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ess's Shield Protects the Kingdom RAW novel - Chapter (339)
제339화
-신성제국이 전쟁을 일으켰다!
이 충격적인 소식은, 중부 전선에서 탈출한 연합의 병사들에 의해 삽시간에 대륙 곳곳으로 퍼져 나갔다.
늘 있어왔던, 단순한 국지전 수준의 분쟁이 아니었다.
5국 연합이 자랑하는 희망의 별인 검노야, 파데론 공작은 최후의 최후까지 제국군에 대한 저항을 멈추지 않은 끝에 장렬하게 산화했다.
이 믿기지 않는 현실에 대륙 연맹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옥좌에 오른 무인은, 옥좌에 오른 이들 외에는 상대하지 못한다.
이것은 대륙의 오랜 진리며 하나의 상식이었다.
예외라면 제롬 남작이 해적왕 발락을 쓰러뜨렸던 일이리라.
하지만 그 또한 제롬의 무력이 이미 옥좌에 오르기 충분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증명되었었다.
그에 반해, 이번 일은 경우가 달랐다.
파데론 공작이 4후작의 손에 쓰러진 것이다.
익히 알려진 4후작의 무위는, 옥좌에 오른 이들에 가장 근접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옥좌에 가장 근접한 것과, 옥좌 위에 앉아 있는 것은 하늘과 땅만큼이나 큰 차이가 있는 법이다.
아무리 4후작 중 둘이 달려든다 하더라도, 정상적인 상황에서 그들이 검노야를 쓰러뜨리리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웠다.
그들이 검노야, 파데론 공작을 상대로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리 머지않아 밝혀졌다.
생존에 성공한 병사들이 온 대륙에 퍼뜨린 것이다.
몬스터 부대.
명색이 신성제국이라는 성스러운 명칭을 자처하는 나라에서, 흑마법사들이나 할 법한 짓을 통해 파데론 공작이라는 위대한 무인을 추락시킨 것이다.
이 믿기 어려운 추악한 실태에 대륙 연맹은 신성제국을 맹렬히 비난했고, 연맹의 모든 왕국민들은 두 후작을 경멸의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들이 그토록 오랜 시간을 지켜온 명예가, 진흙탕 속을 구르게 된 것이다.
하지만 명예가 진창에 빠진 것뿐인 두 후작과 달리, 실질적인 절망 속에서 허우적대는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중부 전선의 뒤에 위치한 5국 연합의 3국.
달튼, 샤론, 야크 왕국이었다.
넓게 펴진 전선이 순식간에 함락되며, 이 세 개의 왕국 중 어디든 진격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 것이다.
신성제국을 굳건히 막아오던 파데론 공작이 전사한 지금, 5국 연합의 능력만으로는 몬스터를 앞세운 두 후작과 제국군을 막아내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런 그들이 서둘러 다른 왕국들에 지원을 요청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5국 연합이 무너지는 것은 대륙 연맹 역시 바라지 않는 일.
연맹의 왕국들은, 각지에서 전 귀족들을 대상으로 지원군을 꾸리는 데 여념이 없었다.
그 가운데에는 남부의 철권, 제롬의 영지. 올리비아도 있었다.
“상황이 예상보다 훨씬 더 급박하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영지 내 모든 주요 인사들이 모인 올리비아의 회의실.
드웨인이 표정을 딱딱하게 굳힌 채 말했다.
“중부 전선에서부터 전쟁이 시작될 것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설마 파데론 공작 각하께서 지키는 중부가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질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분은 수십 년 동안 흔들림 없이 전선을 지켜오신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셨으니까요. 그런 공작 각하께서, 설마 하루 만에 요새를 함락당하실 줄이야….”
전쟁의 상황이 어긋나도 너무 어긋났다.
드웨인은 본래 빨라도 2~3년 정도 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전쟁이 일어난다 하더라도, 검노야 파데론 공작이라면 충분히 대비할 수 있을 때까지 시간을 끌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복원에 성공한 몬스터 부대를 앞세운 제국의 공격에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드웨인은 당혹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분명 제롬 일행이 발리스타에서 몬스터 부대의 연구를 박살 냈다 들었는데, 도대체 그 많은 전력이 어디서 튀어나온 건지 감도 오지 않았다.
하지만 당황한 드웨인과 달리 제롬과 카르마, 람팡은 짐작 가는 부분이 있는지 서로를 마주 보았다.
“스승님, 이건….”
“그래.”
카르마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그 몇백 년 묵은 노괴물이 장난질을 친 모양이로구나.”
발리스타에 있던 연구 자료는 제롬 일행이 철저하게 파괴했다.
게다가 그 총책임자였던 질드레 역시 살라딘의 실에 목숨을 잃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빠르게, 소실된 몬스터 부대의 연구 결과를 복구할 수 있었던 건, 역시 제노스의 개입 외에는 생각할 수가 없었다.
“중부 전선에서 신성제국의 병력들이 남하하는 일만큼은 반드시 막아야만 합니다. 이곳을 수복하지 못하면 다른 전선들조차 흔들릴 수 있습니다.”
중부 전선이 비록 약하다고는 하나, 그 중요성마저 다른 전선에 비해 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중부 전선을 손에 쥔 신성제국은 그야말로 꽃놀이패를 얻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만약 좌측의 달튼 왕국을 밀어 버린다면, 서부 국경의 카밀 공작과 함께 반텐을 협공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반대로 야크 왕국을 향해 진격한다면, 동부 국경의 아디르 공작과 함께 오시리스 왕국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된다.
둘 모두가 아니라면, 그대로 남하를 계속하는 것도 나쁜 선택이 아니었다.
5국 연합의 아래쪽에는 밀렌 왕국과 프란 왕국이 위치하고 있었다.
대마법 갑옷의 파훼를 연구하고 있는 프란 왕국의 중요성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
정말 최악의 경우, 5국 연합이 전멸하면 그 뒤는 연맹의 식량 창고나 마찬가지인 필라도르 왕국까지도 마수를 뻗을 수 있게 된다.
그렇기에, 5국 연합의 세 왕국이 밀리는 일은 반드시 막아야만 하는 것이다.
“당연히 원군을 보내야겠지?”
“물론입니다. 다만 모든 왕국에 지원군을 보낼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저희는 제국에 비하면 민들레 씨나 마찬가집니다.”
비교해도 민들레 씨가 뭐야, 민들레 씨가.
“어디를 보낼지는 이미 다 생각해뒀을 것 같은데?”
“당연하지요.”
촤아악!
드웨인의 손이 대륙 전도에 있는 샤론 왕국을 지웠다.
“샤론 왕국은 제외합니다.”
“왜지? 달튼이나 야크와 달리 샤론 왕국은 이케니아나 오시리스의 원조를 받기 어려울 텐데.”
3국 중 가운데 위치하고 있는 샤론 왕국이야말로 가장 위태로운 처지였건만.
의외로 드웨인은 단호하게 샤론 왕국을 배제했다.
“거긴 이미 지원할 이들이 정해져 있습니다. 그 어떤 이도, 자신의 연인이 위기에 처했을 때 바라만 볼 자는 없을 테니까요.”
“아.”
그렇다.
엘프 여왕에 오른 밀리아.
그녀의 성격상, 연인인 피터 국왕이 자리하고 있는 샤론 왕국이 잿더미가 되는 것을 바라보고만 있지는 않을 터.
그녀의 부탁이라면, 숲의 여왕인 파울로 역시도 움직이지 않을 수 없으리라.
스으윽!
드웨인의 손은 이어서 좌측으로 움직인다.
그가 지운 왕국은 달튼이었다.
“달튼 왕국 역시 제외합니다. 달튼은 지리적으로 이케니아와 가까운 왕국. 이미 왕가에서는 달튼으로 보낼 지원군을 결정했을 겁니다.”
그 지원군이 어디인지는, 굳이 들을 필요도 없었다.
그 어떤 적이 오더라도 든든하게 버틸 수 있는, 이케니아가 자랑하는 왕국의 검.
아마 그가 움직였을 테니까.
“그렇기에 저희가 향해야 하는 곳은.”
처억!
드웨인의 손가락이 오시리스의 옆 왕국을 지목한다.
“바로 야크입니다.”
“왜지? 야크 역시 오시리스 왕국의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 아냐.”
람팡의 질문에 드웨인이 거침없이 대답했다.
“오시리스 왕국의 국력이 이케니아와 버금가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나라 전체의 절대적인 국력일 뿐. 전황을 뒤바꿀 옥좌 위의 무인 숫자가 부족한 오시리스 왕국에서는 쉬이 지원군을 결정하기 어려울 겁니다.”
“과연, 야크라….”
하긴, 오시리스 왕국이라면 신수 아디르 공작의 협공을 막아내기는 쉽지 않을 수도 있었다.
지극히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황송하지만 람팡 님. 야크 왕국으로 파견을 나가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물론이지. 그쪽 방면 사령관이 분명 아디르 공작이라고 했지?”
“예, 맞습니다. 신의 짐승이라는 이명을 가진 전장의 재앙이죠.”
“나도 좋아. 그자와는, 언젠가 꼭 한번 붙어보고 싶었거든.”
비스트 마스터라 불리는 람팡이, 신의 짐승이라는 이명을 가진 아디르 공작에게 호승심을 불태우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베라스를 노리던 것과 같은 마음이 아니었다.
순수하게, 호승심에서 나오는 투명한 욕심.
그렇게 람팡이 의욕을 불태우는 걸 바라보던 카르마 역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런. 그렇다면 나 역시 야크로 향하도록 하마. 내 생각에, 람팡이 야크로 향한다면 분명 그 편집증적인 노인 역시 이쪽으로 향할 것 같으니 말이다.”
틀린 말이 아니었다.
혹시나 아디르에 제노스까지 끼어든다면, 람팡 혼자 힘으로는 버거울 테니까.
‘두 사람이 모두 야크로 향한다면 야크 역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
“그런데 제롬. 너는 그럼 어디로 향할 생각이야?”
긴 토의 끝에 행선지를 정한 것은 고작 람팡과 카르마뿐, 그 외의 인원에 대해서는 정해진 것이 없었다.
“아, 저는 따로 할 일이 있습니다.”
그래.
나는 할 일이 있었다.
오로지 이 계획을 위해 군도와 전쟁을 벌이고, 미다스 후작을 통해 물자를 꾸준히 모아온 것이 아니던가.
누군가가 들으면 미친 짓이라 여기겠지만.
이 전쟁을 누구보다 빨리 끝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스윽!
내 시선이 살라딘과 베스킨, 그리고 미샤 남매에게 향했다.
“여러분은, 나와 함께해 줘야겠어요.”
대륙 역사상 지금껏 누구도 시도조차 하지 않았고, 전생의 이바렐라도 상상하지 못했던 맹점.
그 계획의 실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저거, 저거. 또 무슨 이상한 계획을 세우고 있는 거 같은데. 불안해, 너무 불안해.”
다년간의 촉으로 살라딘이 불안함을 호소했지만.
회의실의 그 누구도, 살라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이는 없었다.
* * *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신성제국과 대륙 연맹이 대치하고 있던 중부 전선.
불과 하루 전까지 5국 연합의 소유였던 성벽은 채 흐르지 못한 핏물들이 엉켜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성벽의 위.
연합으로부터 소유권을 이양받은 주인의 사냥개들이 머리를 숙인 채 부복하고 있었다.
-고생이 많았어요. 룩크, 보르도.
“황공하옵니다, 폐하. 폐하의 하해와도 같은 은혜가 깃든, 신성한 군대가 있었기에 오랜 장애물이었던 검노야를 쓰러뜨릴 수 있었던 것이옵니다. 신들은 그저 그들을 거둔 것에 지나지 않사옵니다.”
보르도가 모든 공을 황제, 이바렐라에게 돌리자 그녀의 입에서 피식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신성한 군대라….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다만. 뭐, 그래요. 우선 파데론 그 노괴를 거꾸러뜨리는 데 성공한 것 자체는 칭찬해 드리도록 하죠. 한데.
말을 끊은 이바렐라가 턱을 괸 채 물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피해가 제법 크네요. 두 후작의 무위를 생각하면 이럴 리가 없는데 말이에요?
몬스터 부대의 절반 가까이 희생된 것에 대한 질타였다.
열심히 싸운 끝에 돌아온 것이 질타였기에 반발심이 생길 법도 했지만, 두 후작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만약 자신들이 목숨을 잃을 각오를 하고 파데론의 체력이 떨어지기 전에 달려들었다면.
몬스터 부대의 피해는 분명 큰 폭으로 줄일 수 있었을 테니까.
즉, 이바렐라는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승리한 정도로는 충성을 증명할 수 없다는 뜻인가.’
조금 더, 사냥개면 사냥개답게.
스스로의 몸이 얼마나 다치고, 부서지고, 망가지더라도.
주인의 목표를 위해 움직여라.
그것이 개에게 주어진 사명이다.
이바렐라의 말에 숨겨진 의미를, 두 후작이 못 알아들을 리가 없었다.
-그나저나, 룩크 후작?
“…말씀하시지요, 폐하.”
룩크 후작을 바라보는 이바렐라의 시선이 의미심장했다.
-보고서를 보니, 파데론 공작이 전사한 뒤 그대가 전장에 섬멸 명령을 외쳤다지요?
“그러하옵니다, 폐하.”
-…흐응.
톡, 톡!
옥좌의 팔걸이를 손가락으로 톡톡 치는 이바렐라의 고개가 모로 돌아갔다.
-굳이 그 상황에서, 그렇게 큰 소리로 외칠 필요가 있었나요? 그냥 조용히 진격했으면, 사기가 올라 있던 연합의 병사들이 도망갈 일도 없었을 거고. 그럼 우리 군의 기습이 연맹 측에 알려질 시기도 훨씬 늦출 수 있었을 텐데.
“…오해이십니다, 폐하. 신(臣)은 그저 아군의 사기를 드높이고 적들의 사기를 꺾어 아군의 피해를 줄이고자 했던 뜻이었사옵니다. 절대로 그 어떤 불경한 의도가 있었던 게 아니옵니다.”
톡, 톡, 톡.
룩크의 해명에도 여전히 서늘한 눈으로 룩크의 뒤통수를 내려다보던 이바렐라가 이윽고 실소를 보였다.
-하긴, 후작이 미치지 않고서야 그럴 리가 없겠죠? 미안해요. 소중한 가족들이 황도에서 후작의 승전보만을 기대하고 있는데. 멋진 모습을 보여도 모자랄 후작이 그런 바보 같은 판단을 내렸을 리가 없지. 제가 예민했던 모양이에요.
이바렐라의 말에 오히려 옆에 있던 보르도 후작의 등줄기에서 한 줄기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저것은, 경고였다.
용서는 한 번뿐이다.
만약 다시 한번 나의 심기를 거스르는 일을 한다면, 가족들의 생사를 기대하지 말라는 무시무시한 경고.
“물론이옵니다, 폐하. 신, 룩크. 폐하와 제국을 위하여 이 한 몸 부서져 순교할 각오로 이교도들을 징벌하도록 하겠사옵니다.”
흔들리지 않는 룩크의 대답. 이바렐라는 말없이 룩크의 머리를 빤히 내려다보았다.
-…뭐, 좋아요. 한 번 정도는 믿어봐도 괜찮겠지.
이 일은 더 두고 보기로 한 것인지, 이바렐라가 화제를 바꾸었다.
-경들이 고생해준 덕분에, 우리 군이 움직일 수 있는 폭이 아주 넓어졌어요.
숙여져 있던 룩크와 보르도의 고개가 천천히 올라갔다.
그들은 사냥개다.
짐승에 지나지 않는 그들은, 주인의 명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단지 대기할 뿐이었다.
이제, 주인의 명이 다시금 떨어질 때가 되었다는 소리였다.
과연, 그들의 주인은 어디로 진격하라 명할 것인가.
-두 사람이 다음으로 향할 곳은….
주인의 입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