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ess's Shield Protects the Kingdom RAW novel - Chapter (38)
제38화
화르르르르륵!
“흐읍!!”
다가오는 고열의 불꽃을 향해 주먹을 꽉 쥐고, 숨을 들이마신 채로 곧게 내지른다.
퍼엉!
불꽃은 내 주먹이 닿은 타점에 동심원이 번지며 허무히 허공에 스러졌다.
이게 몇 번째 불꽃이었을까. 워낙 정신없이 불꽃들이 날아와서 정확하지는 않았지만.
최소한 두 자릿수인 것만은 분명했다.
자신 있게 나를 불태우려 애쓰던 난쟁이는, 그로부터 10분이 채 지나지도 않았을 때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뭐, 뭐야! 왜 안 타는 거야!”
당연하지. 이 정도 불길로는 어림도 없다.
“내 강철을 녹이고 싶으면, 최소한 하얀 불꽃(白火) 정도는 가져와라.”
웬디널도 아니고, 이런 어설픈 난쟁이의 불꽃 정도로는 내 몸에 영향을 줄 수 없었다.
난쟁이는 자신의 공격이 전부 무위로 돌아가자 당황한 감정이 훤히 드러났다.
하긴, 아까의 태도만 보아도 자신의 불꽃에 제법 자신이 있는 모양이었으니.
이런 경우를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카밀 공작, 아니 이바렐라라 하더라도 내가 이종의 힘을 익히고 있으리라고는 예상치 못했겠지.
물론 그놈들이 잘못한 게 아니다.
내 명성(?)은 왕국을 넘어 전 대륙에 널리 알려져 있었으니 말이다.
아무리 27성기사단이 내 손에 분쇄됐어도.
그치들에게 나는 그저 밟으면 터질 줄 안 벌레가 제법 꿈틀거릴 줄 안다는 수준으로 바뀐 것에 지나지 않았을 터.
아니, 어쩌면 엘프들의 저항이 생각보다 거셀 뿐, 나에 대한 것은 여전히 생각조차 안 하고 있을 수도 있었다.
‘뭐, 어느 쪽이든 간에 좋아.’
어차피 머지않아 대륙 전체가 나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 될 테니까.
나는 어느새 난쟁이의 불꽃에 타버린 상의를 뜯어내고 천천히 어깨를 돌렸다.
부실하기 그지없던 몸이 판크라티온과 어스의 수련으로 제법 탄탄해졌다.
아직 전생의 몸 수준에는 턱도 없이 모자랐지만, 저 난쟁이 하나 패는 데는 충분하겠지.
나는 천천히 난쟁이를 향해 다가가며 말했다.
“일단, 좀 맞고 시작하자.”
이바렐라, 카밀.
니들은 날 잘못 봤어.
* * *
힘이 없을 때는 모두가 나를 무시했다. 때리면 맞고, 바닥을 기라면 기어야 했다.
세상이 원망스러웠다.
이 엿 같은 세상을 다 불태워 버리고 싶었다.
그렇게 지랄맞은 나날을 보내던 중 그분을 만났다.
“눈빛이 좋구나.”
처음 그분이 한 말씀에, 나는 불경하게도 욕을 박았었다.
눈빛이 좋다니. 개처럼 처맞고 악만 남은 눈이 뭐가 좋다는 말인가.
약 올리는 거라면 상당히 질이 안 좋았다.
“마음에 드는구나. 나를 따라와라. 누구도 널 무시하지 못하게 해주마.”
그분은 내게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내게 말하셨다.
“단, 그 과정은 죽고 싶을 만큼 괴로울 거다.”
죽고 싶을 만큼? 그 어떤 상황이라도 매일같이 거지꼴로 바닥을 뒹구는 지금보다 죽고 싶을까.
나는 망설이지 않고 그분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나는, 힘을 얻었다.
“으아아아악!”
화르르르륵!
불.
가장 먼저 저잣거리에서 매번 날 때리고, 무시하던 놈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태우고, 또 태웠다.
어느새 사람들의 눈빛에는 경멸 대신 다른 것이 깃들었다.
두려움.
그래. 두려움이었다.
내 생김새를 보고 경멸하던 이들이 이제는 나를 보면 두려움에 몸서리치던 것이다.
그분의 밑에는 나와 같은 이들이 수없이 모여 있었다.
난, 그 안에서도 ‘특별’했다. 그분께서 곤란한 상황이면 언제나 투입되어 왔으니까.
그래, 그분은 나를 ‘신뢰’하시던 것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나의 하늘인 그분이 모시는 하늘 위의 하늘이 부탁했기에.
그분은 ‘곤란’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어김없이 나를 보내신 것이다.
그러니, 늘 그랬듯이.
어서 활활 태워서, 그분의 곤란함을 모조리 없애드려야 하는데.
대체.
왜.
“왜 안 타는 거냐고!”
빠아악!
“꾸엑!”
“아까부터 뭐라는 거야, 대체.”
난쟁이는 두드려 맞는 와중에도 내가 타지 않는다는 사실이 충격적인지, 끊임없이 꽥꽥 소리를 질러댔다.
몇 번이나 두들겨 맞으면서도 ‘그럴 리 없어, 그럴 리 없다고!’라며 외치는 모습이 애처롭기까지 했지만.
우릴 죽이러 온 놈들의 사정 따위 내가 알 게 뭔가.
쿵!
약간 떨어진 곳에서 거목이 쓰러지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헉, 헉! 시발, 이겼다…!”
고개를 돌리자 기껏 수리해 뒀더니 다시 부서진 미미와 네네, 그리고 게거품을 문 채 벌러덩 누워 있는 살라딘이 보였다.
내가 여유(?)롭게 난쟁이를 패는 동안, 꽤나 격전이었는지 대자로 뻗어 헥헥대는 살라딘.
그리고 그 맞은편에는 고슴도치처럼 온몸에 화살과 암기를 박은 오우거가 피를 철철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살라딘이 정면에서 미미와 네네로 오우거를 막는 동안, 엘프 레인저 부대가 오우거의 갑옷 사이사이를 기어코 꿰뚫은 것이다.
분명 채비를 단단히 하기는 했었지만.
‘생각보다 너무 쉬워.’
무언가 석연치 않았다. 너무 쉽게 마무리가 된 느낌이었다.
‘카밀 공작이 보낸 추격대가 겨우 이 정도 수준이라고? 그럴 리가 없는데.’
카밀 공작은 드래곤 산맥의 몬스터를 처리하는 제국의 세 자루 검 중 하나다.
그리고 이바렐라의 명이라면 불구덩이에도 뛰어들 인물이었다.
그런 자가, 겨우 이 정도의 추격대를 구성한다고?
물론 나도 처음에는 내 힘을 잘못 가늠하여 생긴 오류라고 생각했다. 하나.
‘내가 없어도 뚫을 수 있는 수준이야.’
물론 상당히 많은 피해가 발생하겠지만 말이다.
어쩔 수 없다. 이렇게 된 것, 나머지 의문점들은 이 기절한 난쟁이에게 물어보는 수밖에.
그렇게 난쟁이에게 고개를 돌리자, 난쟁이의 상태가 조금 이상했다.
“윽, 윽….”
난쟁이가 간질병이라도 걸린 듯이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뭐야? 얼마나 무식하게 팼으면 지랄병이라도 걸린 것처럼 꿈틀거려? 이 자식, 네가 그러고도 귀족이야?”
어느덧 다가온 살라딘이 지치지도 않는지 옆에서 깐족거렸다.
“멍청아, 저거 안 보이냐?”
“엥?”
나는 난쟁이에게 눈을 떼지 않은 채 말했다.
“난쟁이 가슴팍. 마나 흐름 안 느껴지냐.”
난쟁이의 가슴에서 불온한 보랏빛이 일렁거리고 있었다.
“어엉…?!”
내 말에 살라딘이 난쟁이를 다시금 바라보았고, 이내 심상치 않음을 느꼈는지 표정이 굳었다.
“미미랑 네네 챙겨서 뒤로 빠져. 엘프들은 후방에서 엄호할 수 있도록 얘기해주고.”
“뭐? 넌 어쩌고.”
나는 상처투성이인 살라딘을 바라보았다.
“어차피 너나 인형들은 고장 나서 쓸모도 없어. 뒤로 빠져서 밀리아나 챙겨둬.”
평소라면 발작을 하고도 남았겠지만, 사태의 심각성을 안 것인지 살라딘도 아무 말 없이 고개만 끄덕인 채 뒤로 빠졌다.
지금 상태에서는 자신이 짐만 된다는 걸 깨달은 거겠지.
“큭, 크큭… 그분의 계획을 방해하는 미천한 것들… 모두, 모두 불살라버릴 것이다…!”
가슴팍에서 일렁이던 불길한 보랏빛 마나가 난쟁이의 눈, 코, 입을 통해 스멀스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러기 위해서라면, 내, 내 목숨이라도 기꺼이…! 으, 으아아아아아!”
난쟁이는 뜻 모를 소리와 함께 미친 듯이 괴성을 질렀다.
불길한 보랏빛 마나는 천천히 살라딘과 엘프가 쓰러뜨린 오우거를 향해 흘러들어 갔다.
뭔가, 가만히 두면 골치 아픈 일이 생길 것 같았다.
퍼석!
나는 아이언 피스트로 난쟁이의 머리를 잽싸게 부숴버렸다.
머리를 잃어버린 난쟁이의 몸이 힘없이 무너졌지만.
아무래도, 조금 늦은 모양이었다.
꿈틀.
“야, 야. 저기, 저거.”
꿈틀.
살라딘이 핏기가 살짝 가신 얼굴로 나를 불렀다.
“나도 보여. 아, 제기랄. 골치 아프게 됐네.”
스르륵.
쓰러졌던 오우거가, 천천히 자신의 몸을 일으켜 세웠다.
화르륵!
오우거가 자신의 손을 움켜쥐자, 이내 오우거의 손에서 불꽃이 피어올랐다.
난쟁이의 몸에 있을 때보다 훨씬 뜨거운 노란 불꽃이.
“후, 하하하하하하! 좋구나, 좋아!”
오우거는 유쾌한 듯 웃으며 유창하게 말했다.
“빌어먹을 자식들. 감히 이 몸을 이런 추한 괴물의 몸에 깃들게 하다니. 각오는 되었겠지?”
오우거, 아니 ‘난쟁이’였던 녀석이 우리를 바라보며 하얀 이를 드러냈다.
콰아아아앙!
바위 같은 주먹이 지면을 내리치자, 땅이 갈라지며 주변에 파편을 흩뿌렸다.
역시나. 그럼 그렇지. 카밀 공작이 그렇게 단순한 인물일 리가 없었다.
“어쩐지 너무 쉽더라니.”
“뭐라고 중얼거리는 거냐!”
콰아앙!
소리치며 휘두르는 공격을 미처 피하지 못한 미미가 기어코 전부 부서져 내렸다.
“미미! 이런, 미친 괴물이!!”
부서진 미미를 바라보고 눈이 뒤집힌 살라딘이 네네를 움직여 오우거에게 독이 가득한 운무를 뿌렸지만.
“소용없다!”
화르르르륵!
불길을 가득 둘러 몸을 보호하는 녀석에게 닿기도 전에 증발해 버렸다.
각자 따로 상대할 때는 그렇게 까다롭지 않았던 놈들이 하나가 되자 엄청나게 상대하기 까다로웠다.
마법사들을 상대하듯 엘프들의 화살로 저격하려니 오우거의 질긴 가죽과 갑옷에 막혀 쉽지 않았고.
네네의 독이나 미미의 암기처럼 천천히 공략하려니 불꽃이 거슬렸다.
무엇보다도.
“흥!”
오우거가 날아오는 화살이 우습다는 듯이 나무 뒤로 몸을 피했고, 틈을 봐서 독을 뿌리던 네네의 머리를 부숴버렸다.
“네네! 이, 씨바아아알! 이 개 같은 몬스터 새끼가!”
살라딘이 미미와 네네를 운용하던 ‘실’을 사용하여 오우거의 움직임을 봉쇄하려 했지만.
“그럴 줄 알았다, 인형술사!”
역으로 오우거는 ‘실’이 몸에 묶이자 살라딘을 힘껏 잡아당겼다.
퍼어어억!
“커헉!”
종잇장처럼 날아간 살라딘은 오우거의 주먹을 정통으로 맞고 더욱 빠르게 튕겨져 나갔다.
부아악!
“커헉! 고, 공주마마! 어서 피하십시오!”
애쉬와 더불어 함께 왔던 레인저 엘프들도 하나씩 하나씩 쓰러져갔다.
무엇보다도, 저 멍청한 오우거가 전투를 하는 데 있어 지성을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것.
그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이대로라면 전멸이다.’
그렇다면, 녀석이 본격적으로 머리를 굴리기 전에 끝을 내야만 했다.
꾸우욱!
‘내가 해야 한다.’
나는 주먹을 움켜쥐며 내 몸을 훑어보았다.
열여섯 살이 되었고, 많은 단련을 했지만.
아직 몸이 완성될 수 없는 어린 나이.
‘제길, 지금 쓰면 몇 주간은 몸져누울 텐데.’
가급적이라면 3단계에 오르기 전까지는 사용하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짧은 고민을 마친 나는 살라딘에게 전음을 보냈다.
-살라딘! 안 죽었냐!
-시…발. 살아는… 있다.
오케이. 그럼 됐다.
-딱 3분만 견뎌봐! 내가 처리한다!
-미친놈아! 미미랑 네네가 다 부서졌는데 뭔 수로 3분을 버텨! 나도 지금 죽겠는데!
-‘실’로 버텨봐, 좀! 아직 남아 있는 기술 있잖아!
살라딘이 통증으로 얼굴을 찡그린 와중에도 대답했다.
-개새끼… 남의 밑천을 아주 쪽쪽 빨아먹는구나. 오냐, 딱 3분이다!
나는 떽떽거리는 살라딘의 말을 듣자마자 눈을 감은 채 어스를 운용하기 시작했다.
살라딘이 3분을 버틴다 하였으니, 3분간은 걱정할 것 없었다. 분명 버틸 것이다.
그런 놈이니까.
꾸우우우욱!
몸 안에 내재된 마나들이 격렬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혈관을 타고 온몸 구석구석, 회전이 점점 범람하는 파도처럼 넘실거렸다.
주룩!
완성되지 않은 몸.
마나의 격랑 때문에 입줄기에서 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당연히 나올 수밖에 없었다.
3단계가 되기 전에는, 아니 몸이 완성되기 전에는 온전히 펼칠 수 없는 기술인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아랫배를 시작점으로, 온몸 구석구석 혈관을 타고 돌아다닌 온몸의 마나가.
회전을 전달하던 혈관을 넘어 손 위에서 천천히 구현된다.
촤라라라락!
아이언 바디를 운용하고 있는 몸이 아닌 옷들이, 이런 마나의 흐름을 견딜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응축되고 응축된 마나의 회전이 구현되어 내 손 위에 감돌았다.
파직! 파직!
“다 됐다! 살라딘, 비켜!”
살라딘이 나의 외침에 오우거와 거리를 벌렸다.
파앗!
나는 오러를 운용하여 광속과도 같은 속도로 오우거와 거리를 좁혔다.
“?!”
처억.
나는 녀석의 배 바로 아래까지 접근하여, 힘찬 외침과 함께 놈의 가슴을 향해 손을 내질렀다.
“볼텍스(vorte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