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Youngest Son Is a Player RAW novel - Chapter 295
제295화
타다다다다.
프로펠러 돌아가는 소리가 요동쳤다.
“목표까지 3분! 하강 준비!”
철컥. 타다닥.
파일럿의 무전에 대기 중이던 요원들이 각자의 무장과 레펠 상태를 점검했다.
헬기 아래로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질주하는 모터보트 여러 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저 멀리.
다 낡아가는 중형 어선 한 척이 거친 바다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목표 확인! 본부 지시를.”
치지지직.
무전을 통해 상황실의 지시가 전해지자 파일럿이 힘차게 외쳤다.
“작전 개시! Go! Go! Go!”
덜컹.
헬기의 문이 열리고 거센 바람이 실내로 들이쳤다.
하지만 요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밧줄을 아래로 던진 뒤 레펠을 이용해 하강했다.
“손들어! 반항하면 쏜다!”
두 대의 헬기에서 하강한 십여 명의 요원이 기관단총으로 선원들을 겨누며 소리쳤다.
갑작스러운 습격에 당황한 몇몇 선원들이 손을 번쩍 든 반면.
“당신들 누구야? 누구 맘대로 배에 들어와!”
딱 봐도 선원으로 보이지 않는 양복에 선글라스까지 착용한 사내가 따지듯 소리쳤다.
“손들라는 소리 못 들었나!”
“어이고? 잘하면 정말 쏘겠다? 보아하니 경찰도 아닌 것 같은데, 뭐 하는 놈들이야? 대한민국 영해에서 총 들고 행패를 부린다는 게 말이 돼?”
그렇게 양복 사내가 악다구니를 치는 사이, 갑판 위로 하나둘 선원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부처럼 보이는 이들은 몇 명 되지 않았고, 컬러풀한 셔츠에 양복바지를 걸쳐 입은 건달들이 대부분이었으니.
차라랑. 드드득.
각자 쇠 파이프와 작살, 갈고리 등의 연장을 갑판에 질질 끌며 요원들과 대치하기 시작했다.
어림잡아 서른은 넘어 보이는 숫자는 요원들을 압도했으니, 기세가 살았는지 선글라스 사내가 외쳤다.
“당신들 이거 불법 침입인 거 알고 있지? 누구 믿고 이러는지 모르겠지만, 당장 그 총 내려놓고 꺼지는 게 좋을 거야.”
“마지막 경고다. 무장 해제하고 항복하지 않으면 무력으로 진압하겠다.”
“뭐? 푸하하, 할 수 있으면 해보시든가. 야들아, 잘 찍고 있재?”
“네, 형님. 아주 쥑여주게 찍고 있십니다.”
연장 든 사내들 사이에서 몇몇 이들이 스마트폰으로 지금 상황을 촬영하고 있었다.
아마도 그걸로 기세를 잡았다고 생각했겠지만, 상대도 만만치 않았다.
피식 웃은 요원들의 대장이 손가락으로 하늘과 바다를 가리켰다.
배 주변을 회전하고 있는 헬리콥터, 그리고 어느새 배를 둘러싼 모터보트 위에서 고가의 카메라로 이곳을 촬영하고 있었다.
“당신들이 우리 고객을 납치, 감금하고 있다는 제보가 있었다. 선창과 화물칸을 확인할 테니 비켜서라.”
“이것들이 무슨 개소리를 지껄이고 있냐? 너네 고객인지 뭔지를 왜 여기서 찾아? 우리 배는 정당한 조업 중이니 헛소리 말고 꺼져!”
“협조하지 않겠다는 뜻인가?”
“협조는 개뿔이. 괜히 험한 꼴 보지 말고, 좋은 말로 할 때 꺼지라니까?”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자 대장이 고개를 끄덕이곤 손을 들어 올렸다.
“제압해.”
“네, 대장.”
철컥.
요원들이 일제히 총구를 선원들에게 겨눴다.
“어쭈? 쏴 봐! 쏴보라, 커헉.”
드르륵!
퍼버벅!
“악! 나 살려!”
“미친놈들이!”
총구가 불을 뿜었다.
총에 맞은 이들은 엄청난 고통에 발작하듯 바닥을 뒹굴었다.
요원들이 발사한 건 진짜 총탄이 아니었다.
비살상 제압용으로 개발된 고무탄이 건달들의 팔다리를 가격한 것이다.
아무리 고무탄이라고 하지만, 그 타격력은 상당해서 잘못 맞으면 뼈가 부러지기도 했으니.
요원들은 놈들의 급소를 피해 차분하게 총을 조준 사격했다.
그리고 후열의 대원들이 최루탄을 발사하자, 서른이 넘는 선원들은 패닉에 빠졌다.
“진입.”
선두의 대원들이 테이저건으로 고통스러워하는 건달들을 하나씩 제압했다.
“죽어라! 이 개X끼들아!”
그 와중에도 기가 죽지 않은 연장을 들고 덤볐지만.
퍽! 퍼벅!
진압봉을 꺼내 든 두 요원들에게 무자비하게 구타를 당하고는 바닥에 쓰러졌다.
“1조는 기관실로. 2조는 갑판 진입로를 확보해 잔당을 정리. 3조는 나와 함께 선창을 확인한다!”
30명이 넘는 선원들을 제압하는 데는 채 3분이 걸리지 않았다.
드르륵.
“크악! 하, 항복!”
“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건달들이 쓸려 나간 뒤 배를 장악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진짜 일당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지만 선장은 빠르게 항복했고, 어선이 멈춰 섰다.
그러자 모터보트들이 접선하며 추가로 요원들이 승선했다.
그리고 기자로 보이는 이들과 카메라맨까지 배에 올라탔는데, 바로 그때.
“여기 찾았습니다!”
“구급 대원! 빨리 이쪽으로!”
웅성거리는 소리와 함께 배 아래쪽을 수색하던 대원들의 무전이 이어졌다.
“맙소사! 어떻게 이런 짓을….”
카메라와 함께 그곳으로 향한 기자는 자신도 모르게 탄식을 내뱉었다.
마치 감옥처럼 개조된 선창 내부에는 온몸을 피떡으로 물들인 일반인 수십 명이 좁은 공간에 갇혀 있었다.
도대체 며칠을 씻지도 먹지도 못한 건지, 다들 몰골이 엉망이었다.
요원들과 사람들이 들어왔음에도 감옥 구석에 웅크려 부들대고 있는 그들의 모습은 도저히 눈 뜨고 보기 힘든 처참한 광경이었다.
“여러분, 구하러 왔습니다! 혹시나 몸이 불편하거나 위독한 분이 있으면 빨리 말씀해 주세요!”
철창을 강제로 잡아뜯으며 요원들이 그들을 구출했다.
하지만 구출되고 나서도 넋이 나간 듯 눈도 뜨지 않고 부들대는 모습은 그들이 어떤 고초를 겪었는지 짐작게 했다.
그리고 카메라에 담긴 그 장면은 실시간으로 고스란히 커넥트의 라울에게 전달되고 있었다.
* * *
마법 스크린이 수십 개 달린 상황실.
오늘은 분위기가 평소와는 사뭇 달랐다.
상황실을 채우고 있는 인원이 대부분 퍼플 길드 및 협력 길드의 플레이어였기 때문이리라.
“저런 개자식들을 봤나!”
“소문만 듣고 설마 설마 했는데 정말일 줄이야!”
화면에 비치는 장면은 충격적이었다.
한국 서해상에서 있었던 선박 진압은 약과에 불과했으니.
라울은 그간 모은 정보와 증거를 바탕으로 일시에 저들의 본거지와 수송 수단을 공격했다.
㈜퍼스트 시큐리티의 모든 인원과 해당 국가의 협력자들까지 총동원된 이번 구출 작전.
8개국 20여 개의 장소에서 동시에 벌어진 공격은 중계를 통해 이곳에 생생히 전달되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수백 명이 넘는 피해자를 구출한 것은 다행이었지만, 이미 목숨을 잃은 이들도 상당했으니.
특히나 모두를 충격에 빠트린 곳은 중국, 멕시코, 라트비아에 있는 사설 연구소였다.
“어떻게 21세기에 이런 끔찍한 짓을….”
피와 살이 난무하는 인체 실험장은 아니었다.
하지만 커다란 시험관에 마취한 사람을 가둬두고 실험동물처럼 각종 기구들을 연결해 놓은 모습은 절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각종 장치가 붙어 있는 수십 개의 뇌가 통 속에 담겨 있는 화면이 나오는 순간.
“우, 우웩!”
“…….”
촬영하던 이도 보던 이도 곳곳에서 속을 게워냈다.
‘정말 인간은 어디까지 잔인해질 수 있는 걸까?’
라울은 눈을 질끈 감으며 격해지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어쩌면 전생의 자신도 저런 꼴이 되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다시금 분노가 차올랐다.
하지만 지금은 냉정해야 할 때.
라울은 감정을 추스르고 지시했다.
“현장 증거 확실하게 확보하고 현지의 치안 담당에게 철저히 인수인계하세요. 각국 정부에는 이미 협조를 구해 뒀으니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이 정도로 확실한 증거, 증인, 현장까지 확보한 이상, 아무리 권력자라 하더라도 빠져나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물론 진짜 거물들은 다들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하겠지만.’
어차피 모든 책임을 법으로 물을 생각은 없었다.
이건 그저 진짜 책임자를 찾기 위한 단서 맞추기에 불과했으니까.
진짜 배후자를 찾아낸다면….
‘그때는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파멸시켜 주마!’
오늘 굳이 플레이어들을 상황실에 대동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최고 랭커인 저들의 영향력은 이미 연예인들 이상이었다.
법과 공권력을 이용한 정식 루트.
플레이어와 언론을 이용한 여론전.
그리고 그간 준비해 두었던 밑 작업을 통한 뒷공작까지.
라울은 돈과 권력의 뒤에 숨어 ‘신 놀이’를 하고 있는 놈들을 결코 용서할 생각이 없었다.
‘네놈들이 가진 것. 하나하나 모조리 빼앗아 주겠다.’
각오를 다지며 라울이 다시 화면을 바라봤다.
* * *
어마어마한 충격이 전 세계를 강타했다.
-그간 알게 모르게 실종된 커넥트 플레이어의 숫자는 천 단위가 넘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 납치와 인체 연구! 배후는?
-연루된 국가만 8곳. 밝혀진 장소만 스무 곳. 하지만 이조차도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구조된 피해자 가운데 절반가량은 몇 달간의 집중 치료가 필요할 정도의 중상. 도대체 그곳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커넥트 납치 사태’ 관련자 2천여 명 체포. 각국 수장들 “절대 용납할 수 없는 반인륜적 행위” 규탄.
-사태에 연루된 연구소의 실소유주는 누구? 각국은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하고 배후자 추적에 나서.
하루아침에 세상이 뒤집어졌다.
전 세계의 모든 언론이 ‘커넥트 납치 사태’로 명명된 거대 범죄를 기사화했다.
한날한시에 벌어진 ㈜퍼스트 시큐리티의 구출 작전은 저들에게 증거 인멸의 기회를 주지 않았다.
모든 과정이 영상으로 담겼고, 은폐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증거와 증인이 쏟아져 나왔다.
게다가 촬영본이 단순히 방송사가 아닌 커넥트의 랭커들을 통해 인터넷상으로 유통되었으니, 일은 시작부터 수습이 불가능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퍼스트 컴퍼니에 힘이 있다는 것.
본사 로비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각국의 외교관부터 각 기업의 중견 간부들이 상주하다시피 했다.
라울이 이번 수사에 각 국가와 관련 기업들에게 협조를 구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이미 충분한 증거와 증인을 확보하고 있었고, 어떻게든 퍼스트 컴퍼니의 협력을 원하는 이들이 많았으니까.
그저 김일우가 몇 번 미팅을 잡는 것만으로도 일은 풀렸다.
또 하나, 힘이 되어준 것은 바로 ㈜커넥트였다.
-이번 ‘커넥트 납치 사태’가 제대로 해결되기 전까지 연관된 국가와 기업이 입주한 곳에는 캡슐 제공을 중단하겠다. 아울러 앞으로 현실에서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해를 가하는 이들에게는 캡슐을 회수하고 접속을 영구 차단할 것이다.
㈜커넥트의 주 고객을 대상으로 벌어진 범죄인 만큼 그들이 목소리를 내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덕분에 당장 불이 떨어진 것은 미, 중, 한, 러 등 이번 납치 사태와 관련된 국가들이었다.
당장 캡슐 공급을 받지 못하게 생긴 국민들이 정부 청사 앞에서 시위를 시작했다.
또한 자국민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 공권력을 규탄하는 플레이어 단체의 집회도 열렸으니, 정부로서는 어떻게든 빨리 사건을 해결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납치를 실행했던 조폭, 건달 조직부터 그에 협력했던 이들이 줄줄이 체포되었다.
납치자들의 운송에 사용된 선박의 선주와 회사도 압수 수색 당했다.
그리고 선박이 향하던 중간 기착지.
서해상에 위치한 무인도의 지하에선 대규모 수용 시설이 발견되어 또 한 번 세간을 흔들었다.
그곳은 이번 사건에만 이용된 것이 아닌 듯 오래된 혈흔이나 뼛조각, 심지어 사체까지 발견되었던 것이다.
수사팀은 무인도의 소유주와 그곳에 시설을 세운 이를 추적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이렇게 수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또다시 회자되는 곳이 있었으니 바로 ㈜퍼스트 컴퍼니였다.
이미 소속 플레이어들에 대한 엄청난 대우와 철통같은 경호가 암암리에 알려져 있었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그 인지도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구쳤다.
실제로 이번 구출 작전은 민간의 ‘사력 구제’라는 측면에서 불법의 위험이 컸다.
하지만 그에 대한 언급이 없는 이유는 이미 이에 대비한 철저한 법적 절차와 준비를 마쳤기 때문이다.
실제로 납치된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퍼스트 시큐리티에 경호 요청을 접수한 상태였고, ㈜퍼스트 매니지먼트와 계약한 이도 있었으니.
‘뭐, 실제론 라벨이 약간 서류를 조작하긴 했지만.’
어쨌든, 이번 사태를 통해 라울은 확실한 메시지를 보냈다.
㈜퍼스트 컴퍼니는 그 구성원을 확실하게 책임지고 보호한다.
그를 위해선 헬기와 배를 띄우는 것은 물론이고, 잘 훈련된 요원들과 최신식 장비까지 갖추고 있다는 것을 만천하에 알린 것이다.
그래야 멋모르고 달려드는 뜨내기들도 없을 테고, 그를 적대하려는 이들도 한 번 더 고민하게 될 테니까.
그리고 지금 라울의 눈앞에는 그렇게 보고 싶었던 그 날의 정장 사내가 무릎을 꿇고 있었다.
“말씀하신 대로 잘 데려왔습니다.”
기사들에게 질질 끌려온 정장 사내는 이미 몇 대 쥐어 터졌는지 얼굴 상태가 엉망이었다.
“왜, 왜 이러는 겁니까?”
“글쎄. 왜 이러는지는 네가 더 잘 알 것 같은데? 정말 반갑다, 이 XX놈아!”
라울이 놈의 가슴을 발로 걷어찼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