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Youngest Son Is a Player RAW novel - Chapter 257
제257화
퍽! 콰광!
“크허헉!”
커스하트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이미 황제의 문장을 발동한 탓에 붉은색 문신이 그의 얼굴을 거미줄처럼 뒤엎은 상태.
하지만 제대로 실력을 발휘한 라울에겐 전혀 상대가 되지 않았다.
퍼버버버벅!
서컹!
공중에 몸을 띄운 채 기다란 오러 블레이드를 채찍처럼 휘두르는 라울도 문제였지만, 사방에서 날아드는 날파리 같은 무기들도 무시할 수 없었다.
대부분은 아머에 오러를 담아 막아낼 수 있었지만, 개중에 한두 개씩 오러가 담긴 무기들은 그의 아머를 손쉽게 파고들었다.
게다가 계속해서 침습하는 신성력의 기운이 영 거슬리는 것이 아니었으니.
불과 3분도 지나지 않아 그의 온몸은 피투성이가 되고 말았다.
그리고 마침내 황금빛 오러줄기가 그의 목을 향해 날아들기 시작하는 순간.
“크허허헝!”
꾸드득, 푸확!
커스하트의 몸에서 검은 마나의 폭풍이 몰아치며 그의 몸집이 부풀어 올랐다.
그의 입에서는 짐승이 울부짖는 듯한 소리가 흘러나왔고, 투구가 깨져나가며 드러난 그의 얼굴은 이미 사람의 그것이 아니었다.
마치 늑대처럼 길쭉하게 튀어나온 주둥이와 뾰족한 송곳니.
새빨갛게 물든 눈동자와 외부로 돌출된 두개골까지.
누가 봐도 괴수나 다름없어진 그의 몸 사이사이로 황금색의 문신이 점멸하고 있었다.
‘황제의 인장! 역시 등장할 줄 알았지.’
라울은 역시나 하는 표정으로 잠시 거리를 벌려 변이하는 그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황제의 각인은 총 3단계가 있다.
1단계가 황제의 낙인.
검은색 문신으로 약간의 능력이 상승하고 광포화, 자폭이 가능했다.
2단계는 황제의 문장.
붉은색 문신으로 경지를 한 단계 높일 정도로 능력치가 증폭된다.
그리고 마지막 3단계가 황제의 인장.
황금색 문신으로 능력치가 엄청나게 증가한다.
마스터 이상의 초인들만 황제에게 직접 시술받으며, 발동 시 괴수형태로 변할 수 있었다.
현재 커스하트는 바로 그 3단계 황제의 인장을 발동한 상태이지만.
‘불완전하군. 역시 마장급이 아니면 이 정도 수준인가?’
황제의 인장을 완전하게 소화할 수 있는 것은 제국 기사들의 정점이라 불리는 마장뿐이었다.
그들은 모습이 변하지 않고도 인장을 발동할 수 있을뿐더러, 상황에 따라선 괴수형태로 몸을 변화시켜 전투력을 끌어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눈앞의 커스하트는 그저 인장에 집어 삼켜진 불완전한 초인에 불과했다.
“보라! 저 흉측한 마물의 모습을! 맥닐 후작이 제국과 손잡았다는 증거로 이보다 더 확실한 게 어딨단 말인가!”
라울의 외침이 증폭되며 양 진영을 흔들었다.
이미 어느 정도 짐작을 하고 있던 후작가의 병사들은 그나마 동요가 적었지만, 왕국 중앙군은 달랐다.
“맙소사. 진짜 제국과 손을…?”
“그건 반역을 넘어 대륙 전체의 금기를 범한 것 아닌가?”
“설마 3왕자님도 이 사실을 알고 계신 것은…!”
술렁이는 그들의 귀에 다시 라울의 목소리가 틀어박혔다.
“맥닐 후작은 제국과 결탁하여 이 루벤 왕국을 팔아넘긴 왕국의 반역도다! 그리고 왕권에 눈이 팔린 3왕자 또한 그 죄를 묻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니! 지금이라도 잘못을 깨달은 자는 당장 투항하라!”
“쿠허허헝!”
콰과광!
변이를 마친 커스하트가 마치 짐승처럼 공중으로 뛰어올라 라울을 덮쳤다.
그 빠르기와 강력함이 조금 전과는 비할 데 없이 빨랐다.
‘…크윽! 역시 만만치 않군.’
라울은 재빨리 대처했음에도 살짝 욱신거리는 손목을 한번 휘저으며 재빨리 검을 휘둘렀다.
꽈광! 콰과광! 쾅!
황금빛 문신이 번뜩이는 인장 기사의 몸은 오러를 맨몸으로 받아내고 있음에도 거뜬해 보였다.
그리고 그 몸에서 흘러나오는 흑마기가 얼마나 지독했는지, 그가 발을 디디는 곳의 잡초가 순식간에 생기를 잃고 말라비틀어져 버렸다.
그 강력한 몸뚱어리와 미친 듯한 피지컬을 바탕으로 밀어붙이자, 라울이 점차 뒤로 밀려났다.
‘신체 능력만으로 따지면 검공에 못지않은 수준이군.’
마스터 최상급에 준하는 신체 능력이라니!
단번에 두 단계를 끌어올려버리는 황제의 권능이 무섭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공격 패턴이나 기술은 사라지고 단순하게 힘으로 밀어붙이고 있었으니, 그에 반응할 수만 있다면 대처하기 어렵지 않았다.
실제로 커스하트가 열심히 라울을 몰아붙이고 있었지만, 정타가 들어간 것은 전혀 없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적어도 내 앞에서는 흑마기를 꺼내 들지는 말았어야지.’
라울이 슬쩍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파워아머에 오러를 불어 넣었다.
‘레그나토르 각성!’
번쩍!
라울의 황금빛 파워아머 레그나토르가 눈이 부실 정도로 환한 빛을 뿜어냈다.
그와 함께 어마어마한 기운이 라울의 마나로드를 타고 회전하기 시작했다.
쿠과과과과!
라울의 몸을 중심으로 광포한 빛의 회오리가 휘몰아쳤다.
커스하트를 둘러싸고 있던 검은 기류는 황금색 빛을 만나자 지우개로 지워지듯 깔끔하게 삭제되어 버렸고.
“쿠어어억…!”
양팔로 얼굴을 가린 커스하트가 괴로운 듯 괴성을 질러댔다.
“그러게 부정한 힘에 손을 대지 말았어야지, 제국의 마수여.”
라울이 손바닥으로 커스하트를 가리키자 무언가에 붙들린 듯 그의 몸이 옥죄이며 허공에 떠올랐다.
“크르륵, 이, 이건…?”
불이라도 붙은 듯 연기가 흘러나오며 부풀었던 그의 몸뚱어리가 쪼그라들었고, 이성을 잃었던 커스하트가 제정신을 차린 듯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라울은 활짝 폈던 손바닥을 움켜쥐었다.
꾸드드득, 콰지직!
“아, 아악!”
허공에서 온몸이 기괴하게 비틀리며 쪼그라든 커스하트가 바닥으로 쏟아져 내렸다.
휘리릭.
라울이 무기의 군단과 힘을 갈무리하고 바닥으로 가볍게 내려섰다.
후작이 있는 적의 본진을 향해 검을 겨눈 그가 소리쳤다.
“우리는 제국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맥닐 후작! 당신이 아무리 제국의 힘을 등에 업고 우리를 꺾으려 해도, 우리는 결코 무릎 꿇지 않을 것이다!”
라울이 살짝 고개를 돌려 검공과 눈을 마주쳤다.
검공이 아주 만족스런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라울이 다시 외쳤다.
“루벤 왕국의 자랑스런 건아들이여! 제국과 결탁한 반역의 무리를 처단하고 우리의 왕국을 되찾자! 전군 돌격!”
와아아!
사기가 충천한 연합군의 병력이 적진을 향해 진군을 개시했다.
그 가장 선두에는 연합의 마스터들이 앞장서고 있었고, 그들의 검에서는 선명한 오러 블레이드가 불타오르고 있었으니!
3왕자군의 병사들은 거의 패닉상태가 되어 우왕좌왕하고 있었고, 하급 지휘관들 또한 어찌해야 할지 머뭇거렸다.
“마, 말도 안 돼! 마스터가 도대체 몇이나 되는 거야?”
“우, 우리가 반역자라고? 나는 그냥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고.”
“제길. 우리 할아버지는 제국과의 전쟁에서 돌아가셨다고! 제국이라니! 나는 제국과 손잡고 싸울 수 없다.”
“부관. 백기를 올려라! 우리는 전투에서 이탈한다.”
지방군과 중앙군의 일부는 아예 진영에서 이탈하거나 백기를 걸고 무기를 버렸다.
일부 부대에서는 항복하려는 이들과 항전하려는 이들이 서로 칼을 휘두르는 경우도 생겨났으니.
“동요하지 마라! 적들의 음해에 불과하다!”
“왕국의 정통을 잇는 것은 우리 군이다! 저들의 속임수에 놀아나지 마라!”
후작가의 지휘관들이 병사들을 진정시키려 애썼지만, 이미 눈앞에서 진실을 목격한 병사들에게 쉽게 먹혀들지 않았다.
“퇴, 퇴각하심이 어떠실지?”
이미 기세가 기울었다고 느낀 작전관이 후작에게 진언했지만, 맥닐 후작은 코웃음을 쳤다.
“하, 퇴각? 어디로? 수도로 가서 공성전이라도 펼치란 말인가!”
작전관이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었다.
“아직 전투는 시작도 되지 않았다. 활로는 앞에 있다! 전군 돌격! 기사단은 나를 따르라!”
“네, 각하!”
“돌격! 적들을 무찌르자!”
본진에 남아 있던 전 기사단과 지휘부가 후작의 뒤를 따라 최전선을 향해 말을 달렸다.
후작의 말처럼 퇴각은 답이 아니었다.
지금은 한시라도 빨리 적들의 예봉을 깨부수는 것이 급선무.
‘그리고 그놈들의 수완을 믿는 수밖에.’
후작이 이를 꽉 깨물며 적의 본진, 그 너머를 바라보았다.
* * *
와아아아.
펑! 콰과광!
멀리서 어마어마한 함성과 함께 땅이 울려왔다.
전장과 상당히 떨어진 곳임에도 이런 소리와 진동이 느껴진다는 건 그만큼 전장이 치열하다는 증거일 터였다.
“혀, 형님. 괜찮겠죠? 우리가 이길 수 있겠죠?”
의기소침한 표정으로 불안에 떨며 물어보는 이는 바로 8왕자 아엔바드였다.
“물론이다. 왕국의 명문가들이 모두 뭉쳤으니, 아무리 제국과 야합한 후작이라 해도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야. 그렇지 않소, 몬더 경?”
“물론입니다, 제라드 왕자님. 공작 각하가 직접 전장에 나선 이상, 아군이 패배할 리는 없습니다. 그러니 안심하고 기다려 주십시오.”
심플하면서도 고풍스런 막사.
그 안에는 두 왕자와 호위를 맡은 공작가의 마스터 몬더 경이 머무르고 있었다.
본진의 약간 후방에 위치한 이곳은 전장에서 직접 닿기에는 멀지만, 만약의 경우 아군이 호위하기에는 적당한 그런 장소였다.
여태까지 제국이 써온 수법을 떠올려보면, 아무리 공작가의 성이라 해도 왕자 둘만 놔두고 출정해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오히려 마스터들이 겹겹이 자리 잡은 전장이 오히려 안전하단 생각에 왕자들도 친정을 나온 것이다.
게다가 몬더 경은 이미 수십 년간 공작가를 지켜온 제1가신이자 실력자였으니, 왕자들의 호위를 맡기기에도 부족함이 없었다.
‘전장은 젊은이들에게 맡기는 게 순리겠지.’
이미 육십이 넘은 몬더 경으로선 왕자들의 호위를 맡은 게 딱히 아쉽지만은 않았다.
부스럭.
‘…음?’
막사 밖에서 묘한 기척이 느껴지고 몬더 경의 신경이 곤두섰다.
“여봐라! 밖에 무슨 일이 있는가?”
“예? 아무 이상 없습니다만….”
주변을 경비하고 있는 것은 일반 병사도 아닌 기사들.
적의 초인이라도 등장하지 않는 한, 쉽게 침입을 용납하지 않을 터였다.
하지만….
“엎드려!”
몬더경이 소리를 치고는 커다란 덩치로 6왕자와 8왕자를 끌어안고 바닥으로 몸을 날렸다.
스가가가각! 서컹!
뚜껑이라도 연 것처럼 막사의 위쪽 절반이 날아가 버렸고, 주변을 호위하던 기사들의 허리 위쪽도 마찬가지로 사라져 있었다.
‘이게 무슨!’
제대로 기척도 느끼지 못한 채 당한 기습에 식은땀이 흘렀지만, 몬더 경은 자신의 애장인 바스타드 소드와 방패를 들고는 왕자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누구냐!”
챙!
몬더 경이 황급히 한쪽 발을 들어 올리며 검으로 아래를 막았다.
‘바닥?’
스르르륵.
마치 모래가 인간의 형상을 이루는 것처럼 바닥에서 누군가가 솟구쳐 올랐다.
“헛!”
퍼버벙!
그리고 본능적으로 몸을 돌려 방패를 내밀자, 눈에 보이지 않는 날카로운 기운이 그의 방패를 가격했다.
‘이거였나?’
막사를 날리고 호위 기사들을 처리한 공격.
그것은 분명 마법이었다.
“호오. 반응이 빠르시군요.”
모래 인간의 반대쪽에 검은 후드와 망토를 뒤집어쓴 이가 허공에서 스며 나왔다.
후드 아래로 보이는 것은 차갑고 사나운 형상의 은빛 가면이었다.
“크크크. 노친네 하나만 남겨두다니. 왕국 놈들은 정말 바보들밖에 없는 모양이군, 크하하하.”
어느새 도신에 피를 흠뻑 묻힌 검은 갑옷의 기사 하나가 막사 앞에 서 있었다.
그 또한 은빛 가면을 쓰고 있었으니….
‘임페리얼 하운드의 사냥개들인가!’
몬더 경은 단번에 그들의 정체를 눈치챌 수 있었다.
문제는 그 사냥개들의 수준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
‘마스터가 둘에 7서클 급의 고위마법사? 제국은 첩보부에도 이런 초인들이 소속되어 있단 말인가!’
새삼 제국의 저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당해 줄 수는 없는 법.
몬더 경이 자신의 검에 푸른 오러블레이드를 피워 올리며 외쳤다.
“내가 있는 한 왕자님들의 몸에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할 것이다!”
쾅!
‘크윽.’
가면 기사가 검은 오러를 휘두르며 말했다.
“아, 그럼 노친네를 먼저 치워버리면 되겠네? 어차피 셋 다 목을 딸 생각이었거든, 크크크.”
촤아악!
모래의 파도가 왕자들을 덥쳐 가자 몬더경은 황급히 가면 기사를 밀어내고 방패를 내리쳐 파도를 막아섰다.
펑!
하지만 덕분에 생긴 빈틈으로 마법을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파워아머와 오러의 힘으로 버티긴 했지만, 충격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으니.
‘…큭. 이대로는 위험하다.’
“어디 한눈을 파시나!”
가면 기사가 다시 달려들고 모래 기사는 모래를 단검으로 바꿔 투척했다.
마법사의 바람 마법마저 쏟아지니 몬더 경의 손발이 점차 어지러워져 갔다.
“안 돼!”
그리고 차마 몬더 경이 막지 못한 모래 단검 몇 개가 6왕자를 향해 날아들었으니.
퍼엉.
“…응?”
챠르륵.
6왕자의 앞에서 파워아머가 활성화되며 모래 단검을 막아섰고.
쨍그랑! 챠라락.
공중에서 떨어져 내린 플라스크가 깨지며 6왕자와 8왕자를 뒤덮는 강철의 돔이 생겨났다.
지잉.
아머 기사가 검에서 푸른 오러를 내뿜으며 말했다.
“너희들에게는 갚아야 할 빚이 남아 있구나.”
척.
“나도 너희 제국 놈들에겐 따질 게 좀 많지.”허공에서 떨어져 내린 로브 차림의 여마법사가 후드를 벗으며 말했다.
라울의 스승 카르데나스.
7서클 연금 마법사 나키아가 임페리얼 하운드의 앞을 막아섰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