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Youngest Son Is a Player RAW novel - Chapter 163
제163화
“제, 제길. 놔라! 아직 끝나지 않았다!”
“미안하지만 이제 다 끝났소.”
제이든 자작이 딜런의 손에 멱살이 잡힌 채 질질 끌려오고 있었다.
그가 입고 있던 화려한 갑주는 오간데 없고, 곳곳이 깨지고 부서져 고철 덩어리가 되어 있었다.
자작은 팔다리가 부러졌는지 힘없이 늘어진 채 입만 살아서 계속 떠들고 있었다.
‘주둥이도 뭉개버릴까?’
딜런은 근질거리는 왼손을 쥐었다 폈다 하며 간신히 유혹을 이겨냈다.
제이든 자작 최후의 돌격은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했다.
너무 뻔하기도 했고, 백작가 최강의 기사들이 이미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각 기사단장과 최정예 아머 유저들이 제이든 자작을 제외한 나머지 아머 유저들을 막아선 사이, 딜런이 그를 상대했다.
제이든 자작의 경지는 엑스퍼트 상급.
거기에 제국의 문신 시술을 받아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힘을 발휘하면 최상급에 준하는 실력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딜런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퍽! 쩌정!
괜히 사람들이 딜런에게 ‘신이 내린 육체’란 별명을 붙여준 것이 아니었다.
라울에게 [제이낙의 격투술(A+)]을 전수받은 딜런의 육체는 말 그대로 전투 병기나 다름없었다.
제이든 자작의 마나 블레이드는 딜런의 두 주먹을 뚫어내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마나 블레이드가 딜런의 주먹에 두드려 맞고 깨져버리는 어이없는 상황이 일어났다.
애쉬튼가의 대검술은 창술과 비슷하게 중거리 무술이었다.
일반 검에 비해 조금 느리지만, 사정거리와 파괴력이 뛰어났다.
하지만 근접전을 벌이기엔 불리한 면이 적지 않았고, 아예 초근접전이 된다면 대검술이 아닌 격투술이 필요했다.
그런 면에서 뛰어난 격투술을 장착한 딜런은 가문의 검술을 익힌 제이든 자작에겐 천적과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역시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어!’
라울은 대결을 지켜보며 그저 뿌듯한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그의 판단처럼 큰형 딜런에겐 대검술보단 격투술이 어울렸다.
고급 격투술을 배우자 엑스퍼트 상급 초입에 정체되어 있던 딜런의 경지가 단숨에 최상급에 도달했고, 몸에 그것을 익히는 데는 고작 3개월이면 충분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지금 이 전장에서 모두가 보는 앞에 드러난 것이다.
퍼석! 퍽! 꽈광!
차근차근 제이든 자작의 역장을 두들긴 딜런은 마침내 그의 파워아머를 무력화시켰고, 종내에는 오러가 묻은 주먹으로 그의 대검을 분질러 버렸다.
결국, 갑옷이 걸레가 되도록 두들겨 맞고 팔다리가 부러진 자작이 딜런에게 붙잡히면서 길고도 짧았던 백작가의 내전은 막을 내리게 되었다.
서컹.
멜빈 백작은 모두가 보는 앞에서 붙들려온 제이든 자작의 목을 베어버렸다.
억울한 표정의 제이든 자작이 뭐라고 말하려 했지만, 그럴 시간도 주지 않고 바로 처형해 버린 것이다.
굳이 일어나지 않아도 되었을 형제간의 비극을 어떻게든 빨리 마무리 짓고자 하는 백작의 결단이었으리라.
그리고 한동안 백작가에선 피바람이 불어닥쳤다.
제이든 자작에게 동조했던 반역자들은 하나도 남김없이 처형당했고, 부화뇌동했던 영주들은 영주 자격을 박탈당하고 백작령에서 추방당했다.
그리고 그 자리엔 백작가에 충성했던 이들이 대신 임명되었고, 백작령은 다시금 백작가를 중심으로 재정비를 마쳤다.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는 속담처럼 애쉬튼 백작가는 이제 흔들리지 않고 꿋꿋이 난세를 헤쳐 나갈 것이다.
* * *
라울에게도 보상은 돌아왔다.
멜빈 백작은 통 크게도 마지막 결전에서 노획한 파워아머 100개 중 절반인 50개를 라울에게 넘겨주었다.
또한, 칼립스 성을 비롯한 라울의 영지 전체를 독립영지로 인정하여 향후 백작가와 종속이 아닌 협력 관계가 되도록 했다.
그리고 반역자들에게서 회수한 재산 중 50만 골드를 포상으로 받았다.
이로써 퍼스트 기사단이 확보한 파워아머는 180여 개.
기존 60개에서 임페리얼 하운드 아지트를 공략하며 10개, 영지전에서 60개, 이번 결전을 통해 50개를 얻은 것이다.
‘수리가 모두 끝난다면 아머 유저만으로 기사단 두 개를 꾸릴 수도 있겠군.’
그렇게 된다면 이제 웬만한 명문가가 아닌 이상 라울의 영지에 시비를 걸 세력은 없을 것이다.
이걸로도 충분한 이득을 얻었다고 할 수 있었지만, 라울에겐 또 다른 보상이 남아 있었다.
-업보 퀘스트 [남작 연합 포위망]이 완료되었습니다. 보상을 확인하세요.
-대체 시나리오 [배덕자의 최후]가 완료되었습니다. 보상을 확인하세요.
-[배덕자의 최후]가 완료됨에 따라 새로운 히든 시나리오 [애쉬튼 백작가의 새로운 후계자]가 오픈되었습니다.
라울이 시스템 메시지를 확인하고는 코웃음을 쳤다.
‘그 백작, 안 한다고!’
자꾸 이상한 시나리오를 들이미는데, 라울에겐 전혀 그럴 생각이 없었다.
이제 독립영지까지 확보한 마당에 뭐가 아쉬워서 후계 다툼을 벌인단 말인가?
이제 백작가는 라울의 손에서 떠나간 일이었다.
라울은 시스템 메시지를 치워버리고 완료된 퀘스트 보상을 확인했다.
‘오오, 칭호가 두 개나 들어 왔네?’
[칭호 – 영지전 스페셜리스트]등급 : B+
효과 : 영지전 지휘 시 전 병력의 사기+20%, 영지전에서 본인의 전투력+5%
딱 봐도 영지전 보상이었다.
앞으로 영지전이 벌어질 일이 얼마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꽤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칭호 – 징벌자의 철퇴]등급 : A+
효과 : 배신자, 배덕자, 부정한 자들을 상대로 전투력+10%, 누군가를 도울 때 추가로 전투력+10%
좋은 것 같으면서도 조건을 타는 칭호였다.
대상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조금 아쉽긴 해도 나쁘지 않았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조건만 만족한다면 대박이나 다름없었다.
‘패시브 버프는 언제나 옳지.’
전투력 상승치가 실제로 얼마나 체감될지는 모르지만, 경지가 높아질수록 숙련도를 올리기 힘들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칭호 외에 눈에 띄는 보상이라면 그의 손에 들려 있는 작은 알약 두 개일 것이다.
[절대 스탯 상승 알약]등급 : S
효과 : 복용 즉시 선택한 스탯을 영구히 (+1) 상승시킨다. 스탯 상승효과는 복용자의 절대 스탯을 기준으로 계속 증가한다.
적용례 : 스탯 70일 때 71로 상승효과. 스탯이 80이 된다면 81로 상승효과.
‘그래. 시나리오를 뒤엎으며 깼는데 이 정도 보상은 나와야지!’
스탯은 10단위로 숫자 하나가 커질 때마다 성장에 필요한 경험치와 적용 효과가 폭증한다.
그런데 이 알약은 그런 법칙과 상관없이, 무조건 스탯에 1의 상승효과를 추가해준다.
즉, 나중에 라울이 인간의 성장 한계라는 100 스탯에 도달한다 해도 101의 효과를 부여하는 사기적인 아이템이란 뜻이었다.
전생에도 고작 하나밖에 얻은 적이 없었던 아이템을 단번에 두 개나 얻었으니 얼마나 기쁘겠는가.
‘뭐, 전생엔 90도 찍지 못했지만.’
이번 생엔 그 한계를 뛰어넘어보고 싶었다.
일단 알약을 킵해둔 라울이 다른 보상을 확인했다.
아이템 강화권 몇 장과 B등급 이하 스킬북 뽑기권, 플레이어 코인 15만 개, 대량의 경험치 정도가 들어왔다.
‘뭐, 이 정도인가?’
사실 라울이 기대했던 수준의 보상에는 못 미쳤다.
아마도 강제 시나리오를 파기시킨 탓일 것이다.
하지만 시스템 보상에 못지않은 현실 보상을 받았고, 가문의 위기를 잘 넘겼으니 아쉬울 것은 전혀 없었다.
‘그러면 오랜만에 상태창이라도 확인해 볼까?’
상태창의 수치가 절대적인 강함의 판단 기준이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이후, 라울은 상태창을 잘 열어보지 않았다.
경지가 높아질수록 눈에 보이는 수치보다는 몸으로 느끼는 감각이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큰 과제가 끝나고 다음 단계를 준비해야 하는 만큼, 그간의 성장을 확인해 보고 싶은 마음도 컸다.
“상태창 오픈.”
*이름 : 라울
*레벨 : 84->99 (하드코어 모드)
*직업 : 기사(소드 엑스퍼트 최상급), 중급 염동술사
*소속 : 애쉬튼 백작령, 라울 자작가, 퍼스트 길드
*스탯 : [근력 75->80] [민첩 79->82] [체력 76->81] [지력 71->77] [정신력 80->83] [마력 79->82] [영력 82->85] [감각 81->83]
*고유 특성 : 스킬 수집가(EX), 개발자의 분석안(EX), 염동력 마이스터(S+), 명문 검가의 혈통(A), ???(EX)
“후우, 꽉 채웠구나.”
어느새 레벨이 99까지 올라 있었다.
그리고 그의 주력 스킬인 인피니티 소드(S+)와 염동력(S)의 숙련도 또한 중급 9LV에 도달했다.
바로 이곳부터가 플레이어들의 좌절을 부르는 ‘지옥의 999’ 구간이었다.
마스터라 불리는 다음 단계에 도달하기 위해선 100레벨을 돌파하고 주력 스킬을 고급 1LV로 올려야 했는데, 그 과정이 보통 힘든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상태창 하단의 시스템 메시지를 열어보니 몇 가지 참고사항이 적혀 있었다.
-플레이어 라울이 가장 먼저 99레벨에 도달했습니다.
-특전 칭호 [선구자]가 지급되었습니다.
-현재 플레이어에게 제공된 제한 레벨입니다. 추가 업데이트 전까지 커넥트 시스템의 경험치 보조를 받을 수 없습니다.
‘그래, 이럴 줄 알았지.’
게임상 제한 레벨, 즉 만렙에 도달한 것이다.
전생에도 가장 먼저 99렙에 도착했고 지금과 같은 메시지를 확인했었다.
[칭호 – 선구자]등급 : EX
효과 : 경험치와 모든 스킬 숙련도+5%
당연히 얻을 칭호였기에 딱히 감회가 새롭거나 하진 않았다.
문제는 이대로라면 남들보다 먼저 플레이를 시작한 메리트를 잃게 된다는 것이었는데, 전에 보지 못했던 추가 메시지가 달려 있었다.
-플레이어 스캔 중 특이사항을 발견했습니다.
-플레이어 라울의 본체가 커넥트 주민임을 확인했습니다.
-주민(NPC) 특별 보정이 적용됩니다.
-플레이어 라울은 추후 업데이트 전까지 주민(NPC)용 경험치 보조 시스템의 대상자가 됩니다.
라울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그래, 이럴 줄 알았지.’
어차피 주민 중에는 소드 마스터나 그 이상의 초인들도 존재하고 있었다.
플레이어 레벨 제한이 있다고 한들, 주민인 라울은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단 얘기였다.
게다가 퍼스트 길드의 길드원들이 일반 NPC였음에도 다른 이들에 비해 비약적인 속도로 경지를 높인 것은 바로 이 ‘주민용 경험치 보조 시스템’ 때문이었다.
‘비록 플레이어 전용 시스템만은 못하겠지만, 충분히 도움이 될 거야.’
만약 그런 도움이 없다면 라울이 스스로의 힘으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르려면 다른 이들처럼 수십 년 동안 수련을 거쳐야 했을 것이다.
다음 업데이트가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적어도 다른 플레이어들이 따라잡지 못할 격차를 계속 확보해 나가야 했다.
이제부터는 시간과 끈기의 싸움이었다.
99레벨에서 100레벨로의 길은 험난했다.
이 1레벨을 올리는 데 지금까지 해왔던 것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만 넘어설 수 있었다.
전생엔 10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지만, 이번엔 그렇게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나에겐 주민용 시스템 보조와 카르데나스 스승님이란 치트키가 있으니까.’
그리고 경지에 오른다면 전생처럼 시나리오에 매몰되어 끌려다니지 않을 것이다.
라울은 그렇게 다시금 각오를 다지며, 그의 첫 번째 목표였던 ‘가문의 위기 극복’을 무사히 마무리 지었다.
* * *
루벤 왕국의 수도 투리엄.
영지전과 백작가의 내전이 마무리되었지만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왕실에선 라울이 왕실의 참관인 없이 영지전을 진행한 것과 중재안을 거절한 것에 대한 소명을 요구했다.
또한, 애쉬튼 백작가에 대해선 제이든 자작을 비롯해 수십 명의 귀족을 처형한 것을 놓고, 왕실을 무시한 게 아니냐는 비판 어린 목소리가 정계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무리 왕실의 힘이 약해졌다 한들 완전히 척을 지는 건 어리석은 일이었다.
때문에 라울은 직접 수도의 퍼스트 길드 지부에 올라와 분위기를 파악하며 왕궁을 방문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여, 현재 왕실의 사안은 대부분 3왕자 헤르디안 님을 통해 결정되고 있으며….”
케인이 첩보원들을 통해 얻은 정보를 브리핑했고, 라울은 골치 아프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3왕자. 계속 마음에 걸리는군.’
전생과 달라진 듯 달라지지 않은 3왕자 덕분에 여러모로 일이 꼬이고 있었다.
어쨌든 전생대로라면 그가 이대로 왕이 될 확률이 높았기에 라울의 고민은 깊어만 갔다.
그때 하인이 들어와 전했다.
“마스터,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