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ldest son is eager for soccer RAW novel - Chapter (274)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274화
윈터 브레이크가 있어도 여전히 살인적인 일정을 자랑하는 박싱데이 일정이지만, 뉴캐슬은 그나마 다행인 상황이었다.
박싱데이부터 새해까지 만나는 상대가 비교적 만만한 상대였기 때문이다.
당장 박싱데이 당일에 뉴캐슬이 맞이한 상대만 해도 리그 꼴찌인 왓포드였다.
전반기 거둔 2승도 기적이라고 할 정도로 프리미어 리그와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팀이 왓포드였다.
[윤태양! 득점합니다!] [아우레의 득점!] [샬렛의 멋진 감아차기가 골로 연결되는군요!] [메넨데즈의 화끈한 중거리포! 골인입니다!]뉴캐슬은 전반에만 네 골을 몰아치고는 윤태양과 메넨데즈, 샬렛을 빼고서 후반을 맞이, 추가로 두 골을 더 넣으며 6대0으로 승리를 거뒀다.
그리고 이틀 뒤, 뉴캐슬은 20라운드를 치러야 했다.
20라운드 상대는 아스톤빌라.
무시할 수 있는 팀은 절대 아니었다.
이번 시즌까지 포함해 5시즌, 항상 10위에서 13위 사이를 오가며 딱 중위권 성적을 유지하는 이 팀은 강팀의 뒤통수를 후려치는 도깨비 팀으로써 위명을 쌓아가고 있는 팀이었다.
강팀의 입장에서는 악명이다.
그들의 악명은 박싱데이 시즌에 가장 빛난다.
-하지만 뉴캐슬에게는 어림도 없쥬?
-뉴캐슬 20연승 오진다 ㄷ
-뉴캐슬 미친 거 아님?
뉴캐슬은 윤태양, 메넨데즈, 샬렛의 득점으로 3대0으로 아스톤빌라를 상대로 이번 시즌 20번째 승리를 거뒀다.
뉴캐슬은 오늘 시합을 기점으로 박싱데이의 일정을 마무리 지었다고 볼 수 있게 됐다.
1월 2일까지 경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윤태양은 18경기를 뛰었고, 39골 14도움을 기록하고 있었다.
본인을 제외한 역대 득점왕들이 한 시즌 동안 기록한 골보다 많은 기록이었고, 본인의 지난 시즌 득점 페이스와 비교하면 6골을 더 넣은 상황이었다.
그런 태양의 뒤로는 20경기 30골을 넣은 디오스와 19경기 26골을 넣은 펠리시아노가 따라붙고 있었지만, 격차가 많이 벌어져 있었다.
-이쯤 되면 태양이한테 라이벌을 붙이는 게 실례가 아닐까?
-ㅇㅈ 솔직히 격차가 너무 나
-디오스도 그나마 비벼보는 거지 라이벌은 아니긴 해
-오히려 윤태양 의식해서 애들이 능력치가 상승한 거 같지 않냐?
-펠리시아노도 퇴물되어야 하는데 억지로 버티다 각성한 느낌임
-디오스도 지난 시즌 레알에서 이 정도는 아니었음 ㅇㅇ
-가만 생각해 보면 국대도 그렇지 않냐?
-확실히 태양이 또래 애들은 실력이 늘어난 거 같긴 하더라
-근데 올대 같이 뛰던 애들은 왜 국대 못 낌?
-걔들은…….
-그래도 k리그에서 열심히 스탭업하는 중이야
-얘들아 그게 중요한 게 아님 이제 3일 뒤면 2037년임
-한살 또 처먹네
-나이만 덧없이 처먹는구나 ㅅㅂ
-태양이는 이제 성인이네
-헐…….
-축구계를 씹어먹었는데 이제 겨우 성인… ㄷㄷ
그랬다.
두 번의 리그 우승, 한 번의 빅이어, 트레블, 발롱도르 2연패 등등 남들은 간절하게 바라는 것들을 고작 세 시즌 만에 손쉽게 이뤄낸 윤태양은 이제 겨우 성인이 되어가고 있었다.
-윤태양 강점기 아니냐
별탈이 없다면 그가 못해도 10년 이상은 축구계를 지배할 거란 이야기였다.
* * *
-나 유럽에서 오퍼 왔다 태양아
단톡방도 아니고 개인톡으로 방성환에게 톡이 왔다.
유럽에서 오퍼?
-어디?
-한 군데가 아니야…….
-그러니까 어디
-셀틱이랑 잘츠부르크
뭐야 한 군데가 아니라고 해서 여러 곳인 줄 알았더니 두 곳밖에 안 되네.
아니지, 배부른 소리다.
이 정도가 어디냐.
-둘 다 괜찮은데?
-너라면 어딜 추천해?
-흠.
잘츠부르크나 셀틱이나 둘 다 더 큰 리그로 올라가기에 좋은 팀이었다.
둘 다 빅리그에서 관심 있게 지켜보는 팀이고, 셀틱은 특히 프리미어 리그에, 잘츠부르크는 분데스리가, 그중에서 RB라이프치히가 같은 모기업을 두고 있어 잘하면 분데스리가 이적이 원활하다.
물론, 잘해야 한다.
여기서 멈칫하게 된다.
방성환이 유럽에서 잘할까?
지난 삶에서 K-홀란드라 불리던 방성환도 유럽 진출을 한 적이 있었다.
K리그에서 활약하면서 폴란드 리그로 갔다가 거기서 적응하지 못하고 두 시즌도 다 치루지 못하고 리턴한다.
실력이 나쁜 건 아니다.
K-홀란드란 이름 그대로 그는 K리그에서 꾸준히 10골 이상, 커리어 하이로 한 시즌에 리그 25골을 넣으며 K리그 한 시즌 최다골 기록의 보유자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작은 리그에서조차 적응하지 못해 형편없는 모습을 보였고, 무엇보다 그의 지난 삶 축구 스타일이 빅리그에서 요구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누가 요즘 세상에 골만 넣는 공격수를 좋아하겠는가?
물론, 홀란드같이 골을 마구 넣어주는 선수라면 맨시티 같은 팀에서도 모셔가지만, 방성환은 이름만 K-홀란드지 빅리그에서 홀란드처럼 해줄 수 있는 선수는 아니었다.
타게터, 포처 유형의 선수인데 득점을 못하면 아무 쓸모가 없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과거 이야기고.
지금 삶에서 그는 내 조언을 잘 받아들여 많은 발전을 이뤄냈다.
홀란드보다는 벤제마 같은 이타적이면서도 득점까지 해결해 줄 수 있는 그런 수가 된 거다.
지난 삶과 비교하면 유럽 리그에서도 경쟁력이 있다.
-왜 말이 없어 읽씹이냐? ㅡㅡ
-고민 중이야
그럼 어디가 좋을까?
아무래도 현실적으로 봐야한다.
-나라면 잘츠부르크 추천
-ㄹㅇ?
-ㅇㅇ
-네가 내 입장이라면 잘츠부르크 간다 이거지?
-?? 내가 그런 델 왜 감?
-아…….
-네 수준으로 봤을 때 잘츠가 좋다는 거지 내가 미쳤다고 오스트리아를 왜 감? ㅡㅡ
-그래… 고맙다 ㅅㅂ놈아
아니, 같이 고민해 줘도 지랄이여, 이 양반은.
아무튼, 우리나라 국대도 나로 인한 나비효과로 많이 변해가는 것 같다.
방성환도 지난 삶보단 발전할 기미가 보이고, 이성호도 도르트문트에서 자리잡을 수 있을 것 같고, 공세환도 리옹에서 잘해주고 있으니 말이다.
그 외에 주전들 모두 유럽에서 괜찮게 하고 있다.
이 정도면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도 기대해 볼 만하지 않나?
-그나저나 너도 모레면 성인이네? ㅋㅋㅋㅋ
-그게 뭐?
-이제 겨우 성인 ㅋㅋㅋㅋ 진짜 ㅈㄴ 어린놈이 까불기는
-이제 성인 되는 나도 탄 발롱도르 구경도 못하는 사람 누구?
-…….
-급식한테 버스 타는 국대 선수 누구?
-…….
-잘하자? 응?
-ㅅㅂ
까불고 있어.
그나저나 진짜 어른이구나.
지난 삶에서 어른이 될 때랑 지금은 뭔가 감회가 다른 것 같다.
그때는 ‘하, 뭐 먹고살지’였다면 지금은 앞으로 어떻게 살까 차이랄까?
앞으로 어떻게 살까?
“뭘 어떻게 살아 축구나 해야지.”
대충 10년 남짓이다.
악착같이 벌어서 자자손손 잘 먹고 잘 살아야지.
그래도 해보고 싶은 게 있긴 하다.
“술은 한잔해야지.”
시즌 내내 마실 수는 없지만, 성인된 기념으로 한잔 정도는 괜찮잖아?
나는 술을 일찍 배운 편이다.
지난 삶에서 내가 자라온 환경이 술과 담배의 유혹을 뿌리칠 수 있는 보호받는 환경도 아니었고, 그 당시 딱히 술을 거부할 생각은 없었기도 하고.
담배도 펴봤는데, 담배는 취향이 아니었고 술은 나랑 잘 맞았다.
물론, 지난 삶에서도 선수 생활을 진지하게 임했을 당시에는 휴식기 외에는 술을 입에도 댄 적이 없다.
아무튼, 20여 년 만에 합법적으로 술을 마실 수 있는 날이 단 3일 남았다.
“딱 한 잔 만.”
술이 땡긴다.
삼겹살이나 얼큰한 국물에 소주도 괜찮고 야심한 밤에 분위기 잡고 마시는 위스키도 괜찮고, 튀김 요리에 하이볼이나, 회에다가 사케도 괜찮다.
아, 중국요리에다가 고량주 같은 것도 좋지.
“술 생각하니 끝도 없네.”
마른세수를 하고서 자리에서 일어나 훈련 갈 준비를 했다.
그렇게 평소와 다름없는 생활을 하다 보니 어느새 3일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 * *
2037년 새해가 밝았다.
태양의 집은 아침부터 분주했다.
지성은 커다란 솥에 사골국을 베이스로 떡만두국을 끓였고, 지민은 김치 냉장고에서 김치를 꺼내서 먹기 좋게 썰었다.
할아버지 두 분은 아이들과 두런두런 앉아서 전을 부쳤다.
설날도 아니고, 영국에서는 설날 같은 연휴가 없어 매년 그냥저냥 보냈지만, 올해는 모처럼 새해에 설날 기분을 내보려는 거였다.
“아니, 사돈, 꼬치전에 단무지를 왜 넣어?”
“이이? 단무지 없음 뭔 맛에 먹는다는 겨?”
“시큼해서 난 못 먹어!”
“사돈은 그럼 꼬치전 먹지 말어.”
두 분 할아버지가 티격태격하는 사이 지성이 떡만두국에 치킨스톡을 넣으려고 하자 지민이 기함했다.
“아니, 떡국에 치킨스톡을 넣으려고?”
“왜?”
“아니… 사골국에다가 끓이는데 소금 후추만 넣자. 깔끔하게.”
“치킨스톡을 넣으면 더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구.”
“아니, 자기야. 잠깐만.”
부부가 실랑이하는 사이, 태양은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여어.”
“왔어요? 이제 그만 가봐요.”
“아니, 오자마자 가라는 게 어디 있어?”
실바가 문을 열고 들어오자 태양은 손을 휘휘 저으며 내쫓으려 했다.
“리브랑 알리, 발렌티나만 초대했지, 마티를 초대하진 않았는데요?”
“나는 지성이 초대해 줬어.”
“쳇.”
실바 가족을 맞이한 태양은 이어서 일리뉴 가족을 맞이했다.
일리뉴를 닮은 건지 몰라도 덩치가 상당한 세쌍둥이가 태양을 보자마자 손을 내민다.
“너흰 볼 때마다 크는구나.”
태양은 사랑스러운 표정으로 세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아나는 그런 아이들과 태양을 보고 말했다.
“아이들이 아빠보다 대부를 더 좋아하는 거 같아.”
“초보 아빠 보다는 능숙한 대부의 손길이 더 좋은 거지.”
“그런가?”
일리뉴는 자식들의 모습을 보고 불퉁한 표정을 짓고서 태양을 툭 치고는 안으로 들어간다.
그 뒤로 카싸마나 메넨데즈 외에 팀 동료들이 집으로 들어왔다.
새해를 맞이한 것을 기념하는 것도 있지만, 시즌을 절반 정도 보낸 상황에서 끝까지 힘내라는 의미로 단합할 겸 부른 터였다.
그렇게 모인 선수들을 파티룸 대형 테이블에 앉히고 태양 가족과 집에 고용된 가정부들이 분주하게 음식을 날랐다.
떡국과 갈비, 전, 잡채 등.
태양 때문에 한국 음식에는 익숙해졌다고 생각한 선수들에게도 떡국과 전과 같은 음식들은 생소했다.
그래서 그런지, 아니면 여기 선수들 대부분이 돌이라도 씹어먹을 나이여서 그런지 몰라도 음식들은 빠르게 소비되었다.
“갈비란 음식은 왜 세계적으로 전파되지 않는 거지? 이렇게 맛있는데.”
그 가운데 정신없이 음식 먹던 실바가 열심히 고기를 발라먹은 갈비뼈를 바라보며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
실바의 말에 메넨데즈가 동조하고 나섰다.
“내가 생각해도 그래요. 와인하고도 잘 어울리고 맥주나 보드카 같은 음식에도 잘 어울리는데.”
“넌 선수생활하는 놈이 술타령부터 하냐?”
실바가 메넨데즈를 나무라자 메넨데즈는 태연하게 어깨를 으쓱했다.
“시즌 중에만 안 마시면 되죠. 그러는 마티는 은퇴하고 너무 폭음하시는 거 아니에요? 어제도 훈련 끝나고 세탁실에서 직원들이랑 위스키 마시던데?”
그 말에 실바의 아내 리브가 고리눈을 뜨고 실바를 바라봤다.
순간 등골이 서늘해진 실바는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
“그, 그러고 보니 태양이 너도 이제 성인이네?”
“제가 성인이 된 거랑 마티가 리브 몰래 술을 먹은 거랑 무슨 상관이죠?”
“아, 아니 그 말이 아니라! 너도 성인된 기념으로 한잔 정도 마셔보는 게 어떨까 하는 거지!”
“이 핑계로 화제를 돌리고 오늘 이 자리에서 술도 먹으려는 두 가지 심보가 그대로 드러나는 발언이네요.”
“맞아! 자기 오늘 술 한잔이라도 하기만 해봐?!”
리브의 엄포에 실바가 태양을 향해 눈을 부라렸지만, 태양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기념으로 한잔 정도 마실 수도 있겠지만, 이왕 마시는 거라면… 이번 시즌 못해도 리그랑 챔스는 들어올린 다음에 마셔볼게요.”
“오오……!!”
“최소 더블이 목표?!”
선수들이 흥분한 얼굴로 태양을 바라봤다.
태양은 그런 선수들을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2연속 트레블이면 더 좋고.”
대충 남은 반 시즌 최선을 다하자는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