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Youngest Son Is a Player RAW novel - Chapter 296
제296화
문득 전생의 마지막 순간이 떠올랐다.
커넥트 최초로 등장한 3개의 신화급 아이템을 손에 넣는 순간.
강제로 캡슐 밖으로 끌려 나왔고, 양복 사내들에게 허무하게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이제는 상황이 바뀌어 있었다.
양복 사내들을 이끌고 배도현을 끝장냈던 그자가 라울의 발아래 나뒹굴고 있었다.
“김창식, 맞지?”
“그렇습니다만, 도대체 이게 무슨 짓입니까!”
바닥을 나뒹군 정장 사내 김창식이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소리쳤다.
하긴 뜬금없이 라울 앞에 끌려와 맞고 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이렇게 라울이 지구의 인물인 김창식을 직접 대면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캡슐의 힘이었다.
㈜커넥트에서 이번에 새롭게 개발된 ‘보급형 공용 캡슐’.
철저하게 한 명만 사용할 수 있었던 기존 캡슐과 달리, 누구든 간편하게 커넥트에 접속할 수 있는 획기적인 신형 캡슐이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기능적인 제약이 심했다.
기본적으로 싱크로율 자체가 20% 이하였으니, 기존의 보급형 캡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만큼 플레이어의 반응 속도나 체감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
게다가 부가적인 기능–영양 공급, 수면 기능, 자체 인터넷 접속, 전용 플랫폼, 자체 발전 등-은 전혀 없었다.
오로지 더 많은 이들이 커넥트에 접속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접속 전용 기기였던 것이다.
문제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이 캡슐을 통해 정장 사내 김창식이 강제로 커넥트에 끌려 들어왔다는 것이다.
‘세상에 알려지면 문제가 될 소지가 충분하지. 자칫 악용될 수도 있고. 하지만 무슨 상관이야?’
애초에 이번 일은 ㈜커넥트의 회장 알렉스 송의 적극적인 협조하에 진행되고 있었다.
전 세계 구출 작전이 시작되는 것과 동시에 은밀히 진행된 또 다른 작전이 있었으니, 바로 핵심 용의자 체포 작전이었다.
이미 확인을 마친 각 납치 세력의 중간 간부 및 책임자들을 따로 구속한 것이다.
거기에는 납치를 직접 실행한 조직의 행동 대장, 우두머리 및 연구소의 핵심 연구자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들은 아무도 모르게 퍼스트 시큐리티에 체포되어 ㈜커넥트의 본사가 있는 태평양의 어떤 섬으로 옮겨졌다.
그리고 바로 지금.
이렇게 커넥트에 강제 접속되어 라울의 눈앞까지 배달된 것이었으니.
퍽!
라울은 다시 한번 분노의 힘을 실어 김창식에게 사커킥을 날렸다.
“커헉! 쿨럭.”
마스터의 발차기가 평범할 리 없었다.
갈비뼈와 내장이 터져 나갔는지 김창식이 핏물을 게워내며 정신을 잃었다.
하지만 아무도 라울을 말리지 않았고, 김창식을 챙기는 이도 없었다.
그런데 그때.
꾸드득.
움푹 팼던 김창식의 가슴과 배가 꿀렁이더니 저절로 원상태로 회복되었다.
이곳은 바로 자유 도시 미라.
신의 축복이 내린 곳.
다친 곳도 금세 회복되고, 죽어도 부활하는 기적의 장소였다.
하지만 어떤 이에겐 저주가 될 수도 있는 장소였으니.
“깨워.”
라울의 말에 필립이 작은 단도를 놈의 허벅지에 찔러 넣었다.
“하악! 헉, 헉.”
정신을 차린 김창식의 표정은 더없이 창백했다.
자신의 것으로 보이는 핏물과 내장 조각을 확인한 그의 동공이 확장되었다.
“도, 도대체 저한테 왜 이러십니까? 이유라도… 켁!”
하지만 그에게는 그럴 권리조차 없었다.
라울은 분이 풀릴 때까지 그를 조졌다.
‘어차피 전생에 벌인 일을 네놈이 기억할 리가 없지. 하지만 네놈이 저지른 짓은 고작 이 정도로 용서받을 수 없다!’
이번 생에도 김창식의 행동은 바뀌지 않았다.
건달 조직의 일원으로 수많은 이들을 괴롭혔고, 누군가의 수족이 된 이후로는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일도 서슴지 않았으니.
이렇게 라울에게 잡혀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피해자가 생겼을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하지만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는 법.
한동안 놈에게 분풀이를 하던 라울은 이내 손을 멈췄다.
고작 하수인 따위에게 열을 내봤자, 허무함만 짙어질 뿐이었다.
“케인. 맡기겠다.”
“네, 마스터. 없는 기억도 떠올리도록 최고의 전문가들을 붙이겠습니다.”
이쪽 방면의 최고라 불릴 만한 케인에게 맡겼으니, 그 누구라 해도 알고 있는 걸 실토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필요하면 정신계 마법을 사용해서라도!’
어차피 놈이 망가지든 말든 상관없었다.
자유 도시 미라의 시장 레이날도 하트는 이미 라울에게 협조하기로 했기에 그 누구도 그들을 멈출 수 없을 것이다.
이미 준비되어 있는 모종의 장소에선 관련자 수십이 전문가들의 손길을 듬뿍 받고 있었으니, 결과가 나오는 건 시간문제였다.
멋모르고 잡혀 온 이들은 변호사를 찾고 내가 누군지 아냐를 시전하고 있었지만, 그건 지구에서나 통할 일.
인권? 법? 절차?
‘이곳은 커넥트. 지구의 법과 질서가 통용될 거라 생각지 마라.’
적어도 이곳에서만큼은 라울이 법이었다.
그리고 범죄자 따위에게 인간 대접을 해줄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저들은 인세의 지옥을 경험하며 아는 것 모르는 것까지 탈탈 털어놓은 후,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갇혀 쓸쓸히 최후를 맞이할 것이다.
피투성이가 된 채 질질 끌려 나가는 김창식을 싸늘한 눈길로 쳐다본 라울이 발길을 돌렸다.
걸어 나가는 그의 발걸음이 조금은 가벼워진 듯했다.
* * *
콰앙! 쿠당탕!
“제길,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집무실 집기가 아작 났다.
하루 이틀 일이 아니었기에 회장실에 모여 있던 비서들은 그저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다들 일 이렇게밖에 못 해? 하루 이틀도 아니고 벌써 이게 며칠째냐고!”
회장이 집어 던진 신문 1면에는 바로 그의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실려 있었다.
그리고 타이틀 기사는 바로.
-용의선상에 올라선 대성기업. 한상용 회장에 대한 소환 조사 임박!
벌써 며칠째 이어지고 있는 의혹 기사들이 회장의 심기를 거슬리게 만들었다.
“회장님, 노여움 푸십시오. 어차피 다들 억측에 불과하지 않습니까? 정말 증거가 있고, 의심이 갔다면 벌써 검찰이… 컥!”
“야 이 개XX야! 검사 놈들이 미적거리는 거야 내가 그동안 처먹인 돈 때문이고! 그런 걸로 치면 이 신문! 언론사 놈들은 왜 닥치게 하질 못하냔 말이다, 이 무능한 머X리 새X야!”
커넥트 납치 사태가 공표된 이후 한 달.
언론은 쉬지 않고 사건에 대한 것들을 기사화했다.
연구소에서 다뤄지고 있던 것들.
납치된 이들에 대한 이야기.
무허가 사설 연구소에 대한 배후.
정부 치안 시스템의 허점 등.
사람들을 자극할 만한 소재가 가득한 기삿거리는 넘쳐났다.
문제는 바로 수사의 진척이었다.
구출 작전 당시 확보한 수많은 영상.
현장에서 체포한 관련자들.
구출해낸 피해자들.
연구소에서 나온 증거들까지.
범죄 사실과 물증은 넘쳐났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배후가 누구냐에 대한 수사는 좀처럼 진전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연구소 자체가 허가를 받은 곳도 아니었다는 게 첫 번째.
두 번째는 연구소가 위치한 장소의 소유주가 실존 인물들이 아니었던 것.
도대체 어떻게 그 땅을 구입한 것인지, 매매 허가가 어떻게 난 것인지조차 오리무중이었다.
마지막으로 워낙 다양한 집단이 얽혀 있다 보니 정보가 혼선되어 버렸다는 것.
수사 주체도 각국마다 달랐고, 조사 대상이 글로벌 기업과 다양한 국가 소속이다 보니, 절차를 협의하고 조사 순서를 정하는 데만 한세월이 걸리는 것이다.
물론 실제로 수사가 늦춰지는 데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당연히 ‘보이지 않는 손’들이었다.
정권조차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거대한 글로벌 기업과 큰손들이 암암리에 수사를 방해하다 보니, 일선에서 제대로 조사가 진행되지 못했던 것이다.
-글로벌한 납치 사태. 하지만 실상은 그저 언론들의 과대 포장일 뿐?
-배후설은 조작되었다. 그저 비슷한 각각의 사건을 묶어 음모설을 만들어 냈을 뿐.
게다가 각종 물타기 기사가 슬슬 고개를 들기 시작하며, 본질을 흐트러뜨리려는 시도까지 가해졌는데.
하지만 대중들은 이번만큼은 속지 않았다.
“이렇게 은근슬쩍 꼬리 자르고 마무리하겠다고? 어림없지!”
“누굴 바보로 아나? 세계 각지에서 실험체를 납치해온 연구 집단이 그저 일개 사설 연구소에 불과하다고? 장난해?”
“사실은 각국 정부가 벌인 짓 아닐까? 이렇게 조사가 늦어지는 걸 보면 너무 이상하지 않아?”
불똥이 오히려 정부에게 튀려고 하자, 아차 싶었던 각국 정부가 다시금 조사에 박차를 가했다.
그리고 그때 결정적인 제보와 증인들이 나타났으니.
“자, 자수하겠습니다! 알고 있는 걸 다 말씀드릴 테니 제발 보호를 부탁드립니다!”
“이대로 침묵하기엔 제 양심이 버티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모두 다 증언하고 죗값을 치르겠습니다.”
약속이라도 한 듯 결정적인 증인들이 동시에 자수했다.
납치를 주도했던 행동 대장.
연구소에 물자를 납품했던 기업가.
운송에 사용되었던 배의 실제 소유주 등.
사건 이후 잠적했던 주요 참고인들이 속속들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각국 조사단에 전달된 어떤 문서가 결정적이었다.
“이게 뭐야? ***섬의 실소유주와 자금 흐름 내역? 이거 정말이야?”
“**연구소 자금 출처 조사 자료. 연구자들의 실 고용주?”
“납치 조직에게 지급된 비자금 내역과 관계자 명부도 있다고!”
도무지 찾아낼 수 없었던 수많은 자료가 하늘에서 뚝 떨어져 내리자, 수사본부가 활기를 찾기 시작했다.
당연하게도 그건 라벨이 넷상의 자료를 필터링하고 해킹하여 모은 자료를 퍼스트 컴퍼니와 퍼스트 길드의 브레인들이 분석하고 정리한 자료였다.
그리고 앞서 자수한 이들은 커넥트로 끌려가 ‘진실의 방’을 맛본 이들 가운데 회개한 이들.
실제론 죄질이 약하고 결정적인 단서를 아는 이들이 겁을 먹고 자수 당한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들이 내뱉은 관련자 일부는 커넥트로 초대되고 있었고, 조사가 끝나면 그 가운데 일부가 지구로 돌아와 자수하는 일련의 과정이 반복되고 있었으니.
결국, 그러한 끝에 걸쭉한 이름들이 언론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중국의 청화그룹.
미국의 UD소프트.
독일의 자동차 그룹 메시카.
러시아의 그라낫 제약.
그리고 한국의 대성 기업까지.
이들 다섯의 글로벌 대기업과 관련 계열사 및 하청 기업들이 이번 사태의 주범으로 의심받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입장은 단호했다.
“어이없는 모함일 뿐이다. 나는 정말 아는 것이 없다.”
“어째서 우리 기업이 관련되었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허위 기사에 대해선 철저하게 명예 훼손으로 대응할 예정이다.”
“하늘에 맹세코 그런 연구소는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다. 자금? 우리 기업이 한 해 집행하는 자금이 얼마나 되는지 알고 그걸 따지는 것인가?”
그 누구도 의혹을 인정하는 이가 없었고, 그럴 리도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상황이 좋아지지는 않았으니.
“회장님이 15년 전 만들었던 차명 계좌가 이번 사건에 사용되었다는데 알고 계셨습니까?”
“연구소에 주기적으로 물자를 공급한 업체의 사장이 회장님의 6촌 동생의 동창생이라는 사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별것 아닌 것 같았던 단서들이 점차 모이며 한 점으로 수렴하고 있었다.
물론 실질적으로 그들이 확실한 범인이라 단정 지을 만한 확증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자고 일어나면 매일 공개되는 새로운 사실들은 이 사태의 실질적인 주범이 누구인지를 충분히 짐작게 했다.
“그건 그저 우연일 뿐입니다. 저는 제 모든 것을 걸고, 이 어이없는 언론의 공세에 맞서 끝까지 법적 대응을 하겠습니다. 다만 죄가 밝혀진 몇몇 계열사 사장들에 대해선 제가 대신해서 사죄드립니다!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철저한 검증을 통해….”
대성 기업 회장 한창용은 자신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끝까지 잡아뗌으로써 시청자들의 혈압을 머리끝까지 치솟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결과.
콰지직!
“저는 앞으로 대성 그룹에서 생산된 물건은 그 무엇도 사용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매일 이 시간, 대성 그룹의 물건들에 대한 처형식을 진행하겠습니다!”
개인 방송을 진행하는 수많은 랭커 플레이어들이 대성 그룹에서 제작된 물건들을 보이콧하기 시작했고, 그 파급력은 점차 커져만 갔다.
커넥트를 플레이하는 이들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까지 이번 사건과 연루된 5대 기업에 대한 불매 운동을 시작했던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정부에선 해당 기업과 계열사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 및 세무 조사를 통해 압박에 들어갔고.
방송에선 관련 업체의 광고가 아예 퇴출되기까지 했으니.
주가의 폭락은 당연했고, 경영진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져 나왔다.
그리고 마침내.
“저희 경영진은 이번 사태에 대한 심각성을 통감하며, 고객들에 대한 사죄와 반성의 뜻으로 자진사퇴 하겠습니다.”
불과 6개월 만에 거대한 5개 글로벌 기업의 경영진이 모두 물갈이되는 결과를 맞이하게 되었다.
물론 여전히 회장과 그 일가에 대한 법적 책임은 묻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도 그들에게는 큰 타격임이 분명했다.
‘이걸로 끝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아직 제대로 시작도 안 했으니까.’
머리 숙인 회장들의 모습이 비치는 화면을 바라보는 라울의 두 눈은 여전히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