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ess's Shield Protects the Kingdom RAW novel - Chapter (351)
제351화
하늘이 내린 방패, 천패 바쿠스 폰 카르비어트는 분명 절대적인 방어력을 자랑하는 강자다.
하지만 아무리 바쿠스라 하더라도, 전장 전체를 통틀어 손에 꼽히는 강자들의 연속된 합공에는 자세가 무너질 수밖에 없는 일.
합공에 흔들린 바쿠스의 시야에 머리 위로 떨어져 내리는 검이 보인다.
평범한 일격처럼 보이지만, 그 검 내부에서 요동치는 카이저의 거력은 능히 산조차 베어버릴 일격임이라.
‘…이건 늦었나.’
경시하지 못할 공격임에는 분명하지만, 그렇다 하여 절대로 막지 못하는 공격 또한 아니었다.
그래.
저 검과 더불어, 지금 우측 허리를 찔러 들어오는 카밀의 검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지금은 허리를 노리고 있었지만, 만약 카이저의 검을 막기 위해 방패를 들어 올린다면.
그 순간 카밀의 검은 방향을 바꾸어, 완전히 열린 바쿠스의 가슴 속 심장을 찔러올 것이다.
실로 절묘한 합공. 두 공작의 공격은 바쿠스에게 선택을 강요하고 있었다.
카밀의 공격을 막는다면 방패를 든 팔 하나를 잃는 것에 그치겠지만.
만약 카이저의 공격을 막는다면, 이 몸의 생명 그 자체를 잃을 것이라고 말이다.
‘외통수군.’
바쿠스 폰 카르비어트의 상징이자 전부라 할 수 있는 장비는 누가 뭐라 해도 방패다.
바쿠스 자체라 보아도 무방한 방패를 잃는 순간, 바쿠스의 전투력은 격감할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 잠시나마 목숨을 부지한다 하더라도 전력이 약해진 자신으로 인해 머지않아 반텐이 함락당할 것은 너무도 자명한 일.
그렇다면, 반텐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일까.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다.
‘적어도 한 놈은, 데려간다.’
만약 몇 년 전에 이런 일을 겪었다면, 설사 팔을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하루라도 시간을 더 버는 선택을 했을 것이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게 하루라도 더 사수해야, 브라움이 찾아올 때까지 버텨 왕국이 이 전쟁을 막아낼 가능성이 높아질 테니까.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그의 아들이.
벌레라고 불리던, 카르비어트의 수치라 불리던 아들이.
자신과 같은 위치에 우뚝 서서,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었으니까.
그 아이뿐만이 아니다.
첫째도, 둘째도.
설령 자신이 이 자리에서 스러진다 하더라도, 그의 자식들은 분명 현명한 해답을 찾을 수 있을 만큼 늠름하게 성장했으니까.
그러니, 아버지로서.
현 방패가의 주인으로서.
자라나는 왕국의 내일들을 위하여.
‘…왕국을 위협하는, 간악한 적들 중 하나 정도는 데려가야 하지 않겠나!’
부우우우우우우!
…훙훙훙훙훙훙훙….
마음을 굳힌 바쿠스의 방패가 한껏 달아오르기 시작한다.
“이런, 미친! 기어코 지금 당장 끝을 보자는 건가!”
급변하는 바쿠스의 기운에 공격을 감행하던 카이저와 카밀 역시 긴장감을 끌어 올렸다.
설령 이미 끝난 것과 마찬가지인 상황이라도, 상대는 천패(天牌).
…훙훙훙훙훙훙훙….
옥좌의 무인들 가운데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손꼽히는 무인이었다.
그런 자가 목숨을 걸고 저항하길 선택한 이상, 두 공작 역시 최선을 다할 수밖에.
세 강자가 재차 격돌하려던 바로 그 순간.
훙훙훙훙훙훙훙!!
저 멀리서부터 바람을 가르며 날아온 대부(大斧)가, 카이저의 검을 거세게 후려친다.
콰아아아앙!
성인 남성의 허리통만 한 크기의 도끼에 실린 속도와 힘은, 카이저 공작의 검이 떨어지는 방향을 비트는 데 조금의 모자람도 없었다.
“!”
바쿠스는 그 찰나의 순간을 놓칠 만큼 어수룩한 무인이 아니었다.
키이이이이잉!
끌어 올리던 기운의 방향을 바꾼 채, 방패의 각도를 살짝 기울인다.
힘의 방향이 틀어진 카이저 공작의 공격을 불똥이 튀는 방패 위로 흘려보내고, 허리를 노려오는 카밀 공작의 검을 거세게 튕겨낸다.
-크아아아아아!
이귀(二鬼), 라이칸스로프가 두 공작과 거리를 벌리며 달아나는 바쿠스를 놓치지 않으려 발톱을 휘두른다.
쿠우우우웅!
그런 이귀의 앞을, 이귀와 거의 같은 크기의 라이칸스로프가 막아선다.
평범한 라이칸스로프보다 훨씬 더 거대한 이귀다.
그런 이귀와 비슷한 크기라는 건, 지금 이귀를 막아낸 라이칸스로프 역시 평범한 라이칸스로프가 아니라는 소리였다.
바나간드.
라이칸스로프라는 종족의 격을 뛰어넘은, 하이 오크와 같은 상위의 존재.
“…허! 설마 인간들의 전장에서, 이런 반가운 얼굴을 보게 될 줄은 몰랐군.”
라이칸스로프 일족의 족장, 루갈의 입에서 반가움과 어처구니없다는 심정, 그리고 살기가 흘러나온다.
“…오랜만이구나, 빌어먹을 동생아. 그동안 잘… 지내지는 못한 것 같다만!”
-크아아아아아아!
루갈의 말이 신호탄이 된 것일까.
이귀는 어느새 바쿠스를 뒷전으로 밀어둔 채, 루갈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 * *
갑작스럽게 날아든 도끼 탓에 잠시 소강상태에 빠진 세 강자들.
“…….”
카이저 공작이 말없이 자신의 롱소드를 내려다보았다.
부르르르르!
어찌나 거센 충돌이었는지, 여전히 검에서는 잔울림이 가시지 않았다.
평범한 무기였다면, 충돌하기 직전 일거에 베어버렸을 것이다.
아니, 실제로도 카이저는 도끼를 통째로 베어버리려 했다.
단지, 그 도끼에 실린 기운이 적당히 베어 내기에는 만만치 않아 충돌이 일어났을 뿐이었다.
“…바쿠스여. 하나만 물어보아도 되겠는가.”
“얼마든지.”
“설마, ‘저것들’도 그대의 아들이 준비한 수단인가?”
“…그렇다. 잘난 아들을 둔 덕에, 아무래도 내 명줄이 조금 더 길어질 모양이야.”
“잘난 아들이라….”
카이저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정말로 즐거워서 웃는 것이 아니었다. 단지 이 상황이 너무나 기가 막혀서 웃음이 흘러나온 것뿐이다.
“…정말이지,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군.”
제롬 폰 카르비어트.
그자가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평범한 애송이가 아니라는 사실은 진즉부터 알고 있었다.
제국에서 탈출한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이미 군도의 해적왕, 발락과 흑익 베라스까지 쓰러뜨리며 자신의 능력이 옥좌의 아래가 아님을 증명한 놈이었으니까.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과하지 않은가.
카이저의 시선이 도끼가 날아왔던 방향으로 향한다.
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산맥과 이어진 우르크 평야에서 끝도 없이 밀려드는 대군(大軍).
드래곤 산맥이라는 생각지도 못했던 방향도 방향이지만.
저 어마어마한 숫자는 당혹스러운 감정을 넘어 황당하기까지 했다.
무엇보다 놀라운 사실은.
“뭐, 뭐야?”
“저, 저거 설마… 드래곤 산맥의 몬스터들?!”
그 대군을 이루는 구성원들이, 인간이 아닌 산맥의 몬스터들이라는 사실이었다.
대군의 가장 선두에서 달려오는 오크들은 하나같이 반짝이는 은빛 갈기를 자랑하는 다이어 울프들 위에 탑승해 있었다.
그 오크들 가운데에서도 가장 앞.
일반적인 다이어 울프들과 달리 핏빛의 갈기를 띠고 있는 늑대 위에 올라탄 주황빛 오크가 있었다.
훙훙훙훙훙훙! 처어억!
카이저 공작의 검에 튕겨 나간 도끼가, 어느새 자연스럽게 주황빛 오크의 손아귀 안으로 들어가 있었다.
“취이익! 동포들이여!!!”
절로 오금을 저리게 만드는 오크의 함성이 전장에 울려 퍼진다.
“왕으로서 명한다!! 북부의 인간들을 모조리 치워라!!”
“취이이이이이이이이익!!”
왕의 명령에 호응하는 오크들의 엄청난 함성이 지축을 뒤흔들었다.
오크들을 시작으로.
“크르르!! 젠장, 족장님 혼자서 뛰쳐나갔잖아!!”
“우리도 얼른 따라붙자고!!”
-워우우우우우!!
죽음의 계곡에서 계속되던 생존 투쟁이 아닌, 제대로 된 전장의 향기를 그리워했던 라이칸스로프들의 하울링.
“가이아의 대장장이들이여!! 오랜 시간 산맥을 틀어막아 왔던 인간들에게, 본때를 보여줄 시기가 도래했다!!”
“그동안 만들어왔던 장비들을 마음껏 뽐내라!!”
“우워어어어어어어어!!!”
쿵! 쿵! 쿵!
몬스터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번쩍이는 무구들로 중무장한 키클롭스들의 발걸음 소리가 대지를 뒤흔든다.
그 숫자는, 제노스와 제국이 만들어낸 인위적인 몬스터 부대의 숫자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규모였다.
두 공작의 황당한 시선이 몬스터들에게 고정된 것과 달리.
‘고생했구나.’
바쿠스의 눈에는, 오크들의 조금 뒤편.
“으아아아아아! 천천히 좀 달리라고오오오오오!!”
다이어 울프의 갈기를 꼭 움켜쥔 채, 거의 매달리다시피 한 드웨인의 모습이 들어왔다.
* * *
“…이걸, 대체 무슨 의미로 받아들여야 하는 거냐? 이것도 이바렐라, 그 무서운 여자의 계략인 거야?”
눈앞의 광경에 멍하니 입을 여는 살라딘.
하지만 텟사이도, 베스킨도. 살라딘의 질문에 답을 하지 못했다.
그들 역시 혼란스러운 건 마찬가지였으니까.
아무리 베테랑인 그들이라도, 지금의 상황을 상상해본 적은 없을 테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제국의 바다에서, 우리 함대 앞을 가로막은 해군들.
우리를 저지할 것이라 생각하는 게 너무나도 일반적인 판단이었다.
그렇기에, 이들과 일전을 불사하는 한이 있더라도 강행 돌파할 것이라 마음먹고 명을 내리려 했지만.
펄럭, 펄럭!
가장 큰 배의 마스트 꼭대기.
그 위에서는, 새하얀 백기가 힘차게 펄럭이고 있었다.
제롬 스스로의 결심이 무색해질 만큼, 눈앞의 해군들은 전투 의사를 조금도 표시하지 않았던 것이다.
‘대체 무슨 생각이지? 정말 살라딘 말처럼 이것도 이바렐라의 계획인 건가?’
만약 계략이라 해도, 대체 이게 무슨 의미가 있는 행동인지 알 수 없는 상황.
상황을 파악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저벅, 저벅!
백기가 걸린 배의 선두에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 남자가 외쳤으니까.
“그대들의 책임자가 누구인가!!”
배 위에 걸린 백기와 더불어, 갑옷과 같은 일체의 무장 하나 걸치지 않은 채 두 손을 들고 나타난 남자.
누가 보아도, 전투 의사가 전혀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남들의 이름을 물을 때는, 그대들의 신원부터 밝히는 것이 먼저 아니던가?”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제국의 함대에 탑승한 자들을 덥석 믿을 수는 없는 일.
“감히!”
“이분이 누구신지 알고…!”
베스킨이 상대방의 신분을 역으로 되묻자, 오히려 남자의 주변에 있던 이들이 발끈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만.”
“하지만 공자님! 지금 저자들이 실로 방자한…!”
“그만하라 말했네. 지금 저들은 우리에게 있어서 아군이나 마찬가지인 이들이거늘. 이 무슨 오만하고 고압적인 태도란 말인가!”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남자가 꾸짖자, 발끈했던 이들이 행동을 고치며 자세를 바로 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는 법.
그 작은 행동 하나만으로도, 이들이 제국의 평범한 해군이 아니라 규율과 법도를 갖춘 이들임을 알 수 있었다.
“확실히 그 말이 옳군. 사과하도록 하지.”
베스킨에게 가볍게 사죄의 뜻을 표한 남자가 말을 이어간다.
“내 이름은 레오드 폰 세포이.”
“…세포이? 어디서 들어본 이름인데.”
살라딘이 인상을 쓰며 머릿속 기억을 뒤진다.
“동부 해안 일부를 담당하는 제국의 해군 나부랭이이며.”
그리고 이내 화들짝 놀라며 나를 바라보았다.
“야, 야! 저 사람…!”
“나도 알아.”
담담히 이름을 밝힌 남자는 생각보다 훨씬 더 거물이었다.
“저 저주받을 황녀의 폭정 속에서 희생된, 세포이 가문의 직계들 가운데 살아남은 마지막 생존자다.”
* * *
세포이 가문.
이바렐라가 번천(翻天)을 통해 황위를 찬탈하자, 제국 각 지역에서는 그녀의 정통성에 대해 인정하지 않으며 반란을 일으켰다.
그 가운데, 제국 동부에서 가장 거대한 반란을 일으켰던 가문이었다.
선황, 베드로 황제의 황후를 배출한 것을 포함하여 수많은 제국의 명신을 배출했던 동부 지역 명가 중의 명가였지만.
‘연맹의 정보에 따르면 내가 군도를 정벌하던 당시, 아디르 공작의 손에 패망했다고 들었는데… 아직까지 잔존 세력들이 남아 있던 건가?’
지금 자신들의 배에 건너온 남자는, 분명 자신을 직계라 말했다.
아디르 공작은 짐승이라 불리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가 사용하는 무기와 전투 방식이 잔혹하고 난폭하여 붙은 별명일 뿐이다.
그는 결코 무식하고 우둔한 인물이 아니었다.
오히려 굉장히 철저하고, 명석한 인물이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멍청한 이가 옥좌에 오를 수 있을 만큼, 옥좌라는 경지는 만만하지 않았으니까.
게다가 제국의 공작 자리는 오직 셋에게만 허락된 자리. 멍청해서는 더더욱 올라가는 것이 요원한 지위다.
그만큼 출중한 능력을 가진 아디르 공작이, 이만한 대규모의 인원을 놓치고도 눈치를 못 챘다라….
‘…솔직히 말이 되지 않아.’
오히려, 이들이 세포이 가문을 사칭한다고 보는 것이 훨씬 더 현실성이 높았다.
그런 분위기를 읽은 것일까.
맞은편에 앉은 채 다과에 입을 대던 레오드가 말했다.
“…아무래도 믿기 어려운 모양이군. 뭐, 이해하네. 입장을 바꿔, 나라도 갑자기 나타나서 멸망한 가문 생존자니 이야기 좀 나누자 하면 못 믿을 것 같으니까 말이야.”
탁!
레오드가 찻잔을 내려놓으며 자신의 품 안에 손을 집어넣었다.
“!”
“그렇게 경계하지 말게나. 당금 대륙을 뒤흔들고 있는 남부의 철권을 눈앞에 두고 수작질을 부릴 만큼, 본인은 간담이 크지 못하다네.”
탁!
너스레를 떨며 레오드가 품에서 하나의 물건을 꺼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