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gone crazy RAW novel - Chapter 160
160화
세계는 지금 이 순간에도 침공 받고 있다.
영자 혹은 에테르라고 불리는 근원적인 자원을 수집하기 위해서 세계 바깥의 외신들과 악마들은 끊임없이 차원방벽을 두드리고 있으며 그들에 대항하여 세계를 수호하는 것이 만신전의 신들이다.
하지만 세상사 완벽한 것은 없으니, 차원방벽의 틈을 찾아 외신들과 악마들은 힘을 투사했고, 그런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 악마석들을 비롯한 마기다.
거기에 이런 비밀을 알게 된 타락한 자들이 외신을 숭배하며 대규모 의식을 치르기도 하니, 간혹 가다가 악마가 이 세상에 소환되기도 했고, 그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마룡이었다.
당연하게도 이러한 의식은 절대 쉽지 않아서 시도 단계에서 저지당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지금 그러한 난관을 뚫고 악마가 대륙에 현신해 버렸다.
…… !
인간의 가청영역으로는 인식하지 못하는 포효소리가 메카니의 영역에 울려 퍼졌고, 그 순간 마나를 각성하지 못한 대다수의 시민들이 헛구역질을 하며 머리를 부여잡았다.
그 범위는 무려 수십 킬로미터를 아울렀으니 고문전문가가 가진 힘의 크기가 일반적인 악마를 넘어서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혐오감과 공포를 일으키는 고문전문가의 전신에서 마기가 구름처럼 피어오르더니만 주변의 모든 것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키아아아!
밟고 있는 대지가 생명력을 잃고 검게 변했으며,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이 말라비틀어지거나 변질되었다.
방금 전까지 생생하게 생명력을 품고 있던 거목이 말라비틀어지더니 기괴하게 꿈틀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했고, 이내 스스로 뿌리를 드러내며 몸을 일으켰다.
마수.
한순간에 하수인을 만들어낸 고문전무가의 입가에 만족스런 미소가 떠오르는가 싶더니, 이내 더욱 더 강한 마기를 뿜어내며 주변을 오염시키고 수족을 만들어 냈다.
존재 자체만으로 주변을 마계화시키며 군단을 만들어 내는 고위 악마가 본격적으로 세상을 침공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큼!”
순수한 악의와 불길한 기운에 마르틴은 인상을 찡그렸고, 디어뮈드와 도리안은 심각한 표정으로 아렌이 쳐다보고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도리안의 동공이 좁혀지며 보이지 않아야 될 거리의 모습을 보았다.
“…… 악마 맞습니다. 어떻게 저런 게 가능한 거지?”
인간을 한참 넘어선 눈으로 수십 킬로미터 밖의 악마를 눈으로 확인한 도리안이 중얼거렸다.
“…… 전에 상대해 본 적이 있습니다. 마기가 확실합니다.”
용병으로 전장을 전전하던 디어뮈드는 마계의 존재를 상대해 본 경험 또한 있었고, 그런 디어뮈드의 단언에 마르틴이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집사!”
“예! 공작님!”
마르틴의 신경질적인 외침에 대기하고 있던 집사가 굳은 얼굴로 다가섰다.
“교단에 연락하고 기사단과 마법사들을 소집해! 저게 악마라면 오염 군단이 만들어질 거다! 저 빌어먹을 종자를 내 영지에서 쫓아내야 한다!”
“옛!”
단호한 명령에 집사가 달려 나가고 도리안과 디어뮈드는 속으로 감탄했다.
악마라는 초현실적인 존재가 등장했으니 패닉에 빠질 만도 하건만 마르틴은 정확하기 그지없는 지시를 내렸다.
마나로 보호하지 못하는 일반적인 생명체는 마기에 접촉하는 것만으로도 오염과 변이를 일으킨다.
차라리 좀비전염이 나아 보일 정도의 전파력을 가진 마기를 막기 위해서는 자신을 보호할 줄 아는 경지에 이른 자들이 필요하고, 마르틴은 이런 점을 관가하지 않은 것이다.
“…… 어떤 빌어먹을 놈들이 감히!”
마르틴이 이를 부드득 갈았다.
강림하는데 성공하면 막대한 피해를 초래하는 악마는 그 과정이 절대 쉽지 않다.
수많은 제물이 필요한 것은 물론이고, 외계의 존재를 맞이하는 것이니만큼 정확한 차원좌표를 설정해 주어야 하니, 당연히 그 전조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한 전조를 감시하고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헬리오스에 위치한 만신전이고 그러한 특수성 때문에 황제를 비롯한 권력자들은 어지간하면 헬리오스를 건드리지 않았다.
그런데 그러한 감시망을 뚫고서 아무런 전조 없이 악마가 등장한 것이니, 이것은 야료가 있는 것이 분명해 보였던 것이다.
“확실히 그렇군. 내 감각에도 잡히지 않았다. 갑자기 나타난 느낌이었지.”
아렌의 말에 마르틴은 확신을 굳혔다.
이것은 사고나 악신의 추종자가 벌인 일 따위가 아닌, 더욱 강대하고 큰 힘이 작용한 침공이라는 결론을 냈다.
어떤 미친놈이 생각하고 만들어 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마계의 존재를 소환하는 수단을 만들어 냈고 그것을 자신의 땅에 실행한 것이다.
“감히 메카니를 우습게 봤다는 말이지 …… !”
일반적인 영지였다면 이 한수로 인해서 영지 전체가 날아가는 것은 물론 마계화한 토지로 인해 심각한 상황이 발생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메카니 공작가.
8대 귀족의 일각을 이루고 있는 오만의 메카니에게 있어서 악마 하나쯤 때려잡는 것은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축적된 힘과 공작가 깊숙이 숨겨져 있는 비밀들을 꺼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마르틴은 판단했다.
“…… 시간이 문제로군.”
제 아무리 수하들을 닦달했지만 기본적으로 모이는 시간이 있을 것이고, 그 짧은 시간이 마르틴은 못내 아쉬웠다.
무려 고위 악마가 주체가 되는 만큼 빠른 속도로 오염이 진행될 것이고, 메카니의 병력이 진군하는 그때쯤이면 마계의 군단과 맞서 싸워야 할지도 몰랐다.
그렇게 마르틴이 입술을 씹으며 대책에 골똘하던 그때였다.
“조력이 필요한가?”
“…… 음?”
“조력이 필요하냐고 물었다.”
악마가 나타난 초유의 상황에서도 표정하나 변하지 않는 아렌이 덤덤한 목소리로 물었다.
* * *
– 마기의 전파가 너무 빠릅니다. 이탈하도록 하겠 …… 으아악!
파칙.
무려 3급이라는 고위 악마의 등장에 관측하던 공안이 몸을 빼려했지만, 악마의 시선을 피하지는 못했다.
수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공안의 위치를 어떻게 알았는지, 악마가 시선을 돌렸고, 그 순간 공안의 비명소리와 함께 상황을 비추던 화면이 꺼져 버렸다.
“…… 변수로군.”
침묵이 이어지던 상황실의 모습에 드라고의 중얼거림이 울렸다.
“화면 확보해. 현장 주변에 있는 요원들을 움직여라. 관측 데이터 정리는 어떻게 됐나?”
기이한 힘이 실려 있는 루드비히의 목소리에 멈춰 있던 상황실이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태를 수습하는 루드비히의 모습과 명령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요원들의 모습에 드라고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이내 인상을 찌푸렸다.
“왜 그러십니까?”
루드비히의 물음에 드라고가 시선을 마주했다.
“외부간섭이 걸린다.”
“…… 확실히 그렇군요.”
방금 전의 상황을 반추한 루드비히가 동의했다.
황제와 공안의 힘과 지혜가 결집된 결계는 그 역할을 분명히 하는 모습을 보였다.
예상치 못한 거물이 소환되었지만 수십 겹으로 구축한 결계는 안정적으로 악마를 억제했고, 그대로 다시 추방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헌데 외부에서 날아온 은밀한 힘이 결계에 자그마한 틈을 만들어 주었고, 악마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대륙에 재앙을 풀어놓은 모양이 되었지만 그거야 이미 각오한 일이고, 드라고는 외부에서 결계에 영향을 준 존재가 신경 쓰였다.
“…… 비밀이 새어 나가지는 않았을 턴데.”
“프로젝트 시그마에 대한 보완은 완벽합니다.”
루드비히의 단언에 드라고도 고개를 끄덕였다.
천년 제국을 위해서 진행되는 프로젝트들은 하나같이 엄중한 보안 속에 있었고, 그 중에서도 시그마는 최고 등급의 보안을 가지고 있다.
황제와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한 요원이 아니라면 절대 밖으로 빠져나갈 수 없는 형태를 가지고 있으니 보안이 뚫렸을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 그러면 말 그대로 관측했다는 건데, 그게 가능한가?”
“…… 뭐라고 말하기 어렵군요.”
초인에게도 발각되지 않을 거라고 자신하는 결계 내부의 기운을 느꼈다는 것인데, 그런 존재가 있을 거라고 상상하기가 힘들었다.
“…… 상황이 마무리 된 뒤에 조사하면 되겠지. 일단은 눈앞의 상황에 집중한다.”
“알겠습니다.”
드라고의 판단이 적절하다고 루드비히는 생각했다.
이러한 일을 진행하면서 혹시 모를 상황에 대한 대비책을 생각하지 않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고, 실질적으로 마계의 존재를 전문적으로 상대하기 위해 육성된 공안의 특수부대가 대기 중이었다.
희생은 있겠지만 그들이라면 악마와 그 군단을 마계로 돌려보내는 것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거기에 메카니 공작가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니 상황은 어떻게든 수습이 될 것이고, 마계화를 핑계 삼아서 메카니 공작가에 황제의 입김을 불어넣는 것이 이번 작전의 목표였다.
마계화를 진정시키는데 한몫한 공안의 이미지를 올리고 귀족들에게 경각심을 심어 주는 것 또한 중요한 목표이니 이번 작전은 이래저래 걸린 것이 많았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연결 됐습니다!”
요원의 외침과 함께 수정체를 깎아 만든 거대한 화면에 다시금 빛이 들어왔다.
외관에 위치한 요원이 최대한 거리를 좁혀서 관측을 시도한 것이고, 짧은 시간이었지만 악마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는 모두는 변해 버린 현장의 상황을 상상하며 침을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 쿠르르릉!
그리고 그런 모두의 눈과에 천둥소리와 함께 수백줄기의 벼락이 떨어지는 모습이 보였다.
* * *
“…… 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군. 부탁하겠네.”
아렌의 말에 얼굴을 일그러뜨린 것도 잠시, 마르틴이 옷매무새를 가다듬더니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행동 하나하나에 오만이 잔뜩 묻어있던 마르틴의 모습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정중한 태도에 도리안과 디어뮈드가 감탄을 터트렸다.
제국의 그 어떤 귀족보다 권의 의식이 강한 마르틴이 자신의 영지를 위해 자존심을 접는 모습은 같은 귀족으로서 존경할 만한 모습인 것이다.
“그럴 것 없다.”
그런 마르틴의 모습에 아렌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메카니가 동맹으로서의 신의를 지켰으니 그라인드도 그래야 함이 마땅하지.”
방금 전의 심사숙고가 최상의 결과로 다가왔으니 마르틴의 표정에 희비가 교차했다.
자신의 결정이 잘못되지 않았음을 마르틴은 다시 한번 확신했고, 아렌은 도리안과 디어뮈드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지금 급한 것은 뭐지?”
뜬금없는 물음이었지만 도리안은 아렌의 말을 바로 알아들을 수 있었다.
이중에서 아렌과 지낸 시간이 가장 긴 도리안은 아렌이 가진 힘에 비해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마기의 진행을 저지해야 하네.”
잠시 숙고하던 도리안이 입을 열었고, 디어뮈드와 마르틴이 고개를 끄덕였다.
“악마를 직접 타격하는 것이 아니라?”
아렌의 의문은 타당한 것이었고, 악마를 단매에 때려잡겠다는 태도에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도리안은 고개를 저었다.
“악마가 축이 되어서 마계화를 진행하는 형태야. 저런 상태에서는 악마보다는 마계화를 저지하는 게 급하네. 섣불리 악마를 먼저 죽여 버리면 농축된 마기가 오염을 더 가속할 수도 있어.”
악마도 무섭지만 그보다 무서운 것은 마계화 된 토지 그 자체.
자체적으로 마기를 생산해 내고 닿는 모든 것들을 오염시키는 마계화 된 공간은 그대로 방치한다면 자체적으로 악마를 생산할 수도 있으니, 오염을 방지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악마를 단번에 처단하는 것이 상수라 생각했던 아렌은 디어뮈드와 마르틴이 동의하는 모습에 고개를 끄덕였다.
최대한 힘을 발휘한다면 어떻게든 될 거 같기는 하지만, 여기서는 일행의 말을 따르기로 결정한 것이다.
“알겠다. 그럼 마기의 오염을 저지하도록 하지.”
“부탁하네.”
정중한 기색이 가득한 마르틴의 말에 잠시 눈을 마주친 아렌이 창밖으로 몸을 날렸다.
하늘을 훨훨 날아 저 너머로 사라지는 아렌의 뒷모습이 모두의 눈에 선명하게 박혀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