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ldest son is eager for soccer RAW novel - Chapter (210)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210화
“왔냐?”
“응.”
“그래, 놀다가.”
펠리시아노와 담백하게 인사를 주고받았다.
펠리시아노는 우물쭈물하다가 나에게 무언가를 건넸다.
“뭐야?”
“인터넷에서 알아보니까 반지를 선물하는 풍습이 있다고 해서 사봤다.”
“오오.”
예상치 못한 선물이었다.
슬쩍 열어보고 나는 놀란 눈으로 펠리시아노를 바라봤다.
“이거… 다이아냐?”
“당연하지. 1캐럿밖에 안 되지만, 탄생석이기도 하고. 한 살 생일이니 오히려 의미가 있을 거 같아서 샀다.”
펠리시아노에게서 이런 섬세함이 있을 줄이야.
“이야, 아기 선물치고는 너무 과한 걸 받았네.”
“그 정도야 뭐.”
하긴 축구선수 벌이를 생각하면 이런 반지는 큰돈은 아니긴 하다.
그래도 사적으로 만난 적 없는 사람한테 흔쾌히 투척하기에는 큰 선물이긴 하지.
“고맙다.”
펠리시아노는 씩 웃으며 내 어깨를 두드렸다.
전에 시합 때도 느끼긴 했지만, 뭐랄까 사람이 달라진 거 같다.
그래서 그런가 요즘 펠리시아노의 기세가 무섭다.
경기당 1골 수준으로 미친 듯이 골을 넣고 있으니 말이다.
“뭐야, 너도 반지 사왔어?”
그때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챔스에서는 최악이지만 리그에서는 최고라는 소리를 듣는 사나이, 딜런 먼로였다.
이 미친놈도 이번 시즌 활약이 범상치 않다. 어쩌면 나와 홀란드만 넘어섰던 시즌 40골의 고지를 넘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놈이 능청맞게 웃으면서 펠리시아노를 바라본다.
펠리시아노는 표정 없는 얼굴로 그를 마주봤다.
한쪽은 웃고 한쪽은 표정이 없지만, 눈에는 순간 전기가 파바박 하고 튀어오르는 것 같다.
그래, 이 둘이 프리미어 리그의 영원한 라이벌이지.
나만 없었다면 둘이 은퇴할 때 까지 정상대전을 벌였을 텐데.
“싸우려면 나가서 싸워.”
“뭘 싸웠다고 그래. 자, 여기. 동생 첫 번째 생일 축하해.”
딜런 먼로는 언제 펠리시아노를 노려봤냐는 듯이 웃으며 나에게 반지를 건넸다.
“고마워.”
“근데 그거 진짜 하는 거야?”
“뭐?”
“도올자비? 도르자비?”
“돌잡이? 당연히 하지.”
“물건을 잡으면 그 물건의 의미대로 운명이 정해진다는 게 사실이야? 너는 돌잡이 때 공 잡았어?”
딜런 먼로는 궁금한 게 많은 모양이다.
“그렇게 크길 바란다는 의미지 무슨 샤머니즘처럼 물건을 잡으면 그대로 미래가 정해지는 건 아냐. 그리고 난…….”
난 돌잡이 때 뭘 잡았더라?
생각해 보니 한 번도 물어본 적이 없었다.
때마침 엄마가 지나가길래 엄마를 불렀다.
“엄마, 아, 이쪽은 딜런 먼로랑 펠리시아노.”
“경기장에서 멀리서 보긴 했는데,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는 건 처음이네요. 두 분 모두 반가워요.”
“저도 반갑습니다, 어머님.”
“저도요.”
“엄마, 얘들이 나 돌잡이할 때 뭐 잡았냐고 물어보던데요? 나 뭐 잡았어요?”
“축구공.”
“역시… 그 돌잡이라는 건 운명을 결정하는 의식이었나?”
진짜 돌잡이로 공을 잡았을 줄이야. 몰랐던 사실에 엄마를 바라보자 엄마가 멀찍이 있는 아버지를 잠깐 보다가 말했다.
“네 아빠가 축구를 워낙 좋아하잖니. 커서 축구선수가 될 수도 있다고 돌잡이 물건에 공을 올려놨거든.”
축구선수가 됐으니 결국, 아버지가 바라는 대로 된 거네.
그나저나 우리 보미는 돌잡이 때 뭘 잡으려나?
마당 한가운데 우리 보미가 한 살이 되도록 성장했던 과정을 찍은 영상이 올라오고 곧 바로 돌잡이 행사에 들어갔다.
대부분 돌잡이 물건은 미리 정해놓고 하지만, 우리 집은 조금 다르게 가족끼리 하나씩 보미에게 바라는 걸 올려놓았다.
“역시 건강이 제일이여.”
할아버지는 보미의 돌잡이 물건으로 실을 올려놓았다. 건강하게 오래 살라는 의미였다.
“나도 건강만 하면 되는데, 사돈이 올렸으니 나는 다른 걸 올려야겠지?”
외할아버지는 테이블 위에 복주머니를 올렸다.
“건강 다음은 행복이 제일이지.”
행복과 건강, 이거 두 가지면 더할 나위 없긴 하지.
“아범은 뭘 올릴텨?”
“저는 역시 이거죠.”
아버지는 망설일 거 없이 축구공을 올려놨다.
“자기는 애들한테 맨날 축구공이야?”
“이 축구공이 세계 최고의 선수를 만든 축구공이라니까?”
“그건 그렇네. 그럼 나는…….”
엄마는 마이크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우리 보미가 목청이 좋더라고. 커서 가수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보미 성량이 장난이 아니긴 하다.
보미가 울기 시작하면 온 집안이 떠나갈 정도거든.
잘 안 울어서 그렇지.
그나저나 이제 내 차례인가?
나는 붓을 꺼내 올렸다.
“건강도 나오고 행복도 나오고 체육도 나왔으니 예술 계열도 하나쯤은 올려놔야죠.”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가을이가 연필을 올렸다.
“공부도 하나쯤은 있어야지.”
그래, 다양한 게 좋지.
“난 야구공 할래!”
여름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야구공을 올렸다.
마지막으로 보미가 태어나기 전까지는 막내였던 겨울이는 조심스럽게 인형을 꺼냈다.
“그건 무슨 의미야?”
내가 겨울이에게 묻자 겨울이는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인형같이 예뻐져서 연예인 하라고!”
“그런 의미구나.”
어쨌든 가족들의 바람이 담긴 물건들이 돌잡이 테이블 위에 올려졌다.
“보미야, 저거 봐.”
엄마가 보미를 품에 안고서 테이블을 가리켰다. 보미가 그곳을 바라보며 초롱초롱하게 눈을 빛냈다.
“보미 뭐 하고 싶어?”
모두의 시선이 보미에게 향한다.
보미는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쭉 둘러보고 활짝 웃는다.
어떻게 아기가 저렇게 낯가림이 없지? 오히려 사람들이 보니까 저렇게 웃기까지 하네.
내 동생이어서 하는 말이 아니라 뭔가 난놈이긴 한 것 같다.
“가자, 보미야.”
그사이 엄마가 보미를 돌잡이 상으로 데리고 갔다.
보미는 그 앞에 앉아서 한참을 보더니 조그마한 손을 내밀었다.
순간 수많은 사람들이 모인 정원이 쥐 죽은 듯이 조용해진다.
이게 뭐라고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는 거였다.
그 가운데 보미는 무언가를 손에 쥐었다.
“잡았다!”
“저걸 집네!”
“와!”
보미가 손에 쥔 건 다름 아닌 인형이었다.
“내가 이겨따!!”
소녀를 본떠 만든 인형의 아름다움에 꽂힌 건지 아니면 저기 모인 것들 중에서 유일하게 처음 본 거라서 그런지 몰라도 어쨌든 겨울이가 바라는 물건을 손에 쥔 거다.
겨울이는 이게 무슨 내기라도 된 것마냥 양손을 번쩍 들며 환호했다.
보미는 바로 위 언니가 자기를 보며 좋아하자 자기도 신이 났는지 양 손을 들고 꺄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 * *
보미의 돌잔치가 끝나고 프리미어 리그가 다가오고 있었다.
어느덧 프리미어 리그도 10경기가 남은 상황에서 프리미어 리그는 피 터지는 싸움이 예고되고 있었다.
뉴캐슬이야 승점 80점, 2위와 승점 차이가 19점이나 나고 있어서 나머지 10경기 중 절반 이상을 망치지 않는 이상 우승이 확실시 되고 있었지만, 뉴캐슬 아래 2위부터 5위까지는 챔피언스 리그 진출티켓을 두고 경기마다 전력을 다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도 그럴 게 2위인 첼시가 승점 61점인데, 5위인 맨체스터 시티가 승점 58점으로 3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한 경기 삐끗하기만 해도 누군가는 5위로 추락해 챔피언스 리그 진출 티켓을 놓치게 되고 한 경기를 승리하는 것만으로 2위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게다가 6위인 에버튼도 승점 50점으로 4위와 승점 9점밖에 차이지 않아 그들도 남은 경기를 잘 치르기만 하면 챔스 진출도 가능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7, 8, 9위 역시 유로파 컵 티켓에는 희망을 걸어볼 수 있는 상황이어서 마지막까지 전력을 다할 기세였다.
한편, 강등권 싸움도 치열했다.
승점 10점으로 꼴찌인 밀월과 11점으로 19위인 번리는 강등을 문 앞에 두고 있었지만, 18위 노리치와 17위 버밍엄은 승점 18점으로 동률이라 잔류와 강등의 문턱에서 아슬아슬한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위나 아래나 그야말로 피 터지는 싸움이 벌어질 예정이니 선수나 감독, 코칭스탭은 피가 말라가지만 지켜보는 팬들은 즐거울 수밖에 없었다.
한편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뉴캐슬을 보면 사람들이 무슨 재미로 경기를 보냐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반대로 한 팀의 리그 독점 체제를 극도로 혐오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 외에 라이트한 팬들은 뉴캐슬이 과연 아스날 이후 단 한 팀도 해내지 못한 무패 우승을 달성할 것인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보는 사람도 있었고, 맨시티의 뒤를 이은 새로운 왕조가 태어날 것인지 기대하면서 보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윤태양의 플레이를 보기 위해라는 이유가 가장 컸다.
실제로 윤태양 하나 때문에 뉴캐슬은 프리미어 리그 팀 중에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시청자를 자랑하는 팀이 되었다.
가뜩이나 부유한 뉴캐슬인데 윤태양 덕분에 중계로도 올라갈 예정이었고, 스폰서들도 더 많은 돈을 싸들고 찾아오며 돈이 굴러 들어오고 있었다.
돈이 모자란 팀은 아니지만, 수익이 흑자를 내면 좋을 수밖에 없다.
FFP 규정 안에서 더 많은 돈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맨시티가 오랜 시간 왕조를 구축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도 우승을 밥 먹듯이 하면서 많은 팬들을 만들어 흑자를 기록하기 시작하면서였으니 말이다.
물론, 왕조, 혹은 제국으로 불릴 수준이 되려면 가장 중요한 건, 없던 근본도 충만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우승이 중요하다.
만약 뉴캐슬이 목표대로 이번 시즌 트레블을 달성한다면 맨시티 보다 조금 더 빠르게 프리미어 리그의 제국으로 불릴 수도 있었다.
그 목표를 향해, 뉴캐슬은 29라운드를 맞이했다.
상대는 첼시.
태양의 지난 삶에서는 몰락한 맨시티를 대신해서 프리미어 리그 우승을 이루며 짧은 전성기를 누렸지만, 지금은 만년 2등으로 뉴캐슬의 뒤를 힘겹게 쫓아가는 팀이 되었다.
그렇다고 해도 첼시는 만만하게 볼 상대는 절대 아니었다.
아스날이나 맨유가 뉴캐슬에게 언제나 덤벼들고 라이벌 구도 비슷한 걸 만들어간다고 하지만, 정작 뉴캐슬을 가장 위협한 프리미어 리그의 빅클럽은 첼시였다.
그래서 그러는 걸지도 모르겠다.
“이번에는 할 만하다.”
히스 조나단 감독이 승리할 수 있다고 말하는 이유는 말이다.
그도 그럴 게 첼시의 전술은 항상 어느 정도 먹혀왔다.
다른 팀에게 영감을 줘서 승리를 따게 만들어주기도 했고, 다른 팀이 주는 영감을 그대로 본받아 진화시키기도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확신하지는 않겠다. 이길 수 있다고 믿었지만 번번이 졌으니까.”
그렇다고 예전처럼 승리를 확신하지는 않았다.
통계와 확률을 신앙처럼 믿고 있는 히스 조나단 감독이라고 하더라도 통계와 확률을 무시하는 존재가 있다는 걸 이제는 완전히 인정했으니 말이다.
“윤태양은 고립시킨다. 하지만 절대 윤태양을 건드리지 않는다.”
히스 조나단은 뉴캐슬을 상대로 이길 수 있는 방법은 결국 윤태양을 고립시키는 게 가장 큰 과제라고 답을 내렸다.
설령 공을 잡더라도 골대와 먼 위치에서 잡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그나마 윤태양이 골을 넣을 확률이 줄어들 테니 말이다.
“이렇게 하면… 되지 않을까?”
해볼 만하다 하면서도 몇 번이고 뉴캐슬의 경기를 지켜보고 전술을 고안하던 히스 조나단은 이번에는 정말, 진짜로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