을 전부 들고 가놓고도 이레귤러 하나 처리를 못 하다니……!”
미궁주가 사정없이 인상을 찌푸리자 창주는 그런 미궁주의 표정을 잠시 살피는 듯하다 곧 이야기했다.
“송구하지만, 제가 한 말씀 올려도 되겠습니까?”
“……말해봐라.”
“제가 비안을 통해 들여다본 결과, 아무래도 이레귤러가 진 이유는 그가 검주보다 강하기 때문이 아닌 것 같습니다.”
“뭐라고?”
무슨 소리냐는 듯 되묻는 미궁주.
그에 창주는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제가 비안을 통해 검주의 상태를 확인했을 때, 그는 부상을 입은 것 같았습니다.”
“부상?”
“예, 아무래도 제 생각에는 미궁주님의 것인 이름을 혼자 탐하려다 탈이 난 것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하…… 이름을 모조리 흡수하다가 탈이 났다고?”
“예, 물론 비안으로만 본 터라 제대로 파악할 수는 없었지만 검주는 원래 실력의 반의반마저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머저리 같은 새끼.”
창주의 말에 인상을 찌푸리며 욕설을 내뱉은 미궁주.
그에 미궁주는 한동안 생각을 이어가는 듯하더니 이내 창주를 바라봤다.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는 창주.
그런 창주를 미궁주는 한동안 바라보다 곧 물음을 던졌다.
“창주,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 것 같나?”
미궁주의 물음에 창주는 한동안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입을 열었다.
“정말 송구하지만, 현재의 저는 어떠한 말씀도 드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왜지?”
“검주를 현세로 내려보내자는 말씀은, 제가 미궁주님에게 드렸던 제안입니다. 비록 검주의 배신으로 일을 그르치게 되었으나 그 원인은 저에게 있는 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으며-”
고개를 푹 숙인 창주는 말을 이어나갔다.
“사실 미궁주님이 정말 관대한 마음으로 그 사실을 묻어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저는 침묵을 이어나가고자 합니다.”
그런 창주의 대답에 미궁주는 흡족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창주, 나는 네가 참 마음에 드는군. 잘못을 감추려는 다른 주 녀석들과 다르게 네녀석은 들어오고 나서 단 한 번도 내 앞에서 거짓을 고한 적이 없으니까 말이야.”
“감사합니다.”
“다른 주 녀석들이 너 같으면 좋을 텐데 말이야. 다른 녀석 걸 탐하지 않고 딱 자기한테 주어진 혜택에 만족하는 너처럼.”
미궁주의 이어지는 칭찬에 창주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숙일 뿐이었고, 그렇게 한동안 창주를 칭찬하던 미궁주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그를 물렸고.
곧 흑단으로 만들어진 자신의 거처에 홀로 남게 된 미궁주는.
“이야, 이거 오랜만……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짧은 시간인데?”
어느 순간 자신의 앞에 나타난 남자를 바라보았다.
목에는 검붉은색 염주를 두른 채,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미궁주를 바라보고 있는 남자.
미궁주는 그런 남자를 보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그에 남자- 아니, 파수꾼은 여전히 웃음기가 어린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아니, 왜 그렇게 아무런 말도 안 해? 애초에 이번에는 내가 멋대로 찾아온 게 아니라 우리 계약자가 도움이 필요하다 그래서 찾아왔는데 말이야.”
입가를 비틀어 올리는 파수꾼.
그에 미궁주는 한동안 그를 빤히 쳐다보더니 곧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의뢰를 맡기도록 하지.”
“그거 참 좋은 선택이네~ 우리한테 일을 맡기면 미궁 내를 활보하는 이레귤러 따위는 순식간에 처리가 가능하니까.”
“……그 대신 너희에게 이름 수확량의 절반을 넘겨줘야 하지.”
미궁주의 말에 파수꾼은 씨익 하고 입가를 올리곤 이야기했다.
“그건 당연한 대가지~ 미궁주들의 이야기를 전부 듣고 계시다면 아실 텐데? 얼마 전에 이레귤러가 미궁주의 목을 따고 새롭게 그 자리에 취임한 이야기.”
파수꾼의 말에 노골적으로 인상을 찌푸리는 미궁주.
“사실 그런 위협이 될지도 모를 녀석을 제거하는데 수확량의 절반은 굉장히 싼 축 아니야? 게다가 어차피 수확량의 절반을 넘겨줘도.”
씨익.
“어차피 미궁이 살아만 있으면, 계속 수급하는 데는 문제가 없잖아?”
파수꾼의 말.
그에 미궁주는 짧게 혀를 차더니.
“부탁하지.”
이내 그렇게 이야기했고.
그 말을 들은 파수꾼은 입가를 씨익 하고 들어 올리더니.
“잘 선택했어.”
그렇게 이야기했다.
XXXX
김주혁이 기억 속에서 본 것은 모든 것이 멸망해 버린 것 같은 세상이었다.
대지에는 마른 땅이 눈에 보이고.
하늘은 파멸을 암시하는 듯한 먹구름이 흩날리고 있는 세상.
언뜻 보면 그 세상은 김주혁이 300년 전에 겪었던 그 세상과도 조금 비슷해 보였으나.
‘아니다.’
김주혁은 단번에 알아차렸다.
이곳이, 300년 전 김주혁이 보았던 그 세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리고 그 기억 속에서.
‘이번에도 먹물인가.’
김주혁은 자신의 앞에 서 있는 누군가를 볼 수 있었다.
굉장히 분노에 치밀었다는 듯 격앙된 목소리로 입을 열고 있는 누군가로.
[스승님, 제가 다 죽여 버리겠습니다.]그 목소리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그것도 아니면 노인이나 어린아이인지도, 김주혁은 구분할 수 없었다.
분명 목소리를 들었으나, 그 목소리는 마치 누가 특정할 수 없게 만든 것처럼 정말 기이하게 들렸으니까.
그렇기에 김주혁은 인상을 찌푸렸으나, 기억은 그의 기분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계속해서 이어져 나갔다.
[제가 모조리 죽여버리겠습니다. 그 녀석들을 모조리!] [그럴 필요 없다.] [하지만 스승님!!!] [말하지 않았느냐. 그럴 필요 없다.] [대체, 대체 왜! 그렇게 말씀하십니까……! 도대체 왜!]굉장히 비통하다는 듯 입을 여는 누군가.
그러나 그런 목소리에 대답해주는 누군가…… 아니, 아마 ‘김주혁’으로 추정되는 이는 비통한 상대방의 목소리와는 다른 평온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어차피, 언제고 한번은 일어날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 일이 일어났을 뿐이지.] [스승님…… 제발!!]애절한 목소리.
분명 목소리가 기이하게 변조되어 들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누가 들어도 애절해 보이는 목소리.
그에.
그렇게 말하는 것을 끝으로.
“……끝?”
김주혁은 떠올린 기억이 끝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번에는 어떻지?”
그가 정신을 차리자마자 궁금하다는 듯 물어오는 바르체.
김주혁은 그런 바르체를 한번 바라보고는 이내 슬쩍 머리를 흔들더니 이야기했다.
“기억이 돌아왔어.”
“네 기억인가?”
“아마 그렇겠지, 길잡이도 지금부터 떠오르는 기억은 전부 내 기억이라고 확언했었으니까.”
“그 이외에 다른 점은 있나?”
“다른 점이라…….”
김주혁은 바르체의 말을 들음과 동시에 마력을 한번 움직여 자신의 몸 상태를 관조해 보았고.
“전반적으로 능력치가 조금 상승한 것 같긴 하네.”
김주혁은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신체능력이 전반적으로 상승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뭐, 나머지는 또 단련을 하거나 해서 알아봐야 될 것 같지만 말이야.”
김주혁은 그렇게 이야기하며 바르체를 바라보았고.
곧 그는 고개를 끄덕이곤 이야기했다.
“그래서, 기억이 돌아왔다는 건, 네가 누구인지 알아챘다는 소리인가?”
“아니.”
“역시, 한번 만으로 쉽게 돌아오는 건 아닌가 보군.”
바르체의 말에 김주혁은 고개를 끄덕이곤 조금 심려가 된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오히려 이쯤 되니까 조금 혼란스럽기 시작하는데.”
“이번에 되찾은 기억은 뭐길래?”
바르체의 물음에 김주혁은 여동빈의 이름을 흡수함과 동시에 자신이 보았던 기억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하기 시작했고.
곧 한동안 그 이야기를 듣던 바르체는.
“……멸망한 세계 속에서, 너를 스승님이라고 부르는 누군가라.”
“그래.”
“그럼 네 제자들 중 한 명일 확률도 있는 거 아닌가?”
“그건 아니야. 애초에 내 제자들하고는 그런 상황에서 이야기한 적이 없으니까. 애초에 내가 죽은 건 너랑 뒤지게 치고받다 죽었는데 어떻게 그런 장면이 연출되냐?”
“……생각해 보면 그렇군. 300년 전의 너는 나와 같이 싸우다 동귀어진했으니. 멸망한 세계가 보이는 곳에서 그런 이야기를 나누는 게 조금 어색하긴 하군.”
바르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김주혁.
“그럼 멸망의 탑에 들어오기 이전의 상황일 확률은?”
“전혀라고 해도 될 정도로 없어.”
“……그럼 너를 스승이라고 불렀던 그 녀석은 현재 네가 300년 전 키웠던 제자가 아니라고 보는 게 맞는 건가?”
“아마 그렇겠지.”
“그럼 특징 같은 것들은 혹시 기억나나?”
“전혀 기억나지 않는데, 애초에 얼굴이 먹물을 칠해놓은 것 같이 검은 상황이라서 특징을 볼 새도 없었어.”
“굳이 얼굴이 아니라도 좋다. 특징이 얼굴에만 있는 건 아니잖나? 예를 들면 복장이나 장신구 같은 것들 말이다.”
“복장이나 장신구라…….”
바르체의 질문.
그에 김주혁은 곰곰이 생각하는 듯하더니.
“어.”
문득 탄성을 내뱉으며 입을 열었다.
“생각해 보면 지금 떠오른 기억에서 좀 생각을 해보면, 유독 눈에 띄는 게 하나 있었던 것 같기도 한데.”
“그게 뭐지?”
“문양.”
“문양?”
김주혁은 아까 전의 기억을 다시금 떠올렸다.
분명 김주혁의 기억 속에 나온 누군가는 신체로 누구인지를 특정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조금 더 깊이 생각해 보니 그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김주혁의 머릿속에 생각이 남는 것이 하나 있었다.
‘태양…… 문양이겠지?’
그것은 바로 그 누군가의 손등에 남아있는 태양 문양.
그것이 도대체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기묘하게도 그 태양 문양이 손등에 박혀 있는 것은 김주혁의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아있었고.
“태양 문양이라…….”
이내 그 말을 들은 바르체는 한동안 고민하는 듯하더니 이야기했다.
“그래도 한 가지 정보를 또 얻기는 했군.”
“그러게. 존나 쫌셍이 같이 기억나서 짜증나긴 하는데 말이야.”
그 대답을 끝으로 김주혁은 한동안 자신의 머릿속에 떠다니는 태양 문양에 대해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다음 날.
단련실에서.
“스……승님!”
“???????”
김주혁은 자신의 앞에 굉장히 화사한 고딕 드레스를 입고 있는 부리가면을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