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ldest son is eager for soccer RAW novel - Chapter (269)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269화
이튼칼리지 축구의 유니폼은 십자를 기준으로 좌상단과 우하단은 분홍색, 우상단과 좌하단은 검은색으로 된 유니폼이다.
연차를 생각하면 선배들이 이 홈 유니폼을 입어야 하지만, 이번 친선대회는 어디까지나 신입생들이 주인공이기 때문에 선배들은 좌우 연두색, 초록색으로 된 어웨이 유니폼을 입었다.
솔직히 가을은 둘 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녀가 보기에 이 유니폼은 여학생을 받아들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폐쇄적이고 전통을 중시하다 못해 고집을 부리고 있는 이튼칼리지의 촌스러움과 닮아있는 듯했다.
아니, 그냥 솔직히 촌스럽다.
검고 흰 줄무늬가 익숙해서 그런가?
“뭐해?”
주장 완장을 단 엘튼이 그녀에게 얼른 뛰라고 외친다.
그녀의 위치는 공격수.
남학생들은 축구 경험이 없는 그녀를 어린아이들의 기준으로 그다지 중요하지 않는 수비수에 두려고 했지만, 그녀가 고집스럽게 공격수를 하겠다고 해서 얻어낸 위치였다.
공격수를 고집한 이유?
오빠가 공격수니까.
그저 단순하게 오빠를 따라하는 게 아니고, 지금까지 봐왔던 그녀의 축구는 오빠가 플레이하는 게 전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뛰어보니 그녀는 오빠와 자신이 다르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나름대로 쉽게 따라해서 오빠 못지않다고 생각했지만, 자신은 오빠의 플레이를 모두 모두 소화할 수 없었다.
일단 그녀는 오빠보다 발이 느렸다.
오빠는 프리미어 리그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갈 정도로 빠른 주력을 가졌지만, 그녀는 평균보다 조금 빠른 정도다.
아니, 전체적인 피지컬이 오빠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저 운동신경이 조금 좋은 여학생일 뿐.
하지만 그런 그녀가 오빠를 쏙 빼닮은 게 두 가지 있었다.
하나는 발의 감각.
오빠만 할 수 있을 것 같은 섬세한 볼터치가 그녀는 가능했다.
그리고 넓은 시야.
오빠는 경기장 전체가 다 한눈에 들어오고 머릿속에 그려진다는데, 그 정도는 아니어도 사람들의 움직임이 그녀는 아주 잘 보였다.
“가을!”
그때 마침 엘튼이 가을을 부른다.
시선을 돌리니 엘튼의 패스가 그녀의 발 앞으로 다가온다.
오빠가 장난 삼아 건네던 패스와 비교해도 형편없는 수준이지만 그녀는 불만 없이 그가 보낸 공을 가볍게 받아냈다.
그러고 시선을 돌리기 무섭게.
“!!”
그녀 바로 앞에 우악스럽게 달려오는 선배가 있었다.
가을이는 순간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도 공을 옆으로 굴리며 이동해 선배의 다리를 피해냈다.
쉽게 뺏으리라 생각한 공을 뺏지 못하고 헛다리를 짚은 선배가 당황하는 사이, 그녀는 공을 툭 차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런 그녀를 향해, 전술이라고는 단 하나도 없는 어린 학생들이 무지성으로 그녀에게 한 명, 한 명씩 달려와 공을 뺏으려 들었다.
공을 뒤로 당기며 피하기도 하고, 상대의 움직임을 역이용해서 오빠처럼 몸을 빙글 돌리며 제치기도 하면서 그녀는 어느새 세 명의 선수를 제치고 골대와 지근거리에 다다랐다.
앞에는 한 명의 수비수와 그 뒤에 골키퍼가 있었지만, 가을의 시선은 그런 그들이 아닌 골대의 상단 구석을 향하고 있었다.
침착하게 그녀는 오른발로 슈팅했다.
오빠의 자세를 그대로 빼닮은 슈팅에 날아간 공은 회전하면서 우아한 포물선을 그리며 그대로 골망을 갈랐다.
“우와아아아아아!”
“이야아아아!”
그 순간 같은 편 친구들이 하나같이 그녀에게 달려와 그녀를 잡고서 마구 흔들었다.
어지러웠지만, 그녀는 웃었다.
오빠가 이 맛에 축구를 하는구나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만족하면 안 된다.
오빠는 골을 넣어도 항상 침착했거든.
오빠가 반응을 보일 때는 언제나 상대방을 도발해 흥분을 유도할 때, 이따금 사기를 고취시킬 때였다.
지금은…….
‘도발……!’
그녀는 자신을 에워싼 동료들을 뒤로 밀어내며 놀란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선배들에게 뒤돌아섰다.
7
YOON
“왓더……!”
“지가 뭐 윤태양이야?”
“성이 똑같다고 개나 소나 윤태양인 줄 아나.”
“여자 주제에 감히 선배를 도발해?”
과연 현명한 선택이었다.
흥분한 선배들을 바라보며 그녀는 속으로 생각했다.
‘개나 소는 아니고…….’
윤태양 동생이야, 내가.
* * *
-오빠 우리 학교에서 축구를 했는데 내가 두 골을 넣어서 이겼어 😀
가을이에게서 톡이 왔다.
가을이가 축구를?
생각해 보면 우리 둘째도 운동신경이 제법 좋았지.
그래도 축구 시합을 한 번도 안 뛰어본 애가 이튼칼리지에 가서 두 골이나 넣었다니.
그건 좀 신기하다.
다음에 시간이 되면 가을이한테 놀러가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가만, 주변 친구들이 오빠가 윤태양이라는 건 알고 있으려나?
몰래 찾아가진 말아야지.
물론, 지금 당장은 못 간다.
지금 독일이거든.
레버쿠젠이랑 붙기 위해서 독일까지 왔다.
-나 : 나 지금 독일 옴
-배상현 : 오
-이성호 : 여기는 왜?
-나 : 챔스 ㅇ
-이성호 : 부럽다…….
-나 : 열심히 해서 콜업하면 되잖아
-이성호 : 그래야지,,,
-배상현 : 우리는 도대체 왜 챔스를 못 나가는 거야 ㅡㅡ 나도 챔스 뛰고 싶다
-김효준 : 상현이 형 프랑크푸르트가 못하니까 못 가죠 ㅎㅎㅎㅎㅎ
-배상현 : 독일서 쫓겨나신 분이 할 말은 아닌 듯 ^^
-김효준 : ……ㅠㅠ
-이성호 : K리그 가면,,,,씨버먹는다고하더니,,,,,1군에서,,,뛰나?ㅎ
김효준은 이제 이성호에게도 조리돌림 당하는 신세가 되었군.
생각해 보면 김효준이 생각보다 포텐이 안 터지고 있었다.
원래라면 이쯤 한국에서 뜨기 시작해서 주목받는 신인 취급은 받을 텐데 말이다.
반대로 김효준 보다 늦게 빛을 보기 시작했던 공세환이 이번 삶에서는 리옹에서 주전급으로 뛰면서 주목받고 있네.
나라는 나비효과인가, 아니면 지난 삶대로 무조건 똑같이 흘러가는 게 아니라는 소리인가.
펠리시아노가 회춘하는 걸 보면 지난 삶대로 무조건 포텐이 터지는 건 아닌 거 같기도 하고, 디오스를 보면 나라는 나비효과 같기도 하고.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둘 다일지도 모르지.
모르겠다.
경기에나 집중해야지.
이런 저런 스케줄 때문에 이번 시즌 챔스에서 뛴 경기가 고작 두 경기밖에 되지 않았다.
모처럼 뛰는 챔스, 레버쿠젠과 원정 경기에서 나는 정말 열심히 뛰었다.
지난 아스날과 경기 때와는 다르게 컨디션이 너무 좋았다.
덕분에 레버쿠젠과 경기에서 나는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전승으로 챔피언스 리그 16강에 진출했다.
그리고 머지않아 챔피언스 리그 16강 대진이 발표됐다.
레버쿠젠 VS AT 마드리드
바이에른 뮌헨 VS 파리 SG
첼시 VS 유벤투스
맨체스터 UTD VS 도르트문트
뉴캐슬 UTD VS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VS 인터밀란
스포르팅 VS 맨체스터 시티
밀란 VS 발렌시아
우리가 디펜딩 챔피언이 된 덕분에 어부지리로 진출했던 아스날을 제외하면 프리미어 리그의 모든 팀이 16강에 진출했다.
아스날이 챔피언스 리그에서 활약하지 못하는 건 챔스만 나가면 너프되는 딜런 먼로 때문이라고 사람들이 조리돌림을 했는데, 딜런 먼로가 이적한 PSG는 16강에 진출했고, 반대로 아스날은 떨어졌다.
심지어 딜런 먼로는 PSG에서 리그를 씹어먹으면서 압도적인 득점 1위를 차지한 것도 모자라 챔스에서 5골로 맹활약하고 있었다.
이렇게 되면 챔스에서 딜런 먼로가 너프된 게 아니라 아스날이 너프되는 바람에 딜런 먼로가 활약하지 못한 게 맞는 것 같다.
그나저나 우리 상대는 레알 마드리드네.
지지난 시즌부터 지난 시즌, 그리고 이번 시즌까지 벌써 세 번째 만나네.
어지간하면 세 시즌 연속으로 만나는 것도 쉽지 않은데, 지난 시즌은 결승이었다고 치더라도 너무 자주 만나는 게 아닌가 싶다.
이 정도면 인연 아냐?
나야 뭐 디오스도 없고 해서 별다른 승부욕은 느껴지지 않는데, 감독은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레알 마드리드의 신임회장이랑 충돌하면서 사임하고 뉴캐슬로 오지 않았는가.
뭐, 나한테는 중요한 일이 아니지.
중요한 건 이번 시즌 발롱도르 시상식이었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찾게 된 시상식, 나는 레버쿠젠과 경기가 끝난 다음 날 곧바로 발롱도르 시상식을 위해서 프랑스로 와야 했다.
프랑스 파리 샤틀레 극장.
근데 매년 꼭 이곳에서 해야 하나? 다시 피파랑 합쳐서, 아니, 정확히 이야기하면 피파가 완전히 흡수해서 피파 발롱도르가 됐는데 전 세계 순회하면서 하면 안 되나?
아니, 솔직히 전 세계는 오바고 유럽을 순회하면 안 되나?
이거저거 행정력이 들어가니까 귀찮아서 샤틀레 극장을 고집하나?
“그런데 여기까지 와서 왜 너랑 있어야 하냐 내가.”
나는 내 옆에 있는 디오스를 바라봤다.
디오스는 한껏 멋을 부리고 근엄한 표정을 지어보이고 있었다.
딱 18살, 어른 문턱을 아직 넘지 못한 어린애가 어른인 척 하려는 모습 같았다.
“흥.”
“흥은 확 씨.”
꿀밤 마렵게 어디 콧방귀를 뀌고 있어 이 자식이.
옆에 드미트리 없는 걸 다행으로 알라고.
아, 이번 발롱도르 시상식에 우리 팀 선수들이 많이 와야 정상이다.
발롱도르 최종후보 30인에 나랑 산체스, 바이스티거, 무리시, 메넨데즈, 카싸마, 일리뉴, 샬렛이 뽑혔거든.
아쉬운 건 산체스는 집안 사정, 바이스티거와 무리시, 카싸마, 일리뉴가 부상이어서 샬렛과 메넨데즈만 함께하게 됐다.
그런데 이 자식들 보이지 않네.
어디 간 거야, 이 자식들은.
“누굴 찾냐?”
“넌 몰라도 돼.”
“망할 자식.”
이 자식은 심심하면 나 보고 망하라고 하네.
“응?”
극장 안을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낯익은 얼굴이 보인다. 그 사람도 나를 보더니 반가운 얼굴로 다가왔다.
“리첼라!”
“오오, 킹.”
“잘 지냈어요?”
“나야 잘 지내지. 고국에서 와이프랑 아이랑 함께 말이지.”
와이프가 고향을 그리워해 조국인 이탈리아로 돌아간 리첼라.
“밀란에서 괜찮아요?”
“나 하는 거 못 봤어? 안 봤다면 좀 서운한데.”
“당연히 봤죠.”
그는 밀란에서 준수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었다. 전성기 시절만큼은 아닐지라도, 뉴캐슬에서 보여주던 폼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사실, 가족이 아니었으면 못해도 두, 세 시즌은 더 퍼스트 골키퍼로 활약했을 사람이니까.
이탈리아 무대야 뭐 쉽겠지.
“여기 이 친구는 디오스 아닌가?”
“…네, 안녕하세요.”
“자네에게 골 참 많이 먹었지. 프리미어 리그에 있었으면 매 시즌 두, 세 번은 자네를 만났을 텐데. 아쉽군.”
“아쉬워요?”
“내 인생에 만난 최고의 호적수 3인 중 하나라 할 만한데 더 붙어볼 기회가 있었으니 아쉬울 수밖에.”
“3인이요?”
“첫 번째는 윤태양이고 두 번째는 홀란드, 그리고 자네.”
“홀란드보다 제가 못하다고요?”
디오스가 도끼눈을 뜬다.
“자네는 두 번밖에 안 싸워봤으니까. 홀란드는 지긋지긋하게 붙어봤지. 그래도 뭐, 우리 킹 보단 둘 다 못하지만. 으핫핫!”
이 아저씨 주책이야.
그래도 듣는 사람은 기분 좋네.
“들었냐? 프리미어 리그 레전드 골키퍼가 내가 첫 번째란다.”
“같은 편이라서 그런 거 아냐, 이 망할 놈아.”
“네, 다음 나보다 골 못 넣는 새끼.”
“쳇.”
“둘 다 그만 떠들고 자리잡고 앉아. 이제 슬슬 행사 시작할 텐데.”
그래, 그렇지.
나는 내 지정석을 찾았다.
디오스와 달리 내 주변에는 카메라가 미리 설치되어 있는 피곤하기 그지없는 자리였다.
누가 봐도 명백히 이번 시즌 발롱도르 후보의 자리였다.
“너랑 나의 좌석 차이가 보이냐? 이게 너랑 나의 수준 차이다. 망할 디가 놈아.”
“제길.”
사실, 디오스는 간발의 차이로 최종후보 3인에 안 뽑혔다.
이번 시즌을 기준으로 하면 충분히 뽑힐 만하지만, 간발의 차이로 4위로 밀려났다.
이번 시즌 몇 개월로만 치면 충분히 발롱도르 최종 후보로 들어갈 만하지만, 뭐.
내년에는 주구장창 최종 후보로 뽑히겠지.
“내년에 두고 보자.”
그걸 안다는 듯 디가놈이 나를 보며 눈을 부라린다.
“응, 그래, 만년 최종후보.”
그래 봤자 만년 최종후보가 될 거다. 계속 내가 차지할 거거든.
뭐… 대충 10년 동안 한 번 정도는 양보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