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047)
엑스트라가 너무 강함 1047화
멀리서 낙뢰가 떨어지는 순간을 보면 마치 거대한 빛의 나무가 하늘에서 지상을 향해 거꾸로 가지를 뻗는 것처럼 보인다.
어두운 밤에 가까이서 그것을 본다면, 허공에 눈부신 빛의 균열이 발생하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꽈르릉… 꽈과광!
천둥소리가 울려 퍼지며 뇌광이 폭발했다.
‘이 빛은…….’
그로부터 발생한 막대한 압력이 모르드를 밀어낸다.
공격을 가해봤지만 모조리 튕겨 나왔다.
‘훨씬 거대한 힘의 일부.’
신화에 한가락 했던 집단들은 단순히 그 구성원 개개인이 강한 것에 그치지 않는다.
우두머리 되는 신이 터무니없이 강하거나, 아니면 전략무기 취급을 받는 거대한 힘을 비장하고 있기 마련이었다. 황금 엘프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쿠름 신족도 마찬가지였다.
남대륙의 패권을 두고 다퉜던 3대 신족 중 하나였던 ‘날씨의 신’들 또한 세상을 파멸시킬 수도 있는 거대한 권능의 원천 ‘우프더스의 벼락’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지키는 자, 황제조차 함부로 할 수 없는 쿠름의 성스러운 직무 수행자.
벼락지기.
그것이 크레삭이었다.
“크으으으으으……!”
크레삭이 이를 악물고 신음했다.
그의 몸이 온통 벼락으로 끓어오르며 마력이 폭증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만이 아니었다.
꽈릉… 꽈과광……!
섬 곳곳에 우프더스의 벼락으로부터 뻗어 나간 벼락들이 꽂혔다.
크레삭이 데려온 쿠름 신족 출신의 단죄자들 모두가 그 수혜를 입고 있는 것이다.
“그새 여덟 명이나 당했나?”
어이없다는 듯 중얼거리는 크레삭의 모습은 변해 있었다.
전신의 근육이 눈에 띄게 두꺼워졌고, 벼락이 몸을 휘감았다. 눈에서도 벼락이 뿜어져 나오고 있어서 더 이상 인간으로 보이지 않았다.
스물세 명의 부하는 모두 정예병이었다. 무엇보다 서로 합을 맞춰서 강자들을 상대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북누리의 강자들을 상대로 몇 번이나 죽어가며 그런 능력을 키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벌써 여덟 명이나 죽다니.
‘2파가 도착하는 게 늦었다면 몰살당했겠군.’
크레삭은 냉정하게 판단했다.
조금 전에 추가로 도착한 것도 스물네 명.
전원 신족 출신인 것은 아니다. 반신 출신도 몇 명 섞여 있다. 하지만 모두 정예로 불릴 실력자들이었다.
“이런 생각도 정말 오랜만에 해보는군. 적어도 백 년은 넘었지.”
크레삭이 창을 겨누었다.
“아까운 인력을 더 잃을 수는 없으니… 빠르게 결판을 내야겠다.”
모르드 일행에게 죽은 부하들은 영영 잃어버리고 만다. 그 사실이 낯설게 느껴졌다.
“추악한 노인네답게 욕심이 너무 많군.”
모르드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순간 크레삭이 있던 자리가 폭발했다.
‘빠르다!’
모르드가 놀라 눈을 크게 떴다.
크레삭의 돌진 속도는 모르드가 놀랄 정도로 빨랐다.
꽈르릉!
천둥소리가 울려 퍼지며 두 사람이 서로 반대편으로 튕겨 나갔다.
“빌어먹을 천공신의 뇌전, 거추장스럽구나. 그게 아니었으면 타버렸을 것을.”
저주 밀도가 높아진 영역이라 약해졌다고는 하지만 천공신의 뇌전은 신족이 다루는 모든 뇌전계 권능의 근원.
쿠름 제국의 신성한 벼락조차 질적으로는 이 뇌전을 범접할 수 없었다.
“그게 네 원래 속도에 가까운 모양이지?”
모르드는 몸 위로 달라붙는 크레삭의 뇌전을, 마치 먼지를 털듯이 툭툭 털어버리며 물었다.
크레삭이 웃었다.
“그래. 질풍과 벼락이야말로 속도의 대명사.”
따라서 우프더스의 벼락은 그 힘을 받은 자에게 초가속 효과를 부여한다.
“하지만 사도에 강림한 상황에서 이걸 써봐야 내 본래 속도에 근접할 뿐이지.”
“그렇군. 어쩐지 덜떨어졌던 움직임이 좀 나아졌다 싶었다.”
아까 전까지는 묘하게 움직임에서 서투른 구석이 있었다. 자신과는 마력도, 신체 능력도, 신체조건도 다른 사도의 몸을 쓰고 있으니 당연했다.
물론 칠감이 그런 차이점을 보정해 주었기에 어지간한 적이었다면 별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모르드에게는 그것이 커다란 허점으로 보였다.
“끝을 내주마, 영혼 강탈자.”
크레삭이 벼락의 궤적을 그려내며 돌진했다.
그 속도는 아까 전보다 더 빨랐다. 그리고 돌진 궤도가 불규칙했다.
먼저 번개를 뿜어내고 그 궤적에 올라타듯이 뛰어들기 때문이다.
꽈광!
모르드는 그것을 비껴내며 반격했다.
둘의 몸이 미처 흘려넘기지 못한 충격으로 빙글빙글 돌다가 거의 동시에 빛으로 화한다.
상공에서 실체화한 둘이 창과 도끼로 치고받았다.
꽈광! 꽈아아아앙!
그들 주변의 공간이 일그러지며 격렬한 스파크가 튀고 있었다.
치직… 치지지지지직!
공명권역의 공방이었다.
“하, 열아홉 살에 아르타-에라를 이 정도로 다룰 수 있다고?”
크레삭은 기가 막혔다.
다중 공명권역, 그것도 3중으로 펼치고 있는데도 모르드가 어렵지 않게 중화시키고 있었다.
‘더 늘려봐야 무의미하다.’
계속 공명권역을 여러 겹으로 늘려봐야 부하가 걸려서 허점을 찔릴 뿐…….
꽈광!
판단이 좀 늦었다. 모르드는 그가 공명권역을 3중으로 펼치고, 다시 거두어야겠다고 판단하는 그 순간을 노리고 있었다.
급가속하며 비스듬하게 내려친 도끼를 막았을 때, 그 사각에서 벼락처럼 날아든 왼손 주먹이 그의 옆구리를 강타했다.
“이… 자식……!”
그는 충만한 벼락의 힘으로 곧바로 몸을 바로잡는다. 그러나 모르드가 더 빨랐다.
-천둥치기!
그 위쪽에서 나타난 모르드의 주먹이 그를 땅에 처박았다.
-벼락 던지기!
그리고 그가 땅에 도달하는 것보다 더 빠르게, 은빛 뇌광을 휘감고 투척된 도끼가 초음속으로 작렬했다.
“……!”
그에 밀린 크레삭은 자세를 바로잡지 못한 채로 땅에 처박혔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 급강하한 모르드의 양발이 그를 내려찍으며 대지가 폭발했다.
-대지 부수기!
그 진동이 섬 전체를 뒤흔들었다.
* * *
“커, 억……!”
장대한 흙먼지가 피어오르는 한복판에서, 크레삭은 피를 토했다.
그를 휘감고 있던 벼락의 힘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채였다. 사도의 몸이 반쯤 날아가 버린 처참한 몰골이라 더 이상 유지할 수가 없었다.
모르드는 그를 무심하게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제 자기가 얼마나 시건방졌는지 주제 파악이 됐겠지? 이걸로 겸손함을 배웠기를 바란다, 추악한 늙은이.”
“커, 커억… 그래, 오늘은 내가 졌다……. 너를 얕본 걸 사과하마.”
“알면 됐다.”
“끝을 내다오.”
“소원대로.”
모르드는 발로 크레삭의 머리를 밟아 끝장을 내버렸다.
‘다음에는 이렇게 호락호락하진 않겠지.’
솔직히 이번에는 감출 거 다 감춰가면서 크레삭의 밑천을 좀 털어본 다음 끝장을 낼 정도로 여유가 철철 넘쳤다.
사실 좀 더 놀면서 그의 저력을 다 끌어내 보고 싶은 욕심도 있었는데, 그에게 스스로의 약점을 너무 깨닫게 해주는 것도 그리 좋지 않다는 판단으로 적당한 시점에 끝을 냈다.
그리고 완전히 농락당하면서 패배한 경험은, 크레삭의 각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컸다.
‘안 그럴 놈이면 애당초 오러화에 도달하지 못했을 거고.’
오러화의 달인과 싸운 경험은 그에게 엄청난 성장의 양분이 되어주리라. 그리고 그 양분을 소화하여 더욱 강해져야겠다는 강렬한 동기를 제공할 터.
다음에는 모르드를 상대하기 위해 정말로 철저하게 준비한 다음에 덤벼들게 뻔했다.
“파르웰, 그쪽 상황은 어떻지?”
파르웰은 좀 바쁜지 살짝 신경질적으로 대답했다.
“바다 밑에 있는 놈도 잊지 말고 처리해라. 공간계 권능으로 이런 짓을 하는 걸 보면 놈들한테도 나름 귀한 인적 자원일 테니까.”
“난 할 일이 좀 있다. 여유 나면 마법이나 좀 걸어줘.”
모르드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 * *
“크억……!”
벼락지기 크레삭은 눈을 떴다.
그를 위해 준비된 의식의 방에 앉아 있던 그는 피를 토하며 앞으로 쓰러졌다.
“크레삭 님!”
호위하던 부하들이 놀라서 다가왔다.
“애송이 놈, 부러울 정도로 멋진 권능을 갖고 있군. 크헉…….”
크레삭은 가슴을 붙잡은 채 고통에 몸을 떨었다.
그가 강림한 그릇이 된 사도가 파괴되었다.
강림체가 될 만한 사도는 귀한 인재니 실로 아까운 손실이다.
하지만 본래는 그 손실조차 아까워할 일이 없었다. 수확자인 크레삭 자신이 부활시키면 그만이었으니까.
그런데 모르드는 크레삭이 자신과의 전투경험을 그렇게 날로 먹는 것을 용서하지 않았다.
몸이 부서지는 것 같은 격통이 크레삭을 휘감고, 실제로 그 신성과 몸을 파괴하는 저주로 작용하고 있었다.
‘미안하다, 이테.’
크레삭은 허무하게 소모되고 만 자신의 사도 이테에게 사과했다.
완벽하게 준비했다고 생각했건만, 결과를 보니 오만하기 짝이 없는 착각이었다.
‘하지만 네 희생을 헛되이 하진 않겠다. 놈은 내게 오늘의 경험을 준 것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
가슴을 움켜쥐며 결의를 다진 크레삭이 말했다.
“나는… 잠시 회복에 들어간다.”
크레삭은 수확자의 권능으로 이 고통을 다스려야 함을 확신했다. 안 그러면 단순히 고통스러운 것으로 끝나지 않으리라.
그것은 모르드의 권능이 예전보다 더욱 강해진 데다가 한 방으로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크레삭이 패배하기까지의 모든 타격이, 그가 강림체로 날뛰는 동안에 본체에 누적되고 있었는데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바람에 피해가 커졌다.
“스하람 공을 청하도록. 그리고 후탄 공에게도 와달라고 청하라.”
“전달하겠습니다.”
“모두 물러가라.”
크레삭은 그 자리에 팔다리를 벌리고 누운 채 자신의 몸을 파괴하는 모르드의 권능과 싸우기 시작했다.
“영혼 강탈자……. 이 빚은 반드시 갚아줄 것이다.”
이를 악물고 고통과 싸우는 그의 의식이 내면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대화가 이루어졌다.
“철저하게 패배했군. 망신을 당했어.”
크레삭과는 다른 누군가가 말한다.
“쓸데없는 체면 때문에 빠진 누군가들 때문이지. 검술만 제대로 쓸 수 있었어도 이 정도로 허무하게 당하진 않았을 거다.”
크레삭이 상대를 비난하자 상대가 한숨을 쉬었다.
“인정하지. 하지만 열아홉 살짜리 핏덩이하고 진심으로 싸운다니, 어른이 되어서 너무 부끄러운 짓이 아닌가?”
“그렇긴 하지. 근데 몇 살이든 상관없이 그놈은 위대한 전사였어. 벼락지기가 전력을 다해 싸울 가치가 있는 적이었다고.”
또 다른 누군가가 말한다.
“이제는 상대가 어린애든 아니든 상관없다. 위대한 벼락지기의 이름을 쓰는 것을 허락받은 수확자로서, 반드시 이 굴욕을 설욕해야만 한다.”
“확실히. 상대가 위대한 전사임을 알았으니 예우를 해줘야겠지.”
처음에 크레삭을 비난했던 이도 찬성했다.
“이제야 뜻이 모였군.”
크레삭이 그들을 노려보며 말했다.
이들은 크레삭의 영혼에 통합된 역대 벼락지기의 영혼들이다.
벼락지기는 한 명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고대의 맹약, 그리고 강대한 주술에 의해 역대 벼락지기의 영혼은 하나로 통합되어 초월체 영령을 구성한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역대 벼락지기의 자아가 내면에 살아 있다는 것이다.
전투에 임할 때 그들 모두가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완벽한 전투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모르드의 나이가 열아홉 살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몇몇 자아는 강렬한 거부감을 느꼈다.
‘아, 우리가 천살 넘은 어른인데 열아홉 살 어린애랑 전력을 다해 싸우는 건 좀 부끄럽지 않냐? 아무리 사도에 강림해서 싸우는 거라도 그렇지.’
천 살한테 맞으나 열아홉 살한테 맞으나, 그게 오러화의 달인이라면 혼백이 부서질 것처럼 아픈 건 똑같다. 그걸 다들 잘 안다.
그럼에도 살아온 세월만큼 존중받으며 살아온 이들은 사회적 체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걸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인간은 선입견이 없는 게 아니라 사회성이 막장인 것이다.
그런 이유로, 크레삭은 그의 기술을 완성시켜 주는 영령들이 빠져 버리는 바람에 그나마 제일 나은 창술을 펼쳤다가 모르드에게 탈탈 털리고 말았다.
‘하지만 그건 변명이 될 수 없지.’
설령 완전 합의 상태에서 전력을 다했다 하더라도, 강림체 상태로는 모르드를 당해낼 수 있었을 것 같지 않았다.
크레삭은 냉정하게 패배를 인정했다.
“다음번을 마지막으로 하도록 하지…….”
패배는 한 번으로 족하다. 크레삭은 다음번에는 모르드와 결판을 낼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그가 회복에 전념하느라 외부와의 모든 소통을 닫아두고 있을 때, 서쪽에서는 그가 상상도 못 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