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80
80화
80화
날 보는 시선은 각양각색이었다. 누군가는 놀라고 누군가는 분노하고.
나는 기본적으로 뒤로 질질 끄는 걸 싫어한다. 지금 자리에서 해결하는 걸 선호하지. 그런 의미에서 세계 각국에서 유력자들이 모인 이번 자리는 귀찮은 일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일이었다.
사방팔방 흩어진 곳에서 내 실력 갖고 왈가왈부하는 걸 더 듣기도 싫고.
그래서 판을 깔아줬다.
불만이면 말해봐라.
당사자가 바로 앞에 있는 곳에서 얼마나 당당하게 말할 수 있으려나.
“말해봐.”
은연중 서로 미루던 분위기 속에서 손을 든 것은 전형적인 게르만 남자 생김새에 갈색머리를 한 중년 남자였다.
“나는 슈반트네르다.”
슈반트네르는 체코의 초인으로 EU 중심의 방위체제 추종자다.
초인이 된 건 10년이 넘었고, 특유의 불같은 성격과 경솔한 언행으로 사건사고를 일으키는 트러블 메이커였다.
녀석이 나에 대해 떠든 게 떠오른다. 한국이 김영환의 죽음을 가리기 위해 만들어낸 허수아비라고 했던가? 천재 메이킹이 금방 뽀록날 거라면서 반도의 작은 나라가 무리수를 쓴다고 맹비난을 퍼부었다.
누리를 사냥했을 때도 평범한 유해 8단계로 과장한다고 했었다. 그러다 체코에서 나타난 플러스 단계를 사냥했다가 피똥 쌌다나.
세상이 작은 녀석이지. 뭐든 자기 멋대로 판단하고 작은 세계에서 만물의 현상을 판단하는 녀석들이 있다. 생각해보니 나도 크게 다른 것 같지 않다. 다만 난 극복할 힘이 있고 녀석은 없다.
실시간 통역이라 녀석의 말을 알아듣는 건 어렵지 않았다.
“말해.”
“아이언 마인드의 증언과 네가 누리 사냥을 끝낸 시간에 상당한 간극이 존재한다. 그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지?”
아이언 마인드는 철심 이찬택을 칭하는 이명이다.
“누리를 바로 안 죽였으니까.”
“안 죽여?”
“기프트를 사용하는 것과 포스 운용이 신기해서 잡아놓고 얼마나 버티나 시험을 해봤다. 그리고 더 못 버티고 맛이 가서 죽여버렸지.”
“······.”
장내가 침묵에 빠져들었다. 기왕 마물을 무력화 시켰으면 이것저것 실험해볼 수 있지 왜들 그러시나? 설마 브레인워싱한 게 드러났나?
하긴, 유해 8단계 플러스 마물을 테이밍해서 데리고 다니면 무섭긴 하겠다.
“제압한 것도 모자라 실험을 했다고?”
“어.”
“···헛소리.”
슈반트네르의 눈이 거세게 흔들렸다. 왜 요즘 놈들은 진실을 말해줘도 거짓말이라 하는 건지 모르겠다.
“믿지 않을 거면 묻지나 말던가.”
“난 믿을 수 없다. 플러스 단계로 각국의 초인이 죽음의 위기를 지났어. 그런데 넌 혼자 사냥한 것도 모자라 실험까지 했다고?”
“믿기 싫으면 말던가. 아니면 덤벼.”
“뭐?”
“내 실력 정도는 손가락 몇 개로 검증할 수 있다고 지껄였잖아. 내가 허수아비라더니 막상 겁이 나나? 스웜퍼?”
스웜퍼라는 말을 들은 슈반트네르의 표정이 구겨졌다.
그의 기프트인 머드(Mud) 생성을 비꼰 스웜퍼는 허드렛일을 하는 사람을 칭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좋다, 네놈의 실력은 예전부터 궁금했다.”
“잠깐······!”
순식간에 살기가 퍼져 나가자 놀란 사람들이 말리려 했지만 슈반트네르의 행동이 더 빨랐다.
자리를 박차고 달려들더니 손을 뻗었다. 포스가 휘몰아치며 내가 짓쳐들었다. 이 자리에 무기 소지가 금지되어 있지만 초인 정도 되면 무기가 없어도 본신의 무위는 발휘할 수 있다.
져놓고 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하는 건 패배자들의 헛소리고.
나는 앞으로 나가며 맞대응을 하려다가 멈칫했다. 어느새 내 아래 지면이 늪처럼 질척하게 바뀌어 발을 잡아끌고 있었다.
그래봤자 약간 거치적거리는 수준이다. 평소라면 발에 기뢰를 실어 가볍게 파훼했을 것이다.
하지만 내게는 만독불침이 있다. 잠깐 오작동을 했지만 이런 상황에서 전설의 기프트다운 위력을 발휘했다. 발을 잡는 늪의 디버프를 해제하고 움직임을 자유롭게 만든 것이다.
내가 아무런 방해 없이 움직이자 슈반트네르의 눈이 커졌다.
파사사!
슈반트네르가 시전한 포스가 부서지고 녀석의 면전에 내 기뢰가 도달했다. 포스를 응축시켜도 기프트인 기뢰 위력이 확고한 우위에 있었다.
“큭!”
짧은 신음과 함께 팔을 교차해서 가까스로 막아낸다. 확실히, 초인 정도 되면 기뢰가 제대로 파고들지 못한다.
하지만 방어와 비교해서 공격은 어설펐다. 녀석의 주무기가 대검이라 발생하는 어색함이다.
여기서 죽으면 저승에서 무기가 없어서 죽었다고 한탄하겠지.
어쩌라고?
이렇게 붙을 걸 생각했으면 맨손 격투도 배우면 된다. 애초에 핑계 없는 무덤은 없는 법이다.
나도 같은 페널티를 적용해서 맨손으로 상대해주고 있잖나.
“약한 주제에 입이 방정맞으면 명을 재촉하는 법이지.”
“으아아아!”
슈반트네르는 내 기뢰에 대항하면서 포스를 끌어 모아 터뜨렸다.
퍼엉!
풍선 터지는 소리와 함께 무시무시한 포스 여파가 휘몰아쳤다. 순식간에 장내가 아수라장이 되었지만 인명피해는 전혀 없었다. 어느새 앞서 나온 초인들이 요인 보호에 나서면서 여파를 해소한 것이다.
순간 전력을 폭발시켜 잠깐 밀려났지만 그것뿐이다. 내 손은 집요할 정도로 슈반트네르를 쫓았고, 마침내 멱살을 틀어쥐었다.
“컥!”
숨이 막힌 녀석이 답답한 신음을 흘렸다. 포스를 둘러 거세게 저항했지만 이 정도로 내 손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내가 왼손으로 가차 없이 목을 꺾으려 할 때였다. 옆에서 달려드는 한 인영을 보고 슈반트네르의 멱살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콰직!
기형적인 나무뿌리가 내 다리를 옭아매려다가 부러졌다. 상태 이상을 일으키는 것보다 기뢰처럼 집요하게 내 내부를 파고들려는 힘이 느껴졌다.
시선을 옮기니 쭉 뻗은 굴곡진 몸매에 금발의 아름다운 미녀가 날 보고 있었다.
독일의 초인 로라 앤(Laura Anne)이다. 34세로 초인이 된 유럽 최고의 기대주로, 나와 비슷한 시기에 초인에 등재되었다.
얘는 나에 대해 부정적인 코멘트를 하지 않고 오히려 기대주라고 칭찬을 하던데 왜 개입한 건지 모르겠다.
“왜 끼어들지?”
“슈반트네르는 유럽 연합의 소중한 전력입니다. 이대로 죽게 놔둘 수 없어요. 그가 죽으면 좋은 건 리그나 마물이에요.”
“그걸 결정하는 건 네가 아니라 나야.”
“하지만 방해는 할 수 있습니다. 여차하면 당신에게 치명적인 피해도 입힐 수 있어요.”
“같이 죽고 싶다는 의미로 알아듣지.”
더 말을 할 것도 없이 로라에게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내 다리를 옭아매는 나무뿌리의 존재가 느껴졌지만 가볍게 발길질로 부숴버렸다.
그런데 산산조각 나는 와중에도 파편이 내 다리에 달라붙어 내부로 파고들려고 했다.
전혀 의외의 방식이라 꽤 놀랐다. 이건 기뢰의 원리랑 비슷했다.
그러고 보니 로라 앤이 기뢰의 주인 프란츠의 제자라는 걸 들은 적 있다. 그 묘리를 자기 기프트에 접목시킨 건가. 젊은 나이에 초인이 된 것답게 재능이 출중하다.
하지만 만독불침으로 상태 이상을 파훼하고 전신으로 기뢰의 묘리를 운용하는 내게 로라의 기프트는 큰 위협이 되지 못했다.
이 손으로 얼마나 많은 피를 묻혔는데. 오히려 프란츠보다 내가 기뢰를 더 오래 사용하고 더 많은 사람을 죽였을 것이다. 만독불침으로 상태 이상을 해제하고 기뢰로 파고들려는 힘을 모조리 파쇄했다.
모든 방해물을 제거한 내 손이 로라에게 도달했다.
콰직!
“읏!”
손톱 끝에 돋아난 나무뿌리도 부러지자 로라 입에 침음성이 터졌다. 나는 할퀴어오는 손길을 밀어내고 슈반트네르에게 손을 뻗었다. 그 사이 기력을 회복했는지 녀석이 볼펜으로 포스 블레이드를 생성해서 내 기뢰를 막아냈다.
좌우에서 번갈아 슈반트네르와 로라를 상대하면서 강하게 밀어붙였다.
“큭!”
“으!”
포스 블레이드와 볼펜이 산산조각나면서 가슴이 움푹 들어간 슈반트네르가 피를 토하며 밀려났고, 나는 로라의 팔을 기뢰로 꺾어버린 뒤 어깨에 기뢰를 심었다. 역시 초인이라 그런지 바로 부서지지 않고 끈질기게 저항했다.
하지만 내게 공격을 허용한 시점에서 이미 끝이다. 로라가 제 힘을 못 쓰는 사이 슈반트네르는 정강이와 허벅지에 이어, 손, 손목, 팔꿈치가 부서졌다.
제대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기반 자체가 사라진 것이다.
녀석의 눈에 전의가 사라지고 공포가 자리한 게 보였다.
이제 끝이군.
그때, 내게 맹렬한 기세로 쇄도하는 거력이 느껴졌다.
몸을 돌린 나는 손을 모아 칼날 폭풍을 시전했다. 그러자 꽈르릉! 하는 소리와 함께 거암(巨巖)이 산산조각 났다.
부서진 바위 조각들이 자석처럼 서로 붙더니 거구의 흑인으로 모습이 바뀌었다.
말리 출신 프랑스 초인, 트라오레였다. 이민자 출신으로 프랑스 정점에 오른 그는 이민자 성공의 상징이자, 유럽의 궂은일을 도맡아 처리하는 살림꾼이다. 세계에서 통용되는 이명은 스톤 골렘이다.
“그만 멈춰줬으면 좋겠다. 둘은 소중한 팀원이거든.”
“팀원을 아끼는 우정에 찬사를 보낸다.”
내 말에 트라오레의 표정이 밝아진다. 아무래도 의미를 잘못 알아들은 것 같은데.
만약 다른 사람이 보면 이걸 어떻게 평가했을까. 초인 셋을 상대한다면 미쳤다고 하지 않을까.
알게 뭔가. 난 미치지 않았는데.
혈종일 때 나는 이보다 더 힘들고 암울한 상황에서도 살아남았다.
날 가로막는 초인이 셋이나 되었지만 난 개의치 않았다.
“그 우정의 대가로 셋 다 죽여주지.”
*
‘왓더퍽! 마더퍼커!’
제임스 리드는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지금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이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최근 한국어를 배우면서 입에 붙은 졸라를 연발하면서 대결에 눈을 떼지 못했다.
‘이건 진짜 졸라 미친 전개잖아!’
최준호가 대단하다는 건 알고 있다. 한정된 장소, 그를 상대하는 초인들이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조건이라는 것도 안다.
하지만 이건 좀 심하지 않은가!
상대를 끝없는 수렁으로 빨아들이는 슈반트네르, 독일의 초신성 로라 앤, 프랑스의 해결사 트레오레까지.
모두 부족함이 없는 초인이다.
그런데 최준호는 이 셋을 상대로 압도하고 있었다.
이 정도면 최준호는 자신의 실력을 이미 입증했다. 플러스 마물이 초인 둘은 되어야 사냥할 수 있다고 생각할 때 셋조차 압도하는 건 누리를 홀로 사냥했다는 걸 증명하는 것과 같았다.
슈반트네르의 디버프도, 로라의 창의적인 응용 능력도, 트라오레의 중량과 파워도 최준호 앞에서 속수무책이었다.
‘블랙하운드와 헬 마스터를 합쳐놓은 것 같군.’
리그를 세운 전설적인 빌런 둘을 떠올린 제임스 리드는 어깨를 두드리는 손에 흠칫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전투 장소에 시선을 떼지 못하는 기예르모가 있었다.
“네 덕에 살았다. 덤볐다면 죽었겠어.”
첫 만남 당시 기예르모는 최준호와 충돌까지 각오했었다.
하지만 충돌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지 짐작이 갔을 터.
이제야 자신의 고생을 알아줬다는 것에 다행이라 생각하며 도움을 요청했다.
“문제는 그게 아니야. 말려야 해.”
“내가 나서겠다.”
“나도 도울게. 말리기만 할 거야.”
상황을 지켜보던 제임스 리드는 기예르모와 함께 대결에 뛰어들었다.
손날을 통해 시전되는 칼날 폭풍의 위력은 무지막지하다는 말로 부족했다.
마치 상대를 산산조각 내려는 강맹한 기세. 칼날 하나하나에 짙은 살의가 담겨 있었다.
‘졸라 세잖아! 오직 적을 말살하는데 최적화 되어 있어!’
단 한 수였지만 그 속에 깃든 살의를 느낀 제임스 리드는 전율했다.
“······.”
기예르모도 같은 걸 느끼며 표정을 굳혔다.
두 사람이 최준호의 칼날 폭풍 여파를 해소해주자 세 초인이 뒤로 물러났다.
슈반트네르의 부상이 심각해보였지만 다행히 목숨에 지장은 없어보였다.
제임스 리드가 외쳤다.
“준호! 그만해!”
“너도 죽고 싶나?”
“졸라 진정 좀 하라고!”
“내가 왜?”
“이번 사고는 우리가 준호에 대해 몰라서 일어난 일이야! 그러니 우리가 준호를 알 수 있는 시간을 줘! 그럼 오해가 풀릴 거라고! 죽이는 게 능사가 아니잖아! 그건 빌런이나 하는 짓이라고!”
하는 짓은 이미 빌런보다 더 심한 듯했지만.
제임스 리드는 최준호를 억제할 수 있는 단어가 ‘빌런’과 ‘된장찌개’라는 걸 알았기에 의도적으로 빌런을 언급했다.
그러자 반응이 있었다.
“······.”
제임스 리드는 최준호가 침묵하는 걸 초조하게 바라보았다. 선을 넘고 끼어들었지만 여기에서 더 손을 쓰려고 한다면 막을 명분은 없었다.
그래서 두 번째 필살기인 된장찌개를 꺼내들었다.
“내가 기예르모한테 말해서 멕시칸 스타일 된장찌개 레시피 알려줄게!”
“······!”
“그리고 북유럽식이랑 지중해식도 접목해볼게! 어때?”
고작 이게 필살기라니. 스탠퍼드 박사학위의 임기응변이 이 정도에 불과했단 말인가.
제임스 리드 스스로 이것밖에 생각해내지 못한 것에 자괴감을 느꼈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최준호가 살기를 거둔 것이다.
“···어차피 입맛 버려서 그만둘 생각이었어. 그 약속은 지켜라.”
“나만 믿어! 졸라 맛있는 레시피로 줄게.”
이거 현실?
제임스 리드는 물러나는 최준호를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그 후, 약간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행사가 끝났다.
행사 내내 날 향한 따가운 시선을 느껴졌다.
성가시게들 구는군.
셋 다 못 죽이긴 했지만 큰 아쉬움은 없었다. 혈종이었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죽였을 테지만 난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초인이니까. 버르장머리를 조금이나마 고쳐놓은 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그래도 정신 못차리면 그땐 죽이면 되고.
사람은 누구나 사고치는 법이니까.
나도 참 너그러워졌다 싶었다.
“슈반트네르는 고생 좀 하겠지.”
전신을 기뢰로 골고루 만져줬으니 회복하는데 꽤 오래 걸릴 것이다.
로라나 트라오레는 경미하지만 또 나대지 못할 테고.
생각해보니 다시 나대지 못하게 만든 건가.
“이건?”
방에서 쉬려던 나는 음습하면서 끈적한 기세를 접했다.
어디서 느껴본 적 있는 기세였다. 날 부르고 있었다.
나는 그 기세를 쫓아 호텔 밖으로 나왔다. 잘 꾸며진 산책로에 165cm 정도로 보이는 작은 키의 흑인이 날 보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미리 숙지해둔 얼굴이다. 기니의 초인 디아와라다.
“반갑다, 준호.”
놀랍게도 녀석은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했다.
“날 부른 건가.”
“맞아.”
“왜?”
“오늘 대결은 아쉬웠어. 마초맨이 조금만 늦게 끼어들었으면 다 죽일 수 있었을 텐데.”
“······.”
난 녀석이 무슨 말을 하나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
아무도 없는데 주위를 둘러보던 녀석이 목소리를 죽여 말했다.
“난 다 알고 있어. 리그 소속이라며?”
갑자기 이게 뭔 소리지?
내 침묵을 긍정이라고 생각했는지 녀석이 정보를 늘어놓았다.
”너도 국가 소속 초인으로 위장하고 있잖아. 난 다 알아.”
요즘 초인들은 뇌를 밖으로 빼고 다니나? 한 가지는 분명한 듯했다. 이 녀석은 리그와 뭔가 관련이 있다. 난 조용히 손에 쥔 스마트폰으로 녹음기를 켰다.
“블랙하운드를 만난 적은 있다.”
“오! 역시 대단하네. 난 12궁도 본 적 없는데. 내가 왜 불렀는지 물었지? 나와 동맹 맺지 않을래? 이번 행사에서 시비를 걸어 초인 몇 명을 제거하는 거야. 그럼 리그에서 너와 날 중하게 써줄 거야. 리그에서 이번에 인위적으로 힘을 증폭시키는 비기를 개발했거든.”
“나와 리그 접점은 어떻게 알아냈지?”
“아르고스가 알려줬어. 네가 빌런이 되기 위해 태어난 진짜배기 빌런이라던데.”
···아르고스 이 눈깔은 언제고 내가 반드시 목을 비틀어버리겠다.
신나서 떠드는 디아와라의 말을 들으며 한 가지 확신이 생겼다.
리그에서 이 녀석을 데려가지 않은 이유가 있고, 점 조직이라 정보 공유가 원활하지 않은 면이 있다.
그러니 예전 정보만 듣고 판단해서 내게 정보를 털어놓지.
근데 왜 내가 리그 소속이라 확신하는 거지.
초인 한 명도 죽이지 않는 너그러운 손속을 만천하에 드러냈는데.
오히려 정의로운 초인으로 생각해야 하는 거 아닌가.
“아르고스가 또 헛소리를 했군.”
“하하! 녀석이 말을 유창하게 하잖아? 그 모습이 멋있기도 하고.”
신이 나서 떠들던 녀석은 마침내 결정적인 정보를 털어놓았다.
“나도 너처럼 국가 소속 초인으로 위장하고 있어. 그래서 리그에서 첩자로 상당한 인정을 받고 있지.”
“그렇군, 첩자라.”
“왜 모른 척해? 너도 같은 처지잖아.”
“······.”
같은 처지는 무슨.
떡이 제 발로 굴러들어온 건데.
이런 걸 뭐라고 하더라?
부지런히 머리를 굴리느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더니 녀석이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왜 웃어?”
“아, 생각났다.”
“응?”
“황금고블린.”
난 녀석에게 손을 뻗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