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gone crazy RAW novel - Chapter 222
222화.
제아무리 강대한 힘이라도 절제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는 법.
초월적인 역량으로 찍어 누르는 것도 한계가 있고, 아렌 정도의 경지라면 그것은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 크아아아아아!
콰르르릉!
황궁만한 거체가 조금이라도 움직일 때마다 세상이 비명을 질렀고, 내지르는 포효는 공간을 일그러트릴 지경이었으니 그 위용은 세상 모든 것을 압도하고도 남았지만 아렌은 심드렁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콰릉!
천둥소리와 함께 나아간 아렌의 일격이 괴수의 몸통에 작렬했고, 강렬한 사념을 때려 넣은 공격은 괴수에게 적지 않은 고통을 주었다.
– 크어어!
분노와 광기로 눈이 돌아간 괴수가 몸부림을 치면서 아렌을 씹어 먹을 듯이 달려들었지만, 아렌은 가벼운 움직임으로 물러서더니 다시금 공격을 이어나갔다.
황제가 무서웠던 이유는 단순히 신이라서가 아니다.
황제 자신부터가 만만치 않은 전투경험을 가진 초인이었고, 명석하기 짝이 없는 두뇌를 이용해 자신의 힘을 적재적소에 사용할 줄 알았기 때문이었다.
해서 전체적인 역량에서 밀리는 아렌이 고전을 금치 못한 것이고, 결국 아렌의 모든 기술과 힘을 모은 일격마저 어찌어찌 봉인해내었으니, 황제는 신의 이름에 걸맞은 힘을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눈앞의 괴수는 그렇지 않았다.
황제의 신체를 기반 삼아 부활한 마계의 마룡은 가지고 있던 지식도, 이성도 없어지고 오직 본능과 탐욕만이 남아서 그 무진장의 힘을 휘두를 뿐이었으니, 냉철한 이성으로 무장한 아렌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공격해라!”
“주의를 돌리는 거다! 아렌 공자에게 기회를 주어야 한다!”
전장의 모두는 금방 정신을 차리고 각자의 할 일을 하기 시작했다.
솔직히 이번 전쟁이 정상적이라고는 볼 수 없지 않은가.
공성전이라고 생각하고 전쟁을 시작했는데, 난데없이 천사가 나타나더니만, 황제가 신이 되어서 강림했다.
아득한 절망만이 가득해 있었는데, 신이 된 황제가 거꾸러지더니만 이제 등장한 것은 신화에서도 본 적 없는 괴수.
당연히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혼란에 가득 차서 주저앉거나 도망가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다.
하지만 귀족군의 수뇌부는 보통 사람들이 아니었다.
급변하는 사태에 얼이 나간 것도 잠시뿐, 리헐트는 빠르게 지시를 이어나갔고, 마르틴은 가문의 정예들에게 불을 피우라고 외쳤다.
모든 것을 태우는 메카니의 불은 그들의 자존심이자 오만의 근원이다.
마기마저도 불태울 정도였으니, 신체에서 태어난 괴수라고 못할까.
화륵!
– 크어어어어!
“통한다!”
“메카니는 모든 것을 불태운다!”
오만하기 그지없는 표정으로 환희의 외침을 내지르는 메카니의 혈족들에게 머리 하나가 돌아가는 것도 잠시.
쾅!
– 크아아아아!
아렌의 공성추 같은 일격에 다시금 세 개의 머리가 거품을 물고 아렌을 쫓으니 메카니의 혈족들은 아무런 부담 없이 화려하기 이를 데 없는 불꽃을 피워 올렸다.
쿠쿠쿠쿠쿵!
“계속 쏴!”
“아렌 공자는 걱정하지 마라! 마력포 따위에 다칠 분이 아니다!”
포신을 하늘로 들어 올린 마력포가 쉬지 않고 괴수를 타격하고 있었고, 마법사들이 힘을 모은 대마법이 괴수의 온몸을 옥죄었다.
“절대 무리하지 마라!”
“피해를 누적시키는 데 집중해!”
아티펙트와 마법의 힘으로 떠오른 기사들이 괴수의 주위를 맴돌며 견제를 이어나갔고, 그중에서 경지에 이른 자들은 괴수에게 무시 못 할 피해를 입혔으니, 지금 이 자리야말로 인류의 힘이 결집된 괴수 토벌의 현장이 되었다.
쫘아아아악!
– 크아!
“조금 더 예기에 신경 써야겠군.”
가공할 속도로 공간을 가로지른 빛이 괴수의 옆구리를 난자했고, 디어뮈드는 자신의 검격을 미세하게 조정했다.
파스스스스.
뭉클 피어오른 검은 안개가 닿는 모든 것을 부식시키며 공허로 돌리니 그 안개 너머에서는 데미안이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놀리고 있었다.
마틴과 세 영웅들이 마기를 뿜어내며 머리 하나를 붙잡고 늘어졌다.
“크악!”
“이 정도로는 어림없지.”
이미 마계의 생명체나 다름없는 영웅들은 압도적인 재생력을 바탕으로 몸을 아끼지 않았고, 시간이 지날수록 괴수의 머리는 엉망이 되어 갔다.
그 외에 알렉세이, 도리안을 비롯한 수많은 소드마스터들이 제각기 절기를 뿜어내고 있었고으니 누적되는 피해는 괴수로서도 절대 무시하지 못할 정도가 되었다.
“쏴라!”
“재앙을 막아야 한다!”
콰릉!
심지어 정신을 차린 황제군마저 가담하니 제아무리 신체를 기반으로 무진장의 힘을 뿜어내는 괴수라고 할지라도 무사할 수는 없었다.
“만신전의 신들이여!”
후황!
교황의 외침과 함께 성지에서 뿜어져 나온 신성력이 괴수의 온몸을 옥죄었고, 그 순간 아렌이 묵직하게 주먹을 내질렀다.
쩡!
압도적인 살의를 담은 일격이 괴수의 가슴 한복판에 파고들었고, 거짓말처럼 괴수의 모든 움직임이 멈췄다.
치열한 공방의 와중에서도 아렌은 괴수의 신체를 살피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았고, 결국 황제와 이어지는 영기와 육신의 연결을 끊어낸 것이다.
– 끄어어어 …….
“떨어진다!”
“부유 마법!”
황궁만한 덩치의 괴수가 움직임을 멈추고 지상으로 낙하하는 모습에 대경실색한 마법사들이 역중력을 걸었고, 그 거대한 몸체가 천천히 지상으로 떨어졌다.
쿵!
마법사들의 치밀한 유도에 의해서 전장의 한쪽으로 떨어진 괴수의 모습에 침묵이 감돌았다.
– 크으으으 …….
힘을 잃은 것처럼 보이지만, 세 개의 머리에서 흉악한 빛을 줄기줄기 흘리고 있었으니 함부로 다가설 수 없었던 것이다.
저벅.
그때, 허공에서 내려온 아렌이 느릿한 걸음으로 괴수에게 다가섰다.
– 크 …… 크아!
마치 이때만을 기다리며 힘을 비축했다는 듯 하나의 머리가 크게 입을 벌리며 아렌을 씹으려고 했지만, 아렌의 손이 움직이는 것이 더 빨랐다.
콰직!
어지간한 저택만 한 머리 하나가 순식간에 분쇄되었고, 그 초월적인 광경에 모두는 입을 떡 벌렸다.
콰지지지직!
괴수의 몸통 깊은 곳으로 향하는 아렌의 걸음마다 괴수의 신체가 이리저리 구겨지며 부서졌고, 결국 아렌은 목표한 지점에 도달할 수 있었다.
황제.
역겨운 형태의 육괴들이 이리저리 얽힌 황제의 상반신이 그곳에 있었고, 일그러진 얼굴은 간신히 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런 황제의 모습을 가만히 내려다보던 아렌의 입이 열렸다.
“수작 부리지 말거라.”
황제의 눈가가 꿈틀거렸고, 그 모습에 아렌은 손을 뻗어 황제의 멱살을 잡아당겼다.
찌지지지직!
“아아아악!”
살을 강제로 찢어버리는 소리와 함께 황제의 입에서 처절한 비명이 흘러나왔고, 드러난 모습은 처참한 지경이었다.
심장이 있어야 할 부분에는 검붉은 빛을 내는 공허가 뻥 뚫려 있었고, 그 아래에 있어야 할 신체는 늘어져 버린 살덩이뿐이었다.
양팔은 어깨에서부터 뜯겨져 나갔고, 그나마 멀쩡한 것은 목 윗부분밖에 없었으니, 위풍당당하던 신이라고는 절대로 생각하지 못할 비참한 모양이었다.
“…… 끄으으.”
고통에 몸부림치는 황제의 모습에도 아렌의 눈빛은 변함이 없었다.
붉은 기가 가득한 눈으로 황제를 살피던 아렌의 손이 주저 없이 얼마 남지 않은 상반신으로 파고들었다.
“하지 …… 마!”
“너는 자격이 없다.”
저주가 가득 실린 단발마를 가볍게 무시한 아렌의 손이 황제의 상체로 파고들어 가 이리저리 휘저었고, 이내 빠져나왔다.
“아!”
“…… 신성!”
그 모습을 눈이 빠져라 지켜보던 모두의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황제의 빛과 같은 검붉은 빛을 사방으로 뿜어내며 그 존재감을 과시하는 신성이 아렌의 손에 들려있었다.
황제는 본인이 일컫기를 탐욕의 신.
검붉은 빛은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의 탐욕을 자극하는 힘이 있었고, 그 강렬한 유혹은 수십만의 사람들의 마음을 일시에 움직였다.
눈이 벌게지고,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며 입가가 흉악하게 일그러지며 몸을 움찔거리던 그때.
쿵!
아렌이 가볍게 발을 굴렀고, 압도적인 위압감이 사방으로 번져나갔다.
“…… 아.”
“…… 이런 추태를.”
모든 이의 얼굴빛이 하얗게 질리며 두려운 눈으로 아렌을 바라보니 아렌을 중심으로 거대한 흑룡의 그림자가 어느새 똬리를 틀고 사방을 노려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세상 모든 것을 눌러버릴 것 같은 존재감에 다들 화들짝 놀라 정신을 차렸다.
웅!
검붉은 빛을 내뿜고 있는 신성이 움찔거리며 빛이 아렌에게 집중되었다.
그것은 강렬한 탐욕.
자신을 취하고 신의 위계에 올라서라는 유혹이 아렌의 정신을 뒤흔들었지만, 아렌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손을 들어 신성을 양손으로 감싸 안았다.
“죽어라.”
퍽!
끊임없이 갈고 닦아 순수한 살의로 이루어진 의념이 신성을 향해 파고들었고, 그 순간 신성이 빛을 잃었다.
“…… 으어!”
비참한 모습으로 바닥을 꿈틀거리던 황제의 입에서 새된 소리가 흘러나왔다.
황제의 모든 것이나 다름없던 신성이 아렌에 의해서 죽어버린 것이었으니, 이제 그나마 남아있는 황제의 육신은 말 그대로 껍데기에 불과할 따름.
본체가 죽어버린 상실감에 넋이 나가버린 것이다.
모두가 침묵하며 그 모습을 주시하고 있었고, 아렌이 입을 열었다.
“이리 와라.”
…… .
누구를 부른지 정확하게 주체하지 않았지만, 아직 지상에 남아있던 천사가 그 휘황한 날개를 펄럭이며 아렌의 곁으로 다가섰다.
빛으로 이루어진 신체이건만 이리저리 빛이 바래고, 검은 기운이 스며든 모습에 악마와의 전투가 쉽지 않음을 상기시켜 주었지만 아렌은 전혀 상관하지 않고 천사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천상으로의 길을 열어라.”
…… !
아렌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천사가 이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니 그 순간 휘황한 빛이 떨어지며 천사와 연결되었다.
“오오오오!”
“…… 만신전의 신들이시여.”
모두의 입에서 격한 감동이 흘러나왔다.
빛이 연결된 저 하늘 너머로 희미하게 보이는 건물들과 수많은 천사들, 빛으로 뭉쳐 있는 거인들의 모습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속에 평안함과 따스한 느낌을 주었으니, 이것이야말로 신들이 거하는 천상, 만신전의 모습임을 대번에 알 수 있었다.
신들의 시선이 아렌에게로 향했고, 막대한 존재감이 아렌을 짓눌렀지만 아렌은 그저 담담히 그 시선을 마주했다.
“이런 게 지상에 있어서 좋을 게 없겠지.”
담담히 말한 아렌이 손을 높이 들어 빛으로 향하니 그 순간 그의 손안에 있던 신성이 두둥실 떠올라 천상으로 향했다.
희미한 빛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그 모습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이 자리에 있는 모두는 만신전의 신들이 미소 짓고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고, 그것은 아렌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빚은 언젠가 받으러 가겠다.”
감히 신을 상대로 빚을 받겠다는 공전절후의 사태가 벌어졌지만, 그것을 부인하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만신전의 신들마저도 미약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하는 모습을 보였으니, 이 말도 안 되는 사태에 교황은 그저 성호를 그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비록 적법한 방법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지만 신성은 신성.
거기에 아렌이 그 주체마저 죽여 버려 순수하기 짝이 없는 힘이 된 신성은 그 자체만으로도 만신전에 큰 힘이 될 것이 분명했으니, 만신전은 아렌에게 큰 빚을 진 것이 맞는 것이다.
그때가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때가 되면 만신전은 아렌에게 적법한 보상을 할 것이 분명했다.
“아아!”
“천상의 문이 닫힌다.”
신성이 천상에 도달함과 동시에 빛이 사라지며 지상에 남아있던 천사도 천상으로 귀환했다.
마치 한바탕 꿈을 꾼 것처럼 그 여운에 취해있는 모두의 모습을 뒤로 하고 아렌이 시선을 돌렸다.
“이제야 빚을 받을 수 있겠구나.”
상반신 일부와 머리만이 남아서 허망한 표정으로 바닥에 누워있는 황제를 바라보며 아렌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