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ldest son is eager for soccer RAW novel - Chapter (197)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197화
크리스마스.
“에이, 산타가 어디 있어?”
한국으로 치면 초등학교 4학년, 이제 며칠을 보내면 5학년이 되는 우리 여름이는 시큰둥한 얼굴로 산타를 부정했다.
가을이가 그런 여름이를 보고 웃음 지었다.
“어릴 때 산타할아버지 선물 받겠다고 편지에다 선물 리스트 수두룩하게 적었던 거 기억 안나?”
“그게 언제야. 나도 이제 10살이야!”
그 말에 온 가족이 웃음을 터뜨렸다.
벌써 사춘기가 왔나?
하긴, 가을이도 저맘때 살짝 방황하긴 했구나.
아버지는 자기 때는 중학교는 되어야 사춘기가 왔고, 할아버지는 고등학생은 되어야 사춘기가 왔었다는 걸 생각하면 점점 사춘기가 오는 시기가 빨라지는 것 같다.
이러다가 보미는 2학년 즈음에 사춘기가 오는 건 아닌가 싶다.
“오바.”
물론, 그걸 걱정하기에는 보미는 아직 어렸다.
어설프게 나를 부르며 무릎으로 기어오는 보미를 안아들자 아버지가 부럽다는 얼굴로 나와 보미를 보며 말했다.
“아빠가 아니라 오빠를 먼저 말할 줄이야…….”
“자기가 바빠서 보미랑 같이 있는 시간이 태양이보다 적으니까 그렇지, 뭐.”
“그래도 위로 언니, 오빠들은 아빠 먼저 했는걸?”
“그거야 내가 부단히 가르쳤으니 그렇지. 사실, 얘들도 자기보단 큰오빠, 형 더 좋아했어.”
“아니까, 아쉬운 거야. 아니까.”
보미는 내심 서운해하는 아버지를 보더니 다 안다는 듯이 아버지에게 손을 내밀었다.
“아이고, 우리 보미! 아빠한테 오고 싶어용?”
아버지가 그걸 보고 함박웃음을 지으며 보미를 안아들었다.
“우리 넷째는 어디간겨?”
흐뭇하게 그 모습을 보던 친할아버지가 겨울이를 찾자, 가을이가 대답했다.
“지금 방에서 산타 할아버지한테 편지 쓰고 있을걸요?”
“그랴? 허허. 아직 겨울이는 산타 할배인가 머시기인가 믿나보구만?”
“그죠. 아직까진.”
여름이는 그 이야기를 듣고 말했다.
“산타 없는 거 알면서도 선물 받으려고 믿는 척하는 거야!”
“작년 여름이처럼?”
“이씨, 내 얘기가 왜 나와!”
“그래, 산타 안 믿는 우리 여름이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뭘 받고 싶니?”
엄마가 묻자, 여름이는 금세 수줍은 얼굴로 말했다.
“난… 글러브 받고 싶어!”
“글러브 있는데 또?”
“아니, 한정판! 엄청 좋은 거라고!”
“인터넷 쇼핑몰에서 파는 거니? 장바구니 담아두면 엄마가 주문할게.”
“응!”
한국에서 보낼 때 우리 가족은 크리스마스를 그리 특별하게 여기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크리스마스 때 평범한 일상을 보냈고, 천주교를 믿는 외할아버지는 성당에 가셨다.
우리 엄마, 아빠는 우리들에게 선물을 준비한다고 좋아하시긴 하지만, 그게 다였다.
아이들이 이렇게 많은데 두 분이서 오붓하게 보내는 것도 쉽지 않으니까.
아니, 애초에 연인들이 크리스마스를 특별하게 여기는 걸 극혐하는 쪽에 가깝다고 봐야겠지?
하지만 영국으로 넘어오면서 많은 게 달라졌다.
영국에서 영국인들과 부대끼며 살다 보니 크리스마스가 설날이나 추석보다 중요하게 여겨지게 된 거다.
그도 그럴게 영국인들이 추석이나 설날을 보내진 않잖아?
쉬는 날도 아니고 추석이나 설을 보내는 사람도 없으니 그 의미가 조금은 많이 퇴색됐다.
그래서 온 가족이 모여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 자리에 오래 있을 수 없었다.
“이만 자러 가볼게요.”
“어?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그래, 얼른 올라가.”
“내일 봬요.”
내일은 12월 26일.
박싱데이다.
프리미어 리그의 선수라면 절대 쉴 수 없는 날.
그리고 지옥 같은 일정이 시작되는 날이기도 했다.
* * *
프리미어 리그 구단 관계자, 특히 감독, 코치, 선수들만 제외하고 영국인들 모두가 즐거워하는 시기가 찾아왔다.
박싱데이부터 시작해서 새해까지 이어지는 지옥의 일정 말이다.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그나마 다행이라면 리그컵은 진작에 탈락했고(박싱데이에 리그컵이 걸릴까봐 일부러 탈락했다는 말이 도는 중이다.), 박싱데이 3연전 상대가 만만한 버밍엄, 아스톤빌라, 레스터라는 점이다.
첫 번째, 두 번째 경기가 원정이라는 점을 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정이었다.
그렇게 뉴캐슬은 박싱데이를 맞이했다.
[윤태양, 달립니다! 라 크로케타! 한 명 제치고 아, 앞을 가로막는 상대 선수! 한 번 접고 슈팅! 아닙니다! 패스! 아우레 슈티이이잉! 골입니다!] [뉴캐슬 유나이티드! 잔인합니다! 스코어는 2대0이지만, 점유율은 80%를 가져가고 있어요.] [버밍엄 시티가 어떻게든 좋은 성과를 내려고 전원 수비라는 방법을 선택했는데, 그런데도 뉴캐슬은 기어이 두 골이나 앞서가는군요.]버밍엄은 뉴캐슬을 상대로 텐백 수비로 최소 무승부를 노려봤지만, 어림없었다.
1골 1도움을 기록한 윤태양은 후반 20분에 교체되어 나갔다.
[경기… 종료됩니다! 2대0으로 무난하게 뉴캐슬이 승리합니다. 개막 후 18연승! 프리미어 리그 최다 연승 기록과도 타이를 만들어냅니다!]박싱데이 승리로 인해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맨체스터 시티와 리버풀이 가지고 있던 리그 최다 연승 기록 동률을 만들어냈다.
만약 다음 경기에서 승리하게 된다면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이 기록을 혼자 가져가게 된다.
게다가 19라운드 상대는 아스톤빌라.
리그 14위로 지난 시즌보다 좋지 않은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팀이었다.
충분히 19연승이 가능하리라 생각됐고, 실제로도 가능했다.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또 다시 승리했다. 승리가 당연한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또 하나의 기록을 경신한 뉴캐슬은 2036년 새해를 맞이했다.
한 해가 끝나고 한 해가 시작됐지만, 선수들에게는 그걸 즐길 여유조차 없었다.
돈에 눈이 먼 프리미어 리그 구단은 26일 박싱데이에 이어서 1월1일도 거의 대부분의 팀이 경기를 치루는 악독함을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뉴캐슬은 고작 2일 쉬고 또다시 경기를 치러야 했다.
19경기 연승, 그리고 굳건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뉴캐슬은 오늘 레스터 시티와 경기에서 핵심인 윤태양과 일리뉴, 바이스티거, 카싸마, 메넨데즈와 같은 선수들 모두 제외하고 다른 선수들을 출장시켰다.
전반에는 리그 8위인 레스터 시티를 상대로 뉴캐슬이 2대0으로 앞서며 강팀으로서 면모를 자랑했다.
하지만 후반.
레스터 시티는 뉴캐슬의 약점을 공략했다.
바로 바이스티거를 대신해서 출전한 아놀드였다.
지난 시즌부터 멘탈에 따라서 경기력이 들쭉날쭉하며 에이징 커브인지, 심리적인 기량 저하인지 모를 조짐을 보였던 그는 오늘 바이스티거만도 못한 유리 멘탈을 선보이며 레스터 시티에게 골대로 향하는 길을 너무나도 손쉽게 열어주었다.
뉴캐슬은 아놀드의 부진으로 몇 번이나 위기를 맞이했지만, 간신히 2대2 스코어로 무승부를 만들면서 패배를 면했다.
[아르텔리, 전반은 뉴캐슬다웠고, 후반전은 최악이었다.]오죽했으면 아르텔리가 인터뷰에서 자신의 팀을 대놓고 비난했을 정도일까.
어쨌든 그로 인해 아놀드는 도마 위에 올랐다.
-얘는 왜 갈수록 못하냐
-작년에는 그래, 아버지가 아파서 그랬다고 쳐, 그런데 팀이 그거 다 뒷바라지 해주지 않았나? 그러면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 거 아냐?
-요즘 보면 살도 쪘어
-경기에서 밀려나면 노력을 해야지 술 처먹고 놀았나 봐
-내가 알던 아놀드는 이제 없네
-내 아놀드는 더 이상 없어
-그만 떠나라
사람들의 비난은 비난이고, 당장 뉴캐슬에서 더 이상 아놀드의 자리는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당장 뉴캐슬의 수비라인은 부실하기 그지없었다.
최소한 넷은 있어야 될 것 같은데 당장 수비수로 뛸 수 있는 선수가 아놀드까지 셋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다행인 점은 1월, 겨울 이적 시장이 열렸다는 거다.
아르텔리는 곧 바로 구단에 수비수 보강을 요청했다.
구단은 곧바로 수용하고 스카우터 팀에 괜찮은 수비수 명단을 요청했다.
그 말을 들은 총괄 스카우터, 스카우터 디렉터 프리델 마이어는 곧 바로 한 선수를 추천했다.
“이 선수만… 추천한 겁니까?”
탈리크 회장 밑에서 구단의 전반적인 것을 관리하는 사장 아프먼의 물음에 프리델 마이어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장 이 선수면 충분합니다. 핵심 전력이나 주전급 선수를 원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하지만 우리 팀은…….”
“네, 그렇죠. 최고의 팀이 목표죠. 최고의 팀에서 후보 센터백으로 뛸 만한 역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선수는요. 그리고 장차 바이스티거의 파트너가 될 수 있을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선수지요.”
“바이스티거의 파트너요? 확실한 보장 없이 그런 말을……!”
아프먼 사장의 말에 프리델 마이어는 씨익, 여유로운 웃음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제가 누구죠?”
“…스카우터 디렉터죠.”
“제가 누구라구요?”
“유, 윤태양을 영입한 대예언자 프리델 마이어죠.”
프리델 마이어가 누구인가.
윤태양을 데려오며 장차 뉴캐슬의 리오넬 메시가 될 아이라고 혼자 호언장담을 했던 사나이였다.
그 당시에는 그 누구도 이를 믿지 않고 그를 비웃었지만, 지금 윤태양은 고작 몇 년 만에 뉴캐슬의 리오넬 메시요, 뉴캐슬의 왕이 되어버렸다.
그 이후 그는 대예언자, 대현자, 뉴캐슬의 노스트라다무스라 불리고 있었다.
여기에 샬렛과 린데만 등.
그가 영입한 젊은 유망주들을 생각하면 그의 호언장담은 신빙성이 매우 높았다.
“끄응… 알겠습니다. 마이어의 말대로 이 사람을 영입하도록 하죠. 하지만 혹시 모르니 차선책도 마련해 주셔야겠습니다.”
“그럴 줄 알고 준비했습니다.”
프리델 마이어에게 명단을 받은 구단은 곧 바로 영입 타진에 나섰다.
겨울 이적시장은 시즌 중에 선수를 보강하는 차원이기 때문에 생각 보다 선수들을 영입하는 게 어렵다.
시즌 도중에 팀을 옮기는 걸 기피하는 선수들도 있고, 당장 팀에서도 선수를 쉽게 넘겨줄 생각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빅사이닝은 대부분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급이 다른 빅클럽에서 하위권 클럽의 선수를 빼오는 건 생각보다 쉽다.
이런 기회가 언제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대부분의 선수들은 어떻게든 이적을 하려고 하고, 이미 마음이 기운 선수를 붙잡아둘 여력이 없는 팀은 최대한 좋은 금액에 선수를 팔려고 하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서 웃돈이 조금 더 들어가는 건 변함없지만, 뉴캐슬이 하위권 팀 선수들을 영입하는 데 들어가는 웃돈이 무서운 팀은 절대 아니었다.
“2천만 파운드(한화 약 320억). 이 아래로는 팔지 않습니다.”
“그래요? 저렴하네요. 사겠습니다.”
“…그럴 줄… 네? 사신다고요?”
“일시불. 당장 준비시켜서 보내주세요, 우리 선수.”
뉴캐슬은 번갯불에 콩 볶듯이 단숨에 구단에게 이적료를 약속하고 선수와 계약 협상에 나서게 됐다.
드미트리 이바노프.
러시아계 영국인이었다.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러시아에서 반전을 외치다 영국으로 넘어온 난민 출신으로, 올해 22살인 그는 첼시 유스팀에서 성장해 독일 샬케04에서 선수 생활을 하고 있었다.
지난 시즌 샬케04가 또다시 어이없게 강등을 당하며 이번 시즌 2부 리그에서 데뷔한 그는 샬케에서 얼음장벽이라 불릴 정도로 맹활약하며 핵심으로 발돋움했고, 포칼컵에서 1부 리그를 상대로도 멋진 활약을 보여 독일 내에서 서서히 주목받고 있는 선수였다.
바이에른 뮌헨 출신으로 독일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없는 프리델 마이어가 그를 눈여겨보고 결국 영입을 추진하게 된 거다.
그리고 그는 뉴캐슬의 제의를 한 번 보고 협상조차 하지 않은 채 계약서에 서명했다.
쿨한 그의 모습에 놀란 탈리크 회장이 물었다.
“평소 우리 구단을 좋아했습니까? 이렇게 쿨하게 계약할 줄은 몰랐군요.”
“아니요, 관심 없습니다.”
“그런데 왜…….”
“윤태양.”
“네?”
“윤태양, 그 사람 때문에 이적하게 됐습니다.”
윤태양을 언급하는 그의 두 눈은 더할 나위 없이 맑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