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Youngest Son Is a Player RAW novel - Chapter 224
제224화
“그랬군. 금역 안의 또 다른 고대 봉인이라….”
로렌스와 라울의 이야기를 들은 핸슬리 공이 안도한 표정을 지었다.
‘만약 이들이 막지 못했다면, 저곳에서 또 다른 마족이 등장했을 거란 얘기 아닌가?’
그랬다면 장벽은 정말로 버텨내지 못했을지도 몰랐다.
그리고 또 하나 신경 쓰이는 점이라면.
‘대단하군.’
라울이 장벽에 합류한 이후.
그는 정말 막혔던 숨통이 트인 느낌이었다.
쉬이익!
라울이 조종하는 무기의 군단은 여지없이 마수 무리를 처단하고 있었다.
장벽의 중심부라 할 수 있는 요새 성벽.
그 위를 가득 메운 무기들이 일정 범위 내에 다가서는 모든 적들을 배제하고 있었다.
‘아무리 장벽의 오버로드 시스템의 보조를 받는다고 하지만, 정말 장관이군.’
덕분에 핸슬리 공은 병력 운용에 여유를 가지게 되었다.
그가 직접 오러를 운용하며 적들을 막을 필요도 없었고, 장벽의 수석 기사들 또한 부담을 덜 수 있게 된 것이다.
“어쨌든 정말 다행일세. 무사히 귀환한 것도 모자라 경지에 발을 들여놓게 될 줄이야! 정말 대견하군.”
핸슬리 공이 라울과 로렌스의 어깨를 두드리며 미소를 지었다.
“후우. 고생한 자네들에게 할 말은 아니지만, 조금만 더 힘을 보태줄 수 없겠나? 보다시피 장벽의 상황이 그다지 좋지 못하다네.”
“무슨 그런 말씀을. 당연히 도와야지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굳이 그가 부탁하지 않더라도 라울 일행은 이미 전장의 가운데 서 있었다.
그럼에도 정중하게 고개 숙여 부탁하는 핸슬리 공의 마음이 전해졌는지 라울과 로렌스는 흔쾌히 전투에 동참하겠다고 했다.
“고맙네. 정말 든든하군 그래.”
말만이 아니라 정말로 그러했다.
마스터라고는 그 혼자밖에 없었는데, 마스터급의 실력자 넷이 단번에 합류했으니 말이다.
‘적들을 물리칠 전력은 아니지만, 버티기엔 충분하겠군.’
물론 그는 아직 라울 일행의 진정한 실력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 * *
“휘유~. 생각보다 높은데요?”
조쉬가 휘파람을 불며 말했다.
라울은 퍼스트 기사단원들만을 대동한 채 요새 정문 쪽 성벽에 올라 있었다.
“장벽에 가려서 그렇지, 이 요새도 만만치 않게 큰 편이야. 처음 설계할 당시부터 뒤에서 습격을 받을 것도 가정했다고 하니까. 마치 지금처럼 말이지.”
제이크의 설명에 조쉬가 그렇구나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요새 성벽의 높이는 30m 정도는 되었다.
일반적인 성이나 요새들이 10~15m 정도 높이라는 걸 생각하면 두 배나 높은 것이다.
성벽의 두께도 두꺼워 성벽 위쪽에 병력이 설 공간이 충분했다.
“그나저나 끝도 없는데요? 벌써 이틀이나 지났는데…. 정말 어디서 저 많은 것들이 튀어나오는지.”
“말도 마라고. 지난번에는 구멍 두 개에서 튀어나오는 걸 막기도 벅찼는데, 여기는 다섯 개잖아? 딱 봐도 엄청 개고생할 느낌이 팍팍 온단 말이지.”
벌써 일행이 장벽에 합류한 지 이틀이 지났다.
전황은 여전히 변함없었다.
암흑 게이트에서 쉴 새 없이 튀어나오는 마수들이 끊임없이 장벽을 공격해 왔지만, 라울이 합류한 이후로는 거의 유의미한 타격을 주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정말 이렇게 막기만 하고 있어서 괜찮을까요?”
“그러니까! 그냥 처음에 합류했을 때 들이받았어야 했는데 말이지. 하여튼 핸슬리 공도 너무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단 말이야. 예전에 근무했을 때도….”
제이크가 조쉬에게 장벽에서 근무했던 경험담을 줄줄이 늘어놓기 시작했다.
‘둘이 죽이 잘 맞는군.’
라울은 쉴 새 없이 조잘대는 조쉬와 제이크를 보며 피식 웃고는 시선을 돌렸다.
대로 저 멀리 보이는 다섯 개의 암흑 게이트
그리고 그 앞에 둥둥 떠 있는 건물, [마신전].
예전에도 몇 번 보긴 했지만, 정말 골치 아픈 물건이었다.
구오오오.
마신전의 아래로 거대한 에너지가 흘러나오고 있는 게 느껴졌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어둡고 차가운 그 에너지는 분명 ‘마기’였다.
‘이대로 방치해선 정말 끝장인데….’
암흑의 게이트를 넘어온 마신전은 그 주변을 ‘마계화’한다.
대기 중의 마나를 빨아들여 마기로 바꿔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마족들은 본래의 실력을 발휘하게 되고, 반대로 인간들은.
‘마계화 된 곳에선 제 실력을 발휘하기 어렵지.’
마나 회복도 느려지고 컨트롤 자체가 어려워지니 말이다.
제일 좋은 방법은 최대한 빨리 마신전을 파괴해 버리는 건데, 현재로선 쉽지 않아 보였다.
“벌써 만 명이 넘어버린 것 같은데요?”
“그래봤자 쩌리들이지.”
“그러기엔 좀 세 보이는데….”
“어차피 이 전장에서 머릿수는 의미 없어. 저거 안 보이냐?”
제이크가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자, 여전히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는 무기의 군단이 보였다.
“물론 마스터의 실력을 의심하는 건 아닙니다만.”
‘…저들도 일반적인 병사는 아닌 것 같아서 말이죠.’
조쉬는 뒷말을 살짝 집어 삼켰다. 제이크도 모르는 바는 아닐 테니까.
마신전의 아래쪽에는 마수와는 차원이 다른 ‘진짜’ 마계의 병사들이 진형을 갖추고 있었다.
마수들 사이에 섞여 조금씩 게이트를 넘어오더니 어느새 만 명이 넘는 군단을 이루게 된 것이다.
앞으로 그 수가 얼마나 더 많아질지는 모르지만, 심각한 위협임에 틀림없었다.
라울은 살짝 착잡한 마음으로 그들을 내려다봤다.
제이크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
라울은 장벽에 합류한 뒤, 바로 마신전을 공격할 것을 주장했다.
하지만 핸슬리 공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뭐, 거절당할 거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아무리 라울 일행이 합류했다 해도, 초인 전력에서 밀리는 마당에 역습에 나서는 건 무리였으니까.
라울이 생각하기엔 해볼 만한 대결이었다.
아무리 마족이 다섯에 제국 마스터 둘이 있다지만, 이쪽도 만만치 않았다.
마스터 중급이상이 분명한 핸슬리 공과 라울.
마스터 급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제이크, 케인, 로렌스.
방어 시스템의 보조로 임시 오러를 사용하는 최상급 기사들 십여 명.
거기에 라벨과 카르데나스, 그리고 ‘그’까지 계산에 넣는다면….
‘하지만 라벨과 카르데나스의 존재를 모르는 이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지.’
그렇다고 라울 일행의 힘만으로 공격하기에도 여의치 않았다.
장벽의 전력을 제외하고 붙는다면, 설령 이긴다 해도 희생자가 나올 가능성이 컸다.
굳이 희생까지 감수하며 영웅 놀이를 할 필요는 없었다.
‘시간이 꼭 저들의 편인 것도 아니고 말이지.’
라울이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무기군단을 조종했다.
거의 무한한 마나와 영력이 보급되는 이상, 이곳은 둘도 없는 경험치의 보고였다.
* * *
“적들이 움직입니다!”
뿌우우!
장벽 앞 대치가 이어진 지 나흘째.
드디어 적들에게서 유의미한 움직임이 생겨났다.
그리고 그사이, 장벽 측에도 좋은 소식이 하나 있었다.
장벽에서 제일 가까운 곳에 있는 전진 기지 알파에서 지원군이 도착한 것이다.
“마족이라. 정말 소문처럼 그렇게 강할지 궁금하군요.”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마신전 쪽을 바라보고 있는 사십대 후반의 중년인.
손질하지 않아 덥수룩한 갈색 머리와 수염이 야성적으로 느껴졌고, 거추장스러운 걸 싫어하는지 평상복 위에 가죽조끼만 걸쳐 입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애드허트.
용병 왕국이라는 마커스에서 파견된 마스터이자 전진 기지 알파의 사령관이었다.
“방심은 금물일세. 느껴지지 않는가? 저들의 강력한 힘이.”
핸슬리 공은 여전히 조심스러운 기색이었고, 애드허트는 그저 어깨를 가볍게 주무르며 흥분을 가라앉혔다.
척척척척.
일만에 달하는 마족 병사들이 질서 정연하게 요새를 향해 진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의 눈을 사로잡는 것은 병사들이 아니었다.
마족 병사들의 머리 위쪽.
허공에 둥둥 떠서 다가오는 네 인형의 모습이 있었으니.
바로 머리에 자그마한 뿔을 달고 있는 마족들이었다.
“셀타 경이 좌측. 기리온 경이 우측 성벽을 지휘하도록. 마족은 우리가 맡겠다.”
“네, 사령관님!”
수석 기사들에게 병력의 지휘를 맡긴 핸슬리 공이 자신의 검을 움켜잡았다.
그리고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던 라울은.
“제이크, 케인. 작전대로 기사들과 함께 요새 성벽을 지키도록. 신호가 오르면 2단계 작전을 시작하고.”
“네, 마스터!”
“로렌스 형님. 지휘를 부탁드립니다.”
“후우. 그래 알겠다. 그런데 정말… 아니다. 몸조심하거라.”
로렌스가 라울의 어깨를 두드리며 걱정스런 마음을 전했다.
그도 그럴 것이, 라울은 지금 일행들과 떨어져 마신전을 공략할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진짜 혼자 가는 건 아니었다.
“저희는 준비 끝났습니다.”
라울에게 말을 건네는 이는 바로 성녀 키에라.
그리고 시마르, 레건, 애셔까지 용사 파티 전원이 무장을 마치고 서 있었다.
“전투가 시작되면 틈을 노려 단번에 진입할 겁니다. 그리고 미리 말씀드렸다시피 자기 목숨은 알아서 챙기세요. 방해가 된다면 버리고 갈 겁니다.”
“물론이에요. 자작님은 그저 마족을 처리하는데 힘써주세요. 저희는 저희가 할 일을 하겠습니다.”
라울의 힘을 알게 된 이후, 용사 파티는 라울에게 굉장히 협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며칠 전 일행이 찾아와 그간의 일에 대해 머리 숙여 진심으로 사과했고, 라울은 흔쾌히 받아들였다.
딱히 친해지고 싶은 생각은 없었지만, 굳이 적대하고 싶지도 않았다.
이번 마신전 공략도 실제론 혼자 가려 했지만, 소식을 들은 성녀 키에라가 직접 찾아와 데려가 줄 것을 부탁했다.
굳이 동행할 필요는 없었지만 라울은 그들을 데려가기로 했다.
‘비지니스 관계라고 생각하자.’
대부분의 경우 민폐가 되거나 트러블의 원인이 되지만, 단 하나.
용사 파티의 본래 목적을 위해 움직일 때는 나름 든든한 파트너가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펑! 퍼버벙!
마족 진영에서 마법과 원거리 공격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요새에 설치된 마방진이 반투명한 벽을 형성하며 마법들을 막아냈다.
그와 동시에 장벽과 요새에서도 반격이 시작되었다.
“사격 개시! 조준할 필요 없다! 최대한 빠르게 사격해!”
굳이 조준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요새 앞은 마수와 마족 군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렇게 본격적인 공성전이 시작되었고.
촤르륵. 콰과과광!
허공에 검은 줄이 생겨나는 듯하더니 마방벽을 손쉽게 허물어 버리고는 검은 인형들이 성벽 위로 떨어져 내렸다.
“쓰으읍, 하. 느껴진다, 인간들의 공포가!”
“피 냄새가 황홀하구나, 크흐흐.”
“마신님을 위한 제물이 되어라.”
“…….”
마족 넷이 뛰어든 곳 주변의 병사 수십이 피떡으로 변해있었다.
“물러낫! 기사들은 방진을 짜라, 크헉.”
황급히 지시를 내리던 중간 지휘관급 아머 유저가 단박에 마족의 손에 목이 붙잡혔다.
“케헬헬. 마신님이 누가 보냈냐고 묻거든 [마르셀즈네 남작]이라고 전해라.”
꾸드득, 치지지지직!
파워아머의 역장도 아무 소용 없는 듯, 단번에 목이 꺾인 지휘관이 쏟아져 들어오는 전격에 불타올라 재가 되어버렸다.
텅!
“이놈!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어디긴? 마신님을 위한 제물 공양소 아닌가. 케헬헬.”
핸슬리 공을 시작으로 장벽의 정예들이 마족들의 앞을 막아섰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벌써 백 단위가 넘는 희생자가 생겨난 뒤였다.
그리고 본격적인 초인들의 대결이 시작되었다.
‘역시 만만치 않군.’
라울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들의 전투를 지켜보고 있었다.
마족들은 각종 방해 마법과 신성 결계가 펼쳐진 요새 성벽 위에서도 상당한 실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짐작되는 경지는 마스터 초급에서 중급 사이.
하지만 마족이라는 종족 특성과 마기라는 공격적인 에너지를 다루는 탓에 경지보다 더 위협적으로 느껴졌다.
‘그래도 이 정도라면….’
라울이 없어도 요새를 지키는 데는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다들 모이세요.”
라울의 말에 용사 파티원들이 바짝 긴장한 표정으로 라울의 곁에 다가섰다.
‘뭐, 근성과 신념은 인정해 줘야겠군. 발목을 잡지는 않겠어.’
어찌 보면 이 전장에서 가장 위험한 장소로 향하고 있음에도, 그들은 긴장할지언정 두려워하지 않았다.
“갑시다.”
라울이 염동력으로 그들을 붙들고 하늘로 뛰어올랐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