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038)
엑스트라가 너무 강함 1038화
제310장 천공해전(天空海戰)
천공경 위에 정적이 내려앉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건방진 놈.”
한 사람이 건들거리며 나선다.
모르드 이상으로 덩치가 큰 신족 출신의 단죄자였다.
“보아하니 자기 힘에 자신이 있나 본데, 반신 주제에 좀 쓸모 있는 권능을 믿고 설치는 걸 봐줄 수가 없군. 무엇보다 이 공간에 발 딛고 서니 느껴지는 게 없냐?”
“공기가 더럽긴 하군. 평소에 안 씻고 사는 네놈들에게 어울려.”
모르드가 비아냥거렸다.
무수한 주시자 군주들을 갈아 넣은 결과, 천공경의 방어막 안쪽은 임시 성역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저주 밀도가 높아져 있었다.
이 공간에 들어온 것만으로도 인간은 무력화되고 말 것이다. 용족이나 엘프라고 해도 무사하지 못하리라.
하지만 모르드는 거기에 해당되지 않았다.
덩치 큰 신족 단죄자가 모르드를 비웃으며 철퇴를 들었다.
“유언은 고작 그거냐?”
“그런가 보군. 시시한 유언이야.”
모르드는 코웃음을 치며 받아쳤다.
꽝!
그리고 막 철퇴를 내려치려던 신족 단죄자가 튕겨 나갔다.
“어?”
다른 단죄자들이 놀랐다.
모르드가 어떻게 움직였는지 따라잡지 못했다.
“크, 헉……!”
복부에 일권을 얻어맞은 신족 단죄자는 갈비뼈가 죄다 부서지고 내장이 파열되어서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신족, 그것도 단죄자이기에 이런 부상은 빠르게 재생되어야 정상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끄억, 억…….”
모르드의 일권에 실린 재생 억제력이 그것을 방해하며 고통을 강요한다.
그를 벌레 보듯 바라봐 주고는 시선을 옮긴 모르드가 말했다.
“혹시 네놈들, 수확자 하쿠룬이 어떻게 죽었는지 모르나?”
“…그게 정말이었군.”
수확자 솔리옷이 신음했다.
모르드가 성역에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움직였다는 정보를 들었지만 완전히 믿진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어느 정도 영향은 받았을 거라고 여겼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보니 그 정보는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꽝, 꽈광…….
그리고 그사이에도 리온이 꾸준히, 성실하게 결계에 주먹질을 해서 구멍을 뚫고 있었다.
다만 리온은 구멍을 뚫고 나면 또 다른 지점으로 이동해서 새로운 구멍을 뚫을 뿐, 안으로 진입하진 않는다. 안쪽의 상황을 모르드에게 들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구멍을 뚫는 것에는 크나큰 의미가 있었다. 그 구멍을 통해 케엘이 공격을 퍼부을 수 있으니까.
콰아아아아아!
천공경이 흔들릴 정도의 위력이었다.
그 진동에 모두가 휘청거리는 순간, 모르드가 움직였다.
“……!”
가장 가까이 있던 신족 단죄자 하나가 치명적인 일격을 허용했다. 모르드의 주먹에 머리통이 날아가 버린 그가 어이없을 정도로 쉽게 죽었다.
꽈광!
동시에 모르드가 날린 라흐팅이 그 옆쪽에 있던 신족 단죄자에게 꽂혀 심장을 찢어발겼다.
투칵! 쾅!
그다음 놈은 첫 공격을 막았지만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사각에서 채찍처럼 휘어지며 날아든 발차기에 목이 부러졌다.
꽝!
그 뒤로 돌아간 모르드가 몸을 뒤쪽으로 빙글 돌리며 날린 백스핀블로에 머리통이 터져 나갔다.
-신기루 부수기 연격!
사방팔방으로 쏘아낸 오러가 마법사와 술법사들을 한 대씩 쳐서 동작을 지연시킨 모르드가 허공에다 대고 주먹을 날린다.
-천공 부수기 곡사(曲射)!
그 궤적으로부터 발사된 극초음속의 섬광이 크게 휘어지면서 네 명을 관통했다.
‘고작 한순간이었는데?’
나켈라 제독은 어이가 없었다.
그가 뭔가 지시를 내리기도 전에 강풍에 낙엽이 떨어지듯 우수수 죽어 나가고 있었다.
천공경 위에 대기하던 자들이 전부 신족 아니면 반신급 이상이라는 걸 감안하면 도저히 믿기지 않는 사태였다.
그리고 악몽은 끝나지 않는다.
“제, 젠장. 어떻게든 이홍화나 무쇠주먹을 데리고 왔어야 했어. 아니면 스하람 그 까칠한 작자라도 있었다면…….”
수확자 솔리옷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히 모르드가 보인 위용 때문만은 아니었다.
‘정말로 영혼이 놈에게 빨려 들어간다. 유사 성역을 구현했는데도 이럴 수가 있나?’
수확자는 영혼을 다루어 생사를 자유자재로 반전시키는 기적의 체현자.
그렇기에 이 자리에서 죽은 영혼들조차 모르드에게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 그 사실이 솔리옷을 동요케 만들었다.
하지만 그도 산전수전 다 겪은 몸이다. 적 앞에서 공포에 질려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바보 같은 모습을 보이진 않았다.
투아아앙!
모르드의 일권이 그의 앞에서 일어 오른 잿빛 기류에 막혔다.
그리고 저주의 재로 이루어진 손들이 일어나 모르드를 사로잡으려고 한다. 피해버려도 죽죽 늘어나서 쫓아오는데 도저히 뿌리칠 수 없는 속도였다.
“제법이군. 수확자 주제에 성역에 틀어박히지 않은 건 나름 싸우는 데 자신이 있어서인가?”
모르드는 주먹으로 그 손들을 격파했다.
그러자 부서지고 남은 뿌리 부분들이 하나로 뭉치더니 거대한 손이 되어 모르드를 후려쳤다.
꽈아아앙!
물론 모르드가 그 자리에서 받아치자 산산조각 나버린다.
하지만 그사이에 단죄자 측은 전열을 정비할 여유를 얻었다.
“저놈도 만전은 아니다.”
다른 수확자 하나가 말했다.
“대군주 사냥꾼은 탑승자의 힘을 소모해가며 쓰는 병기다. 그걸 쓴 만큼 저놈도 지쳤어. 그건 확실해.”
그는 로텐다르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제법 눈썰미가 있군. 아, 예지력이 있나?’
칠감이 알려준다. 저 수확자는 생전에도 예지력을 가졌던 신족이다.
나켈라 제독이 말했다.
“이 위에서 놈을 쓰러뜨린다.”
모르드와 마주하는 것은 굶주린 호랑이 앞에 선 인간이 된 기분이었다.
‘천공경 위에서 싸우는 것만이 답이다. 여길 벗어나면… 이놈에게 사냥당하는 처지가 될 뿐이야.’
모르드에게 기선을 제압당해서 우수수 죽어 나가긴 했지만 천공경 위에 선 자들은 최정예라고 불릴 만한 실력자들이다.
아르테스의 혈손, 나켈라 제독이 그들을 지휘하기 시작하자 빠르게 혼란을 수습하고 수확자 세 명의 지원을 받으며 모르드와 맞부딪칠 준비를 마쳤다.
수확자 솔리옷이 손을 들었다.
그워어어어!
그 앞에서 3미터에 달하는, 재로 이루어진 거인의 실루엣을 가진 괴물이 울부짖었다.
“어쩐지 공기가 성역만큼 더럽더라니, 이것도 할 수 있나?”
그리고 그것을 시작으로 주변의 그림자로부터 무수한 실루엣 괴물들이 일어난다.
수확자 하쿠룬의 성역에서 모르드를 꽤 성가시게 했던 그 녀석들이었다.
“나름대로 자신만만한 이유가 있었군그래.”
실루엣 괴물들이 일제히 뛰어들었다.
투학!
제일 먼저 뛰어든 놈의 주먹이 모르드의 손에 잡혔다.
“흡!”
모르드는 실루엣 괴물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콰아아앙!
그러자 오러가 폭발하며 실루엣 괴물을 폭사시킨다.
이미 이놈들이 어떤 특성을 갖고 있는지 안다. 모르드 기준으로 봐도 대단히 빠르고, 강하며 몸이 산산조각 나도 금세 되살아나는 복원력까지 가졌다.
한 방에 전신을 손가락 하나 부피의 파편조차 남기지 않고 분쇄하지 않으면 금세 다시 되살아나는 말도 안 되는 괴물들이다.
“징죄수(懲罪獸)를 일격에 죽이다니, 역시 대단하군. 그러나 징죄수의 무서움은 그 정도가 아니다!”
솔리옷이 이를 드러냈다.
징죄수를 한 방에 죽인다?
지금까지 그들의 적 중에 그 정도 일을 해낸 일은 한둘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 중 누구도 징죄수 전부를 이겨내진 못했다.
‘이 괴물의 이름은 징죄수인가. 기분 더러운 이름이군.’
모르드는 혀를 찼다.
어쨌든 그 괴물은 모르드의 일격에 분쇄되어 되살아나지 못했다. 손가락 하나 부피의 파편조차 남지 않은 것이다.
수확자 하쿠룬의 성역에서 이놈들과 싸웠던 경험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모르드는 이놈들을 상대하기 위한 기술과 전법을 틈틈이 연구해오고 있었고 지금 그 결과를 선보이는 중이었다.
그워어어어!
그러나 징죄수의 진짜 무서움은 하나가 아니라는 점이다. 사방팔방에서 달려든다.
모르드는 동요하지 않았다.
퍽!
징죄수 하나의 몸통에 손을 꽂아 넣더니 그대로 휘둘러서 다른 징죄수를 후려갈긴다.
파지지직!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 안쪽으로 침투한 임펄스가 가지처럼 뻗어 나가며 두 징죄수를 얽어버리는 게 아닌가?
“확실히 하나하나 상대하기에는 너무 귀찮은 놈들이긴 하지. 하지만 굳이 복원력을 뽐내게 놔두지 않으면 그만 아닌가?”
파직… 파지지지지직!
모르드가 그 몸에 손을 꽂아 넣을 때마다 침투해서 뻗어 나가는 임펄스가 징죄수의 움직임을 묶는다.
“말도 안 돼!”
수확자들이 눈을 부릅떴다.
이곳은 진짜 성역에 비하면 징죄수 머릿수도, 그들을 보조하는 힘도 부족하긴 하다. 그렇다고 해도 저 많은 징죄수를 저토록 쉽게 무력화시키다니?
물론 모르드의 공격은 징죄수를 오래 붙잡아놓지는 못한다. 잠시 동안 구속해 놨을 뿐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치직… 치지지직……!
잡음이 울리며 공간이 미세하게 일그러지기 시작한다.
모르드의 머리 뒤로 후광이 떠올랐다.
오러의 7단계
오러의 공명권역(共鳴圈域)
50미터에 달하는 영역에 새로운 법칙이 강요된다.
“뭐야?”
솔리옷이 놀라는 가운데, 징죄수가 마치 물에 빠진 것처럼 느려진다.
“역시 이런 게 하나 있는 게 편하군.”
모르드는 적들에게는 영문 모를 소리를 하면서 느려진 징죄수를 하나하나 부수기 시작한다.
그것은 일덴의 공명권역을 고스란히 베껴온 결과물이다.
그 영역에 들어선 모든 적의 움직임을 느려지게 만드는 것.
징죄수는 물론이고 수확자, 단죄자, 용족 언데드까지 모조리 느려졌다.
의식의 속도는 그대로인데 몸만 시간이 느려진 것처럼 느릿느릿하게 움직이는 감각은 악몽 같았다. 혼자 빠르게 움직이는 적이 아군을 하나하나 쳐부수고 있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제길, 주술은?”
“이제 다 됐다.”
주술사 출신의 수확자가 준비하고 있던 주술을 발했다.
-마왕살(魔王殺)의 영령!
대상자로 하여금 고대에 일대일로 마왕을 쓰러뜨린 강대한 전사 영령의 힘을 쓰게 하는 강령계 주술.
모르드도 한 번 겪어본 주술이었다.
그 주술을 받아들인 남대륙 출신의 신족 단죄자가 모르드 앞으로 나선다.
“누가 받아들이든 비슷한 결과가 나오는 건가?”
모르드가 놀라서 중얼거렸다.
파직… 파지지지직……!
강령계 주술을 받아들인 신족 전사가 공명권역을 펼쳐 모르드의 공명권역을 중화시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예전에 주술사 야소비다가 이 주술을 써서 전사 쿠에사가 받아들였을 때의 결과는 놀라웠다. 오러의 6단계 수행자였던 쿠에사가 아주 자연스럽게 공명권역을 사용했으니까.
그리고 지금도 비슷한 결과가 일어나고 있었다.
“아르타-에라가 네놈만의 특권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고대 영령과 융합하여 제3의 자아로 거듭난 신족 전사가, 그전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수준으로 빨라진 움직임으로 뛰어들었다.
“그렇게까지 멍청해져 본 기억은 없다.”
모르드는 라흐팅을 불러들여 가뿐하게 그의 검을 받아내고는 반격한다.
신족 전사는 네 번의 공격을 받아냈지만 그 공방에서 발생한 사각을 찌르는 다섯 번째 공격은 막지 못했다.
지근거리에서 날아든 모르드의 무릎차기에 맞은 그의 몸이 튕겨 올라간다.
하지만 모르드도 끝장을 내진 못했다. 다시금 징죄수가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같진 않군.’
모르드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역시 받아들이는 게 누구냐에 따라서 성능 차이가 크게 나는 건가.’
같은 주술을 썼으니 같은 고대 영령이 강령되어 융합했을 터.
하지만 쿠에사에 비하면 기량이 많이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쿠에사는 신혈로서 신격을 높여 반신 이상의 신성을 가졌던 경우였다. 그런데 그보다 명백히 강대한 신성을 지닌 저 신족 전사가 쿠에사보다 약하다는 것이 의미하는 바는 간단했다.
‘전사로서의 역량.’
그릇이 되는 존재가 전사로서 얼마나 뛰어난지 또한 주술의 결과물을 크게 좌우하는 것이다. 쿠에사 정도 되는 전사는 단죄자 중에서도 흔치 않았다.
주술사 수확자가 몸을 떨었다.
“젠장. 마왕살의 영령으로도 상대가 안 된다고?”
“동요하지 말고 회복부터 시켜라. 영혼 강탈자는 아르타-마르에의 경지. 마왕살의 영령이라 해도 일대일로는 막을 수 없는 게 당연하다.”
솔리옷이 동료 수확자를 진정시키고는 침착하게 권능을 발한다.
나켈라 제독이 아르테스의 권능으로 아군이 정밀하게 연계할 수 있도록 지휘하자 모르드가 단죄자를 처치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수확자들의 존재가 문제다. 그들은 징죄수를 부리고 각종 권능으로 전투를 지원하는 것은 물론, 단죄자들에게 초재생능력을 부여해서 한순간에 회복시키기까지 한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갈수록 모르드의 몸에도 하나둘씩 상처가 늘어가고 있었다.
‘잡을 수 있다.’
나켈라 제독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피해는 크지만 승산이 보이고 있어. 천공경에 축적한 축복의 힘이 떨어지기 전에 영혼강탈자를 잡는다!’
그는 케엘과 리온의 존재도 잊지 않았다.
아래쪽에 있던 병력 일부를 끌어올리고, 천공경의 병력 중에서도 일부는 그들을 상대하도록 했다. 그러자 케엘과 리온도 천공경을 향한 공격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콰광!
폭음이 울리며 튕겨 나간 모르드가 그 자리에 멈춰 서며 말했다.
“시간이 됐다.”
나켈라 제독은 기이한 감각을 느꼈다.
어떤 이유에서든 모르드가 멈춰 선 것은 환영할 일이다. 징죄수를 이용해서 그를 포위하고 공격을 퍼부었어야 했다.
그런데 자기도 모르게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럴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저주의 재가 농밀하게 흩날리는 공간 속에서, 모르드의 모습이 기이할 정도로 뚜렷하게 떠올라 보였다.
치직…….
순간 눈앞에 보이는 광경이 일그러졌다. 모르드의 모습이 기이한 실루엣으로 보인다.
빛도, 어둠도 아니다. 그 실루엣을 그려내고 있는 것은 이 자리에 선 신화의 존재들도 한 번도 본 적 없는 잿빛의 혼돈이었다.
데에에에엥……!
종소리가 울린다.
잿빛 혼돈이 산산조각 나며, 그 속에서 다시금 은발을 휘날리는 모르드의 모습이 드러난다.
조금 전과 비교할 때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는 모습이었다.
“뭐냐?”
그러나 그 모습을 마주한 수확자 솔리옷은 발이 얼어붙은 듯 움직이지 않는 것을 느꼈다. 그는 발악하듯 외쳐 물었다.
“넌 대체 정체가 뭐냔 말이다!”
모르드는 차갑게 웃으며 대답했다.
“너희들의 종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