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ess's Shield Protects the Kingdom RAW novel - Chapter (338)
제338화
“우와아아아아아!!”
“그래, 할 수 있어!”
“신성제국 병사들에 비하면, 몬스터 따위 머리 빈 짐승이나 똑같지!”
“어이, 신병! 가서 물자 챙겨와!!”
패닉에서 벗어난 병사들이 기름을 끓이고, 화살을 쏘며 반격하기 시작한다.
그래, 그들이 모든 몬스터를 상대할 필요는 없다.
몬스터는 연합의 든든한 기사들과, 그들의 자랑이자 어버이이자 영원한 우상.
파데론 공작이 반드시 막아줄 테니까.
전장 그 자체를 뒤흔든 파데론 공작의 외침이 신성제국 진영이라고 들리지 않을 리가 없었다.
어느새 후속 출격 준비를 마친 두 후작들이 나란히 선두에 선다.
“…쯧! 역시 다 늙은 퇴물이라도 옥좌는 옥좌라는 건가. 생각보다 쉽게 무너뜨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역시 그렇게 간단히는 안 되는군.”
보르도 후작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기세가 오른 지금, 이대로 내버려 둔다면 몬스터 부대들의 상당수가 이곳에서 스러질 것이다.
검노야, 파데론 공작.
비록 옥좌 가운데 말석이라고 하나, 고작 저런 몬스터들만으로 처리할 수 있을 만큼 말랑말랑한 노인이 아니었다.
“그래봐야 시간 벌기일 뿐이야. 아무리 옥좌에 오른 무인이라고 해도, 3천에 달하는 정예 몬스터들을 그렇게 간단히 쓰러뜨릴 수는 없을 테니까.”
그래. 쓰러뜨리고자 한다면 전부 쓰러뜨릴 것이다.
하지만 3천이나 되는 몬스터를 처리하는 데 힘을 쏟은 파데론이, 과연 멀쩡할 수 있을까?
아마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두 후작은 바로 그 작은 틈새를 노리려 하고 있었다.
저 멀리 사력을 다해 검을 뿌리는 공작의 모습이 보인다.
그가 검을 한 번이라도 더 휘두르면 병사 하나, 아니 열 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을 테니까.
아아, 아름답다.
그야말로 촛농의 마지막 불꽃.
마지막 순간에 화려하게 피어오르는 촛불과도 같다.
“오늘, 5국 연합의 별은 추락할 것이다. 옥좌의 하나를 끌어내린다면 폐하께서도 우리에게 보다 넓은 마음으로 관용을 베풀어 주시겠지.”
“…아마도.”
보르도 후작은 룩크 후작의 담담한 반응에 혀를 찼다.
“쯧쯧, 룩크 후작. 아직도 그런 표정을 짓는 건가? 표정을 펴게. 마음을 바꿔. 나라고 해서, 비록 적이지만 옥좌까지 오른 위대한 무인을 이런 더러운 방식으로 잡는 게 마음이 편한 줄 아나?”
“…….”
툭툭!
보르도 후작이 룩크 후작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생존을 위해, 그리고 자신이 아끼는 이들을 위해 검을 드는 건 비단 검노야뿐만이 아니야. 자네 역시 가문의 식솔들을 생각해야 할 것 아닌가?”
“…맞는 말이지. 가세나.”
보르도 후작의 말에 길게 한숨을 내뱉은 룩크 후작이 전장으로 향했다.
비겁한 방식이다.
4후작이라는, 미래의 옥좌를 노린다는 찬란한 명예를 오물 속에 빠뜨릴 만큼 말이다.
아마, 오늘의 일이 대륙에 알려진다면 자신들의 이름은 땅에 떨어지겠지.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들은 끈 떨어진 연이다.
전쟁의 시작인 이 무대에서 자신들의 쓸모를 증명하지 못한다면, 곧장 폐기 처분되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인 것이다.
제국의 새로운 주인은, 그 정도로 냉혹한 여인이었으니까.
그러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마침내 마음을 다잡은 룩크와 보르도, 두 후작이 말을 달리기 시작한다.
대륙의 살아 있는 역사를 거꾸러뜨리기 위해서.
오늘, 옥좌의 자리 하나는 반드시 비게 되리라.
* * *
촤아아아악!
-그르르르륵!
피가래가 끓는 소리와 함께 개의 형상을 한 놀의 머리통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린다.
하지만 그 머리가 떨어지기도 전, 파데론 공작의 검은 또 다른 몬스터의 몸통을 갈라냈다.
“후욱, 후욱!”
온몸이 피에 전 파데론 공작의 호흡이 조금씩, 조금씩 거칠어졌다.
“허허허, 나도 늙긴 늙었나 보이. 고작해야 이런 짐승들 몇 마리 베었다고 이리 지칠 줄이야.”
몇 마리라고 하기에는 이미 셀 수 없이 많은 몬스터들을 벤 파데론 공작이다.
유쾌한 듯 웃어 보이는 공작을 바라보며 기사단장 레브닐이 말했다.
“공작 각하, 너무 지치셨습니다. 조금이라도 휴식을 취하시지 않으면….”
“레브닐, 내가 쉬면 말이야.”
탱그랑!
몬스터의 더러운 피와 기름으로 절여진 검을 바닥에 버리고, 주인을 잃은 비교적 멀쩡한 검을 집어 들며 말한다.
벌써 몇 번째 바꾼 검인지 알 수 없었다.
그 정도로 많은 수의 몬스터와 제국 병사들을 베어 냈으니까.
“우리 병사들과 자네를 포함한 기사들의 목숨은 누가 지켜주나?”
전장은 넓다.
아무리 파데론 공작이 최선을 다해 움직인다고 해도, 그의 손이 모든 전장에 다다를 수는 없는 일이다.
지금도 그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는 병사들이 몬스터의 배 속으로 들어가거나, 제국 병사들이 쏘아낸 화살을 맞고 안타까운 목숨들이 빛을 잃고 있었다.
“여기 있는 이들은 모두 내 자식이나 마찬가지야. 그 어떤 부모도, 자식 목숨을 앞세워 생을 연장하려 하지는 않아. 만약 죽는다면, 내가 먼저여야만 하는 걸세.”
…알고 있었다. 그들의 사령관은 이런 남자라는 것을.
오랜 세월 동안 단 한 번도 먼저 퇴각한 적이 없는 파데론이었기에, 그의 말이 진심임을 누구보다 잘 안다.
하지만.
세월의 절대적인, 항거할 수 없는 시간의 흐름 앞에 생긴 주름과 연약해진 근육, 그리고 힘.
그것을 생각하면 공작을 말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레브닐은, 자신의 생각과 다른 말을 꺼낼 수밖에 없었다.
“실례했습니다, 각하!”
여전히 꿈을 꾸는 젊은이처럼 반짝이는 공작의 눈빛에, 차마 쉬라는 말을 할 수 없었으니까.
“흘흘흘! 알았으면 따라오게나. 기사단장 레브닐, 자네는 내 첫째 아들이나 마찬가지야. 맏이 된 입장에서, 설마 동생들을 먼저 보내려 하지는 않겠지?”
피에 전 손으로 레브닐의 어깨를 치며, 다시금 전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파데론 공작.
레브닐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어쩌면 파데론 공작을 보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기꺼이 따르겠습니다.’
파데론 공작이 자신을 맏이라 여긴 이상, 자신 또한 그에 맞추어 최선을 다해야만 했다.
동생들을 지키는 것 또한, 맏이로서의 임무였으니까.
* * *
“허억, 허어억….”
반 토막이 되어 짧아진 검.
흐트러진 호흡이 당최 돌아오지 않는다.
반쯤 흐릿해진 시야 속, 두 눈을 부릅뜬 채 바닥을 뒹구는 레브닐의 시신이 보인다.
‘불효막심한 기사로고. 아비보다 먼저 가는 자식이 어디 있다더냐.’
눈물을 흘리고 싶었지만 나오지 않는다. 몽롱한 의식이, 신체의 정상적인 기능을 반쯤 상실케 하고 있었다.
짝, 짝, 짝!
귓가에 맴도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박수 소리.
기운이 담긴 그 박수 소리에, 몽롱하게 취해 있던 정신이 천천히 깨어난다.
흐릿해진 시야가 점차 또렷해지며 두 남자의 모습이 망막에 잡힌다.
“역시 검노야요. 설마, 그 많은 몬스터들을 절반이나 잡아낼 줄이야…. 적이지만, 존경을 표하는 바요.”
노란색의 덥수룩한 수염과 반짝이는 민머리.
흡사 산도적이라고 해도 이질감이 없는 남자가 탄성을 내뱉었다.
‘아니, 병사들을 지키려 하지만 않았다면 전부 쓰러뜨리는 것도 절대로 불가능이 아니었겠지.’
병사들을 지키기 위해 움직이던 중 얻어맞은 불의의 일격이 아니었다면, 어쩌면 결과는 조금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쿨럭…! 흘흘흘, 누군가 했더니 보르도 꼬맹이랑 룩크 애송이가 아니더냐. 역시, 네놈들이 오지 않았을 리가 없지.”
붉은 피를 한 사발 토해낸 파데론 공작이 조금은 또렷해진 눈으로 두 후작을 바라보았다.
“…호흡을 고르시오. 기다려 드리리다.”
룩크 후작의 담담한 말에 파데론 공작이 웃음을 터뜨렸다.
“흘흘흘! 고양이 쥐 생각 해주는구나. 이미 몬스터들을 앞세워 사람을 몰아놓고 이제 와 기사인 척하지 말거라.”
퉤!
끈적한 피가래를 뱉어낸 파데론이 말을 이었다.
“한평생을 국경에서 조국을 지키며 보냈다. 하지만 네놈들만큼 경지에 오른 놈들이 이토록 비겁한 짓을 하는 건 생전 처음이다. 그 망나니 같았던 크랭크 꼬맹이도 이런 짓은 하지 않았어.”
“…굳이 이해를 구하지는 않겠소.”
붉어진 룩크와 보르도의 얼굴.
그 모습을 바라본 파데론 공작이 피식하고 웃어 보였다.
“…흘흘! 그래, 네놈들도 나름대로 사정이 있으렷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가 국지전에서 겪었던 두 후작은 이만큼 치졸한 무인들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그것이, 이들의 비겁한 행동을 이해한다는 뜻은 아니었다.
스윽!
보르도가 자신의 거대한 할버드를 들어 올렸다.
“…문답무용. 가겠소, 공작. 옥좌에 오른 그대를 상대하는 일이니, 부디 협공이 비겁하다 말하지는 마시기를.”
룩크 후작 역시 검을 꺼내 드는 모습을 보며 파데론이 말했다.
“흘흘흘! 처음부터 작정하고 온 놈들이 뒤늦게 예의 차리기는. 고얀 놈들이로고.”
스으윽!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위태로운 노구(老軀)에서, 오랜 세월 겪어온 전장의 진한 향기가 매섭게 뿜어져 나온다.
“덤비거라. 내 비록 지쳤다 한들, 아직 쉰도 되지 않은 비겁한 꼬맹이들에게 죽을 만큼 나약하게 살아오지 않았음이니.”
“…가겠소.”
파아악!
세 사람의 기운이 전장의 중심에서 거칠게 뒤얽히기 시작했다.
* * *
털썩!
절대로 구부러지지 않을 것 같던 노인의 무릎이 바닥에 닿는다.
울컥, 울컥! 주르르륵!
노인, 파데론 공작의 입이 벌어지며 붉은 피가 폭포수처럼 흘러나왔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아무리 옥좌에 오른 무인이라 하더라도, 가슴팍이 꿰뚫려 폐가 날아간 이상.
…삶을 이어갈 수는 없었으니까.
“…허허허. 내가, 졌군.”
“그렇소. 당신이 졌소.”
가쁜 숨을 몰아쉬는 파데론을 바라보며, 허리에 구멍이 난 룩크가 말했다.
“하아, 하아… 이 어리석은 작자들아. 이런 실력이라면. 앞으로 머지않아, 분명 나를 뛰어넘을 수 있었을 것을.”
“…….”
“언젠가, 그대들이. 벽과, 마주할, 때. 오늘의, 경험이. 분명히, 커다란 장애가, 될 것이야.”
“…….”
안다.
한평생 살아온 것과 맞지 않는, 스스로조차 경멸할 만큼 더러운 경험이었다.
어쩌면 스스로의 발목에 족쇄를 찬 것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경지보다, 중요한 게 있었으니까.
복잡한 생각이 담긴 룩크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본 파데론이 말했다.
“…하나만, 부탁해도. 되겠나?”
“…말씀하시오.”
“성벽의 뒤에, 남은. 우리 병사들…. 이 늙은이의 목으로, 그들의, 목숨만이라도. 살려주면, 안 되겠나?”
어렵게 말을 잇는 파데론의 말에, 가슴팍에 커다란 상처가 생긴 보르도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불가능하오. 이 전쟁은 대륙 전체를 황금사자교의 빛으로 물들이기 위한 성전. 그 길을 막는 잠재적인 장애물들을….”
“그리하리다.”
“룩크!”
보르도가 룩크를 노려보았지만, 룩크는 파데론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 눈을 가만히 바라보던 파데론이 말했다.
“…흘흘. 믿겠다, 애송이들.”
그제야 안심했다는 듯이 파데론 공작이 천천히 눈을 감았다.
눈을 감은 노인은, 그 후로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야크 왕국의 젊은 천재로 우뚝 선 이후, 한평생을 조국을 수호하며 살아왔던 노기사.
시대를 풍미했던 옥좌의 검노야라는 별이 지는 순간이었다.
“룩크, 자네 미쳤나! 저 병사들을 살려 보낸다면…!!”
그들의 황제가, 결코 가만있지 않으리라.
하지만 보르도의 뒤이은 말은, 룩크의 함성에 묻혀 이어지지 못했다.
“전군!!!!!!!”
요새의 병사들도 모두 들을 정도의 큰 목소리.
“연합군의 병사를 말살하라! 폐하의 뜻을 거역하는 이교도들을, 단 한 놈도 남기지 말고 모조리 지워버려라! 오늘, 5국 연합의 전선은 사라진다!!”
척, 척, 척!
룩크 후작의 명을 들은 신성제국의 병력들이, 다시금 요새를 향해 나아간다.
“아, 아아.”
성벽 위의 병사들이 뒷걸음질 친다.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자신들의 영원한 정신적 지주, 영원한 별.
파데론 공작이 전사했다.
“이, 이길 수 없어.”
“모, 모두 도망쳐!”
밀려오는 제국군을 피해 사방으로 달아나는 병사들.
남은 몬스터 부대와 제국의 병사들은 그들을 추격하여 닥치는 대로 죽이고, 또 죽인다.
“…룩크. 자네….”
“죽은 사람의 소원이었네.”
룩크가 담담히 말했다.
“비록 적이었지만, 한평생을 조국을 위해 바친 이였네. 마지막으로 가는 길, 그 수하들이 도망칠 정도의 작은 배려는 해줄 수 있지 않겠나.”
“…….”
룩크가 무심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그래.
어차피 개가 되어야만 할 운명이라면, 철저하게 개가 될 것이다.
누군가는 4후작의 명예가 땅에 떨어졌다고, 더 이상 고고한 기사로 여기지 않는다 하더라도.
상관없었다.
그로 인해, 가문과 식솔들을 살릴 수만 있다면.
그런 허울뿐인 명예, 얼마든지 내려놓을 것이다.
파데론 공작의 차게 식어가는 시신을 뒤로한 채, 두 후작이 천천히 요새로 걸었다.
이날, 대륙 연맹의 중부 전선은 신성제국에 의해 함락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